계약기간이 끝났는데 따로 재계약서를 쓰지는 않았습니다. 이후 이사를 가겠다고 집주인에게 말했는데, 새 세입자가 들어와야 보증금을 줄 수 있다고 합니다.
주택 임대차에서는 이런 분쟁이 상당히 자주 발생합니다. 계약기간이 끝난 뒤 별다른 갱신거절 통지 없이 계속 거주했다면 묵시적 갱신이 성립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임차인은 새로 갱신된 2년을 모두 채워야 하는 것이 아니라 언제든지 해지를 통지할 수 있습니다.
다만 통지했다고 그날 바로 계약이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집주인이 해지 통지를 받은 날부터 3개월이 지나야 계약이 종료된다는 점이 가장 중요합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임대인이 임대차기간 종료 전 정해진 기간 안에 갱신거절이나 계약조건 변경 통지를 하지 않고, 임차인도 별도의 종료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면 기존 조건과 동일하게 임대차가 다시 갱신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존속기간은 2년으로 보지만, 임차인까지 반드시 2년 동안 묶이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기존 계약이 2026년 1월 31일 종료되었는데 아무도 별다른 통지를 하지 않아 묵시적으로 갱신되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임차인이 2026년 4월 10일 집주인에게 “이사를 가려고 하니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통지했다면, 집주인이 그날 통지를 받았다는 전제에서 3개월이 지난 시점에 해지 효력이 발생합니다.
따라서 묵시적 갱신 사건에서는 언제 계약이 갱신됐는지보다 해지 통지가 언제 임대인에게 도달했는지가 보증금 반환 시점을 계산하는 핵심이 됩니다.
문자로 “나가겠습니다”라고 해도 될까? 형식보다 도달 사실이 중요
해지 통지는 반드시 내용증명으로 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문자메시지, 카카오톡, 내용증명 등으로 임차인의 해지 의사가 명확하게 전달되었다면 효력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실제 하급심에서도 이러한 방식의 통지를 유효한 해지 의사표시로 인정한 사례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임차인이 집주인에게 “3개월 뒤 퇴거하겠습니다. 묵시적으로 갱신된 임대차계약을 해지합니다”라고 카카오톡을 보내고 집주인이 “알겠다”고 답했다면 해지 통지와 도달 사실을 비교적 쉽게 증명할 수 있습니다.
반면 전화로만 이야기했다면 나중에 집주인이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없다”고 부인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실무에서는 문자나 내용증명처럼 날짜와 내용이 남는 방식으로 다시 한번 통지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임차인이 별도의 해지 통지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바로 보증금반환소송을 제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때 소장에 “묵시적으로 갱신된 임대차계약을 해지하고 보증금 반환을 청구한다”는 내용이 명확하게 포함되어 있다면, 소장 부본이 임대인에게 송달된 것이 해지 통지로 기능할 수 있습니다.
다만 중요한 것은 그날 바로 임대차가 종료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소장 부본이 송달된 날부터 다시 3개월이 지나야 묵시적 갱신 해지의 효력이 발생하게 됩니다. 따라서 보증금이 급하다고 해지 통지 없이 곧바로 소송을 제기하면 오히려 계약 종료 시점이 늦어질 수 있습니다. 이미 이사를 계획하고 있다면 먼저 해지 의사표시를 명확하게 남겨두는 것이 좋습니다.
