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직장 내에서 후배나 동료로부터 성추행으로 신고당한 뒤, 수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회사로부터 대기발령 통보를 받는 사례를 자주 접합니다.
제가 상담한 분들 중 상당수는 “아무 일도 아니었으니 조사만 받으면 금방 풀릴 것이다”, “괜히 항의하면 상황만 나빠지니 가만히 있자”는 생각으로 초기 대응을 미루신 경우였습니다. 그런데 조사가 길어지고 회사가 대기발령을 그대로 유지하는 사이, 형사 절차와 인사 절차가 동시에 불리하게 흘러가는 것을 지켜보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법원은 강제추행죄의 성립 범위와 대기발령의 정당성 판단 기준을 각각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습니다. 형사상 무죄가 확정되기 전이라도 회사의 대기발령 자체는 별도 기준으로 판단되며, 반대로 대기발령이 부당하다고 해서 형사 혐의가 곧바로 벗겨지는 것도 아닙니다.
아래에서는 직장 내 성추행 신고가 강제추행죄로 이어지는 기준과, 그에 따른 대기발령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강제추행죄는 폭행·협박 없이 순간적인 접촉만으로도 성립할 수 있습니다
‘잠깐 스친 정도’라는 항변은 기습추행 법리 앞에서 받아들여지기 어렵습니다.
형법 제298조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추행을 한 자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폭행·협박은 반드시 상대를 제압할 정도의 강한 유형력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실무에서 가장 자주 오해하는 지점은 “상대가 그 자리에서 반항하지 않았으니 문제없다”는 생각입니다. 그런데 법원은 폭행이나 협박이 추행 행위보다 먼저 이루어지지 않고, 그 행위 자체가 순간적·기습적으로 이루어진 경우에도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의 행사로 보아 강제추행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해 왔습니다. 이른바 기습추행 법리입니다.
따라서 신체 접촉의 지속 시간이나 강도보다, 상대방의 명시적·묵시적 의사에 반했는지 여부가 핵심 판단 기준이 됩니다. 직장 내 관계처럼 위계·위력이 존재하는 관계에서는 피해자가 즉시 저항하지 못했다는 사정이 오히려 진술의 신빙성을 뒷받침하는 정황으로 받아들여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신체 접촉이 짧고 가벼웠다는 사정만으로 강제추행죄 성립이 부정되지는 않습니다.
2. 대기발령은 징계가 아니지만 정당성이 없으면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업무상 필요성과 근로자가 입는 불이익을 비교형량해 대기발령의 정당성이 결정됩니다.
대기발령은 근로자에게 특정 업무를 부여하지 않고 일정 기간 대기를 명하는 잠정적 인사처분으로, 징계처분과는 법적 성격이 다릅니다. 그러나 근로기준법 제23조는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부당한 인사조치를 할 수 없도록 정하고 있고, 대기발령도 이 규율의 대상이 됩니다.
법원은 대기발령의 정당성을 판단할 때, 사용자가 대기발령으로 달성하려는 업무상 필요성과 그로 인해 근로자가 입는 생활상·경제상 불이익을 비교형량하는 기준을 확립해 적용해 왔습니다. 성비위 의혹처럼 조사의 공정성과 2차 피해 방지가 걸린 사안에서는, 사실관계가 확정되기 전이라도 업무상 필요성이 폭넓게 인정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다만 이 비교형량은 대기발령을 내리는 시점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닙니다. 조사가 사실상 끝났거나 특별한 사정 변경 없이 대기발령이 기약 없이 이어진다면, 그 시점부터는 정당성 평가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대기발령의 정당성은 발령 시점의 사유뿐 아니라 그 이후 유지 여부까지 함께 평가받습니다.
3. 조사 목적의 대기발령은 무죄추정 원칙과 별개로 인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형사상 무죄추정과 사내 인사조치의 정당성은 서로 다른 기준으로 판단됩니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은 사업주에게 직장 내 성희롱 발생 사실을 인지한 경우 지체 없이 조사할 의무를 부과하고, 조사 기간 중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근무장소 변경, 유급휴가 부여 등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이 규정의 취지는 피해자 보호에 있지만, 실무상 회사는 조사의 공정성과 2차 피해 방지를 이유로 신고 대상이 된 직원에 대해서도 대기발령이나 근무장소 분리 조치를 함께 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형사상 무죄추정 원칙이 있으니 대기발령도 위법하다”는 주장만으로는 대기발령을 뒤집기 어렵습니다. 무죄추정은 형사절차에서 국가의 형벌권 행사를 제한하는 원칙이고, 사내 인사조치는 조사의 실효성 확보라는 별도의 목적과 기준으로 판단되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 원칙이 대기발령을 무기한 정당화하는 것은 아닙니다. 조사가 종료됐거나, 회사가 상당한 기간 동안 조사를 진행하지 않으면서 대기발령만 유지한다면, 그 시점부터는 업무상 필요성이 소멸한 것으로 다퉈볼 여지가 생깁니다.
대기발령의 초기 정당성과, 그 이후 장기화된 대기발령의 정당성은 별개로 판단해야 합니다.
4. 신고 내용이 허위라면 무고죄가 문제될 수 있지만 입증은 쉽지 않습니다
무죄 판결을 받았다는 사정만으로 상대방의 무고죄가 곧바로 인정되지는 않습니다.
