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몇 년 사이 수년, 길게는 십수 년 전 있었던 일로 갑자기 성범죄 고소를 당했다며 상담을 청하시는 분들이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이런 분들 상당수는 “벌써 10년이나 지났으니 공소시효가 끝났을 것이다”라는 생각으로 별다른 대응 없이 조사에 응하려 하십니다. 그런데 실제 사건을 들여다보면, 피해자가 사건 당시 미성년자였거나 디엔에이(DNA) 증거가 남아 있는 경우처럼 “10년”이라는 숫자 하나만으로는 결론을 낼 수 없는 사정이 섞여 있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최근 법원과 특례법은 성폭력범죄의 공소시효를 단순히 범행 시점으로부터 몇 년이 지났는지가 아니라, 피해자의 나이와 증거의 종류에 따라 개별적으로 따져야 한다는 방향으로 정리되어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강간죄의 공소시효가 원칙적으로 몇 년인지, 그리고 그 기간이 늘어나거나 아예 적용되지 않는 예외적인 경우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관련 법리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강간죄의 공소시효는 원칙적으로 10년이지만 시작일 계산이 까다롭습니다
공소시효는 범행이 “끝난 날”부터 세므로, 하루 차이로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형법 제297조는 강간죄를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유기징역의 상한이 30년까지 열려 있는 죄이기 때문에, 형사소송법 제249조 제1항이 정한 공소시효 기간표에서는 “장기 10년 이상의 징역에 해당하는 범죄”에 해당해 공소시효가 10년입니다. 준강간(형법 제299조)도 강간과 같은 법정형을 준용하므로 공소시효 역시 10년으로 같습니다.
문제는 이 10년을 언제부터 세느냐입니다. 형사소송법 제252조 제1항은 “시효는 범죄행위가 종료한 때로부터 진행한다”고 정하고 있고, 실무에서는 범행이 있었던 당일은 산입하지 않고 다음 날부터 기간을 계산합니다. “10년 전 일”이라고 막연히 알고 있던 날짜가 실제로는 정확히 며칠 차이로 아직 공소시효가 남아 있는 경우도 드물지 않습니다.
여기에 더해 형사소송법 제253조는 공소시효가 정지되는 경우도 규정하고 있습니다. 같은 사건으로 이미 공소가 제기되어 재판이 진행 중이라면 그 재판이 확정될 때까지, 또는 범인이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으로 국외에 체류한 기간 동안에는 공소시효 진행이 멈춥니다. 단순히 “사건 발생일 더하기 10년”으로만 계산해서는 안 되는 이유입니다.
강간죄의 공소시효는 원칙적으로 10년이지만, 정확한 기산일과 정지 사유까지 따져보지 않으면 섣불리 “끝났다”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2. 사건 당시 피해자가 미성년자였다면 공소시효는 아직 시작조차 안 됐을 수 있습니다
미성년 피해자 사건의 공소시효는 사건 발생일이 아니라 피해자가 성년에 달한 날부터 셉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1조 제1항은 “미성년자에 대한 성폭력범죄의 공소시효는 해당 범죄로 피해를 당한 미성년자가 성년에 달한 날부터 진행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즉 피해자가 사건 당시 만 19세 미만이었다면, 공소시효는 사건 발생일이 아니라 피해자가 성년이 된 날부터 새로 계산됩니다.
예를 들어 사건 당시 피해자가 만 15세였다면, 공소시효 10년은 사건 발생일이 아니라 피해자가 만 19세가 되는 날부터 진행됩니다. 가해자 쪽에서 어림잡아 계산한 “10년 전 일”과, 특례법에 따른 실제 공소시효 만료일 사이에는 상당한 차이가 생길 수 있습니다.
이 조항은 피해자가 자신의 피해를 인지하고 신고를 결심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성범죄의 특성, 특히 미성년 피해자가 성년이 되기 전에는 고소·수사 절차를 주도적으로 밟기 어렵다는 현실을 반영한 특례입니다. 사건 당시 피해자의 나이를 확인하지 않은 채 공소시효를 계산하면 전혀 다른 결론에 이를 수 있습니다.
