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강제추행 사건으로 조사를 받게 된 분들 중에는 “초범이고 사안도 크지 않으니 벌금형 정도로 끝나지 않겠느냐”는 기대를 갖고 상담을 요청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초범이니까 벌금형이겠죠”, “피해자랑 합의만 하면 사건이 끝나는 거 아닌가요”라고 생각하며 준비 없이 조사에 임하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막상 진행해보면, 합의를 시도했지만 피해자가 응하지 않아 정식재판에 넘겨지거나, 벌금형을 받고도 예상치 못한 신상정보 등록 통지를 받고 당황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강제추행죄에서 폭행·협박으로 인정되는 범위를 종전보다 넓게 해석하는 쪽으로 판례를 변경했습니다. 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의 강한 유형력이 아니더라도, 불법한 유형력의 행사나 공포심을 일으킬 수 있는 정도의 해악 고지만으로도 강제추행이 성립할 수 있다고 본 것입니다. 그만큼 가벼운 접촉으로도 강제추행 혐의를 받는 사례가 늘고 있고, 초범이라는 사정만으로는 결과를 낙관하기 어려워졌습니다.
아래에서는 강제추행 사건이 벌금형으로 종결되기 위한 법적 구조와, 수사 단계에서부터 구체적으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강제추행은 법정형에 벌금형이 있어 준비에 따라 결과가 달라집니다
징역과 벌금이 선택형으로 정해져 있다는 것 자체가 결과를 가를 여지를 만듭니다.
형법 제298조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추행을 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징역형과 벌금형이 선택형으로 규정되어 있다는 것은, 같은 죄명이라도 사건의 경위와 수사·재판 단계에서의 대응에 따라 결과의 폭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다만 최근 판례 흐름을 함께 봐야 합니다. 대법원은 종래 “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협박을 요구하던 40년 가까운 판례를 변경했습니다.
강제추행죄에서의 폭행 또는 협박은 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로 강력할 것을 요하지 아니하고, 상대방의 신체에 대하여 불법한 유형력을 행사하거나 일반적으로 보아 상대방으로 하여금 공포심을 일으킬 수 있는 정도의 해악을 고지하는 것을 의미한다(대법원 2023. 9. 21. 선고 2018도13877 전원합의체 판결).
이 판례 변경으로 종전이라면 무혐의나 불기소로 끝났을 만한 경미한 접촉도 강제추행 혐의로 입건되는 사례가 늘었습니다. 다시 말해 “이 정도 일로 형사처벌까지 받겠느냐”는 생각으로 준비 없이 대응하다가는, 애초에 열려 있던 벌금형의 문턱조차 넘지 못할 수 있습니다.
강제추행은 법정형 자체에 벌금형이 있는 죄이지만, 그 문을 여는 것은 사건 경위와 수사 단계에서의 준비입니다.
2. 검찰의 약식기소 여부가 벌금형의 첫 관문입니다
정식재판(구공판)으로 넘어가면 벌금형 확보는 훨씬 어려워집니다.
검사의 기소는 크게 두 갈래로 나뉩니다. 벌금형이면 충분하다고 판단되는 사안은 정식 공판 없이 서면 심리만으로 벌금을 명하는 약식기소(구약식)로 처리되고, 징역형이나 집행유예까지 고려해야 하는 사안은 정식기소(구공판)로 넘어가 공개 재판을 받게 됩니다.
같은 강제추행 혐의라도 어느 쪽으로 갈지는 죄명만으로 정해지지 않습니다. 검사는 범행의 경위와 수법, 피해 정도, 피해자와의 합의 여부, 피의자의 전과 관계, 재범 가능성 등을 종합해 처분 수위를 판단합니다. 이 판단은 대부분 수사 단계, 즉 경찰·검찰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사실상 결정됩니다.
따라서 정식 기소 이후 재판에서 뒤늦게 정상을 호소하는 것보다, 조사 초기부터 어떤 자료를 어떤 순서로 제출할지 계획하는 것이 벌금형 가능성을 높이는 실질적인 방법입니다.
벌금형이냐 정식재판이냐는 죄명이 아니라, 수사 단계에서 검사가 확인하는 구체적 정상에 따라 갈립니다.
3. 합의·공탁·반성 자료는 역할이 다르므로 순서를 갖춰 준비해야 합니다
합의서가 가장 확실하지만, 합의가 안 되는 경우를 대비한 다음 단계도 준비해야 합니다.
정상 참작 자료 중 가장 무게가 실리는 것은 피해자와의 합의서입니다. 다만 합의는 변호사를 통해 피해자의 의사를 존중하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는 절차이고, 직접 연락하거나 무리하게 접촉을 시도하면 오히려 2차 가해로 문제가 커질 수 있습니다.
피해자가 합의에 응하지 않거나 연락 자체가 닿지 않는 경우에는 법원에 합의금 상당액을 공탁하는 방법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공탁은 합의는 아니지만, 피해 회복을 위해 실질적인 노력을 했다는 사정으로 참작될 수 있습니다.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거나 합의·공탁이 모두 어려운 사건이라면 반성문, 가족·지인의 탄원서, 가족관계증명서, 재직증명서 등으로 재범 위험이 낮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 대안이 됩니다. 다만 합의했다는 사정 하나만으로 기소유예나 약식기소가 자동으로 보장되는 것은 아니며, 검사와 법원은 이를 다른 정상들과 함께 종합적으로 판단합니다.
