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란다 고지 누락, 체포이유·피의사실 안 알려주면 위법한 체포가 될까
미란다 고지 누락, 체포이유·피의사실 안 알려주면 위법한 체포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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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란다 고지 누락, 체포이유·피의사실 안 알려주면 위법한 체포가 될까 

강대현 변호사

경찰이 손목을 붙잡고 수갑부터 채운 뒤에야 "당신을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 혐의로 체포합니다"라고 말했다면, 이 체포는 절차대로 이루어진 것일까요. 형사소송법은 피의자를 체포할 때 피의사실의 요지와 체포의 이유, 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다는 사실을 미리 알려주도록 정하고 있고, 이를 흔히 미란다 원칙이라 부릅니다. 문제는 현장에서 이 고지가 형식적으로 생략되거나, 체포 이후 한참 지나서야 이루어지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는 점입니다. 고지가 빠지거나 늦었다는 사정 하나만으로 체포 자체가 위법해지는지, 그렇다면 그 뒤에 확보된 증거나 저항 행위는 어떻게 평가되는지 헷갈리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 글에서는 미란다 고지가 언제, 어떤 내용으로 이루어져야 하는지와 그것을 빠뜨렸을 때 실제로 어떤 법적 효과가 발생하는지를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미란다 고지의 근거 — 형사소송법이 정한 세 가지 고지사항

미란다 원칙이라는 표현은 미국 판례에서 온 말이지만, 우리 법에도 같은 취지의 규정이 명문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헌법 제12조 제5항은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의 이유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음을 고지받지 아니하고는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하지 아니한다"고 정해 이 고지를 헌법상 권리로 못박고 있습니다. 이를 구체화한 형사소송법 제200조의5는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 피의자를 체포하는 경우 피의사실의 요지, 체포의 이유와 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음을 말하고 변명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고지해야 할 내용은 이 세 가지로 정리됩니다. 첫째는 어떤 범죄 혐의로 체포하는지를 나타내는 피의사실의 요지이고, 둘째는 왜 지금 체포하는지를 밝히는 체포의 이유이며, 셋째는 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다는 권리 고지입니다. 여기에 더해 변명할 기회, 즉 피의자가 그 자리에서 자신의 입장을 말할 기회까지 함께 주어져야 절차가 완결됩니다. 이 조문은 체포영장에 의한 체포와 긴급체포에 직접 적용되고, 현행범인 체포에는 형사소송법 제213조의2가 제200조의5를 준용하도록 정해 체포 유형을 가리지 않고 같은 수준의 고지를 요구합니다.

미란다 고지는 체포영장 체포·긴급체포·현행범 체포를 가리지 않고 요구되는 헌법·형사소송법상 절차이며, 피의사실 요지·체포 이유·변호인 선임권 고지와 변명 기회까지 갖춰야 완결된다.

고지의 시점 — 실력행사 이전이 원칙, 저항·도주 시 예외

더 자주 다투어지는 지점은 고지의 '시점'입니다. 대법원은 고지가 체포를 위한 실력행사에 들어가기 이전에 미리 이루어지는 것이 원칙이라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습니다. 대법원 2017. 9. 21. 선고 2017도10866 판결은 경찰관이 체포영장을 소지하고 피의자를 체포할 때는 실력행사 이전에 영장을 제시하고 피의사실 요지·체포 이유·변호인 선임권을 고지해야 하며, 이를 건너뛰고 체포행위부터 시작한 경우 적법한 공무집행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해당 사건에서는 피의자가 즉시 도망치거나 먼저 폭력을 쓰지 않았는데도 경찰이 영장 제시와 고지를 생략한 채 체포부터 시도한 점이 위법 판단의 핵심 근거가 되었습니다.

다만 이 원칙에는 예외가 있습니다. 대법원 2007. 11. 29. 선고 2007도7961 판결은 피의자가 유리조각으로 경찰관을 위협하며 저항한 사안에서, 폭력으로 대항하는 피의자를 실력으로 제압하는 경우에는 붙들거나 제압하는 과정에서 고지하거나 그것이 여의치 않다면 일단 제압한 후 지체 없이 고지하면 된다고 판시했습니다. 같은 판결은 체포하려는 상대방이 실제로 그 피의자가 맞는지 신원을 확인한 뒤에 고지해도 무방하다는 점도 함께 밝혔습니다. 즉 도주나 폭력적 저항처럼 사전 고지가 사실상 불가능한 급박한 사정이 있었는지가 예외 적용의 관건입니다.

