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에는 사무실, 회식 자리, 지하철이나 버스 안에서 벌어진 짧은 신체 접촉을 두고 강제추행 혐의로 경찰 출석요구를 받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의뢰인들 중 상당수는 “잠깐 스친 것뿐인데 그게 무슨 문제가 되겠나”, “전화로 사정을 설명하면 오해가 풀릴 것”이라는 생각으로 출석요구에 안일하게 대응했다가, 막상 조사실에 들어가서는 이미 정리된 피해자 진술과 증거 앞에서 당황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강제추행죄 성립에 필요한 폭행·협박의 정도에 관해 40년 가까이 유지돼 온 판례를 뒤집으며, 피해자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까지는 요구하지 않는다는 기준을 확립했습니다. 그만큼 사소해 보이는 접촉도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아래에서는 강제추행 혐의로 경찰 출석요구를 받았을 때 조사 전에 무엇을 확인하고 준비해야 하는지, 최근 판례와 절차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강제추행은 강한 폭행·협박이 없어도 성립할 수 있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강제추행 성립에 필요한 유형력의 정도를 크게 낮췄습니다.
형법 제298조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추행을 한 자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조문만 보면 상당한 폭행이나 협박이 있어야 성립하는 것처럼 읽히지만, 실제 조사되는 사건 대부분은 신체 일부를 순간적으로 스치거나 붙잡는 정도의 접촉입니다.
과거 판례는 강제추행이 성립하려면 피해자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의 강력한 폭행·협박이 필요하다고 보는 이른바 최협의설을 취해 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저항하지 않았으니 강제추행이 아니다”, “순간적으로 벌어진 일이라 폭행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항변이 실제로 받아들여지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인식을 그대로 믿고 조사에 임하면, 정작 조사실에서는 전혀 다른 기준으로 질문을 받게 됩니다. 담당 수사관은 접촉이 있었는지, 그것이 피해자의 의사에 반했는지를 중심으로 진술을 받아가며, 폭행·협박의 강도는 별도로 입증할 필요가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강제추행죄는 저항이 불가능할 정도의 강한 폭행·협박이 없어도 성립할 수 있는 범죄입니다.
2. 판례 변경으로 접촉의 정도와 무관하게 처벌 범위가 넓어졌습니다
대법원은 항거곤란 기준을 폐기하고 일반적인 폭행·협박 개념으로 판단 기준을 바꿨습니다.
대법원은 2023년 9월 21일 전원합의체 판결로 약 40년간 유지돼 온 강제추행죄의 폭행·협박 기준을 변경했습니다. 종전에는 피해자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의 유형력 행사가 있어야 한다고 보았지만, 새 기준은 이를 요구하지 않습니다.
강제추행죄에서의 폭행 또는 협박은 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로 강력할 것이 요구되지 아니하고, 상대방의 신체에 대하여 불법한 유형력을 행사(폭행)하거나 일반적으로 보아 상대방으로 하여금 공포심을 일으킬 수 있는 정도의 해악을 고지(협박)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23. 9. 21. 선고 2018도13877 전원합의체 판결).
이 판결은 특히 별도의 폭행 행위 없이 갑자기 신체를 만지는 이른바 기습추행 사안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갑작스러운 신체 접촉 자체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 행사, 즉 폭행으로 평가될 수 있다는 것이어서, “폭행이라고 할 만한 행위가 따로 없었다”는 방어 논리는 이제 통하기 어렵습니다.
결국 지금 기준에서는 접촉이 짧았는지, 힘의 세기가 약했는지는 강제추행 성립 여부보다는 이후 양형 단계에서 고려되는 사정에 가깝습니다. 조사 전에 “별일 아니었다”는 판단만으로 대응 방향을 정하면, 진술 단계에서 스스로 불리한 사실관계를 확정 짓는 결과가 될 수 있습니다.
접촉의 강도가 약했다는 사정은 강제추행 무혐의를 뒷받침하는 근거가 되기 어렵습니다.
