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신문에 변호인을 참여시켜 달라고 요청했는데 수사기관이 이런저런 이유로 거부하거나, 참여는 시키면서도 변호인을 신문 내내 침묵하게 만드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변호인의 신문참여권은 수사기관의 재량이 아니라 형사소송법이 명문으로 보장하는 권리이고,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막거나 무력화한 처분은 그 자체로 법원에 취소를 구할 수 있는 대상입니다. 문제는 많은 피의자와 가족이 참여를 거부당한 순간 항의만 하고 넘어갈 뿐, 그 거부 처분을 직접 다투는 절차가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는 점입니다. 이 글에서는 변호인 신문참여권의 법적 근거와 수사기관이 참여를 제한할 수 있는 예외의 한계, 그리고 부당한 거부를 준항고로 취소받는 구체적 절차를 살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변호인 신문참여권의 근거 — 형사소송법 제243조의2
헌법 제12조 제4항은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에는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정합니다. 이 헌법상 권리가 수사 단계의 구체적 절차로 명문화된 조항이 형사소송법 제243조의2(변호인의 참여 등)입니다. 이 조항에 따르면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피의자 또는 그 변호인·법정대리인·배우자·직계친족·형제자매의 신청이 있으면,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변호인을 피의자신문에 참여하게 해야 합니다. 신청권자가 피의자 본인으로 한정되지 않고 가족까지 폭넓게 인정된다는 점이 실무에서 자주 간과됩니다.
이 조항이 신설되기 전에는 명문 규정이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대법원 2003. 11. 11.자 2003모402 결정은 헌법상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와 적법절차 원칙만으로도 구금된 피의자가 신문 시 변호인의 참여를 요구할 수 있다고 인정했고, 이 판단이 이후 2007년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조문화됐습니다. 즉 참여권은 수사기관이 은혜적으로 허용하는 편의가 아니라, 판례와 입법으로 이중으로 확인된 헌법상 권리라는 점이 이후 준항고 인정 여부를 판단하는 핵심 전제가 됩니다.
참여가 허용된 변호인은 단순히 자리에 앉아 있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형사소송법 제243조의2 제3항은 신문 중이라도 부당한 신문방법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고, 신문 후 의견을 진술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다만 신문을 방해하거나 특정한 답변을 유도하는 방식의 개입은 허용되지 않는데, 이 경계가 실무에서는 수사기관이 참여 자체를 제한하는 명분으로 악용되는 경우가 있어 다음 항목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참여를 제한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의 한계 — 2003모402 결정
형사소송법 제243조의2 제1항은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참여를 시켜야 한다고 정할 뿐, 무엇이 정당한 사유인지는 조문에 구체적으로 나열하지 않습니다. 이 공백을 메운 것이 앞서 본 2003모402 결정입니다. 이 결정은 신문 방해의 소지가 있거나 수사기밀 누설의 우려가 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객관적으로 명백한 경우에만 참여를 제한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단순히 수사관이 불편해하거나 관행상 참여를 시키지 않아 왔다는 사정은 이 기준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실무에서 문제되는 지점은 수사기관이 참여 자체를 전면 거부하기보다, 참여는 허용하면서 그 내용을 사실상 무력화하는 방식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변호인을 피의자로부터 멀리 떨어진 자리에 앉히거나, 신문 중 이의제기나 조언을 할 때마다 신문 방해를 이유로 제지하는 방식이 대표적입니다. 2003모402 결정에서 문제 된 것도 바로 이런 유형이었습니다. 검사가 변호인에게 피의자와 떨어진 곳에 앉으라고 요구한 사안에서, 대법원은 이 요구가 변호인의 참여권을 사실상 제한한 것으로서 정당한 사유 없는 제한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판례가 세운 기준은 이후 실무 운용에도 반영돼, 수사기관은 원칙적으로 변호인을 피의자 옆자리에 앉히고 조력에 필요한 조치를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 통상적인 처리 방식입니다. 다만 개별 사건에서 수사관이 여전히 관행이나 편의를 이유로 참여 범위를 축소하려는 시도를 하는 경우가 있어, 이 기준을 정확히 알고 있어야 부당한 제한인지 아닌지를 그 자리에서 가늠할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 정당한 사유 없는 제한으로 문제 되는 유형은 대체로 아래처럼 나뉩니다. 어느 하나에 해당한다고 해서 곧바로 준항고 인용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지만, 신문 방해나 수사기밀 누설 우려라는 예외 사유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공통적으로 다툴 여지가 있습니다.
후방착석요구 — 변호인을 피의자와 떨어진 자리, 등 뒤나 구석 자리에 앉히는 조치
발언 제지 — 이의제기나 조언을 시도할 때마다 신문 방해로 단정하고 곧바로 제지하는 조치
메모·기록 제한 — 참여 변호인이 신문 내용을 메모하거나 기록하는 것을 막는 조치
특정 변호인 배제 — 피의자가 지정한 변호인이 아닌 다른 변호인으로 참여를 강요하는 조치
신문 방해나 수사기밀 누설 우려가 객관적으로 명백하지 않은 한, 변호인의 자리·조언·이의제기를 제한하는 조치는 그 자체로 정당한 사유 없는 참여권 침해다.
