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랜덤채팅 애플리케이션을 매개로 한 수사가 늘면서, 대화를 나눈 상대가 사실은 신분을 밝히지 않은 경찰관이었다는 사실이 조사 단계에 이르러서야 드러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의뢰인들 중 상당수는 “경찰이 먼저 말을 걸었으니 함정수사 아니냐”, “상대가 나이나 신분을 속였으니 나는 책임이 없다”는 생각으로 조사에 응합니다. 그런데 막상 변호인 조력 없이 진술을 마치고 나면, 수사기관이 신분을 밝히지 않고 대화에 응했다는 사정만으로는 무효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답을 듣고 당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함정수사의 위법성을 ‘범의를 새로 만들어낸 것’과 ‘이미 있던 범의에 기회만 제공한 것’으로 엄격히 구분해 판단하고 있고, 랜덤채팅 위장수사 역시 이 틀 안에서 판단됩니다.
아래에서는 함정수사로 인한 공소기각이 실제로 어떤 경우에 인정되는지, 랜덤채팅 위장수사에서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함정수사가 위법하다고 인정되면 유·무죄가 아니라 재판 절차 자체가 끝납니다
위법한 함정수사는 무죄가 아니라 공소기각으로 사건이 종결되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형사소송법 제327조 제2호는 공소제기의 절차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하여 무효인 때에는 법원이 판결로 공소기각을 선고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위법한 함정수사에 기한 공소제기가 바로 여기 해당한다는 것이 확립된 판례 법리입니다.
이는 무죄 판결과 다릅니다. 무죄 판결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로 범죄사실이 있는지를 법원이 실체적으로 판단한 결과인 반면, 공소기각은 그 실체 판단 자체를 하지 않고 절차적 하자만을 이유로 재판을 끝내는 것입니다. 실무에서 “함정수사로 무효”라는 표현을 쓰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다만 이 결론에 이르려면 먼저 ‘위법한’ 함정수사라는 점이 인정돼야 합니다. 수사기관이 신분을 밝히지 않고 랜덤채팅에 접근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이 요건을 충족하는 것은 아니며, 무엇을 기준으로 위법 여부를 가르는지가 실제 쟁점입니다.
함정수사가 위법하다고 인정되면 유·무죄를 따지기 전에 형사소송법 제327조 제2호에 따라 공소기각으로 절차가 끝납니다.
2. 법원은 함정수사를 ‘범의를 만든 것’과 ‘기회만 준 것’으로 나눠 판단합니다
범의유발형인지 기회제공형인지가 무효 주장의 성패를 가릅니다.
대법원은 본래 범의를 가지지 않은 사람에게 수사기관이 사술이나 계략을 써서 범의를 유발시켜 범죄인을 검거하는 경우는 위법한 함정수사에 해당하지만, 이미 범의를 가진 사람에게 단순히 범행의 기회만 제공한 경우는 위법한 함정수사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본래 범의를 가지지 아니한 자에 대하여 수사기관이 사술이나 계략 등을 써서 범의를 유발케 하여 범죄인을 검거하는 함정수사는 위법함을 면할 수 없으나, 범의를 가진 자에 대하여 단순히 범행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에 불과한 경우에는 위법한 함정수사라고 단정할 수 없다(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7도1903 판결).
법원은 이 구분을 위해 누가 먼저 구체적인 제안을 했는지, 금전이나 이익을 먼저 제시했는지, 상대가 주저하거나 거부 의사를 밝혔음에도 반복적으로 종용했는지, 대화 전체의 흐름과 피고인의 태도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범의가 애초에 어느 쪽에서 형성됐는지를 판단합니다.
경찰이 먼저 대화를 시작했다는 사실만으로는 범의유발형으로 인정되지 않고, 구체적 행위를 누가 먼저 제안·종용했는지가 핵심입니다.
3. 랜덤채팅에서 상대가 경찰이었다는 사실만으로 자동으로 무효가 되지는 않습니다
실무에서는 랜덤채팅 위장수사 대부분이 기회제공형으로 판단됩니다.
랜덤채팅에서는 이용자가 먼저 성적인 대화를 시도하거나, 미성년자로 표시된 상대에게 먼저 부적절한 메시지나 사진을 보내는 등 스스로 범행을 개시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수사기관이 신분을 밝히지 않고 대화에 응하거나 대화를 이어간 정도라면, 범의를 유발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실무 경향입니다.
다만 예외도 있습니다. 경찰이 먼저 접근해 반복적으로 성적인 대화나 만남을 유도하거나, 상대가 주저하거나 거부 의사를 밝혔는데도 계속 요구해 결국 응하게 만든 정황이 대화 기록에 남아 있다면, 범의유발형으로 다퉈볼 여지가 있습니다. 이 경우 최초 발화자가 누구인지, 대화의 시간 간격과 전개 순서가 어떻게 되는지가 핵심 증거가 됩니다.
