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서 부딪힌 걸 기습추행이라는데 고의 없어도 성립하나요
지하철에서 부딪힌 걸 기습추행이라는데 고의 없어도 성립하나요
법률가이드
성폭력/강제추행 등

지하철에서 부딪힌 걸 기습추행이라는데 고의 없어도 성립하나요 

고준용 변호사

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지하철 등 대중교통에서의 신체접촉을 둘러싸고 성추행 신고와 고소가 늘어나면서, 실수로 부딪힌 것뿐인데 기습추행으로 지목돼 조사를 받는 사례도 함께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분들 중 상당수는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고 사람 많은 데서 부딪힌 걸 갖고 신고까지 하겠어”라는 생각으로 대수롭지 않게 넘기다가, 막상 경찰서에서 출석 요구서를 받고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습니다. “피해자가 오해한 것 같다”고 해명하면 그냥 넘어갈 줄 알았지만, 수사기관은 접촉의 경위와 정황을 훨씬 구체적으로 따집니다.

최근 대법원은 폭행행위 자체가 추행행위로 인정되는 이른바 기습추행의 법리를,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 행사가 있었는지를 기준으로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고의로 이루어진 접촉을 전제로 하는 것이며, 정말 우연한 접촉까지 넓히는 것은 아닙니다.

아래에서는 지하철 등 혼잡한 공간에서의 신체접촉이 어떤 경우에 기습추행으로 인정되는지, 고의 없는 접촉과는 어떻게 구별되는지, 그리고 조사를 받게 됐을 때 무엇부터 준비해야 하는지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지하철에서 부딪힌 접촉도 기습추행이 될 수 있습니다

고의로 유형력을 행사했다면 그 힘의 세기와 무관하게 기습추행이 성립합니다.

강제추행죄는 형법 제298조에 규정되어 있고, 통상 폭행·협박으로 항거를 곤란하게 한 뒤 추행하는 경우를 떠올리지만, 판례는 그 외에도 폭행행위 자체가 추행행위로 인정되는 이른바 ‘기습추행’을 강제추행죄에 포함시켜 왔습니다.

기습추행에서는 폭행이 상대방의 항거를 억압할 정도로 강할 필요가 없습니다. 즉 신체 일부를 슬쩍 스치거나 미는 정도의 접촉이라도, 그것이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의 행사이고 그 자체로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추행에 해당한다면 강제추행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강제추행죄는 상대방에 대하여 폭행 또는 협박을 가하여 항거를 곤란하게 한 후 추행행위를 하는 경우 외에도 폭행행위 자체가 추행행위라고 인정되는 경우도 포함되는데, 이 경우의 폭행은 반드시 상대방의 의사를 억압할 정도의 것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15. 12. 10. 선고 2015도9517 판결).

그래서 실무에서는 “살짝 스친 것뿐인데 무슨 추행이냐”는 항변이 잘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접촉의 세기보다, 그 접촉이 고의로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이루어졌는지, 그리고 접촉 부위와 방식이 객관적으로 성적 수치심을 일으킬 만한 것인지가 판단의 중심이 되기 때문입니다.

기습추행은 힘의 세기가 아니라, 고의로 이루어진 접촉이 상대방의 의사에 반했는지로 판단됩니다.


2. 고의 없이 스친 접촉까지 처벌되는 것은 아닙니다

형법은 고의범이 원칙이므로, 접촉을 인식하지 못했거나 의도하지 않았다면 추행죄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형법 제13조는 “죄의 성립요소인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강제추행죄도 고의범이므로, 신체접촉이 있었다는 객관적 사실만으로 곧바로 범죄가 되는 것은 아니고, 그 접촉이 고의로 이루어졌음이 인정되어야 합니다.