참여 거부도 '처분'이다 — 준항고의 대상성
변호인 참여를 거부당했을 때 현장에서 항의하는 것만으로는 그 거부 자체를 되돌릴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검토할 절차가 형사소송법 제417조가 정한 준항고입니다. 제417조는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의 구금, 압수 또는 압수물의 환부에 관한 처분에 불복이 있으면 법원에 그 처분의 취소 또는 변경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조문의 문언만 보면 변호인 참여 거부는 나열되어 있지 않아, 이것도 준항고 대상이 되는지가 한동안 실무상 다투어졌습니다.
이 공백을 메운 것 역시 2003모402 결정입니다. 대법원은 구금된 피의자에 대한 신문에 변호인의 참여를 불허하는 처분도 '구금에 관한 처분'에 포함되므로 준항고의 대상이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참여 거부가 구금 상태에 놓인 피의자의 방어권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처분이라는 점에서, 압수나 압수물 환부처럼 좁게 열거된 항목에 갇히지 않고 '구금에 관한 처분'이라는 상위 개념으로 포섭한 것입니다. 이 해석 덕분에 참여 거부·제한은 현장 항의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 법원에 처분 자체의 위법성을 판단받을 수 있는 문제가 됐습니다.
준항고 대상이 되는 처분은 전면 거부에 한정되지 않습니다. 참여는 허용하되 자리를 강제로 옮기거나 의견진술·이의제기를 원천적으로 막는 조치처럼, 참여권의 실질을 형해화하는 처분도 같은 법리로 다툴 수 있다는 것이 2003모402 결정의 취지입니다. 따라서 신문 도중 벌어진 제한 조치의 구체적인 경위—언제, 누가, 어떤 말로, 어떤 근거로 제한했는지—를 최대한 상세히 기록해 두는 것이 이후 준항고 청구의 성패를 가릅니다.
변호인 참여를 불허하거나 실질적으로 무력화하는 처분은 형사소송법 제417조의 '구금에 관한 처분'에 포함되어, 법원에 그 취소를 구하는 준항고의 대상이 된다.
준항고 절차 — 관할법원과 청구 방법
준항고는 그 처분을 한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의 직무집행지를 관할하는 지방법원에 청구합니다(형사소송법 제417조). 청구는 서면으로 제출하는 준항고장 형식으로 이뤄지며, 처분의 일시·장소·행위자, 참여가 제한된 구체적 경위, 그 제한에 정당한 사유가 없다고 판단하는 근거를 구체적으로 적어야 합니다. 신문에 동석했던 변호인이 그 자리에서 작성한 메모나 이의제기 기록이 있다면 소명자료로 함께 제출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불복기간과 관련해, 재판장이나 수명법관의 재판에 대한 준항고(제416조)는 3일이라는 기간 제한이 있지만, 검사·사법경찰관의 처분에 대한 준항고(제417조)에는 별도의 기간 제한 규정이 없다는 것이 실무의 일반적 설명입니다. 다만 수사가 진행 중인 상태에서 참여 제한의 효력을 실제로 되돌리려면, 그 처분의 위법성을 다툴 실익이 남아 있을 때—신문이 아직 이어지고 있거나 후속 조사가 예정돼 있을 때—신속히 청구하는 쪽이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처분의 특정 — 언제, 어느 검찰청·경찰서에서, 누가 한 처분인지
제한의 경위 — 참여 신청 여부, 거부·제한의 구체적 표현과 태도
정당한 사유 부존재의 근거 — 신문 방해나 수사기밀 누설 우려가 없었다는 사정
소명자료 — 참여 변호인의 진술서, 신문 당시 메모, 접견 기록 등
준항고가 기각되면 그것으로 끝나는 것도 아닙니다. 준항고에 관한 결정에 불복이 있으면 형사소송법 제419조가 준용하는 절차에 따라 대법원에 재항고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변호인 참여권의 준항고 대상성을 확립한 2003모402 결정 자체도, 하급심에서 준항고가 인용되자 검사가 그 결정에 불복해 대법원에 재항고한 사건이었습니다. 즉 참여 제한을 둘러싼 다툼은 지방법원 단계에서 끝나지 않고 대법원의 판단까지 이어질 수 있는 사안이라는 뜻입니다.
준항고가 인용되면 — 처분 취소의 실무적 효과
법원이 준항고를 인용하면 검사·사법경찰관의 참여 제한 처분은 취소됩니다. 이후 진행되는 신문에서는 변호인의 참여가 정상적으로 보장돼야 하고, 수사기관이 같은 사유로 다시 참여를 제한하면 그 자체가 또 다른 위법 처분이 됩니다. 준항고 인용 결정은 해당 사건의 절차를 바로잡는 효과뿐 아니라, 같은 수사기관이 이후 다른 사건에서도 유사한 제한을 함부로 시도하기 어렵게 만드는 사실상의 억지력도 갖습니다. 이미 신문이 종료된 뒤에 인용 결정이 나온 경우라도, 참여가 제한된 상태에서 신문이 진행됐다는 사실 자체는 그대로 남아 이후 공판 단계의 주장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준항고는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절차이지, 이미 확보된 진술의 증거능력을 직접 판단하는 절차는 아닙니다. 참여가 제한된 상태에서 이뤄진 신문에서 얻어진 진술이 재판에서 어떻게 취급되는지는 별도의 문제이며, 이는 다음 항목에서 살펴보겠습니다.
