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유예 기간 중에 새 사건이 생긴 분들의 공포는 두 겹입니다. 새 사건으로 실형이 나올까, 그리고 유예해 둔 기존 형까지 살아나 합산되는 것 아닌가. "집유 중 재범은 무조건 구속"이라는 말이 퍼져 있지만, 실제 법의 구조는 그보다 정교하고, 어디서 갈리는지를 알면 사건의 위치를 정확히 가늠할 수 있습니다.
먼저 기존 집행유예가 무너지는 두 가지 경로를 구분해야 합니다. 첫째는 실효입니다. 유예기간 중에 고의로 범한 죄로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아 그 판결이 확정되면 집행유예는 효력을 잃고, 유예됐던 형이 그대로 집행됩니다(형법 제63조). 여기서 세 가지 요건이 모두 필요하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과실범은 해당하지 않고, 새 사건에서 벌금형이나 다시 집행유예가 선고되면 실효되지 않으며, 실형 판결의 확정까지 유예기간 안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둘째는 취소입니다. 집행유예 선고 당시 결격사유가 있었음이 나중에 발각된 경우 취소되고(형법 제64조 제1항), 보호관찰·사회봉사·수강명령의 준수사항을 무겁게 위반한 경우에도 취소될 수 있습니다(같은 조 제2항). 다만 어느 경로든 유예기간이 이미 지나 형 선고의 효력이 사라진 뒤에는 더 이상 취소할 수 없다는 것이 판례의 태도입니다(대법원 1999. 1. 12. 자 98모151 결정 취지).
그렇다면 새 사건에서 다시 집행유예를 받을 수는 있을까요. 형법 제62조 제1항 단서는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때부터 집행 종료·면제 후 3년까지의 기간에 범한 죄에는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고, 판례는 여기의 '금고 이상의 형'에 집행유예 판결도 포함된다고 봅니다. 그래서 유예기간 중의 재범에 대해 유예기간이 끝나기 전에 판결이 선고되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다시 집행유예가 불가능하고, 실제로 대법원은 그런 사안에서 재차 집행유예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기도 했습니다(대법원 2014. 1. 29. 선고 2013도13481 판결). 그런데 대법원은 이 결격사유를 "이미 집행유예가 실효·취소된 경우와, 선고 시점에 아직 유예기간이 경과하지 않은 경우"로 국한해 해석합니다(대법원 2007. 2. 8. 선고 2006도6196 판결). 뒤집어 말하면, 집행유예 기간 중에 범한 죄라도 실효·취소 없이 유예기간이 지나간 뒤에 판결이 선고되는 경우에는 법률상 다시 집행유예가 가능하다는 뜻입니다.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기존 유예기간의 만료일이 언제인지가 새 사건의 결론을 좌우하는 변수가 되는 구조이고, 실무에서 재판 진행 속도가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실제 사건 유형으로 보면, 집행유예 기간 중의 음주운전·무면허운전이 이 구조의 전형입니다. 새 사건 자체의 법정형에 재범 가중이 붙는 경우가 많고, 실형이 선고되면 기존 유예형까지 합산되어 집행되므로 체감 형량이 두 배가 됩니다. 반대로 새 사건이 벌금형으로 종결되면 기존 집행유예는 그대로 유지됩니다. 그래서 이 유형의 방어는 '집유 중 재범'이라는 낙인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새 사건을 벌금형 또는 유예기간 경과 후의 집행유예 구간으로 끌어내리는 작업이 됩니다.
준비할 것은 명확합니다. 첫째, 기존 판결문으로 유예기간 만료일과 보호관찰 등 부수 처분의 준수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준수사항 위반이 쌓여 있으면 새 사건과 별개로 취소 청구의 위험이 있습니다. 둘째, 새 사건에서의 양형 자료입니다. 피해자가 있다면 합의와 피해 회복이 가장 큰 변수이고, 음주 사건이라면 차량 처분·치료 프로그램 참여 같은 재범 방지 조치를 실행에 옮긴 기록이 실질적인 자료가 됩니다. 셋째, 구속 가능성에 대한 대비입니다. 집유 중 재범은 구속영장 심사에서 불리한 사정으로 평가되므로, 주거·직업의 안정성과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는 점을 보여줄 자료를 초기부터 정리해 두어야 합니다. 이 유형은 시간의 구조를 아는 것 자체가 방어의 절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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