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류 보고 누락으로 입건된 병원장 — 착오와 고의 사이
사건 개요
의원이나 병원을 운영하는 원장님들이 어느 날 갑자기 받게 되는 연락이 있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나 보건소의 점검이 다녀간 뒤, 혹은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의 재고와 실제 보유량이 맞지 않는다는 통보를 받은 뒤, 경찰서에서 출석요구서가 오는 것입니다. 혐의는 대개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보고의무 위반)입니다. 원장님들의 첫 반응은 거의 같습니다. "약을 빼돌린 것도 아니고 전산 입력을 빠뜨린 것뿐인데 왜 형사사건이 되느냐"는 것입니다.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은 마약·향정신성의약품이 제조·수입 단계에서부터 도매상을 거쳐 의료기관에 들어오고, 환자에게 투약되고, 남은 것이 폐기되기까지의 전 과정을 전산으로 따라가도록 만든 장치입니다. 그래서 한쪽에서 '판매' 보고가 올라왔는데 받은 쪽에서 '구입' 보고가 올라오지 않으면 그 차이가 그대로 드러납니다. 원장님은 사무장이나 간호팀이 입력한 줄 알았다고 하고, 실제로 상당수는 정말 그렇게 시작됩니다. 그러나 시스템에 남은 것은 '누가 몰랐는가'가 아니라 '보고가 없다'는 사실뿐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마약류 취급 보고를 하지 않은 것은 그 자체로 형사처벌 대상입니다. 과태료로 끝나는 사안과 벌금·징역이 걸리는 사안이 법에서 갈라져 있고, 누락된 품목이 마약인지 향정신성의약품인지에 따라 법정형도 달라집니다. 다만 같은 '보고 누락'이라도 결과는 크게 갈립니다. 그 차이는 원장님이 무엇을 몰랐는지, 그 '몰랐음'이 법이 인정하는 착오인지를 어떻게 짚어 내는가에서 생깁니다.
핵심 쟁점
이런 사건에서 실제로 판단이 갈리는 지점은 네 가지입니다. 첫째, 누락된 품목이 마약인지 향정신성의약품인지입니다. 같은 미보고라도 마약이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 벌금(마약류관리법 제63조 제1항 제6호), 향정신성의약품이면 1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 벌금(같은 법 제64조 제2호)으로 법정형 자체가 다릅니다. 둘째, 그 보고를 할 의무자가 원장 본인인지 마약류관리자인지입니다. 셋째, 미보고에 고의가 있었는지, 그리고 원장님이 말하는 '착오'가 형법상 어느 착오에 해당하는지입니다. 넷째, 형사절차와 별도로 진행되는 과태료와 업무정지 처분을 어떻게 함께 관리하는지입니다.
이 네 가지는 서로 다른 트랙에서 동시에 굴러갑니다. 형사에서 벌금을 받고 끝났다고 생각한 사이 허가관청의 업무정지 처분이 따라오고, 반대로 행정절차에서 사실관계를 그대로 인정해 버려 형사에서 다툴 여지를 스스로 없애 버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어느 한 트랙만 보고 대응 방향을 정하면 다른 쪽에서 손실이 커집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무엇을·누가·언제까지였는지부터 다시 세우기
보고의무 위반 사건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이 아니라, 수사기관이 세운 공소사실의 뼈대를 구성요건 단위로 분해하는 것입니다. 이 죄는 '보고를 안 했다'는 한 덩어리가 아니라 품목·의무자·기한이라는 세 축으로 이루어져 있고, 그중 하나만 어긋나도 처벌 범위가 달라집니다.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 순서로 사실관계를 재구성합니다.
1) 누락된 품목이 마약인지 향정신성의약품인지부터 특정합니다.
