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만 빌려줬다고 다 전세사기 주범은 아니다
사건 개요
부동산을 실제로 운용하지 않으면서도 계약서상 '임대인'으로 이름만 올려 준 경우가 있습니다. 실제로 물건을 사들이고 다수의 세입자와 계약을 진행하는 사람은 따로 있고, 본인은 그 사람의 부탁으로 등기부와 임대차계약서에 이름만 빌려주고 매달 일정한 명의료를 받았을 뿐이라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몇 건이었던 계약이 시간이 지나며 수십 건으로 불어나도, 등기부에 이름이 올라 있으니 큰 문제가 없으리라 생각했다는 이야기를 실제로 많이 듣습니다.
그런데 그 물건들이 무자본 갭투자 구조로 엮여 있었고, 다수의 임차인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지면 상황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임차인들이 집단으로 형사고소에 나서고, 수사기관은 계약서와 등기부에 이름이 올라 있는 사람부터 소환합니다. 실제로 자금을 관리하고 물건을 굴린 기획자·브로커와 함께, 계약서상 임대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주범' 또는 최소한 공동정범으로 지목되는 일이 드물지 않습니다.
수사 초기에는 억울함을 호소해도 잘 들어주지 않습니다. 계약서에 서명하고 보증금을 받은 사람은 형식적으로 바로 본인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형사책임은 계약서에 적힌 이름이 아니라, 그 사람이 범행 전체를 인식하고 역할을 분담했는지—즉 공모와 실행에 대한 지배력이 있었는지로 갈립니다. 명의만 빌려준 경위와 실제 이익이 어디로 흘러갔는지를 처음부터 구체적으로 재구성해 두지 않으면, 정작 이익을 챙긴 기획자와 같은 형량을 그대로 받을 위험에 노출됩니다.
핵심 쟁점
이런 사건에서 실제로 결과를 가르는 지점은 크게 네 가지입니다. 첫째, 명의를 빌려준 사람에게 다른 공범들과 '공동가공의 의사'가 있었는지—범행 전체의 구조를 인식하고 가담했는지입니다(형법 제30조 공동정범). 둘째, 단순히 이름과 서류만 내준 것을 넘어 범죄의 실행에 본질적으로 기여하는 역할(기능적 행위지배)을 했다고 볼 수 있는지입니다. 셋째, 계약 체결 당시 다수의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받고도 반환하지 못할 수 있다는 사정을 인식했는지—사기죄의 고의(형법 제347조)는 확정적 인식뿐 아니라 미필적 인식만으로도 인정될 수 있습니다. 넷째, 보증금 등 실질적 이익이 실제로 누구에게 귀속됐는지입니다.
이 네 가지가 어떻게 판단되느냐에 따라 같은 사실관계라도 결론은 크게 갈립니다. 공모와 기능적 행위지배가 인정되면 정범으로서 전체 범행에 대한 책임을 함께 지지만, 가담의 정도가 낮고 고의도 부정된다면 방조에 그치는 종범이나 무혐의로 정리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수사 초기부터 이 네 축을 뒷받침하는 자료를 갖추어 두는 것이 결과를 결정합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명의 대여의 경위와 인식 수준을 증거로 재구성하기
가장 먼저 다뤄야 할 것은 '왜, 어떤 설명을 듣고 이름을 빌려주게 됐는가'입니다. 이 경위를 구체적으로 재구성하지 못하면 수사기관은 계약서에 적힌 이름만으로 공모를 추정합니다. 이런 사건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 순서로 사실관계를 정리합니다.
1) 명의 제공을 요청받은 경위와 대화 기록을 확보합니다.
실제 물건 운용자(기획자·브로커)와 주고받은 문자·메신저·통화 기록을 확보해, 처음 명의를 빌려 달라는 제안을 받았을 때 어떤 설명을 들었는지—보증금이 부족해질 수 있다거나 다수의 임차인에게 동시에 임대할 것이라는 설명을 들은 적이 있는지—를 시점별로 정리합니다. 계약이 하나둘 늘어나는 과정에서 그 규모나 구조에 대한 설명을 전혀 듣지 못했다는 정황이 남아 있다면, 이는 공모의 고의를 부정하는 핵심 자료가 됩니다.
