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랜덤채팅 앱이나 SNS를 통해 만난 상대방과 성적인 관계를 가진 뒤, 상대방이 미성년자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형사 입건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의뢰인들 중 상당수는 “프로필에 성인이라고 써 있었다”, “나이를 물어봤더니 스물두 살이라고 답했다”는 이유로 별문제 없을 거라 생각했던 경우입니다. 그런데 막상 수사가 시작되면 “나는 몰랐다”는 진술만으로는 조사 단계에서부터 받아들여지지 않고, 오히려 왜 확인하지 않았는지를 추궁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에서 나이에 대한 인식 여부를 확정적 인식뿐 아니라 미필적 인식까지 폭넓게 인정하는 기준을 일관되게 적용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몰랐다”는 항변이 실제로 받아들여지는 사례는 갈수록 드물어지고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미성년자인지 몰랐다는 주장이 형사재판에서 어떤 요건 아래 인정될 수 있는지, 그리고 법원이 실제로 무엇을 근거로 인식 여부를 판단하는지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몰랐다는 주장은 이론상 통할 수 있지만 실무에서 인정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형법은 고의범을 원칙으로 하지만, 미필적 고의 법리가 그 문턱을 크게 낮춰 놓았습니다.
형법 제13조는 “죄의 성립요소인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미성년자의제강간이나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에서 상대방이 미성년자라는 사실은 죄의 성립요소이므로, 이 조문만 놓고 보면 정말로 몰랐다면 처벌하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문제는 ‘몰랐다’는 것을 어떤 기준으로 인정하느냐입니다. 형사법상 고의는 확정적 인식만을 요구하지 않고, 결과 발생 가능성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용인했다면 미필적 고의로도 충분히 인정됩니다. 즉 ‘상대방이 미성년자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상관없다고 여기고 관계를 계속했다면’ 그것만으로 고의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 수사기관과 법원은 피고인의 진술(“몰랐다”)에 의존하지 않고, 그 진술이 나오기까지의 정황 전체를 살핍니다. 외모, 대화 내용, 만남 경위, 앱의 성격, 나이를 확인하려는 시도의 유무 등을 종합해 ‘일반인이라면 이 상황에서 미성년자일 가능성을 의심하지 않았을지’를 기준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단순한 부인만으로는 이 기준을 넘기 어렵습니다.
몰랐다는 주장은 형법상 이론적으로 가능하지만, 미필적 고의 법리로 인해 실무에서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2. 상대방의 나이에 따라 적용되는 법과 형량이 크게 달라집니다
13세 미만인지, 13세 이상 16세 미만인지, 16세 이상 19세 미만인지에 따라 적용 조문이 갈립니다.
형법 제305조 제1항은 13세 미만인 사람에 대해 간음 또는 추행을 한 경우 나이나 동의 여부와 무관하게 강간·강제추행죄의 예에 따라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2020년 신설된 같은 조 제2항은 13세 이상 16세 미만인 사람에 대해 19세 이상인 사람이 간음 또는 추행을 한 경우도 같은 예에 따라 처벌하도록 범위를 넓혔습니다.
16세 이상 19세 미만인 아동·청소년의 경우에는 형법이 아니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 적용됩니다. 같은 법 제7조 제1항은 폭행 또는 협박으로 아동·청소년을 강간한 경우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제3항은 강제추행에 해당하는 경우 2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1천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해, 형법상 일반 성범죄보다 형이 훨씬 무겁습니다.
고의를 어떻게 판단하는지는 다음 대법원 판례가 정의한 기준이 그대로 적용됩니다.
범죄구성요건의 주관적 요소로서 미필적 고의라 함은 범죄사실의 발생 가능성을 불확실한 것으로 표상하면서 이를 용인하고 있는 경우를 말하고,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하려면 범죄사실의 발생 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있음은 물론 나아가 범죄사실이 발생할 위험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어야 한다(대법원 2004. 5. 14. 선고 2004도74 판결).
