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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방위로 상대를 다치게 했어도 민사 손해배상까지 피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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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방위로 상대를 다치게 했어도 민사 손해배상까지 피할 수 있을까 

강대현 변호사

싸움을 걸어온 상대를 밀치거나 붙잡는 과정에서 상대가 다쳤을 때, 형사 절차에서 정당방위로 불기소되거나 무죄를 받았다고 안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다친 상대방이 치료비와 위자료를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걸어오면, 형사에서 이미 정당방위가 인정됐는데 왜 또 돈을 물어줘야 하냐는 의문이 생깁니다. 형법상 정당방위와 민법상 정당방위는 조문도 다르고 판단 주체도 다른, 사실상 별개의 심사입니다. 이 글에서는 형사 절차에서 정당방위가 인정된 사안이 민사 손해배상에서는 왜 다르게 흘러갈 수 있는지, 그리고 실제로 배상책임을 면하거나 줄이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정리합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정당방위, 형사와 민사는 서로 다른 법정에서 다른 잣대로 판단한다

형법 제21조 제1항은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위하기 위한 행위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정합니다. 반면 민법 제761조 제1항은 "타인의 불법행위에 대하여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방위하기 위하여 부득이한 행위를 한 자는 손해배상의 책임이 없다. 그러나 피해자는 불법행위자에 대하여 손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표현은 다르지만 실무에서는 두 조문 모두 현재의 부당한 침해, 방위하려는 의사, 방위행위가 상당한 정도를 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상 같은 뼈대로 심사됩니다.

문제는 이 심사를 하는 주체와 절차가 완전히 별개라는 점입니다. 형사에서는 검사가 불기소처분을 내리거나 법원이 무죄판결을 선고하지만, 이는 국가가 형벌권을 행사할지를 판단한 결과일 뿐입니다. 민사법원은 이와 무관하게 원고와 피고 사이에서 손해를 누가 얼마나 부담하는 것이 공평한지를 처음부터 다시 심리합니다. 검찰의 불기소이유서나 형사판결문은 민사소송에서 유력한 참고자료가 되지만, 민사법원을 법적으로 구속하지는 않습니다. 형사에서 정당방위가 인정됐다는 사실만으로 민사소송에서 저절로 승소하는 것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형사 불기소·무죄는 국가형벌권 행사 여부에 대한 판단이고, 민사 손해배상은 당사자 사이 손해의 공평한 분담에 대한 별개의 판단이다.

민법상 정당방위가 성립하려면 — 관건은 상당성

민사에서 손해배상책임을 면하려면 세 가지 요건을 모두 갖췄다고 인정받아야 합니다. 첫째는 현재의 부당한 침해로, 이미 끝난 공격에 대한 뒤늦은 보복이나 앞으로 있을지 모를 침해를 미리 막는 행위는 정당방위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둘째는 방위의사로, 오로지 자신이나 제3자의 법익을 지키기 위한 행위여야 하고 화가 나서 되받아친 것이라면 방위의사가 부정될 수 있습니다. 셋째가 가장 자주 다투어지는 상당성으로, 침해의 방법과 정도에 견주어 방위행위가 사회통념상 필요한 최소한도를 넘지 않았는지를 봅니다.

  • 현재의 부당한 침해 — 진행 중인 공격이어야 하며 종료된 공격에 대한 보복은 제외.

  • 방위의사 — 자기 또는 제3자의 법익을 지키려는 목적이어야 함.

  • 상당성 — 침해의 강도·수단과 방위행위 사이에 균형이 있어야 함.

상당성을 판단할 때 법원은 침해자가 흉기 등 위험한 물건을 사용했는지, 침해자와 방위자의 체격 차이, 다른 곳으로 피하거나 소리쳐 도움을 요청하는 등 덜 위험한 대응 수단이 있었는지, 방위행위가 침해를 진압하는 데 필요한 정도를 넘어 지나치게 계속됐는지를 종합적으로 살핍니다. 단순히 상대가 먼저 시비를 걸었다는 사정만으로 이후의 모든 유형력 행사가 정당화되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어 상대가 멱살을 잡고 흔들며 다가오는 것을 뿌리치기 위해 한 번 밀친 정도라면 상당성 범위 안에 있다고 평가되기 쉽지만, 상대가 이미 바닥에 넘어져 저항할 힘을 잃은 뒤에도 몸 위에 올라타 계속 주먹을 휘둘렀다면 그 시점부터는 침해를 막는 데 필요한 범위를 넘어선 것으로 평가될 가능성이 큽니다. 방위행위는 침해가 진행되는 동안에만 정당화되고, 침해가 사실상 종료된 뒤의 행위는 별개로 심사된다는 점이 실무에서 자주 간과됩니다.