3. 출석요구를 받았다면 이미 조사가 상당히 진행된 상태입니다
경찰의 출석요구는 대개 피해자 진술과 1차 증거 확보가 끝난 뒤 이뤄집니다.
강제추행 사건에서 피의자에게 출석요구가 오는 시점은 수사 초기가 아닌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피해자가 이미 고소장을 제출했거나 112 신고 후 현장 조사가 이뤄졌고, CCTV·목격자 진술·문자메시지 등 1차 증거가 어느 정도 확보된 뒤에 피의자 연락이 이뤄지는 것이 통상적인 흐름입니다.
이 단계에서 많은 분들이 “전화로 미리 해명하면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는 생각으로 담당 수사관과 통화하며 사실관계를 설명하려 합니다. 그러나 이 통화 내용이 수사보고서에 그대로 기재되고, 이후 정식 조사에서 앞뒤가 맞지 않는 진술로 지적받는 근거가 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진술 내용의 주요한 부분이 일관되고 경험칙에 비추어 비합리적이지 않으며 진술 자체로 모순되는 부분이 없다면, 또한 허위로 불리한 진술을 할 만한 동기나 이유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이상 그 진술의 신빙성을 특별한 이유 없이 함부로 배척해서는 안 된다(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8도7709 판결).
법원이 진술의 일관성을 이처럼 중요하게 보는 태도는 피해자 진술뿐 아니라 피의자 자신의 진술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조사 전 사실관계를 미리 정리해 두지 않으면, 통화나 1회 조사에서 나온 사소한 표현 차이가 이후 진술 전체의 신빙성을 흔드는 근거로 쓰일 수 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244조의3은 조사 전 진술거부권을, 제243조의2는 변호인 참여권을 각각 피의자에게 고지하고 보장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이 권리들은 조사 당일 형식적으로 안내받는 데 그치지 않고, 조사 전 사실관계와 증거를 정리한 뒤 실제로 행사할 때 비로소 의미가 있습니다.
출석요구를 받았다면 이미 수사가 상당히 진행됐다는 전제에서 준비를 시작해야 합니다.
4. 벌금형이라도 신상정보 등록 등 부가처분이 남을 수 있습니다
강제추행은 선고형 구간에 따라 신상정보 등록 여부와 기간이 달라지는 범죄입니다.
강제추행죄로 유죄가 확정되면 징역형이나 벌금형 자체보다 그 이후 남는 부가처분이 실무상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42조는 강제추행을 신상정보 등록대상 범죄로 정하고 있고, 같은 법 제45조는 선고형에 따라 등록기간을 달리 정하고 있습니다.
벌금형만 선고되면 신상정보 등록 대상에서 제외되지만, 3년 이하의 징역·금고형(집행유예 포함)이 선고되면 15년, 3년 초과 10년 이하이면 20년, 10년을 초과하면 30년까지 등록기간이 늘어납니다. 여기에 취업제한 명령이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명령이 함께 부과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강제추행 사건에서는 유·무죄 판단만이 아니라, 벌금형 구간에서 사건을 마무리할 수 있는지, 집행유예 이상으로 넘어가는지가 조사 초기 대응에 따라 갈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조사 전 준비가 부족해 불리한 진술이 남으면, 이 갈림길에서 선택지가 좁아집니다.
신상정보 등록 여부와 등록기간은 선고형 구간에 따라 갈리므로, 조사 단계 대응이 곧 처분의 방향을 좌우합니다.
5. 고소부터 재판까지, 조사 전 자료 정리 순서가 결과를 좌우합니다
출석 전 확보한 자료가 조사 당일 진술의 방향을 결정합니다.
강제추행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 사업장·주거지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출석요구 및 피의자 조사 → ②추가 조사·대질 여부 결정 → ③검찰(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기소 여부 판단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출석요구를 받았다고 반드시 다음 날 조사에 응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변호인 선임과 자료 정리에 필요한 최소한의 시간은 정당한 사유가 있으면 담당 수사관과 협의해 확보할 수 있고, 오히려 준비 없이 임하는 조사가 이후 대응을 더 어렵게 만듭니다.