형법 제156조는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공무소 또는 공무원에게 허위의 사실을 신고한 자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실무에서 억울함을 호소하는 분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이 상대방에 대한 무고죄 고소입니다. 그러나 무고죄가 성립하려면 신고 내용이 객관적 사실에 반한다는 점뿐 아니라, 신고자가 그 사실이 허위라는 것을 확정적으로 인식하면서도 신고했다는 고의까지 별도로 입증되어야 합니다.
강제추행 사건에서 증거 부족이나 진술 신빙성 문제로 무죄가 선고되더라도, 그것이 곧 신고 내용 전체가 허위였다거나 신고자에게 허위 인식이 있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무고죄 입증은 형사 방어보다 훨씬 까다로운 영역이므로, 초기에는 무고 주장에 매몰되기보다 본 사건의 방어 논리를 정리하는 데 집중하는 편이 실익이 큽니다.
무고죄는 허위 인식이라는 별도 요건이 입증되어야 하므로, 무죄 판결과는 별개의 절차로 접근해야 합니다.
5. 사내 조사부터 형사 절차, 대기발령 불복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대기발령 통보를 받은 직후 확보해 둔 자료가 형사·인사 절차 모두에서 방어의 출발점이 됩니다.
직장 내 성추행 신고가 접수되면 통상 ①회사의 자체 조사(성희롱 고충처리절차 또는 별도 조사위원회) → ②피해자가 형사 고소를 한 경우 관할 경찰서(수원 지역 사업장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피고소인 조사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되는 경우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형사 절차가 진행됩니다.
이와 별개로 대기발령이 부당하다고 판단되면, 형사 절차와 무관하게 관할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등 구제신청을 통해 다툴 수 있습니다. 두 절차는 서로 다른 기관에서 별개 기준으로 진행되므로, 형사 대응만 준비하고 인사 대응을 놓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대기발령 통보를 받았다면 감정적으로 항의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신고 경위서, 회사의 조사결과통지서, 대기발령 통보서 등 인사 관련 서류를 전부 확보합니다.
문제된 상황 전후의 문자·메신저 대화, CCTV 확인 가능 여부, 목격자 유무를 시간순으로 정리합니다.
형사 조사에서의 진술 방향과, 대기발령에 대한 이의·구제신청 대응을 각각 별도의 전략으로 준비합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직장 내 성비위 사건에 전문성 있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다면, 형사 방어와 인사상 불복을 함께 검토해 불리한 상황이 굳어지기 전에 대응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직장 내 성추행 신고를 받은 분들은 “곧 오해가 풀릴 것”이라는 생각으로 초기 대응을 미루다가, 대기발령까지 겹치면서 형사 절차와 인사 절차 양쪽에서 대응 시점을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신고를 한 피해자 입장에서는 신고 이후에도 조사가 지연되거나 회사가 실효성 있는 조치를 취하지 않는지가 중요한 쟁점이 되고, 반대로 신고를 당한 당사자 입장에서는 형사 혐의를 다투는 것과 별개로 대기발령의 업무상 필요성과 기간의 적정성을 함께 따져야 합니다. 어느 한쪽만 살펴서는 사건 전체를 제대로 대응하기 어렵습니다.
저는 직장 내 성비위 사건에서 신고한 쪽과 신고받은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형사 절차와 인사 절차를 함께 보지 않으면 어느 한쪽에서 회복하기 어려운 불이익이 발생하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대기발령 통보를 받은 초기, 그 며칠이 이후 방향을 결정합니다. 지금이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이라면,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신체 접촉이 아주 짧았는데도 강제추행죄가 성립하나요?
A. 성립할 수 있습니다. 법원은 폭행·협박이 추행 행위에 선행하지 않고 그 행위 자체가 기습적으로 이루어진 경우에도, 상대방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 행사로 보아 강제추행죄를 인정해 왔습니다. 접촉 시간의 길이보다 의사에 반했는지가 기준입니다.
Q. 대기발령을 받으면 무조건 감수해야 하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대기발령도 업무상 필요성과 근로자가 입는 불이익을 비교형량해 정당성이 판단되므로, 사유가 소멸했거나 기간이 지나치게 길어졌다면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통해 다툴 수 있습니다.
Q. 아직 수사 중인데 회사가 먼저 대기발령을 내렸습니다. 무죄추정 원칙 위반 아닌가요?
A. 곧바로 위반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무죄추정은 형사절차상 원칙이고, 사내 인사조치는 조사의 공정성과 2차 피해 방지라는 별도 기준으로 판단되기 때문입니다. 다만 대기발령이 무기한 방치되면 별도로 다퉈볼 여지가 있습니다.
Q. 신고 내용이 거짓이라는 확신이 있는데 바로 무고죄로 고소할 수 있나요?
A. 고소 자체는 가능하지만 무고죄가 인정되려면 신고자가 허위임을 확정적으로 인식하고 신고했다는 점까지 입증되어야 합니다. 무죄 판결만으로는 부족하므로, 본 사건 방어를 먼저 준비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Q. 대기발령 기간에 급여는 어떻게 되나요?
A.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에 따라 다르지만, 정당한 대기발령이라도 근로 제공이 없는 기간의 임금 지급 여부와 범위는 별도로 다퉈볼 수 있는 영역입니다. 통보서와 취업규칙 조항을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Q. 회사 자체 조사와 경찰 조사를 동시에 받아야 하나요?
A. 그렇습니다. 두 절차는 별개로 진행되며 진술 내용이 서로 다르면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으므로, 진술 방향을 사전에 일관되게 정리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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