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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임죄 재산상 손해, 구체적 위험만 있어도 성립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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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임죄 재산상 손해, 구체적 위험만 있어도 성립하는 이유 

김상훈 변호사

회사 자금을 다루는 자리에 있다 보면 "결과적으로 회사에 손해를 끼치지 않았으니 문제없다"고 생각했던 결정이 나중에 배임 혐의로 돌아오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담보를 제공하거나 자금을 대여한 뒤 상대방이 정상적으로 채무를 갚아 장부에는 손실이 한 푼도 남지 않았는데도 수사가 시작되는 일이 드물지 않습니다. 배임죄는 현실적으로 돈이 빠져나가야만 완성되는 범죄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아직 결과가 안 나타났으니 괜찮다"고 안심하고 있다가, 정작 조사 단계에서 당황하는 분들을 자주 마주합니다.

먼저 전체를 짚어보겠습니다: 손해가 나지 않았는데도 배임죄가 성립하는 구조

배임죄는 형법 제355조 제2항에 규정돼 있고, 회사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 범하면 형법 제356조의 업무상배임죄로 가중처벌됩니다(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 구성요건은 크게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 그리고 재산상 이익 취득과 본인에 대한 손해로 나뉩니다. 실무에서 오해가 가장 많이 생기는 지점이 바로 마지막 요건인 "손해"의 의미입니다.

많은 분들이 "손해"를 회사 통장에서 실제로 돈이 빠져나간 상태로만 생각합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요건을 훨씬 넓게 해석해 왔습니다. 현실적으로 재산이 줄어든 경우뿐 아니라, 재산이 줄어들 구체적인 위험이 생긴 것만으로도 손해 요건이 충족된다고 봅니다. 담보를 제공한 상대방이 아직 채무를 갚지 못한 것도 아니고, 대여한 자금이 아직 회수 불능에 빠진 것도 아닌 단계에서도 배임죄가 완성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 구조를 모르면 두 가지 실수를 하게 됩니다. 하나는 "아직 손해가 안 났으니 나중에 문제 삼아도 늦지 않다"며 대응을 미루는 실수이고, 다른 하나는 반대로 "위험이 조금이라도 있었으니 무조건 유죄"라며 지레 포기하는 실수입니다. 실제로는 그 위험이 법이 요구하는 수준으로 구체적이고 현실적이었는지가 사건마다 다르게 판단되고, 여기서 결과가 갈립니다.

법은 이렇게 판단합니다: 재산상 손해의 판단기준과 위험의 구체성·현실성

대법원은 대법원 1995. 11. 21. 선고 94도1375 판결 이래 일관되게 "배임죄에서 재산상의 손해를 가한 때란 현실적인 손해를 발생시킨 경우뿐만 아니라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을 초래한 경우도 포함한다"는 법리를 확립해 왔습니다. 손해 유무를 가리는 기준도 특이합니다. 문제된 계약이 법적으로 유효한지를 따지는 법률적 판단이 아니라, 본인의 전체 재산에 실질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보는 경제적 관점에서 판단합니다. 그래서 문제된 거래가 절차상 하자로 사법상 무효라 하더라도, 경제적으로 보아 회사 재산이 위태로워졌다면 배임죄는 그대로 성립할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 가장 자주 나오는 유형이 담보 제공입니다. 회사의 실질적 경영자나 임원이 자신의 개인 채무 또는 제3자의 채무를 담보하기 위해 회사 소유 부동산에 근저당권을 설정해 준 사안에서, 법원은 그 설정행위가 이사회 결의를 거치지 않아 무효라 하더라도 경제적 관점에서는 회사 재산에 담보 실행의 위험이라는 부담이 곧바로 발생한다고 봅니다. 실제로 경매가 진행돼 회사가 돈을 잃는 단계까지 가지 않아도, 근저당권이 설정된 그 순간부터 이미 배임죄가 완성된 것으로 취급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지급보증이나 자금 대여도 마찬가지입니다. 상대방이 이미 채무변제능력을 상실한 상태임을 알면서도 충분한 담보를 확보하거나 상당하고 합리적인 채권회수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자금을 내주었다면, 실제 회수 불능이 확정되기 전이라도 손해 요건이 인정됩니다.

여기서 "상당하고 합리적인 채권회수조치"를 취했는지가 실무상 손해 유무를 가르는 분수령이 됩니다. 대여 전 상대방의 신용상태를 확인했는지, 대여금에 상응하는 담보를 확보했는지, 담보가 있다면 그 순위와 실제 환가가치가 대여금을 충분히 커버하는지, 분할상환이나 이자율 등 조건이 통상적인 거래관행에서 벗어나지 않았는지가 함께 살펴집니다. 이런 절차 없이 "만연히" 내준 자금이라면, 설령 회사 내부 결재나 이사회 승인을 거쳤더라도 그 승인 자체가 절차적 정당성을 만들어 줄 뿐 손해 요건 판단을 뒤집지는 못합니다.

