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된 피고인에게 접견금지 결정이 내려지면, 가족이나 지인은 물론 변호인과의 만남까지 전부 막히는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실제로는 접견금지 결정의 효력이 미치는 범위가 법 조문 자체에 이미 정해져 있고, 변호인과의 접견은 그 대상에서 원천적으로 제외되어 있습니다. 그런데도 구치소나 교정시설의 착오, 또는 사건 관계인들의 오해로 변호인 접견까지 지연되거나 거부되는 사례가 실무에서 종종 발생합니다. 이 글에서는 접견금지 결정이 정확히 무엇을 금지하는 조치인지, 그리고 변호인 접견권이 왜 이 결정과 무관하게 계속 보호되는지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접견금지 결정이란 무엇인가 — 형사소송법 제91조의 요건과 범위
법원은 구속된 피고인이 도망하거나 죄증을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직권 또는 검사의 청구에 의하여 결정으로 접견을 제한할 수 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91조는 이때 법원이 "구속된 피고인과 제34조에 규정한 외의 타인과의 접견을 금하거나 수수할 서류 기타 물건의 검열, 수수의 금지 또는 압수를 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즉 접견금지 결정 하나로 접견 자체뿐 아니라 편지·물품의 검열과 압수까지 함께 이루어질 수 있는, 상당히 강한 강제처분입니다. 구속영장이 발부될 때 함께 청구되는 경우도 있고, 재판이나 수사가 진행되던 중 공범과의 말맞추기 정황이 드러나는 등 필요성이 뒤늦게 생기면 별도로 청구되기도 합니다.
다만 이 조문에는 두 가지 한계가 명시되어 있습니다. 하나는 단서로, 의류·양식·의료품의 수수는 아무리 접견금지 결정이 내려져도 금지하거나 압수할 수 없습니다. 다른 하나는 조문 본문에 이미 들어 있는 대상의 한계로, 금지되는 상대방은 "제34조에 규정한 외의 타인"으로 한정된다는 점입니다. 제34조가 규정하는 사람, 즉 변호인은 처음부터 이 금지 대상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이 조항은 형사소송법 제209조에 의해 수사 단계의 피의자 구속에도 그대로 준용되므로, 기소 전 피의자 신분일 때 접견금지 결정을 받았더라도 같은 원리가 적용됩니다.
접견금지 결정이 금지하는 상대방은 "제34조에 규정한 외의 타인"이다 — 조문의 문언 자체가 변호인을 애초에 금지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변호인 접견이 애초에 대상이 될 수 없는 이유 — 형사소송법 제34조와 대법원 89모37 결정
형사소송법 제34조는 "변호인이나 변호인이 되려는 자는 신체구속을 당한 피고인 또는 피의자와 접견하고 서류 또는 물건을 수수할 수 있으며 의사로 하여금 진료하게 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제91조가 금지 대상에서 "제34조에 규정한 외의 타인"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조문을 만들 때부터 변호인 접견권과 비변호인 접견권을 서로 다른 층위의 권리로 구분해 놓았다는 뜻입니다. 비변호인과의 접견은 수사·재판의 필요에 따라 법원이 재량으로 제한할 수 있는 절차적 권리인 반면, 변호인과의 접견은 그 재량 판단의 대상 자체가 아닙니다.
이 구분을 판례로 확인해 준 것이 대법원 1990. 2. 13.자 89모37 결정입니다. 이 결정은 형사소송법 제34조가 규정한 변호인의 접견교통권은 신체구속을 당한 피고인이나 피의자의 인권보장과 방어준비를 위하여 필수불가결한 권리이므로, 법령에 의한 제한이 없는 한 수사기관의 처분은 물론 법원의 결정으로도 이를 제한할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접견금지 결정이라는 법원의 재판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는 변호인 접견을 제한할 근거가 되지 못한다는 의미입니다.
실무에서 이 원리가 가장 자주 문제 되는 장면은 공범 사건입니다. 여러 명이 함께 구속되어 공범 간 접견을 막는 취지로 접견금지 결정이 내려진 경우, 각 피고인의 변호인이 개별적으로 접견을 신청하면 이를 거부할 근거가 없습니다. 그런데도 교정시설 실무자가 "이 사건은 접견금지 결정이 내려져 있다"는 사실만 보고 변호인 접견까지 일괄적으로 지연시키는 사례가 실제로 발생하곤 합니다. 이런 경우 변호인 측에서 결정문상 금지 대상이 제34조의 변호인을 포함하지 않는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제시해야 합니다.
변호인 접견교통권이 헌법상 기본권으로 보호되는 이유
헌법 제12조 제4항은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에는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이 조력을 받을 권리는 변호인과 자유롭게, 그리고 비밀리에 만나 사건을 상의할 수 있어야만 실질적으로 의미를 가집니다. 접견이 감시받거나 제한된 상태에서는 방어전략을 논의할 수 없고, 결국 조력을 받을 권리 자체가 형해화됩니다. 그래서 변호인 접견교통권은 단순히 형사소송법이 부여한 절차적 권리가 아니라, 헌법이 직접 보장하는 기본권으로 자리매김되어 왔습니다.