만원 지하철에서 열차가 급정거하며 몸이 쏠린 경우, 인파에 밀려 옆 사람과 부딪힌 경우, 가방이나 우산이 스친 경우처럼 접촉 자체는 있었지만 그것을 의도하지 않은 상황이라면 원칙적으로 추행의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여기서 구분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앞서 본 기습추행 판례는 “성욕을 자극·흥분·만족시키려는 주관적 동기나 목적”까지는 요구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습니다(대법원 2015도9517 판결). 즉 성적인 의도가 없었다는 항변만으로는 부족하고, 접촉 자체를 인식하고 행한 것인지가 쟁점이 됩니다. “성적 의도는 없었다”와 “접촉 자체를 몰랐다·의도하지 않았다”는 전혀 다른 주장입니다.

실제 수사에서 고의 유무는 접촉이 이루어진 방향과 지속시간, 반복 여부, 접촉 부위, 접촉 직후의 반응(사과했는지, 자리를 피했는지, 오히려 다가섰는지), 그리고 CCTV·목격자 진술 등 정황 증거를 종합해 판단됩니다.

접촉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처벌되지 않으며, 고의 없는 우연한 접촉은 추행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3. 혼잡한 대중교통에서는 공중밀집장소추행죄도 함께 문제됩니다

지하철·버스 등 공중밀집장소에서는 폭행·협박 없이 추행 사실만으로도 별도 범죄가 성립합니다.

지하철처럼 사람이 밀집한 공간에서는 형법상 강제추행죄 외에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성폭력처벌법) 제11조가 함께 문제될 수 있습니다. 이 조항은 대중교통수단, 공연·집회 장소 등 공중이 밀집하는 장소에서 사람을 추행한 경우를 별도로 처벌합니다.

공중밀집장소추행죄는 강제추행죄와 달리 폭행이나 협박을 요건으로 하지 않습니다. 밀집한 공간이라는 상황에서 추행에 해당하는 행위가 있었다는 사실만 인정되면 성립하며, 판례는 ‘추행’의 의미를 아래와 같이 밝히고 있습니다.

‘추행’이란 일반인을 기준으로 객관적으로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을 말하고, 이에 해당하는지는 피해자의 성별·연령, 행위자와 피해자의 관계, 그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와 구체적 행위태양, 주위의 객관적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한다(대법원 2020. 6. 25. 선고 2015도7102 판결).

이 죄 역시 고의범이므로, 앞서 본 것과 마찬가지로 우연한 접촉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다만 밀집도가 높은 지하철·버스 안이라는 사정 자체가 “정말 몰랐다”는 항변의 신빙성을 낮추는 정황으로 작용할 수 있어, 일반적인 강제추행 사건보다 고의를 다투기가 더 까다로운 경우가 많습니다.

공중밀집장소추행죄는 폭행·협박 없이도 성립하므로, 지하철에서는 두 죄명이 함께 검토됩니다.


4. 기습추행이냐 공중밀집장소추행이냐에 따라 처벌 수위가 달라집니다

같은 지하철 접촉이라도 적용 법조에 따라 형량 상한이 크게 달라집니다.

형법 제298조의 강제추행죄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어, 법정형만 놓고 보면 상당히 무겁습니다. 기습추행이 이 조항으로 의율되면 폭행·협박을 수반한 일반 강제추행과 같은 형량 구간이 적용됩니다.

반면 성폭력처벌법 제11조의 공중밀집장소추행죄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강제추행죄보다 법정형 상한이 낮게 설정되어 있습니다(2020년 5월 개정으로 종전 1년 이하 징역·300만원 이하 벌금에서 상향된 수치입니다).

실무에서는 접촉이 단발성이고 순간적인지, 신체의 민감한 부위를 겨냥했는지, 반복되었는지 등을 종합해 수사기관이 어느 죄명으로 의율할지를 판단합니다. 같은 지하철 사건이라도 검찰의 죄명 선택에 따라 최종 형량 구간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초기 단계부터 사실관계를 정확히 정리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5. 신고부터 재판까지, 고의를 다투는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초기 진술과 증거 확보가 고의 유무를 가르는 결정적 자료가 됩니다.