이 기준을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에 대입하면, ‘상대방이 미성년자일 가능성을 인식하면서도 개의치 않고 관계를 계속했는지’가 핵심 쟁점이 됩니다. 확정적으로 나이를 알았는지가 아니라, 의심할 만한 정황을 무시했는지가 판단의 축이 되는 것입니다.
상대방이 13세 미만인지, 13~16세인지, 16~19세인지에 따라 적용 법조와 형량이 완전히 달라지므로, 정확한 나이 구간을 먼저 확인하는 것이 방어 전략의 출발점입니다.
3. 법원은 진술이 아니라 정황 증거로 인식 여부를 추론합니다
외모·대화 내용·만남 경위 등 객관적 자료가 진술보다 훨씬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몰랐다’는 항변의 성패는 대부분 정황 증거에서 갈립니다. 법원이 실제로 살피는 자료는 상대방의 외모나 옷차림(교복·생활복 착용 여부 포함), 대화 중에 학교·학년·급식·야자 등 학생 신분을 짐작케 하는 표현이 있었는지, 어떤 경로(채팅 앱·SNS)로 만났는지, 그 앱이나 서비스가 미성년자 이용이 흔하다고 알려져 있는지 등입니다.
나이를 확인하려는 적극적인 시도가 있었는지도 중요한 변수입니다. 단순히 상대방이 스스로 밝힌 나이를 그대로 믿었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고, 신분증 등 객관적 자료로 확인하려 했는지, 확인이 어려운 상황이었다면 관계를 미루거나 중단했는지가 함께 평가됩니다. 반대로 금전이나 선물을 제공하며 만남을 서둘렀거나, 상대방이 나이를 묻는 것 자체를 회피했는데도 그대로 관계를 진행했다면 불리한 정황으로 작용합니다.
이러한 정황들은 개별적으로가 아니라 전체적으로 평가됩니다. 한두 가지 유리한 사정이 있다고 해서 곧바로 무혐의나 무죄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만남부터 관계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나이를 의심할 만한 사정을 얼마나 무시했는지가 종합적으로 판단됩니다.
‘몰랐다’는 말 자체보다, 그 말을 뒷받침할 구체적인 정황 자료가 있는지가 인정 여부를 좌우합니다.
4. 상대방이 나이를 속였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무죄가 되지는 않습니다
적극적인 기망이 있었더라도 의심할 만한 다른 정황이 있었다면 미필적 고의는 여전히 인정될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 자주 나오는 주장 중 하나가 “상대방이 먼저 성인이라고 속였다”는 것입니다. 상대방이 실제로 나이를 속인 사정은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황이지만, 그것만으로 자동으로 고의가 부정되지는 않습니다. 법원은 그 거짓말을 그대로 믿을 만한 상황이었는지를 별도로 따집니다.
예를 들어 나이를 속였더라도 실제 외모나 언행에서 미성년자임을 짐작할 만한 사정이 뚜렷했다면, 거짓 진술을 믿었다는 사정만으로 미필적 고의가 부정되기는 어렵습니다. 반대로 외모·언행·소지품 등 어느 모로 보나 성인으로 볼 수밖에 없었고, 신분 확인을 위한 합리적인 노력까지 기울였는데도 속았다면 고의가 부정될 여지가 상대적으로 커집니다.
형량을 정하는 단계에서는 나이에 대한 인식 정도 외에도 범행이 반복되었는지, 대가로 금품이 오갔는지, 성착취물 촬영·유포 등 다른 범죄가 결부됐는지가 함께 고려됩니다. 특히 대가를 매개로 한 관계는 아동·청소년의 성을 사는 행위 등 별도 조항이 적용되어 처벌 수위가 한층 높아질 수 있습니다.