  • 원칙 — 신체를 붙잡거나 제압하는 실력행사 전에 3가지 사항을 고지.

  • 예외 — 도주·폭력 저항 등 급박한 사정이 있으면 제압 과정 또는 제압 직후 지체없이 고지 가능.

  • 신원 확인 우선 — 체포 대상이 맞는지 확인이 먼저 필요한 상황이면 그 이후 고지도 인정.

  • 고지할 여유가 있었는데도 하지 않았다면 예외 사유로 인정되지 않음.

고지를 빠뜨리면 벌어지는 일 — 위법한 체포의 판단 기준

법원이 미란다 고지 누락을 이유로 체포가 위법하다고 판단할 때 살피는 것은 단순히 '고지를 했는가, 안 했는가'라는 이분법이 아닙니다. 실제로는 체포 당시 저항이나 도주 같은 급박한 사정이 있었는지, 그런 사정이 없었는데도 고지를 생략했는지, 고지가 이루어졌다면 그 내용이 피의사실을 실제로 특정할 수 있을 만큼 구체적이었는지를 종합적으로 봅니다. 형식적으로 "체포한다"는 말만 던지고 어떤 혐의인지조차 밝히지 않았다면, 고지 자체는 있었어도 실질적으로는 미란다 고지 의무를 다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실무에서 자주 문제되는 유형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체포 현장에서는 아무 말 없이 수갑부터 채우고 순찰차나 경찰서에 도착한 뒤에야 고지하는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고지는 했지만 피의자가 흥분하거나 소란한 상황이어서 실제로 알아듣지 못했을 가능성이 큰 경우입니다. 앞의 경우는 저항이나 도주 같은 급박한 사정이 없었다면 원칙으로 돌아가 위법 판단을 받을 가능성이 높고, 뒤의 경우는 형식적으로는 고지가 있었더라도 그 실질을 다투어볼 여지가 있습니다.

고지 누락이 위법으로 이어지는지는 도주·저항 등 급박한 사정의 유무, 고지 시점, 고지 내용의 구체성을 함께 보고 판단한다 — 형식적으로 말 한마디를 했는지만으로 정해지지 않는다.

위법한 체포에 저항했다면 — 공무집행방해죄와 정당방위

형법 제136조의 공무집행방해죄는 '적법한' 공무집행을 방해했을 때 성립합니다. 뒤집어 말하면 애초에 공무집행 자체가 적법하지 않았다면 이 죄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 확립된 판례의 태도입니다. 앞서 본 2017도10866 판결에서도 경찰관의 체포행위가 적법한 공무집행의 범위를 벗어나 불법하게 체포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면, 그 과정에서 피의자가 저항하며 경찰관에게 상해를 입혔더라도 정당방위에 해당해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판단했습니다. 미란다 고지 없이, 그것도 도주나 저항 같은 예외 사유도 없이 이루어진 체포라면 이 논리가 적용될 여지가 열립니다.

다만 이 판단을 지나치게 넓게 이해해서는 안 됩니다. 위법한 체포라는 사정이 인정되더라도, 저항의 정도가 그 상황에서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방어의 범위를 명백히 벗어났다면 별도로 과잉방위 여부가 다투어질 수 있습니다. 또한 현장에서는 그 체포가 위법한지 아닌지를 피의자 스스로 즉시 정확히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는 현실적인 문제도 있습니다. 그래서 실무적으로는 현장에서 몸으로 크게 저항하기보다, "고지를 받지 못했다"는 이의를 명확히 제기하고 이후 절차에서 위법성을 다투는 방향이 더 안전하게 권장됩니다.

위법한 체포 이후 확보된 증거는 어떻게 되나 —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는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위법한 체포 과정에서 확보된 진술이나 그 자리에서 압수된 물건은 이 조항에 따라 증거능력이 부정될 수 있습니다. 나아가 위법한 체포로 얻은 최초 증거를 발판 삼아 확보한 2차적 증거, 이를테면 그 뒤 조사에서 이어진 자백이나 추가로 확보한 압수물 역시 원칙적으로는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는 것이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의 기본 골격입니다.

