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유예 취소 사유와 절차 — 남은 형은 어떻게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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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행유예 취소 사유와 절차 — 남은 형은 어떻게 되나 

전우석 변호사

집행유예 취소 청구가 들어왔다는 통지를 받으면 머릿속이 하얘집니다. 유예해 둔 형이 그대로 집행되는 것인지, 지금 무엇을 할 수 있는지가 급한데 안내는 대개 짧은 한 장뿐입니다. 그런데 취소는 요건이 정해져 있고, 법원의 결정으로만 이루어지며, 당사자가 의견을 낼 기회와 불복 방법이 법에 마련되어 있습니다.

실효와 취소는 이름이 비슷해도 서로 다른 제도입니다. 실효는 유예기간 중에 고의로 범한 죄로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아 그 판결이 확정되면 별도의 절차 없이 집행유예가 효력을 잃는 경우입니다(형법 제63조). 반면 취소는 법원이 검사의 청구를 받아 결정으로 유예를 거두는 절차입니다. 새 사건이 벌금형으로 끝났다면 실효는 문제 되지 않고, 취소 사유도 따로 갖추어져야 합니다.

취소 사유는 두 갈래입니다. 하나는 집행유예를 선고할 당시 이미 결격사유가 있었는데 그 사실이 나중에 발각된 경우인데(형법 제64조 제1항), 판례는 이 사유를 좁게 봅니다. 집행유예 판결이 확정된 뒤에 비로소 드러난 경우만 해당하고, 확정 전에 이미 드러났다면 취소를 청구할 수 없습니다(대법원 83모58 결정). 더 나아가 검사가 실제로 몰랐더라도 조회 자료 등으로 당연히 알 수 있었는데 부주의로 알지 못한 경우까지 '확정 전 발각'에 포함된다는 것이 판례입니다(대법원 2001모135 결정).

다른 하나는 보호관찰이나 사회봉사, 수강을 명받은 사람이 준수사항이나 명령을 위반한 경우인데, 조문은 위반만으로 곧바로 취소되도록 정해 두지 않았습니다. 위반의 정도가 무거운 때에 취소할 수 있다고만 규정되어 있습니다(같은 조 제2항). 헌법재판소는 이를 취소할 정도로 중대하고 심각한 위반을 뜻한다고 보면서, 위반의 경위와 동기, 불이행의 정도, 정당한 사유의 유무, 재사회화 가능성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고 정리했습니다(헌법재판소 2012헌바345 결정).

실제 결정들을 놓고 보면 경계가 뚜렷합니다. 신고를 하지 않고 소환에 응하지 않으며 주거 이전도 알리지 않아 감독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든 경우, 경고와 유치를 겪고도 같은 태도로 불응하면서 동종 재범까지 한 경우에는 취소가 유지되었습니다(대법원 2006모459 결정, 대법원 2010모446 결정). 반대로 늦게라도 사회봉사를 상당 시간 이행했거나, 남은 유예기간 안에 나머지를 마칠 여지가 있고 성실 이행을 다짐한 사안에서는 취소할 만큼 무겁다고 보기 어렵다며 기각된 결정들이 있습니다.

시간의 문제는 이 사건의 성패를 가릅니다. 실효나 취소 없이 유예기간이 지나면 형의 선고 자체가 효력을 잃으므로(형법 제65조), 그 뒤에는 결격사유가 뒤늦게 드러나도 취소할 수 없습니다(대법원 98모151 결정). 준수사항 위반을 이유로 한 취소에도 같은 법리가 적용되고, 즉시항고와 재항고에는 집행정지의 효력이 있어 상소가 진행되는 동안 유예기간이 지나가 버리면 취소청구가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것이 대법원의 확립된 태도입니다(대법원 2005모444 결정).

절차도 서면 한 장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준수사항 위반 사건은 보호관찰소장의 신청을 받아 검사가 법원에 청구하고, 법원은 본인이나 대리인의 의견을 물은 뒤 결정하며, 그 결정에는 즉시항고를 할 수 있습니다(형사소송법 제335조). 취소가 확정되면 유예됐던 본형 전부가 집행되고 이미 이행한 사회봉사나 수강 시간은 형기에 산입되지 않습니다. 통지를 받았다면 적힌 위반 사실이 실제와 맞는지 대조하고, 남은 유예기간 만료일과 그때까지 이행할 수 있는 분량을 함께 계산해 의견서를 준비하는 데서 시작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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