마약류관리법은 미보고 행위를 마약과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나누어 벌합니다. 마약을 취급하면서 보고하지 않으면 제63조 제1항 제6호로 2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 벌금, 향정신성의약품이면 제64조 제2호로 1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 벌금입니다. 여기에 제66조 제2항에 따라 5년 이하의 자격정지를 병과할 수 있고, 제67조에 따라 해당 마약류는 몰수 대상이 됩니다. 그래서 누락 목록에 마약과 향정이 섞여 있을 때는 어느 품목이 어느 조문에 걸리는지를 하나하나 분리해야, 실제보다 무거운 조문으로 묶여 기소되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2) 보고 주체가 원장인지 마약류관리자인지 가릅니다.
제11조 제1항은 마약류취급자가 구입·양수·양도·사용·폐기·조제·투약한 마약류의 품명·수량·취급연월일·구입처·재고량·일련번호와 상대방 성명 등을 보고하도록 정합니다. 그런데 제11조 제3항은 마약류관리자가 있는 의료기관에서 투약하거나 투약하기 위해 제공하는 마약류는 그 마약류관리자가 보고하도록 따로 정해 두었습니다. 마약류관리자는 마약류취급의료업자가 4명 이상 종사하는 의료기관에 두어야 하는 자리입니다(제33조 제1항). 따라서 일정 규모 이상의 병원이라면 투약 관련 누락분의 의무자가 원장이 아닐 수 있고, 반대로 도매상으로부터의 구입이나 폐기는 제1항의 몫으로 남습니다. 이 경계를 짚지 않으면 원장이 지지 않아도 될 부분까지 떠안게 됩니다.
3) 취급 유형별로 기한 도과 여부를 다시 계산합니다.
보고 기한은 하나가 아닙니다. 시행규칙 제21조 제1항 제1호는 마약과 식약처장이 공고한 향정신성의약품에 대해 취급한 날부터 7일 이내(취급 당일·토요일·공휴일은 산입하지 않음)를 정하고, 같은 호 단서는 전산 장애 등 불가피한 사유가 있으면 그 사유가 해소된 날부터 3일 이내로 늦춰 줍니다. 그 밖의 향정신성의약품은 제2호에 따라 취급한 달의 다음 달 10일까지이고, 이미 한 보고를 고치는 변경보고는 같은 조 제6항에 따라 보고기한 종료일부터 14일 이내입니다. 실제로 기한 계산만 다시 해도 공소사실 중 일부가 기한 내 보고였던 것으로 드러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행정 착오'를 고의 부인으로 연결하되, 그 한계를 함께 설계하기
원장님들이 가장 하고 싶어 하는 말이 "고의가 아니었다"입니다. 이 주장은 맞는 방향이지만, 그대로 던지면 통하지 않습니다. 마약류관리법의 보고의무 위반죄에는 과실범 처벌규정이 없으므로 고의가 없으면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 형법 제13조·제14조의 구조이지만, 법원은 '무엇을 몰랐는가'를 매우 엄격하게 나누어 봅니다. 이 단계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을 챙깁니다.
1) 사실의 착오인지 법률의 착오인지를 먼저 가릅니다.
"직원이 이미 입력한 줄 알았다", "도매상 쪽에서 넘어가는 줄 알았다", "그 품목이 관리 대상 향정인 줄 몰랐다"는 것은 구성요건 사실 자체에 대한 인식이 없었다는 주장이므로 형법 제13조의 영역이고, 인정되면 고의가 조각됩니다. 반면 "보고를 해야 하는 줄 몰랐다"는 것은 의무의 존재 자체를 몰랐다는 말이어서 형법 제16조의 법률의 착오이고, 이때는 그 오인에 '정당한 이유'가 있을 때에 한해서만 벌하지 않습니다. 같은 "몰랐다"라도 어느 쪽으로 진술이 정리되느냐에 따라 결론이 정반대로 갈리므로, 첫 조사 진술부터 이 구분을 염두에 두고 준비해야 합니다.
2) 착오를 뒷받침할 객관적 기록을 확보합니다.
