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강제추행 사건에서는 CCTV나 목격자, 문자메시지 같은 객관적 증거 없이 피해자의 진술만 존재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순간적으로 벌어지는 접촉이 많고 밀폐된 공간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흔한 범죄 특성상, 수사기관도 피해자 진술을 핵심 증거로 다룰 수밖에 없는 사건이 많습니다.
제가 상담한 피고소인분들 중 상당수는 “목격자도 없고 CCTV도 없으니 결국 무죄가 나올 것”이라는 생각으로 초기 대응을 미루는 경우였습니다. 그런데 막상 수사와 재판이 진행되면, 피해자 진술 하나만으로도 유죄가 선고되는 사례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어 뒤늦게 당혹스러워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되면 다른 물증이 없어도 그 자체로 독립된 유죄의 증거가 될 수 있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목격자나 물증이 전혀 없던 사건에서, 진술의 사소한 불일치를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하급심 판단을 대법원이 뒤집은 사례도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피해자 진술만으로 강제추행 유죄가 인정될 수 있는 법적 근거와 진술의 신빙성을 가르는 판단 기준, 그리고 실제 대법원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물증이 없어도 피해자 진술만으로 유죄 판단이 가능합니다
형사소송법은 증거의 증명력 판단을 법관의 자유심증에 맡기고, 그 대상에서 피해자 진술을 제외하지 않습니다.
형사소송법 제308조는 증거의 증명력은 법관의 자유판단에 의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증거능력이 인정되는 증거라면, 그것이 물증인지 진술증거인지에 따라 처음부터 증명력이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법관이 논리와 경험칙에 따라 개별적으로 그 신빙성을 판단합니다.
강제추행은 밀폐된 공간이나 순간적인 접촉 상황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애초에 CCTV나 목격자 같은 물증이 남기 어려운 범죄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물증이 없다는 사정만으로 피해자 진술이 증거에서 배제되거나 처음부터 약한 증거로 취급되는 것은 아닙니다.
실무에서 자주 오해하는 지점은 형사소송법 제310조의 자백 보강법칙입니다. 이 조문은 피고인의 자백이 그 피고인에게 불이익한 유일한 증거인 때에 적용되는 예외 규정으로, 피해자와 같은 제3자의 진술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즉 피고인이 범행을 부인하는 사건에서 피해자 진술이 사실상 유일한 직접증거라 하더라도, 그 진술 자체의 신빙성만 인정되면 별도의 보강증거 없이도 유죄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물증이 없다고 해서 처벌을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피해자 진술 자체의 신빙성이 유무죄를 가르는 핵심 관건이 됩니다.
2. 다만 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되어야만 유죄의 증거가 됩니다
대법원은 진술의 신빙성을 주요 부분의 일관성, 경험칙 부합, 무고 동기 유무로 판단합니다.
피해자 진술이 유죄의 증거가 될 수 있다고 해서, 진술의 형식만 갖추면 무조건 인정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대법원은 오래전부터 진술의 신빙성을 가르는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해 왔고, 이 기준은 지금도 성범죄 사건 판단의 실무 기준으로 반복해 인용되고 있습니다.
피해자 등의 진술은 그 진술 내용의 주요한 부분이 일관되며, 경험칙에 비추어 비합리적이거나 진술 자체로 모순되는 부분이 없고, 또한 허위로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만한 동기나 이유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이상, 그 밖의 사소한 사항에 관한 진술에 다소 일관성이 없다는 등의 사정만으로 그 진술의 신빙성을 특별한 이유 없이 함부로 배척해서는 아니 된다(대법원 2006. 11. 23. 선고 2006도5407 판결, 대법원 2008. 3. 14. 선고 2007도10728 판결 등 참조).
여기서 핵심은 ‘주요 부분’과 ‘사소한 부분’을 구분하는 것입니다. 피해행위 자체가 언제, 어떻게 이루어졌는지에 관한 진술이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고 경험칙에 부합한다면, 사건과 직접 관련이 없는 지엽적인 사항 — 이를테면 그날 입었던 옷의 세부 형태나 이동 경로의 사소한 순서 — 에 다소 기억 오류가 있다고 해서 곧바로 진술 전체의 신빙성이 흔들리지는 않습니다.
진술이 유죄의 증거가 되려면, 피해행위의 주된 부분에 관한 진술이 일관되고 경험칙에 부합하며 무고할 동기가 드러나지 않아야 합니다.
3. 목격자와 물증이 없던 사건에서도 대법원은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습니다
전동차 안 강제추행 사건에서, 항소심의 무죄 판단을 대법원은 자유심증주의 위반으로 뒤집었습니다.
2019년 서울의 한 전동차 안에서 피고인이 피해자의 치마 속으로 손을 넣어 추행했다는 취지로 기소된 사건이 있었습니다(대법원 2021. 3. 11. 선고 2020도15259 판결). 피고인은 가방끈을 고쳐 잡는 과정에서 손이 닿았을 뿐이라며 범행을 부인했고, 이 사건에는 목격자도 없었으며 CCTV 역시 전동차 내부가 아닌 승강장 영상뿐이었습니다.
1심은 유죄를 선고했지만, 항소심은 피해자가 수사기관에서는 “가방을 든 왼손으로 만졌다”고 했다가 법정에서 “오른손으로 만졌다”고 진술을 바꾼 점, 추행을 당하고도 5분 가까이 인지하지 못했다고 진술한 점 등을 들어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하고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증명력이 있는 것으로 인정되는 증거를 합리적인 근거가 없는 의심을 일으켜 이를 배척하는 것은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것으로 허용될 수 없다(대법원 1994. 9. 13. 선고 94도1335 판결, 대법원 2004. 6. 25. 선고 2004도2221 판결 등 참조).