서로 주먹을 주고받았다면 정당방위 주장이 쉽지 않은 이유

실무에서 가장 흔한 오해가 여기서 나옵니다. "상대가 먼저 때렸으니 나는 정당방위"라는 주장은 언뜻 타당해 보이지만, 서로 몸싸움을 주고받은 쌍방폭행 상황에서는 각자의 가해행위가 방위행위인 동시에 상대에 대한 공격행위의 성격을 함께 가지는 경우가 많아 정당방위로 인정되기 어렵다는 것이 법원의 일관된 태도입니다. 두 사람 모두 화가 난 상태에서 손을 뻗은 것이라면, 어느 한쪽의 행위만 떼어 내 방위행위였다고 평가하기가 구조적으로 어렵기 때문입니다.

다만 처음부터 끝까지 한쪽만 일방적으로 공격하고 상대방은 그 공격을 막거나 벗어나기 위한 최소한의 유형력만 행사했다는 사실이 명확히 증명되면 결론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때 결정적인 것은 최초로 유형력을 행사한 사람이 누구인지, 그리고 이후의 대응이 그 침해를 막는 데 필요한 범위 안에 머물렀는지입니다. CCTV·블랙박스 영상이나 목격자의 진술이 없으면 법원은 서로 다친 정도, 상해 부위, 사건 직후의 진술 등 정황증거로 이를 재구성할 수밖에 없어 결과를 예측하기가 어려워집니다. 실무에서는 시비가 붙은 초기 몇 초의 영상이 없어 누가 먼저 손을 댔는지를 특정하지 못한 채, 결국 양측 모두 배상책임을 나눠 지는 조정으로 마무리되는 경우도 드물지 않습니다.

과잉방위였다면 — 형사 감경과 민사 책임은 따로 움직인다

방위행위가 상당한 정도를 넘어선 경우를 과잉방위라 합니다. 형법 제21조 제2항은 이때 정황에 따라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도록 하고, 같은 조 제3항은 야간이나 그 밖의 불안한 상태에서 공포·경악·흥분·당황으로 그리된 경우에는 아예 벌하지 않도록 정합니다. 이 조항 덕분에 실제로 형사 처벌을 면하거나 가볍게 끝나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 조항들은 형사책임을 줄이거나 없애 주는 규정일 뿐, 민사상 위법성 자체를 없애는 규정이 아닙니다. 상당성을 넘은 방위행위는 민법상으로는 여전히 위법한 행위로 평가되어 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 요건을 충족하고, 원칙적으로 손해배상책임이 발생합니다. 즉 형사재판에서 과잉방위를 이유로 벌금이나 집행유예조차 없이 끝났다고 해서, 민사에서까지 손해배상책임이 자동으로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형사와 민사의 결론이 갈리는 지점이 바로 여기입니다.

손해배상액이 줄어드는 구조 — 과실상계

과잉방위로 배상책임 자체는 인정되더라도, 애초에 상대방이 먼저 부당한 침해를 가했다는 사정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이 사정은 손해배상액을 정할 때 상대방, 즉 피해자 측의 과실로 참작됩니다. 민법 제396조의 과실상계 규정은 제763조에 의해 불법행위에도 그대로 준용되므로, 법원은 침해행위의 선후관계와 정도, 방위행위와의 균형이 어느 정도 어긋났는지를 따져 배상액을 상당 부분 낮출 수 있습니다.

과실상계 비율에 정해진 기준은 없고 사건마다 다르게 판단되지만, 상대방의 선제 침해가 명백하고 방위행위의 초과 정도가 크지 않을수록 상대방의 과실 비중이 높게 인정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대로 방위행위가 애초의 침해와 균형을 크게 벗어나 사실상 별개의 보복에 가까웠다고 평가되면, 과실상계로 줄어드는 폭도 그만큼 작아집니다. 결국 배상액의 크기는 상당성을 얼마나 넘었는지, 그 계기가 된 상대의 침해가 얼마나 명백했는지에 따라 갈립니다.

과잉방위는 형사책임을 줄여 줄 뿐 민사상 위법성을 없애지 않는다 — 다만 상대의 선제 침해는 과실상계를 통해 배상액을 낮추는 사유가 된다.

민사소송에서 정당방위를 입증하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형사 사건기록은 민사소송의 출발점은 될 수 있어도 그 자체로 승소를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별도로 아래 자료를 정리해 제출할 필요가 있습니다.

  • 사건 현장 CCTV·블랙박스 영상 — 최초 유형력 행사자와 대응 과정을 시간순으로 보여줌.

  • 목격자 진술서 또는 사실확인서 — 제3자 시각에서 본 사건 경위.

  • 112 신고 녹취록, 출동 경찰관의 현장 진술·수사보고서.

  • 양측 진단서 — 상해 부위와 정도를 비교해 누가 더 크게 다쳤는지 객관적으로 보여줌.

  • 최초 공격 시점을 특정할 수 있는 자료(다툼 직전 문자메시지·통화 녹음 등).

불송치결정서·불기소이유서·형사판결문은 민사소송에 함께 제출하면 법원의 심증 형성에 도움이 되지만, 그 문서에 적힌 결론을 그대로 인용해 달라고 요구할 수는 없습니다. 결국 민사에서는 위 자료를 근거로 상당성·방위의사를 다시 주장·증명해야 승산이 생깁니다.