2) 대가로 받은 금액의 성격을 '고정 명의료'로 특정합니다.
실제 운용자와 이익을 나눈 것이 아니라 계약 건수·보증금 액수와 무관하게 매달 또는 건별로 정해진 소액을 받았다면, 이는 범행의 성패와 무관한 고정 대가였다는 뜻입니다. 계좌 이체 내역에서 그 금액이 임대차 계약 규모와 상관없이 일정했음을 특정해, 이익을 나눈 동업자가 아니라 이름만 빌려준 도구에 가까웠다는 사실을 뒷받침합니다.
3) 계약 체결 과정에서의 실질적 관여 정도를 낮춥니다.
임차인을 직접 만나 설명하거나 조건을 협상한 사실이 있는지는 공동정범 판단에서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계약서 작성과 도장 날인만 했을 뿐 임차인과의 대면 설명, 시세·조건 협상, 자금 관리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임차인 진술·중개인 진술·문자 기록으로 뒷받침하면, 범죄 실행에 대한 기능적 행위지배가 없었다는 주장의 근거가 됩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보증금의 실제 자금 흐름을 추적해 '무이익 구조'를 입증하기
공모와 고의를 다투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그 돈이 실제로 어디로 갔는가'입니다. 보증금이 명의인의 계좌를 거쳐 갔다는 사실만으로 그 돈을 가졌다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이 단계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을 챙깁니다.
1) 계좌 이체 흐름을 선제적으로 정리해 제출합니다.
보증금이 입금된 직후 또는 짧은 기간 안에 실제 운용자의 계좌로 전액에 가깝게 이체됐다는 내역을 은행 거래내역과 이체 메모를 통해 시계열로 정리합니다. 수사기관이 계좌를 추적하기 전에 이 흐름을 스스로 명확히 제출해 두면, 보증금을 실질적으로 지배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구체적 숫자로 증명됩니다.
2) 재산 증식 여부를 대사해 이익 없음을 뒷받침합니다.
범행 기간 전후로 명의인의 재산이 실질적으로 늘지 않았다는 점—별다른 부동산·차량 취득이나 예금 증가가 없었다는 사실—을 정리해, 다수의 보증금이 오간 것치고 실제로 손에 쥔 이익이 없었음을 뒷받침합니다. 이는 공모관계의 정도를 판단하는 핵심 간접사실로 다뤄집니다.
3) 종범 인정과 양형자료를 함께 준비합니다.
공모와 기능적 행위지배가 다투어지더라도 일부 관여 사실 자체를 부인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는 범행을 용이하게 한 정도에 그쳤다는 방조(종범) 구성을 함께 준비합니다. 종범으로 인정되면 형법 제32조에 따라 정범의 형보다 필요적으로 감경됩니다. 아울러 이득액이 5억 원을 넘는 사건에서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제3조가 적용돼 3년 이상(50억 원 이상은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까지 다퉈질 수 있으므로, 가담 정도와 실질적 이익의 부재를 뒷받침하는 자료는 죄책 자체뿐 아니라 양형 단계에서도 방어의 핵심 근거가 됩니다.
결론
계약서와 등기부에 이름이 올라 있다는 사실만으로 형사책임이 자동으로 결정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수사 초기에 '명의만 빌려줬을 뿐'이라는 주장을 말로만 반복하면, 서류상 임대인이라는 형식이 그대로 결론이 되어 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명의를 빌려준 경위, 대가의 성격, 계약 관여의 정도, 그리고 보증금이 실제로 흘러간 방향—이 네 가지를 구체적인 자료로 갖춰 두었는가가 공동정범과 방조범, 그리고 무혐의를 가르는 실질적인 기준이 됩니다. 소환 통보를 받았거나 조사가 예정돼 있다면, 진술을 준비하기 전에 이 네 축을 먼저 점검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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