헌법재판소 2017. 11. 30. 선고 2016헌마503 결정은 미결수용자가 가지는 변호인과의 접견교통권이 그와 표리 관계에 있는 변호인의 접견교통권과 함께 헌법상 기본권으로 보장된다고 밝혔습니다. 피의자·피고인이 가지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결국 변호인과의 상호관계 속에서 구체적으로 실현되기 때문입니다. 나아가 헌법재판소 2019. 2. 28. 선고 2015헌마1204 결정은 아직 정식으로 선임되지 않은 '변호인이 되려는 자'의 접견교통권도 마찬가지로 헌법상 기본권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접견금지 결정이라는 법원의 재판 하나로 이런 헌법상 기본권을 축소할 수는 없다는 것이 이 판례들이 공통으로 전제하는 결론입니다.
변호인 접견교통권은 헌법 제12조 제4항이 보장하는 조력을 받을 권리와 표리 관계에 있는 헌법상 기본권이므로, 법원의 접견금지 결정만으로는 그 범위가 줄어들지 않는다.
실제 접견에서 보장되는 것 — 교도관 참여·녹음 금지와 무제한 접견
변호인 접견이 접견금지 결정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원리는 접견 방식에도 그대로 이어집니다.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제84조 제1항은 미결수용자와 변호인 간의 접견에 교도관이 참여하지 못하며 그 내용을 청취하거나 녹취할 수 없다고 정합니다. 다만 보이는 거리에서 미결수용자를 관찰하는 것까지는 허용됩니다. 같은 조 제2항은 미결수용자와 변호인 간의 접견은 시간과 횟수를 제한하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이 두 원칙은 접견금지 결정이 내려져 있는 사건이라 하더라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즉 공범 간 접견금지 결정이 내려진 사건이라도, 변호인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같은 날 여러 차례 접견을 신청할 수 있고, 그 대화 내용이 교도관에게 청취되거나 녹음될 걱정 없이 방어전략을 논의할 수 있습니다. 이는 방어권 준비의 비밀성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장치로, 접견금지 결정의 취지인 도망·증거인멸 방지와는 애초에 목적이 다른 영역입니다.
교도관 참여 불가 — 변호인 접견 중 교도관은 대화 내용을 들을 수 있는 위치에 있을 수 없다.
녹음·녹취 금지 — 접견 내용을 기록·녹음하는 행위 자체가 금지된다.
시간·횟수 무제한 — 접견금지 결정 여부와 무관하게 변호인 접견은 횟수·시간 제한이 없다.
보이는 거리 관찰만 허용 — 안전 확인을 위한 시각적 관찰은 가능하나 청취는 불가능하다.
구치소가 변호인 접견을 거부하거나 지연시킬 때 — 준항고로 다투는 법
변호인 접견은 원칙적으로 제한할 수 없는 권리이지만, 실무에서 착오나 절차 미비로 접견이 거부되거나 지연되는 상황이 아예 없지는 않습니다. 이때 활용할 수 있는 구제수단이 형사소송법 제417조가 정한 준항고입니다. 이 조항은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의 구금에 관한 처분에 불복이 있으면 그 직무집행지의 관할법원에 처분의 취소 또는 변경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고, 변호인 접견을 부당하게 거부하거나 지연시키는 행위도 여기에 포함되는 구금에 관한 처분으로 다뤄집니다.
실무적으로는 접견 신청서를 제출했는데도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되거나 부당하게 지연될 경우, 변호인이 즉시 관할법원에 준항고를 제기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방식으로 대응합니다. 준항고는 정식 선임된 변호인뿐 아니라 아직 선임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은 '변호인이 되려는 자'도 제기할 수 있는 것으로 다뤄지고 있어, 선임 직후 급박하게 접견이 필요한 상황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절차입니다. 접견 거부 사실과 그 경위를 서면이나 접수증 등으로 남겨 두면 준항고 진행에 도움이 됩니다.
접견금지 결정 자체에 불복하려면 — 항고로 다투는 방법
지금까지 살펴본 것은 변호인 접견을 지키는 방법이지만, 가족 등 비변호인과의 접견을 막은 결정 그 자체가 처음부터 과도하다고 판단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403조 제1항은 법원의 관할 또는 판결 전의 소송절차에 관한 결정에 대해서는 특히 즉시항고를 할 수 있는 경우 외에는 항고하지 못한다고 정해 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같은 조 제2항은 구금, 보석, 압수나 압수물의 환부에 관한 결정 또는 감정하기 위한 피고인의 유치에 관한 결정에는 이 제한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접견금지 결정은 구속된 피고인에 대한 구금 관련 부수처분으로 다루어져 이 예외에 포함되는 것으로 보는 것이 실무의 일반적인 이해이고, 그에 따라 보통항고로 다툴 수 있습니다.