피해자가 사건 당시 미성년자였다면, 공소시효는 사건 발생일이 아니라 피해자가 성년에 달한 날부터 다시 계산해야 합니다.
3. 디엔에이(DNA) 등 과학적 증거가 남아 있으면 공소시효가 10년 더 늘어납니다
DNA 증거가 확보된 사건은 원칙적인 10년이 아니라 최대 20년까지 공소시효가 늘어날 수 있습니다.
성폭력처벌법 제21조 제2항은 “성폭력범죄를 저지른 사람의 디엔에이(DNA) 증거 등 그 죄를 증명할 수 있는 과학적인 증거가 있는 때에는 공소시효를 10년 연장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형사소송법상 원칙적인 공소시효가 10년인 강간죄라면, DNA 등 과학적 증거가 남아 있는 경우 공소시효는 최대 20년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실무적으로는 사건 당시 채취된 증거물의 유전자 정보가 감정 기관에 남아 있는 경우, 또는 수사기관이 미제 사건 데이터베이스를 재분석해 뒤늦게 용의자를 특정하는 경우가 이 조항의 적용을 받습니다. 사건이 오래되었다는 사정만으로 증거가 남아 있지 않다고 단정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이 연장 조항이 시행되기 전에 발생한 사건이라 하더라도, 법 시행 당시 아직 공소시효가 완성되지 않은 상태였다면 연장된 공소시효가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법리입니다. 이미 공소시효가 완성되어 처벌할 수 없게 된 사건을 사후에 다시 처벌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지만, 아직 진행 중인 공소시효를 연장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된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DNA 등 과학적 증거가 확보된 사건이라면, 공소시효는 원칙적인 10년이 아니라 최대 20년까지 늘어날 수 있습니다.
4. 피해자가 13세 미만이거나 장애가 있었다면 공소시효 자체가 적용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가장 무거운 유형의 사건은 시간의 제약 없이 언제든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성폭력처벌법 제21조 제3항은 일정한 성폭력범죄에 대해 공소시효 자체를 적용하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범행 당시 피해자가 13세 미만이었거나 신체적·정신적 장애가 있는 사람이었던 경우, 형법 제297조(강간)·제297조의2(유사강간)·제298조(강제추행)·제299조(준강간, 준강제추행) 등의 죄는 공소시효가 아예 진행하지 않습니다. 사건이 아무리 오래되었더라도 시간의 경과만으로 처벌을 면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강간등살인이나 강간등치사와 같이 사망의 결과가 결부된 가장 중한 유형의 성폭력범죄 역시 같은 취지로 공소시효 적용이 배제됩니다. 반면 성인을 상대로 한 일반적인 강간·강제추행 사건은 이 배제 규정의 대상이 아니며, 앞서 살펴본 원칙적인 10년, 또는 DNA 증거가 있는 경우 20년 기준이 그대로 적용됩니다.
따라서 “10년 전 일”이라는 사실관계만으로 공소시효 완성 여부를 판단할 수는 없고, 범행 당시 피해자의 나이와 상태, 피해자가 미성년자였는지 및 현재 성년에 달했는지, 디엔에이 등 과학적 증거의 존재 여부를 차례로 확인해야 정확한 결론에 이를 수 있습니다.
5. 고소를 받았다면 공소시효 계산은 직접 판단하지 말고 이렇게 확인해야 합니다
정확한 기산일과 예외 사유를 확인하기 전에는, 사건이 종결됐다고 단정하지 않는 것이 안전합니다.
오래된 사건으로 고소가 접수되면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 사건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고소 접수 및 사건 배당 → ②피고소인 출석 조사 및 증거 조사 → ③검찰(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공소시효 완성 여부 검토 → ④공소시효가 남아 있다고 판단되면 기소, 이후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수사 초기 단계에서부터 공소시효 완성 여부가 사건 진행의 방향을 가르는 핵심 쟁점이 됩니다.
오래전 일로 고소를 당했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사실관계부터 정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사건 발생일을 최대한 정확한 날짜(연월일)까지 특정하고, 그 시점에 피해자가 몇 세였는지 확인합니다.