예를 들어 회사가 이미 채무변제능력을 잃은 거래처에 담보 없이 5억 원을 대여했다면, 그 거래처가 이후 실제로 부도가 나기 전이라도, 즉 대여 시점에 이미 회수불능이라는 구체적 위험이 발생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나중에 결국 갚았으니 문제없다"는 항변이 통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 손해 판단의 기준 시점은 결과가 아니라 행위 당시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 "위험"이 한도 없이 넓은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 2017. 7. 20. 선고 2014도1104 전원합의체 판결은 회사 대표가 대표권을 남용해 약속어음을 발행한 사안에서, 그 어음이 실제로 제3자에게 유통되기 전이라면 회사가 어음채무를 부담할 위험이 아직 구체화·현실화되지 않았다고 보아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기수가 아닌 미수로 처리). 이 판결의 의미는 분명합니다. 위험은 막연하거나 이론적인 가능성만으로는 부족하고, 다음 요소들을 종합해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위험인지를 사건마다 따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 문제된 사무의 내용과 성질 — 단순한 내부 검토·결재 단계였는지, 대외적으로 효력이 발생하는 실행 단계였는지

  • 임무위배 행위의 경위와 정도 — 절차를 얼마나 벗어났는지, 통상적인 거래관행과의 괴리 정도

  • 본인(회사)의 재산 상태에 미친 실질적 영향 — 담보 실행이나 채무 부담이 실제로 임박했는지, 상대방의 자력으로 회복 가능한 상태였는지

배임 혐의를 받는 입장에서는 바로 이 지점 — 문제된 행위가 정말 "구체화된 위험"까지 이르렀는지, 아니면 아직 내부적 의사결정이나 잠재적 가능성 단계에 머물러 있었는지 — 이 방어의 핵심이 됩니다. 반대로 회사(피해자) 입장에서는 손해가 현실화되기 전이라도 이 세 요소를 갖추고 있다면 손해가 발생하기를 기다릴 필요 없이 곧바로 형사 대응에 나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김상훈 변호사의 대응, 이렇게: 위험의 구체성을 다투는 다섯 단계

혐의를 받고 있다면, 또는 회사 입장에서 손해가 실현되기 전 단계에서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면, 다음 순서로 접근합니다.

  • 사실관계를 행위 시점 기준으로 재구성 — 임무위배로 지목된 행위(담보 제공·자금 대여·지급보증 등)가 정확히 언제, 어떤 조건으로 이루어졌는지, 그 시점의 상대방 재무상태와 담보력을 시간순으로 정리합니다. 손해 판단의 기준 시점이 행위 당시이므로, 사후에 상황이 좋아졌다는 사정만으로는 방어가 되지 않는다는 점을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 현실적 손해인지 위험 단계에 그치는지 구분 — 실제로 재산이 줄어든 사안과 아직 위험 단계에 머문 사안은 입증 방식과 방어 전략이 다릅니다. 아직 위험 단계라면 그 위험이 2014도1104 판결이 요구하는 수준으로 구체화·현실화됐는지를 정면으로 다툴 여지가 큽니다.

  • 위험의 구체성·현실성을 다투는 자료 확보 — 담보물의 실제 가치, 후순위 여부, 상대방의 채무 이행 여부, 거래가 유통·실행 단계까지 나아갔는지 등을 정리합니다. 어음이 유통되지 않은 사안에서 위험이 부정된 것처럼, 아직 외부에 실행되지 않은 내부적 조치에 불과하다면 이 점을 적극적으로 주장합니다.

  • 상당하고 합리적인 조치를 취했다는 사실 입증 — 신용조사 자료, 담보 평가서, 이사회·내부결재 기록, 채권회수 조치 이력 등을 확보해 두어야 합니다. 이런 조치를 거쳤다면 임무위배 자체가 부정되거나, 최소한 고의를 다툴 근거가 됩니다.

  • 손해액 산정 근거를 다투어 죄질·양형 조정 — 손해로 평가된 금액이 실제 위험의 범위와 일치하는지, 담보가치·회수가능액을 공제하면 손해액이 달라지는지를 다툽니다. 자백 사안이라도 손해액 산정에 다툼이 있다면 이를 통해 죄질과 양형을 조정할 여지가 남아 있습니다.

망설이는 사이, 시간은 불리해집니다: 위험 단계에서부터 대응해야 하는 이유

"아직 실제로 돈이 나가지 않았으니 괜찮다"는 생각으로 대응을 미루는 사이, 수사기관은 행위 당시의 재산상 위험만으로도 배임죄 성립을 검토합니다. 반대로 그 위험이 정말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수준까지 이르렀는지는 사건마다 다르게 판단되는 만큼, 초기에 사실관계와 자료를 어떻게 정리하느냐에 따라 결론이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회사 자금과 관련한 결정으로 배임 혐의를 받고 있거나, 손해가 현실화되기 전 단계에서 대응 방향을 검토하고 계시다면, 위험의 구체성부터 짚어보고 대응 순서를 정리해 보시기 바랍니다.

법률 문제는 초기 대응이 중요합니다.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김상훈 변호사에게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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