보통항고는 즉시항고와 달리 제기기간에 특별한 제한이 없어 항고의 이익이 있는 동안에는 언제든 제기할 수 있습니다. 처음 접견금지 결정이 내려질 당시에는 죄증인멸의 우려가 있었더라도, 이후 공범 사건이 분리되거나 관련 증거가 이미 확보되는 등 사정이 바뀌었다면 그 변경된 사정을 근거로 항고를 제기해 결정의 취소나 변경을 구할 수 있습니다. 이는 변호인 접견권을 지키는 절차와는 목적이 다른, 가족 면회나 서신 왕래 재개를 목표로 하는 별개의 구제수단입니다.
변호인 접견이 위법하게 제한된 상태에서 얻은 진술의 효력
변호인 접견 제한이 단순한 실무상 불편에 그치지 않고 이후 재판 결과에까지 영향을 미친 사례도 있습니다. 대법원 1990. 9. 25. 선고 90도1586 판결은 변호인의 접견교통권이 위법하게 제한된 상태에서 얻어진 피의자의 자백은, 그 임의성이 인정되는 경우라 하더라도 유죄 인정의 증거에서 실질적이고 완전하게 배제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접견금지 결정이 있었다는 사정을 이유로 변호인 접견까지 거부한 상태에서 진행된 피의자신문이라면, 그 신문조서의 증거능력 자체가 다투어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 판례가 실무에 주는 함의는 분명합니다. 접견금지 결정을 근거로 변호인 접견까지 늦춰졌다면, 그 사이 이루어진 진술이나 조서는 나중에 공판 단계에서 위법수집증거로 다툴 여지가 생깁니다. 따라서 변호인은 접견이 거부되거나 지연된 정황이 있다면 그 시점과 경위를 구체적으로 기록해 두었다가, 필요할 경우 해당 진술의 증거능력을 다투는 근거로 삼아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접견금지 결정이 내려지면 가족 면회도 전부 안 되나요?
A. 네, 원칙적으로 접견금지 결정의 대상에는 변호인이 아닌 가족·지인 등 모든 사람이 포함됩니다. 다만 의류·양식·의료품의 수수는 금지하거나 압수할 수 없다는 예외가 형사소송법 제91조 단서에 명시되어 있고, 구체적인 금지 범위는 사건마다 법원이 결정으로 정합니다.
Q. 접견금지 결정 상태에서 변호인 접견을 신청했는데 구치소가 거부하면 어떻게 하나요?
A. 형사소송법 제417조에 따른 준항고를 관할법원에 제기해 그 거부 처분의 취소를 구할 수 있습니다. 위법한 거부로 인정되면 법원이 처분을 취소하고 접견이 신속히 재개됩니다.
Q. 변호인 접견 중에 교도관이 옆에서 대화를 들을 수 있나요?
A.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제84조에 따라 교도관은 변호인 접견에 참여할 수 없고 그 내용을 청취·녹취할 수도 없습니다. 다만 보이는 거리에서 접견 중인 모습을 시각적으로 관찰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Q. 접견금지 결정은 피의자 단계에서도 받을 수 있나요?
A. 네, 형사소송법 제209조에 의해 피고인에 관한 접견금지 규정인 제91조가 피의자에게도 준용됩니다. 수사 단계에서 도망이나 증거인멸 우려가 있으면 검사의 청구로 법원이 동일한 결정을 할 수 있습니다.
Q. 접견금지 결정을 받은 상태에서 변호인 접견이 위법하게 막혔다면 이후 재판에서 다툴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변호인 접견이 위법하게 제한된 상태에서 얻어진 진술은 대법원 판례상 증거능력이 부인되므로, 공판 단계에서 위법수집증거 배제를 주장할 근거가 됩니다.
Q. '변호인이 되려는 자'도 접견금지 결정과 무관하게 접견할 수 있나요?
A. 네, 정식으로 선임되기 전이라도 변호인이 되려는 자의 접견교통권 역시 헌법상 기본권으로 보호되어 접견금지 결정의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다만 실무에서는 변호사 신분과 선임 의사를 확인하는 절차가 함께 이루어집니다.
맺음말
접견금지 결정은 도망이나 증거인멸을 막기 위한 강력한 조치이지만, 그 효력이 미치는 범위는 법 조문 단계에서부터 변호인을 제외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이 구조를 모른 채 접견금지 결정이라는 말만 듣고 변호인 접견까지 위축되거나, 반대로 교정시설의 오인으로 변호인 접견이 부당하게 지연되는 일이 실무에서 반복됩니다. 방어권 준비를 위한 변호인 접견은 결정문의 문구와 무관하게 언제든 신청할 수 있고, 부당하게 막힌다면 준항고라는 구제절차가 마련되어 있다는 점을 기억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수원구치소처럼 구속 사건이 많은 시설에서는 접견금지 결정이 내려진 사건일수록 변호인 접견 신청 절차와 대응이 더 중요해집니다. 접견이 거부되거나 지연되는 상황이 발생했다면 그 경위를 정확히 기록해 두고 신속하게 대응하는 것이 이후 재판에서의 방어에도 도움이 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