“새 세입자 들어오면 보증금 드릴게요”… 기다려야 할 의무는 없다
묵시적 갱신을 적법하게 해지해 3개월이 지나 계약이 종료되었다면 임대인은 보증금을 반환해야 합니다. 집주인이 흔히 하는 말 중 하나가 “지금 현금이 없으니 새로운 세입자가 들어와야 보증금을 돌려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새 임차인이 들어오는 것은 임대인의 자금 사정에 관한 문제일 뿐, 기존 임차인의 보증금반환청구권 발생 요건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해지 통지가 4월 1일 도달해 7월 초 임대차가 종료되었다면, 임차인이 주택을 반환할 준비까지 마친 상태에서 임대인이 “9월에 새 세입자 계약이 있으니 그때 지급하겠다”고 일방적으로 미룰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보증금 반환의무와 주택 인도의무는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임차인의 인도 여부도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더불어 임대인의 보증금 반환의무와 임차인의 주택 인도의무는 원칙적으로 동시이행관계에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집주인은 보증금을 돌려주고, 임차인은 집을 비워주는 것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것이 원칙입니다. 따라서 임차인이 계속 집을 점유하면서 열쇠도 반환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임대인이 보증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바로 지연손해금이 발생한다고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임차인이 이미 완전히 이사했고, 열쇠나 공동현관 비밀번호 등을 넘겨 실제 주택 인도를 마쳤는데도 집주인이 보증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이 경우에는 인도 다음 날부터 보증금 반환채무의 지체책임과 지연손해금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사는 가야 하는데 보증금은 못 받았다면, 그냥 전출하면 위험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상태에서 새로운 집으로 이사해야 한다면 가장 먼저 검토할 절차가 임차권등기명령입니다.
임차인이 기존 주택을 점유하고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유지하고 있다면 일정한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보호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보증금을 받지 못한 채 먼저 이사하고 전입신고까지 옮겨버리면 권리보호에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이때 임차권등기를 마친 뒤 이사하면 기존의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보증금을 못 받은 채 이사해야 한다면 “일단 이사하고 나중에 임차권등기를 하면 되겠지”라고 생각하지 말고, 임차권등기명령 신청과 등기 완료 여부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임차권등기는 계약이 끝나야 신청할 수 있다… 3개월 계산부터 정확해야
묵시적 갱신 상태에서는 해지 통지를 했다고 바로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임차권등기명령은 임대차가 종료되었음에도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한 경우를 전제로 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집주인이 5월 1일 해지 통지를 받았다면 3개월이 지나 임대차가 종료되는 시점을 먼저 계산해야 합니다. 그 뒤 보증금이 반환되지 않았다면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는 이 날짜를 잘못 계산해 너무 일찍 신청하거나, 반대로 이사 날짜에 쫓겨 등기가 완료되기 전에 전출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합니다.
지급명령과 보증금반환소송, 무엇이 다른가
계약이 종료되었는데도 집주인이 보증금을 주지 않는다면 지급명령이나 보증금반환소송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지급명령은 일반 소송보다 비교적 간단하게 금전 지급을 청구할 수 있는 절차입니다. 집주인이 특별한 다툼 없이 보증금을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신속한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집주인이 지급명령에 이의를 제기하면 결국 통상적인 소송절차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집주인이 “원상복구비 2천만 원을 빼겠다”, “월세가 밀렸다”, “해지 통지를 받은 적이 없다”고 다투고 있다면 처음부터 보증금반환소송으로 사실관계를 정리하는 편이 효율적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지급명령이 무조건 소송보다 좋은 것이 아니라, 실제 분쟁이 있는지를 보고 선택해야 합니다.
원상복구비 공제? 집주인 마음대로 공제할 수는 없다
임대차보증금은 임대차 관계에서 생긴 임차인의 채무를 담보하기 때문에 연체차임이나 정당한 원상복구비 등이 있다면 보증금에서 공제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임대인이 주장하는 모든 금액이 자동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집주인이 “도배와 장판을 모두 새로 해야 하니 500만 원을 공제하겠다”고 주장하더라도, 임차인이 정상적으로 거주하면서 발생한 통상적인 노후나 마모라면 임차인 책임이 아닐 수 있습니다. 반대로 반려동물로 벽이나 문이 심하게 훼손되었거나, 임차인이 임의로 구조를 변경하고 복구하지 않았다면 그 비용은 공제될 수 있습니다.
결국 임대인이 보증금에서 일정 금액을 빼려면 어떤 손해가 발생했고, 임차인에게 책임이 있으며, 복구비가 얼마인지를 구체적인 자료로 입증해야 합니다.