정보공개청구 등을 통해 확인 가능한 범위에서 고소 경위와 피해자 주장의 대략적인 내용을 파악합니다.
접촉 당시 상황을 뒷받침할 CCTV, 목격자 연락처, 문자·메신저 대화 내용을 확보하고 원본 그대로 보존합니다.
사건 경위를 시간 순서로 정리하되, 조사에서 실제로 진술할 표현까지 변호인과 미리 점검합니다.
이렇게 정리된 자료는 조사 당일 진술의 일관성을 지키는 근거가 되고, 이후 불송치·기소유예를 다투거나 재판 단계에서 양형자료로 활용하는 데도 그대로 이어집니다.
마치며
강제추행 혐의로 출석요구를 받으면, “설마 이 정도로 처벌까지 되겠나”라는 생각과 “이미 벌어진 일이니 어떻게 해도 소용없을 것”이라는 생각 사이에서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혐의를 받는 쪽 입장에서는 접촉의 경위와 상대방 의사에 반했는지 여부를 뒷받침할 자료를 조사 전에 정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반대로 피해를 주장하는 쪽 입장에서도 진술과 증거가 시간이 지날수록 흐려질 수 있어, 초기에 신고와 증거 보전을 서두르는 것이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저는 강제추행을 비롯한 성범죄 사건에서 혐의를 받는 쪽과 피해를 주장하는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조사 전 준비 여부에 따라 사건의 결론이 달라지는 것을 여러 차례 보아 왔습니다.
출석요구를 받은 순간부터가 이미 대응의 시작입니다. 조사 전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막막하다면,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강제추행은 신체 접촉이 짧고 약했어도 처벌될 수 있나요?
A. 그렇습니다. 대법원은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의 강한 폭행·협박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판례를 변경했습니다. 접촉이 짧았는지는 무혐의 근거가 아니라 양형에서 고려되는 사정에 가깝습니다.
Q. 술자리에서 순간적으로 벌어진 일이라 고의가 없었다고 하면 인정되나요?
A. 고의가 없었다는 점을 인정받으려면 접촉이 우연이었거나 상대방 의사에 반하지 않았다는 구체적 정황이 필요합니다. 단순히 “취해서 기억이 없다”는 진술만으로는 받아들여지기 어렵습니다.
Q. 출석요구서 없이 전화로만 연락이 왔는데 반드시 나가야 하나요?
A. 전화 통보도 유효한 출석요구로 취급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조사 일정은 변호인 선임 등 정당한 사유가 있으면 담당 수사관과 협의해 조정할 수 있습니다.
Q. 벌금형으로 끝나면 전과나 신상정보 등록 걱정은 없나요?
A. 벌금형은 신상정보 등록 대상에서는 제외되지만 전과기록 자체는 남습니다. 다만 어떤 형량 구간으로 사건이 마무리되는지가 등록 여부를 가르므로 조사 단계 대응이 중요합니다.
Q. 변호사는 첫 조사 전에 꼭 선임해야 하나요?
A. 가능하다면 첫 조사 전 선임이 가장 좋습니다. 조사 전 진술 방향과 자료가 정리돼 있어야 진술거부권과 변호인 참여권을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Q. 합의를 하면 처벌을 피할 수 있나요?
A. 강제추행죄는 반의사불벌죄가 아니어서 합의만으로 자동으로 처벌이 면제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합의와 반성 여부는 기소 여부와 양형 단계에서 중요하게 참작됩니다.
Q. 억울하게 강제추행으로 신고당했다면 무엇부터 해야 하나요?
A.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접촉 당시 상황을 뒷받침할 자료부터 확보하고 변호인과 함께 진술 방향을 정리한 뒤 조사에 임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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