특히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성범죄에 대해서는 국가가 수사기관이 신분을 밝히지 않거나 위장한 상태로 접근해 수사하는 방식 자체를 법률상 예외적으로 허용해 온 흐름도 있어, 상대가 위장 경찰이었다는 사정 하나만으로 곧바로 위법 판단으로 이어지지 않는 경향이 더 강해지고 있습니다.
랜덤채팅에서 신분을 밝히지 않은 경찰과 대화했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고, 누가 먼저 구체적 행위를 유도했는지가 실제 쟁점입니다.
4. 무효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아도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는 별도로 다툴 수 있습니다
공소기각과 증거능력 다툼은 서로 다른 방어선입니다.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는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함정수사 자체가 공소기각에 이를 정도로 위법하지 않더라도, 그 과정에서 절차를 지키지 않고 확보한 대화 내용이나 사진·파일, 강요에 가깝게 얻어낸 진술 등은 이 조항을 근거로 증거능력을 별도로 다툴 수 있습니다.
공소기각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더라도, 증거 수집 과정의 절차적 하자를 지적해 핵심 증거가 배제되면 결과적으로 유죄 인정에 필요한 증거가 부족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공소기각과 증거능력 다툼, 이 두 방어선을 함께 준비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공소기각 주장과 별개로,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는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에 따라 증거능력을 다툴 수 있습니다.
5. 조사 통보를 받았다면 이 순서로 자료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고소·인지부터 재판까지, 초기 대응이 결과를 좌우합니다.
랜덤채팅 관련 사건은 통상 ①경찰의 인지수사 또는 신고·고발 접수 → ②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출석 조사 → ③검찰(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함정수사 무효나 증거능력 다툼은 늦어도 검찰 송치 전 단계부터 준비해야 실효성이 있습니다.
조사를 앞두고 있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정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대화 앱에 남아 있는 전체 대화 내용을 처음 발화 시점부터 순서대로 캡처해 확보합니다.
누가 먼저 구체적인 제안이나 요구를 했는지, 거부·주저 의사가 표시된 지점이 있는지 시간순으로 정리합니다.
조사 과정에서 영장 없이 자료 제공을 요구받거나 진술을 강요받은 정황이 있었는지 기록해 둡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함정수사·디지털 성범죄 사건 경험이 있는 변호사와 함께 공소기각과 증거능력 다툼을 함께 검토한다면, 실질적인 방어 전략을 세울 수 있습니다.
마치며
랜덤채팅에서 시작된 사건은 “그날 그 대화만 아니었다면”이라는 생각 때문에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함정수사를 의심하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피의자 입장에서는 감정적인 항변보다, 대화가 어디서부터 시작됐고 누가 먼저 구체적 행위를 제안했는지를 시간순으로 객관적으로 정리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반대로 실제 피해를 입은 미성년자와 그 가족 입장에서도, 위장수사를 통해 확보한 증거가 절차를 제대로 지켰는지에 따라 처벌의 실효성이 달라지므로 결코 가벼이 볼 문제가 아닙니다.
저는 온라인 대화로 시작된 디지털 성범죄 사건에서 함정수사를 다투는 피의자 쪽과, 반대로 피해 사실을 입증해야 하는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대화 기록 한 줄이 사건의 결론을 뒤바꾸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조사를 앞두고 있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대화의 시작점이 어디였는지가 결론을 가르는 지금,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경찰이 먼저 랜덤채팅에서 말을 걸었으면 무조건 함정수사 아닌가요?
A. 아닙니다. 대법원은 이미 범의를 가진 사람에게 단순히 범행 기회만 제공한 경우는 위법한 함정수사로 보지 않습니다. 누가 먼저 구체적인 행위를 제안·종용했는지가 핵심입니다.
Q. 상대가 나이나 신분을 속였는데도 처벌받을 수 있나요?
A. 상황에 따라 다릅니다. 온라인상 신분·나이를 확인하기 어려웠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책임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며, 대화 과정에서 어떤 정황이 있었는지가 함께 판단됩니다.
Q. 함정수사로 공소기각되면 전과가 남나요?
A. 공소기각 판결은 유·무죄를 판단하지 않고 절차를 종결하는 것이므로, 유죄 판결에 따른 전과는 남지 않습니다. 다만 수사 개시·입건 이력 자체는 별개로 남을 수 있습니다.
Q. 조사 과정에서 영장 없이 대화 내용을 확보했다면 증거로 못 쓰나요?
A. 절차를 지키지 않고 수집한 증거는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에 따라 증거능력이 배제될 수 있습니다. 다만 예외가 인정되는 경우도 있어 구체적인 수집 경위를 따져봐야 합니다.
Q. 함정수사 무효 주장과 증거능력 다툼, 둘 다 준비해야 하나요?
A. 함께 준비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공소기각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더라도, 증거 수집 절차의 하자를 지적해 핵심 증거가 배제되면 유죄 인정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Q. 경찰 조사 통보를 받았는데 변호사는 언제 선임해야 하나요?
A. 첫 조사 전이 가장 좋습니다. 대화의 시작점과 흐름을 어떻게 정리해 제출하느냐가 함정수사 판단에 직접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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