수사기관이 디엔에이 등 과학적 증거를 확보하고 있는지, 확보하고 있다면 채취·감정 시점은 언제인지 파악합니다.
확인된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형사소송법과 성폭력처벌법 제21조의 어느 조항이 적용되는지 따져, 실제 공소시효 만료일을 다시 계산합니다.
공소시효가 남아 있는데도 이를 지난 것으로 오인해 소극적으로 대응하다가는 방어할 기회를 놓칠 수 있고, 반대로 이미 공소시효가 완성된 사건인데도 막연한 불안감으로 대응 방향을 잘못 잡는 경우도 있습니다. 성폭력 사건의 공소시효 특례를 다뤄본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정확한 기산일을 계산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마치며
오래전 일로 갑자기 고소나 수사 통보를 받으면, “이미 지난 일인데 뭘 어떻게 하나”라는 생각에 초기 대응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랜 시간이 지나 용기를 내어 고소를 결심한 피해자 입장에서는, 공소시효가 얼마 남지 않았거나 이미 지난 것은 아닌지가 가장 초조한 부분입니다. 사건 당시 나이와 증거 확보 시점을 정리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반대로 갑자기 혐의를 받게 된 피고소인 입장에서도 “10년이 지났으니 괜찮을 것”이라는 막연한 판단만으로 대응해서는 안 됩니다. 실제 기산일과 특례 적용 여부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성폭력 사건에서 고소를 결심한 피해자 측과, 갑자기 혐의를 받게 된 피고소인 측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공소시효 계산 하나로 사건의 결론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정확한 기산일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어떤 판단도 섣부릅니다. 지금이 바로 그 계산이 필요한 시점이라면,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사건이 발생한 지 정확히 10년이 지났으면 무조건 공소시효가 끝난 건가요?
A. 아닙니다. 강간죄의 공소시효는 원칙적으로 10년이지만, 피해자가 사건 당시 미성년자였다면 성년에 달한 날부터, 디엔에이 등 과학적 증거가 있다면 10년이 연장된 20년을 기준으로 다시 계산해야 합니다.
Q. 피해자가 지금은 성인인데, 사건 당시에는 미성년자였습니다. 공소시효는 언제부터 세나요?
A. 사건 발생일이 아니라 피해자가 성년(만 19세)에 달한 날부터 공소시효가 진행됩니다. 성폭력처벌법 제21조 제1항에 따른 특례이므로, 사건 발생일 기준으로만 계산하면 실제 만료일과 차이가 생깁니다.
Q. 당시 증거가 하나도 안 남아있을 것 같은데, 그래도 수사가 진행될 수 있나요?
A. 진행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미제 사건에 대한 DNA 데이터베이스 재분석으로 오래된 사건의 용의자가 특정되는 경우가 있고, 이 경우 공소시효는 10년 더 연장됩니다. 증거가 없을 것이라는 예단만으로 대응 방향을 정해서는 안 됩니다.
Q. 사건 당시 피해자가 13세 미만이었다면 공소시효가 아예 없다는 게 사실인가요?
A. 사실입니다. 범행 당시 피해자가 13세 미만이었거나 장애가 있었던 경우 강간·강제추행 등 일정 범죄는 공소시효 자체가 적용되지 않아,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Q. 예전에 이미 조사를 받았다가 무혐의로 끝난 사건인데 다시 고소당할 수 있나요?
A. 같은 사실관계로 이미 불기소(무혐의) 처분이 확정됐다면 원칙적으로 새로운 증거 없이는 재수사가 제한되지만, 새로운 증거가 확보됐다면 공소시효가 남아 있는 한 다시 수사가 개시될 수 있습니다.
Q. 공소시효가 정지되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 어떤 경우인가요?
A. 범인이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으로 외국에 나가 있는 기간, 또는 같은 사건으로 이미 공소가 제기되어 재판이 진행 중인 기간에는 공소시효 진행이 멈춥니다. 이 경우 실제 만료일은 단순 계산보다 늦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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