5. 고소·수사부터 재판까지, 나이 인식 여부를 다투는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수사 초기에 확보한 자료가 인식 여부를 다투는 전체 국면을 좌우합니다.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의혹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고소 접수 또는 인지수사 → ②피의자·피해자 조사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되면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죄명과 행위 태양에 따라 구속 수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나이를 몰랐다는 주장을 하려는 입장이든, 반대로 그 주장의 진위를 다투는 입장이든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상대방과 처음 대화를 나눈 시점부터의 전체 대화 기록(채팅·문자·통화 여부)을 삭제하지 않고 그대로 확보합니다.
만남 경위, 사용한 앱이나 서비스, 상대방이 밝힌 프로필·나이·직업 등의 정보를 시간 순서대로 정리합니다.
나이를 확인하기 위해 실제로 취한 조치(신분증 확인 요청, 앱 자체의 성인인증 절차 등)와 그 결과를 구체적으로 정리합니다.
이렇게 정리된 자료를 바탕으로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사건에 전문성 있는 변호사의 조력을 받는다면, 수사 초기 단계부터 나이 인식 여부에 관한 방어 논리를 구체적으로 세울 수 있습니다.
마치며
미성년자인지 몰랐다는 문제는 “정말 몰랐는데 왜 안 믿어주냐”는 억울함 때문에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말로 인식하지 못한 채 수사를 받는 입장에서는 감정적인 항변보다, 당시 상황에서 나이를 의심하기 어려웠던 구체적인 정황을 자료로 정리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반대로 미성년자임을 알면서도 몰랐다고 발뺌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 경우에는 대화 기록이나 정황 증거만으로도 인식 여부가 뒤집히는 경우가 많아 방어 전략을 신중하게 세워야 합니다.
저는 나이 인식 여부를 다투는 피의자 측 사건과, 그 주장의 진위를 다투는 피해자 측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초기에 어떤 자료를 남기고 정리하느냐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몰랐다는 주장이 통하는지 여부는 초기 정황 정리에서 이미 상당 부분 결정됩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채팅 앱에서 성인인증을 거친 사람과 관계했는데도 처벌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앱의 성인인증 절차를 통과했다는 사정만으로 나이 확인 의무를 다했다고 보지 않는 경우가 많고, 실제 대화나 만남 과정에서 의심할 정황이 있었다면 미필적 고의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Q. 상대방이 먼저 나이를 속였다면 무죄를 받을 수 있나요?
A. 무죄를 받을 가능성이 있지만 자동으로 인정되지는 않습니다. 거짓말을 믿을 만한 다른 정황(외모·언행·확인 노력)이 함께 있었는지가 관건입니다.
Q. 13세 미만과 13세 이상 16세 미만은 처벌이 어떻게 다른가요?
A. 13세 미만은 형법 제305조 제1항이, 13세 이상 16세 미만은 19세 이상 행위자에 한해 같은 조 제2항이 적용되며, 둘 다 강간·강제추행죄의 예에 따라 처벌됩니다. 다만 나이 구간에 대한 인식 여부는 각각 별도로 다투어질 수 있습니다.
Q. 몰랐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려면 어떤 자료가 필요한가요?
A. 대화 기록 전체, 만남 경위, 나이를 확인하기 위해 실제로 취한 조치(신분증 확인 요청 등)를 시간 순서대로 정리한 자료가 필요합니다. 진술만으로는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Q. 합의하면 처벌을 피할 수 있나요?
A. 미성년자의제강간이나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는 동의 여부와 무관하게 성립하므로, 합의했다는 사정만으로 처벌을 피할 수 없습니다. 다만 합의·반성 등은 양형에서 참작될 수 있습니다.
Q. 경찰 조사 통보를 받았는데 변호사는 언제 선임해야 하나요?
A. 첫 조사 전이 가장 좋습니다. 초기 진술에서 나이 인식 여부에 관한 방향이 정해지는 경우가 많고, 구속 수사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준비 없이 조사에 응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Q. 미필적 고의로 유죄가 인정되면 형량도 가벼워지나요?
A. 확정적 고의보다 정상 참작의 여지가 있을 수는 있지만, 법정형 자체는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실제 형량은 나이 구간, 반복성, 대가 제공 여부 등을 종합해 정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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