지하철 성추행 신고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현장 인계 또는 고소장 접수 → ②피의자·피해자 조사 → ③검찰(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기소 여부 결정 → ④기소되면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특히 현장에서 임의동행이나 즉석 조사가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아, 당황한 상태에서 한 진술이 그대로 조서에 남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이 초기 진술이 이후 고의 유무를 다투는 데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1. 사건 당시 CCTV가 있는 위치였는지, 있다면 열람·보존 신청이 가능한 시점인지부터 확인합니다. 지하철·역사 CCTV는 보관기간이 짧아 신고 직후 보존조치가 특히 중요합니다.

  2. 접촉이 있었던 정확한 시각·구간·자세, 열차 혼잡도, 급정거 등 접촉의 계기가 될 만한 상황을 시간 순서대로 정리합니다.

  3. 접촉 직후 자신의 언행(사과, 자리 이동, 항의 등)과 목격자가 있었는지를 함께 기록해 둡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기습추행·공중밀집장소추행 사건에 전문성 있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다면, 고의 없는 우연한 접촉이었다는 점을 초기 수사 단계에서부터 효과적으로 소명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지하철 성추행 의심을 받는 상황은 누구에게나 당혹스럽습니다. “오해가 풀리겠지”라는 생각으로 초기 대응을 미루다가, 정작 중요한 CCTV 보존 기간이 지나버리는 경우도 드물지 않습니다.

실제로 원치 않는 접촉을 당한 피해자 입장에서는 순간적인 접촉이라 증거를 남기기 어렵다는 두려움 때문에 신고를 망설이게 됩니다. 반대로 우연히 스친 것뿐인데 기습추행으로 지목된 쪽에서도 “나는 몰랐다”는 말만으로는 방어가 되지 않으며, 접촉 경위를 객관적으로 뒷받침할 자료가 없으면 억울하게 불이익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저는 지하철·버스 등 대중교통 신체접촉을 둘러싼 성범죄 사건에서 신고인과 피신고인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같은 접촉이라도 초기에 어떤 자료를 확보했는지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부딪힌 것뿐인데 상대방이 기습추행이라고 신고했습니다. 무조건 처벌되나요?

A. 아닙니다. 접촉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처벌되지 않고, 그 접촉이 고의로 이루어졌는지가 핵심 쟁점입니다. 급정거·혼잡도·접촉 방식 등 우연한 접촉이었음을 뒷받침할 정황이 있다면 무혐의 가능성이 있습니다.

Q. CCTV가 없는 상황이면 고의 없음을 증명하기 어렵나요?

A. CCTV가 없더라도 목격자 진술, 사건 당시 정황, 신고 직후 반응 등으로 고의 부존재를 다툴 수 있습니다. 다만 증거가 사라지기 전에 최대한 빨리 확보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Q. 강제추행죄와 공중밀집장소추행죄 중 어느 쪽으로 처벌받는지는 누가 정하나요?

A. 수사기관과 검찰이 접촉의 양태, 반복성, 부위 등을 종합해 적용 법조를 결정합니다. 폭행·협박에 준하는 유형력 행사가 인정되면 강제추행죄가, 그렇지 않으면 공중밀집장소추행죄가 문제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Q. 초범이면 처벌을 면할 수 있나요?

A. 초범이라는 사정만으로 무죄가 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고의가 인정되더라도 초범 여부, 반성, 피해자와의 합의 등은 이후 양형 단계에서 참작될 수 있는 사정입니다.

Q. 억울하게 신고당했다면 무고죄로 맞대응할 수 있나요?

A. 신고 내용이 허위임을 알면서도 신고한 것이 인정되어야 무고죄가 성립합니다. 단순히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무고가 인정되지는 않으므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Q. 경찰 조사 출석 요구를 받았는데 변호사는 언제 선임해야 하나요?

A. 첫 조사 전이 가장 좋습니다. 초기 진술이 고의 유무를 판단하는 핵심 자료가 되고, CCTV 등 증거 보존에도 시간이 촉박하기 때문입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고준용 변호사가 작성한 다른 포스트
조회수 47
관련 사례를 확인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