이미 집을 넘겨줬는데도 보증금을 안 준다면
임차인이 이미 이사를 마치고 주택까지 인도했는데 보증금을 받지 못한 경우에는 동시이행 문제가 사라집니다.
예를 들어 퇴거 당일 집주인이나 공인중개사에게 열쇠를 넘기고, 집 내부를 모두 비워 주택 인도를 완료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그 이후에도 임대인이 보증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면 임차인은 미반환 보증금과 인도 다음 날부터 발생하는 지연손해금을 함께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런 사건에서는 퇴거 당일 사진이나 영상, 열쇠 전달 문자, 관리비 정산내역, 이사업체 영수증 등을 확보해 인도 시점을 명확하게 증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임대차기간 중이나 계약 종료 무렵 주택이 매매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일정한 요건을 갖춘 임대차에서 주택의 소유자가 변경되면 새로운 소유자가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단순히 “나는 원래 집주인과 계약했으니 무조건 옛 집주인에게 받아야 한다”고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매매 당시 임차인의 대항력 여부, 소유권 이전 시점, 임대차 종료 시점 등을 확인해 현재 보증금 반환채무를 부담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먼저 정리해야 합니다.
보증금반환소송에서 피고를 잘못 지정하면 불필요하게 시간이 지연될 수 있으므로 등기부등본을 확인하는 절차가 중요합니다.
집주인 재산에 근저당과 압류가 많다면… 판결보다 가압류가 먼저
보증금반환소송에서 승소하는 것과 실제로 돈을 받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집주인이 이미 여러 채무를 부담하고 있고 부동산에 근저당권이나 압류가 많이 설정되어 있다면, 소송에서 승소하는 동안 재산이 추가로 처분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보증금반환채권을 피보전권리로 하여 임대인의 부동산이나 예금 등에 대한 가압류를 검토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집주인이 임대차 목적 주택 외에도 다른 부동산이나 예금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를 처분할 우려가 있다면 소송과 별도로 보전처분을 검토하는 것입니다. 보증금반환 사건에서는 “소송에서 이길 수 있는가”뿐 아니라 판결을 받은 뒤 실제 강제집행할 재산이 남아 있는가까지 함께 봐야 합니다.
일부 임대인은 자신의 부동산에 가압류가 들어오면 “임차인이 가압류를 풀어야 보증금을 주겠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임차인이 미반환 보증금채권을 보전하기 위해 적법하게 가압류를 신청했다는 이유만으로 임대인의 보증금 반환의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가압류는 향후 판결을 받아도 집행할 재산이 없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보전수단입니다. 보증금을 지급하면 가압류 해제 문제를 별도로 정리할 수 있지만, 순서를 뒤집어 임차인에게 가압류부터 무조건 취소하라고 요구하는 상황이라면 신중하게 대응해야 합니다.
핵심은 ‘해지 통지 도달일’을 확정하는 것
묵시적 갱신 후 보증금 반환 사건은 처음부터 소송을 고민하기보다 날짜를 정확하게 정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먼저 묵시적 갱신이 성립했는지 확인하고, 임차인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해지 의사를 표시했으며 집주인이 언제 그 통지를 받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그날부터 3개월을 계산하면 임대차 종료 시점을 특정할 수 있습니다.
이후에도 보증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면 현재 점유 상태와 이사 계획을 보고 임차권등기명령을 검토하고, 지급명령이나 보증금반환소송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집주인의 재산상태가 불안정하다면 가압류까지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현재 묵시적으로 갱신된 전월세계약을 해지했는데 집주인이 “새 세입자가 들어와야 보증금을 줄 수 있다”고 하거나, 원상복구비 등을 이유로 상당한 금액을 공제하려 하고 있다면 해지 통지 날짜와 퇴거 시점부터 정리해 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법률사무소 강현에서는 묵시적 갱신의 종료일, 보증금반환청구 시점, 임차권등기명령과 가압류 필요성, 원상복구비 공제의 적정성까지 함께 검토해 실제 보증금을 회수할 수 있는 대응 방향을 구체적으로 판단해 드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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