합의서·공탁·반성 자료는 각각 다른 상황을 대비한 것이므로, 하나만 준비해두는 것으로는 부족합니다.
4. 피해자의 연령과 범행 수단에 따라 벌금형의 문 자체가 닫힐 수 있습니다
형법 제298조의 선택형은 모든 강제추행 사건에 똑같이 열려 있는 것이 아닙니다.
형법 제298조 자체는 징역형과 벌금형을 선택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지만, 사건에 특별한 사정이 더해지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피해자가 미성년자이거나 친족관계에 있는 경우, 흉기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한 경우, 2명 이상이 공동으로 범행한 경우 등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별도의 가중처벌 조항이 적용될 수 있고, 이 경우 벌금형 선택의 폭이 크게 좁아지거나 최소 형량 자체가 징역형으로 예정되기도 합니다.
또한 동종 전과가 있거나 상습으로 인정되면, 초범을 전제로 한 벌금형 기대는 처음부터 성립하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우발적인 범행이고 피해 정도가 상대적으로 경미하며 재범 위험이 낮다고 판단될수록, 앞서 살펴본 합의·공탁·반성 자료가 실제로 벌금형이라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집니다.
결국 “초범이니 벌금형이겠지”라는 판단은 사건의 구체적 내용을 확인하지 않은 막연한 기대일 뿐입니다. 자신의 사건이 가중처벌 사유에 해당하는지부터 먼저 점검해야 합니다.
5. 고소부터 처분까지, 준비는 이 순서로 진행합니다
고소장 접수 직후 자료를 정리해두는 쪽이, 뒤늦게 대응하는 쪽보다 훨씬 유리합니다.
강제추행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고소장 접수 및 조사 → ②피의자 조사 → ③검찰(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약식기소·정식기소 결정 → ④정식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 또는 약식명령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어느 단계에 있든, 검사가 처분을 결정하기 전에 자료를 갖추는 것이 핵심입니다.
경찰 조사 통보를 받았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사건 경위를 시간 순서대로 정리하고, 문자메시지·CCTV·목격자 진술 등 객관적으로 확인 가능한 자료부터 확보합니다.
피해자와의 접촉이 가능한 상황인지, 합의를 변호사를 통해 시도할지 아니면 공탁으로 진행할지를 초기에 판단합니다.
동종 전과 유무, 직장·가족관계 등 재범 위험이 낮다는 점을 뒷받침할 자료(재직증명서, 가족관계증명서, 상담·치료 이수 확인서 등)를 미리 준비합니다.
이 세 가지는 경찰 조사가 시작되기 전, 늦어도 첫 조사 전까지 어느 정도 정리해두어야 검사의 처분 단계에서 실질적인 정상으로 반영될 수 있습니다.
마치며
강제추행 혐의로 조사를 받게 되면, “초범이니 별일 없겠지”라는 생각과 “이미 벌어진 일인데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막막함이 겹쳐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혐의를 받는 쪽에서는 초범이라는 사정 하나만 믿기보다, 사건 경위를 객관적으로 정리하고 합의·공탁·반성 자료 중 자신의 상황에 맞는 것을 순서대로 갖추는 것이 우선입니다. 반대로 피해를 입은 쪽에서도 합의를 서두르다 진심 없는 사과만 받고 끝나면 오히려 신뢰가 무너지는 경우가 있어, 합의 절차 자체를 신중하게 진행할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강제추행을 비롯한 성범죄 사건에서 혐의를 받는 쪽과 실제 피해를 입은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같은 조사 통보를 받고도 무엇을 준비했는지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벌금형으로 끝날 수 있는지는 준비된 자료가 결정합니다. 조사 통보를 받은 지금이 바로 그 준비를 시작해야 할 시점이고,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초범이면 무조건 벌금형으로 끝나나요?
A. 아닙니다. 형법 제298조는 벌금형을 법정형으로 두고 있을 뿐, 초범이라는 사정만으로 벌금형이 보장되지는 않습니다. 범행 경위, 피해 정도, 합의 여부 등을 검사와 법원이 종합적으로 판단합니다.
Q. 피해자와 합의하면 처벌을 피할 수 있나요?
A. 합의는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되지만 자동으로 기소유예나 벌금형을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전과, 재범 가능성 등 다른 사정과 함께 판단됩니다.
Q.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하면 사건이 끝나나요?
A. 강제추행죄는 2013년 관련 법 개정으로 친고죄가 폐지되어,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만으로 수사·처벌 절차가 당연히 종결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양형에서는 중요하게 참작됩니다.
Q. 벌금형을 받으면 신상정보 등록도 되지 않는 거죠?
A. 그렇지 않습니다. 강제추행죄로 벌금형이 확정되어도 신상정보 등록대상자가 되며 등록기간은 10년입니다. 다만 신상정보의 공개·고지는 법원이 별도로 판단하며, 사안에 따라 면제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Q. 공탁을 하면 합의한 것과 같은 효과가 있나요?
A. 공탁은 합의와 다릅니다. 피해자의 처벌 의사와 무관하게 이루어지는 절차이지만, 피해 회복을 위해 실질적인 노력을 했다는 사정으로는 참작될 수 있습니다.
Q. 경찰 조사 통보를 받으면 언제 변호사를 선임해야 하나요?
A. 첫 조사 전이 가장 좋습니다. 초기 진술과 제출 자료가 약식기소와 정식기소의 갈림길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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