정당방위가 인정돼도 배상책임이 남는 경우

정당방위 자체가 인정되더라도 배상책임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지점들이 있습니다. 상대의 공격을 막아 제압한 이후에도 계속 유형력을 행사해 추가 상해를 입힌 부분이 있다면, 그 초과 부분만큼은 상당성 범위 밖으로 평가돼 별도로 배상책임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방위행위 전체가 아니라 단계별로 상당성을 따로 심사받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또한 방위 과정에서 침해자 본인이 아닌 제3자, 예컨대 주변에서 말리던 사람이나 지나가던 행인에게 피해를 입힌 경우는 민법 제761조 제1항의 정당방위가 아니라 긴급피난이나 일반 불법행위 법리로 별도 판단됩니다. 침해자에 대한 방위행위가 정당했는지와, 그 과정에서 제3자가 입은 손해를 누가 배상할지는 서로 다른 문제로 다뤄진다는 점을 함께 기억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치료비·위자료 외에 상대방이 휴업손해나 향후 치료비까지 함께 청구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 부분 역시 상당성이 인정되는 범위 안의 방위행위로 발생한 손해라면 배상책임에서 제외될 수 있지만, 초과 부분과 관련된 손해는 별도로 인과관계를 다퉈야 합니다. 손해 항목별로 상당성 범위 안인지 밖인지를 구분해 대응하는 것이 배상액을 최소화하는 실무 요령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형사에서 정당방위로 불기소됐는데 민사에서도 그대로 인정되나요?

A. 아닙니다. 형사와 민사는 판단 주체와 절차가 별개여서, 불기소처분이나 무죄판결은 민사법원에 참고자료가 될 뿐 그대로 구속력을 갖지 않습니다. 민사에서는 상당성·방위의사를 별도로 다시 주장·증명해야 합니다.

Q. 과잉방위로 형이 감경됐다면 민사 손해배상도 함께 줄어드나요?

A. 과잉방위 규정은 형사책임을 줄이거나 면제하는 사유일 뿐 민사상 위법성을 없애지는 않아, 원칙적으로는 배상책임이 발생합니다. 다만 상대방의 선제 침해 정도는 과실상계를 통해 배상액을 낮추는 요소로 반영될 수 있습니다.

Q. 서로 몸싸움을 벌인 쌍방폭행 상황에서도 정당방위 주장이 가능한가요?

A. 원칙적으로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서로 공격 의사를 갖고 주고받은 행위는 방위행위인 동시에 공격행위의 성격을 가지기 때문입니다. 다만 상대의 일방적 공격에 최소한으로만 대응했다는 사실이 명확히 증명되면 다르게 평가될 수 있습니다.

Q. 정당방위 관련 민사소송에서 가장 중요한 증거는 무엇인가요?

A. CCTV·블랙박스 영상과 목격자 진술처럼 최초 공격자와 대응 과정을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자료가 핵심입니다. 양측의 진단서로 상해 정도를 비교하는 것도 상당성 판단에 큰 영향을 줍니다.

Q. 형사 불기소이유서를 민사소송에 제출하면 그대로 인정받을 수 있나요?

A. 유력한 참고자료로 쓰이지만 법원을 구속하지는 않습니다. 불기소이유서에 담긴 사실관계와 판단 근거를 별도의 증거로 다시 뒷받침해야 민사에서도 같은 결론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Q. 과실상계로 배상액이 어느 정도까지 줄어들 수 있나요?

A. 정해진 비율은 없고 사건마다 다릅니다. 상대의 선제 침해가 명백할수록, 방위행위의 초과 정도가 크지 않을수록 상대방의 과실 비중이 높게 인정되는 경향이 있을 뿐, 구체적 수치는 법원이 제반 사정을 종합해 재량으로 정합니다.

맺음말

형사에서 정당방위가 인정됐다는 사실은 민사소송의 유리한 출발점이 될 수는 있어도 그 자체로 결론을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형법과 민법의 정당방위 요건이 비슷해 보여도 판단 주체와 절차가 다른 이상, 민사에서는 현재의 부당한 침해와 방위의사, 그리고 상당성을 다시 별도로 증명해야 합니다. 과잉방위로 형사처벌을 면했더라도 민사 배상책임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 다만 상대의 선제 침해는 과실상계로 배상액을 낮추는 사유가 된다는 점을 함께 기억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결국 관건은 사건 초기에 누가 먼저 침해를 가했고 방위행위가 그 범위 안에 머물렀는지를 뒷받침할 자료를 얼마나 잘 확보해 두느냐입니다. 형사 절차가 끝났다고 자료를 정리하지 않고 넘어가면, 뒤늦게 민사소송을 통보받았을 때 정작 필요한 증거가 사라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원과 경기남부 지역에서 이런 사안을 다루다 보면, 형사에서는 무혐의를 받고도 정작 민사 대응을 준비하지 못해 곤란을 겪는 분들을 자주 보게 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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