다만 이 원칙이 절대적인 것은 아닙니다. 위법과 증거 수집 사이의 인과관계가 이미 상당히 희석되었거나, 절차상 하자가 이후 적법한 절차로 치유되었다고 볼 수 있는 예외적 사정이 인정되면 증거능력이 유지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미란다 고지 누락만으로 해당 사건 전체가 무죄로 귀결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고, 그 위법이 어떤 증거의 수집과 얼마나 직접 연결되어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따져야 합니다. 체포 당시 상황, 압수물이 확보된 경위, 진술이 이루어진 시점을 정리해 두는 것이 이 다툼의 출발점이 됩니다. 특히 체포 현장에서 임의제출 형식으로 물건을 넘겼거나 그 자리에서 진술서를 작성한 경우라면, 그 임의성 자체가 위법한 체포 상황에서 형성된 것은 아닌지도 함께 다투어볼 부분입니다.

실무에서 다투는 방법 — 체포적부심사와 증거배제 신청

미란다 고지 누락을 의심할 만한 상황이라면, 체포된 직후 대응할 수 있는 절차가 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214조의2는 체포되거나 구속된 피의자 본인은 물론 변호인, 법정대리인, 배우자, 직계친족, 형제자매 등이 체포 또는 구속의 적부심사를 관할 법원에 청구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법원이 심사 결과 체포 절차가 위법하다고 판단하면 피의자의 석방을 명할 수 있어, 체포 초기 단계에서 곧바로 활용할 수 있는 실질적인 구제 수단입니다.

이후 기소되어 재판 단계로 넘어간 경우라면 위법수집증거배제 신청을 통해 문제 된 증거의 증거능력을 다투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체포 당시 고지가 이루어졌는지, 이루어졌다면 정확히 언제 어떤 표현으로 이루어졌는지, 도주나 저항 같은 예외 사유가 실제로 있었는지를 뒷받침할 자료를 모아야 합니다. 체포 현장을 목격한 사람의 진술, 순찰차 블랙박스나 인근 CCTV 영상, 경찰의 현장 기록과 조서 등이 주요 자료가 되며, 변호인 접견이 가능해지는 즉시 기억이 흐려지기 전에 상황을 구체적으로 정리해 두는 것이 유리합니다. 체포적부심사에서 다투지 못했거나 청구했지만 기각되었더라도, 그 결과가 이후 형사재판에서 증거배제를 다시 주장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것은 아니므로 두 단계를 각각 별개로 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 체포 직후 — 체포적부심사 청구로 조기 석방 가능성 검토.

  • 재판 단계 — 위법수집증거배제 신청으로 문제 증거의 효력 다툼.

  • 증거 수집 — 목격자 진술, 영상 자료, 경찰 현장 기록 확보.

  • 변호인 접견 — 기억이 흐려지기 전 체포 당시 상황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정리.

현행범·긴급체포에서 예외가 넓게 인정되는 이유와 그 한계

현행범 체포나 긴급체포는 범행 직후이거나 도주·증거인멸 우려가 큰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만큼, 판례가 사전 고지 원칙의 예외를 인정하는 폭도 상대적으로 넓게 적용되는 편입니다. 몸싸움이 벌어지거나 피의자가 달아나려는 상황에서는 경찰관이 먼저 신체를 제압하고 그 직후 지체없이 고지하는 방식이 위법하지 않다고 평가받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는 앞서 본 2007도7961 판결의 취지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그러나 이 폭넓은 예외에도 분명한 한계가 있습니다. 2017도10866 판결이 밝힌 것처럼, 고지할 여유가 충분히 있었음에도 '체포한 뒤에 고지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먼저 체포행위부터 시작한 경우는 예외로 인정되지 않고 위법한 체포로 판단됩니다. 즉 예외는 저항·도주라는 구체적 사정이 실제로 존재할 때만 적용되는 것이지, 현장이 소란스럽거나 시간이 촉박했다는 막연한 사정만으로 고지를 생략해도 되는 것은 아닙니다. 체포 당시 정말 도주나 폭력적 저항이 있었는지, 있었다면 그것이 고지를 사실상 불가능하게 할 정도였는지가 매번 다시 따져야 할 쟁점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미란다 고지 없이 체포됐다면 그 자리에서 저항해도 되나요?