고의를 다투겠다면 "몰랐다"는 진술 외의 것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의 접속·전송 이력과 오류 반송 내역, 보고 업무를 누구에게 어떤 형태로 맡겼는지 보여 주는 위임 지시·업무분장 자료, 도매상 거래명세서와 원내 마약류 관리대장, 재고 실사 기록을 함께 확보합니다. 특히 시행규칙 제21조 제7항은 보고 정보가 실제 취급·소지 제품 정보와 일치해야 하고 취급자가 그 일치 여부를 확인할 조치를 하도록 정하고 있어, 확인 체계가 아예 없었다면 그 사실이 오히려 인식·용인의 정황으로 쓰일 수 있습니다. 어떤 점검을 실제로 해 왔는지가 남아 있어야 방어가 됩니다.
3) '몰랐다'가 유죄를 막지 못하고 양형으로만 흡수되는 경우를 계산에 넣습니다.
실제 사례를 보면 이 한계가 분명합니다. 치과의원을 개설·운영하던 마약류취급의료업자가 향정신성의약품 200정을 의약품 도매상으로부터 구입하고도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에 보고하지 않은 사안에서, 법원은 제64조 제2호·제11조 제1항 위반을 유죄로 인정했습니다(제주지방법원 2025. 8. 19. 선고 2025노276 판결). 이 판결은 양형 이유에서 "마약류 취급에 관한 행정절차를 제대로 숙지하지 못하여 이 사건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이고"라고 적시했는데, 절차 미숙지가 범죄 성립을 막지는 못하고 형을 정하는 사정으로만 반영된 것입니다. 폐업 시 보유 마약류의 양도·인계 의무 위반까지 경합되어 결국 벌금 1,000만 원이 선고되었습니다. 그러므로 착오 주장이 무죄로 이어지기 어려운 사안이라면, 처음부터 실제 유출이 없었다는 점과 시정 조치를 자료로 세워 양형과 처분 수위를 낮추는 쪽으로 방향을 잡는 편이 실익이 큽니다.
4) 형사와 행정 두 트랙을 같은 시간표 위에서 관리합니다.
보고 관련 위반은 형사처벌만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마약류취급의료업자·마약류관리자·마약류소매업자가 보유한 향정신성의약품이 보고된 재고량과 차이가 있는 경우는 제69조 제1항 제3호에 따라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 사안으로 따로 규율되고, 제11조를 위반해 보고하지 않거나 거짓 보고한 경우 허가관청은 제44조 제1항 제1호 자목에 따라 1년의 범위에서 업무정지를 명할 수 있으며, 이를 3회 이상 위반하면 같은 조 제1항 제2호 라목에 따라 허가·지정 취소까지 가능합니다. 나아가 제44조 제4항은 그 처분 사실을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통보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의료법인 형태라면 제68조 양벌규정으로 법인에도 벌금이 과해질 수 있으나, 위반 방지를 위해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않았다면 면책되므로, 원내 보고 점검 체계를 세워 둔 근거를 함께 제출합니다.
결론
마약류 보고 누락 사건은 약을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는 점에서 억울함이 큰 반면, 법이 정한 의무가 명확한 만큼 감정만으로는 방어되지 않는 유형입니다. 출석요구서를 받은 시점에 이미 시스템에는 누락 내역이 그대로 남아 있으므로, 다툴 것은 '누락이 있었는가'가 아니라 그 누락이 어느 조문에, 누구의 의무 위반으로, 어떤 인식 상태에서 귀속되는가입니다.
품목이 마약인지 향정인지, 의무자가 원장인지 마약류관리자인지, 기한이 7일인지 다음 달 10일인지, 그리고 "몰랐다"는 말이 사실의 착오인지 법률의 착오인지 — 이 네 가지를 첫 조사 전에 정리해 두었는지가 결과를 가릅니다. 여기에 형사와 별개로 진행되는 과태료·업무정지 절차까지 같은 시간표에 올려 두어야 합니다. 지금 점검 통보나 출석요구를 받으신 상황이라면, 무엇을 인정하고 무엇을 다툴지 그 경계를 한 번 점검받아 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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