대법원은 피해자가 피해사실의 주된 부분, 즉 손이 치마 속으로 들어와 신체를 만진 경위에 대해서는 수사기관부터 법정까지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진술했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손의 방향에 관한 진술 번복은 조사 당일의 경황없는 상태를 고려하면 납득할 수 있는 사소한 사항에 불과하다고 보아, 항소심의 무죄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되돌려보냈습니다. 목격자와 별다른 물증이 없던 사건에서도, 진술 자체의 구체성과 일관성만으로 유죄 취지의 판단이 유지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입니다.
4. 유죄가 인정되면 행위 태양에 따라 형량이 크게 달라집니다
기본 법정형은 10년 이하 징역이지만, 흉기 소지나 공동범행이면 형이 크게 가중됩니다.
형법 제298조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추행을 한 자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상대방이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 상태에 있음을 이용해 추행한 경우에는 준강제추행(형법 제299조)이 적용되는데, 이 역시 강제추행과 같은 법정형으로 처벌됩니다.
행위 태양에 따라 처벌 수위는 더 무거워질 수 있습니다. 흉기나 그 밖의 위험한 물건을 지닌 채, 또는 2명 이상이 합동하여 강제추행을 저지른 경우에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4조 제2항이 적용되어 5년 이상의 유기징역까지 선고될 수 있습니다. 흉기가 없더라도 공동으로 범행에 가담한 것만으로 가중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합니다.
다만 초범인지, 진지한 반성이 있는지, 피해자와 합의가 이루어졌는지 등은 범죄의 성립 자체에는 영향을 주지 않지만, 이후 양형 단계에서는 참작되는 사정입니다.
5. 고소부터 재판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초기 진술과 자료 정리가 이후 재판 결과를 좌우합니다.
강제추행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고소장 접수 또는 현행범 체포 → ②피해자·피고소인 조사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기소 여부 결정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진술만이 핵심 증거인 사건일수록, 수사 초기 진술의 정확성과 일관성이 이후 절차 전체의 방향을 결정합니다.
진술 하나로 유무죄가 갈릴 수 있는 사건인 만큼, 당사자라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정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사건 발생 일시·장소·행위의 경위를 기억이 흐려지기 전에 시간 순서대로 최대한 구체적으로 기록합니다.
CCTV·목격자·문자메시지·통화내역 등 진술을 뒷받침하거나 반박할 수 있는 객관적 자료가 있는지 확인합니다.
이미 진술을 마쳤다면 수사기관 진술과 이후 진술 사이에 사소한 불일치가 있는지, 있다면 그 이유를 스스로 설명할 수 있는지 점검합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강제추행 사건에 전문성 있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다면, 진술 신빙성을 뒷받침하거나 다투는 전략을 사건 초기부터 체계적으로 준비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진술만으로도 유무죄가 갈릴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를 실무에서 자주 봅니다.
피해를 당한 입장에서는 “물증이 없으니 어차피 안 될 것”이라고 지레 포기할 필요가 없습니다. 피해행위의 경위를 얼마나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진술하느냐가 사건의 결과를 좌우합니다.
반대로 혐의를 받는 입장에서도 “목격자도 CCTV도 없으니 괜찮을 것”이라는 생각은 위험합니다. 진술의 어느 부분이 주요 부분이고 어느 부분이 사소한 부분인지, 경험칙에 반하는 지점은 없는지를 초기부터 정밀하게 짚어야 방어가 가능합니다.
저는 강제추행 사건에서 진술의 신빙성을 다투는 쪽과 뒷받침하는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초기 진술 정리 여부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진술 하나로 결론이 갈릴 수 있는 사건이라면, 그만큼 빠른 상담이 중요합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목격자나 CCTV가 전혀 없는데도 강제추행으로 처벌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형사소송법상 자유심증주의에 따라 피해자 진술도 독립된 증거이며, 그 신빙성이 인정되면 물증 없이도 유죄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다만 진술의 주요 부분이 일관되고 경험칙에 부합해야 합니다.
Q. 피해자 진술에 사소한 오류나 번복이 있으면 무죄가 되나요?
A. 곧바로 무죄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은 사소한 사항의 불일치만으로 신빙성을 함부로 배척해서는 안 된다고 보며, 핵심은 피해행위의 주된 부분에 관한 진술이 일관되는지입니다.
Q. 억울하게 고소당했는데 물증이 없으니 그냥 부인만 하면 되나요?
A. 위험한 판단입니다. 진술만으로도 유죄가 선고될 수 있으므로, 진술의 구체적 모순점이나 경험칙에 반하는 부분, 무고 동기 등을 적극적으로 밝혀 신빙성을 다투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Q. 준강제추행도 강제추행과 처벌 수위가 같나요?
A. 네,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한 준강제추행(형법 제299조)은 강제추행(제298조)과 같은 형으로 처벌됩니다. 다만 폭행·협박 대신 상대방의 상태를 이용했는지가 성립 요건에서 쟁점이 됩니다.
Q. 흉기를 소지하지 않았는데도 형이 가중될 수 있나요?
A. 네, 2명 이상이 합동으로 범행했다면 흉기가 없어도 성폭력처벌법 제4조 제2항에 따라 5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가중됩니다. 공동 가담 여부도 중요한 쟁점입니다.
Q. 경찰 조사를 앞두고 있는데 변호사는 언제 선임해야 하나요?
A. 첫 조사 전이 가장 좋습니다. 진술만으로 유무죄가 갈리는 사건일수록 초기 진술의 정확성과 일관성이 이후 재판 결과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