A. 고지 없이 이루어진 체포가 위법하다고 인정되면 그에 대한 저항은 공무집행방해죄를 구성하지 않고, 상해 등 결과가 발생했더라도 정당방위로 위법성이 조각될 여지가 있습니다. 다만 저항의 정도가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범위를 넘으면 별도로 문제될 수 있어, 현장에서 몸으로 크게 대응하기보다 이의를 명확히 제기하고 이후 절차에서 다투는 편이 안전합니다.

Q. 체포 현장이 아니라 경찰서에 도착한 뒤 고지해도 괜찮나요?

A. 원칙적으로 고지는 체포를 위한 실력행사에 들어가기 전에 이루어져야 하고, 도주나 폭력적 저항 등 급박한 사정으로 현장에서 어려웠던 경우에만 제압 직후 지체없이 고지하는 것이 허용됩니다. 별다른 저항이나 급박한 사정이 없었는데도 경찰서에 도착한 뒤에야 고지했다면 위법한 체포로 판단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Q. 현행범으로 체포될 때도 미란다 원칙이 똑같이 적용되나요?

A. 그렇습니다. 형사소송법 제213조의2는 현행범인을 체포할 때도 제200조의5의 고지 규정을 준용하도록 정하고 있어, 현장에서 붙잡힌 경우라도 피의사실의 요지와 체포 이유, 변호인 선임권을 고지받아야 합니다. 다만 현행범 체포는 상황이 급박한 경우가 많아 제압 후 지체없이 고지하는 방식이 인정되는 폭이 상대적으로 넓게 적용됩니다.

Q. 미란다 고지를 빠뜨렸다는 이유만으로 무죄가 되나요?

A. 그렇지는 않습니다. 미란다 고지 위반은 체포 절차 자체의 위법성과 그 과정에서 확보된 증거의 효력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이고, 그 증거를 제외하고도 다른 증거로 범죄사실이 충분히 증명된다면 유죄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다만 자백이나 압수물이 위법한 체포 직후에 확보된 경우라면 그 증거능력을 다툴 근거는 될 수 있습니다.

Q. 미란다 고지가 없었다는 사실은 어떻게 증명하나요?

A. 체포 당시 상황을 기억하는 본인과 동행자의 진술, 체포 현장을 촬영한 영상이나 사진, 경찰관의 현장 기록 등이 주요 자료가 됩니다. 변호인 접견이 가능해지는 즉시 기억이 흐려지기 전에 상황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정리해 두는 것이 이후 적부심사나 재판에서 다투는 데 도움이 됩니다.

Q. 체포적부심사는 언제 어떻게 청구하나요?

A. 형사소송법 제214조의2에 따라 체포되거나 구속된 피의자 본인, 변호인, 법정대리인, 배우자, 직계친족, 형제자매 등이 체포 또는 구속의 적부심사를 관할 법원에 청구할 수 있습니다. 법원이 체포 절차가 위법하다고 판단하면 피의자의 석방을 명할 수 있어, 체포 직후 빠르게 활용할 수 있는 실질적인 수단이 됩니다.

맺음말

미란다 고지는 형식적인 절차가 아니라 체포라는 강제처분의 적법성을 가르는 실질적 기준입니다. 고지가 언제, 어떤 내용으로 이루어졌는지에 따라 체포 자체의 적법 여부는 물론 그 뒤에 확보된 진술과 증거의 효력까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체포됐다'는 사실만으로 위축되기보다, 고지가 실력행사 이전에 제대로 이루어졌는지, 도주나 저항 같은 예외 사유가 실제로 있었는지부터 되짚어보는 것이 대응의 출발점입니다.

수원지검·수원구치소 등 경기남부 권역에서 체포·구속 사건이 진행되는 경우, 체포 초기 며칠 사이의 대응이 이후 절차 전체의 방향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체포 당시 고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판단된다면 적부심사나 증거배제 신청 등 절차적 대응을 서둘러 검토해 보시길 권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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