참여가 제한된 상태에서 얻어진 진술의 증거능력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는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않고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삼을 수 없다고 정합니다(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 변호인의 신문참여권이 정당한 사유 없이 제한된 상태에서 이뤄진 신문은 적법절차를 벗어난 것이므로, 그 신문 결과 작성된 조서나 진술의 증거능력이 재판 단계에서 다투어질 수 있습니다. 준항고로 처분 자체를 취소받아 두면, 이후 공판에서 그 신문이 위법하게 진행됐다는 점을 뒷받침하는 유력한 자료가 됩니다.
다만 참여 제한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자동으로 증거가 배제되는 것은 아니고, 그 제한이 피의자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제한된 상태에서 얻어진 진술이 자백의 임의성이나 신빙성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를 법원이 개별적으로 판단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참여가 제한된 순간의 경위를 최대한 구체적으로 남겨 두는 것이, 준항고 단계뿐 아니라 이후 공판에서 증거능력을 다툴 때도 그대로 소명자료가 됩니다.
예를 들어 변호인이 신문 중 부당한 유도신문에 이의를 제기했는데 수사관이 이를 두 차례 이상 가로막은 채 자백을 받아냈다면, 그 자백이 임의로 이뤄진 것인지 자체가 재판에서 다투어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변호인이 참여는 했지만 특별히 이의를 제기할 상황이 없었던 경우라면, 참여권 제한을 이유로 증거능력을 다투기는 상대적으로 어렵습니다. 결국 관건은 제한이 실제로 방어권 행사를 가로막았는지를 구체적 정황으로 보여줄 수 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변호인 참여를 신청할 수 있는 사람은 피의자 본인뿐인가요?
A. 아닙니다. 형사소송법 제243조의2 제1항은 피의자 본인뿐 아니라 그 변호인, 법정대리인, 배우자, 직계친족, 형제자매도 참여를 신청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가족이 대신 신청해도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수사기관은 이를 거부할 수 없습니다.
Q. 참여는 허용됐는데 변호인이 신문 중 아무 말도 못 하게 하면 어떻게 하나요?
A. 참여 자체는 허용하면서 이의제기나 의견진술을 원천적으로 막는 조치도 참여권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처분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도 형사소송법 제417조에 따른 준항고로 그 제한의 취소를 구할 수 있습니다.
Q. 준항고는 신문이 끝난 뒤에도 청구할 수 있나요?
A. 형사소송법 제417조의 준항고에는 별도의 기간 제한이 없어 신문 종료 후에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수사가 계속 진행 중일 때 청구해야 이후 절차에서 실제로 참여가 보장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Q. 준항고가 인용되면 이미 진행된 신문조서는 자동으로 무효가 되나요?
A. 아닙니다. 준항고는 참여 제한이라는 처분 자체의 취소를 구하는 절차이고, 그 신문에서 작성된 조서의 증거능력은 공판 단계에서 별도로 다뤄야 합니다. 다만 준항고 인용 결정은 그 신문이 위법하게 진행됐다는 사정을 뒷받침하는 자료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Q. 사법경찰관 조사에서도 준항고를 청구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형사소송법 제417조는 검사뿐 아니라 사법경찰관의 처분도 준항고 대상으로 정하고 있어, 경찰 조사 단계에서 참여를 거부·제한당한 경우에도 같은 절차로 다툴 수 있습니다.
Q. 참여가 제한된 순간 무엇을 해야 나중에 유리한가요?
A. 제한의 일시, 담당 수사관의 발언, 제한 사유로 제시된 내용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기록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기록이 준항고 청구서의 소명자료가 되고, 이후 공판에서 증거능력을 다툴 때도 그대로 활용됩니다.
맺음말
변호인의 피의자신문 참여권은 수사기관의 재량으로 좌우되는 편의가 아니라,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함께 보장하는 권리입니다. 정당한 사유 없이 참여를 거부하거나, 참여는 허용하되 자리를 옮기게 하거나 발언을 막는 방식으로 그 실질을 무력화하는 처분은 형사소송법 제417조에 따른 준항고로 다툴 수 있습니다.
신문 현장에서 항의만 하고 넘어가면 그 처분은 그대로 남습니다. 제한이 벌어진 경위를 구체적으로 기록해 두고, 필요하다면 신속히 준항고를 청구해 처분 자체를 취소받는 것이 이후 수사·재판 단계에서 방어권을 지키는 첫걸음입니다. 수원지검이나 안산경찰서 관할 사건처럼 초동수사 단계부터 변호인 참여가 문제 되는 경우도 드물지 않은 만큼, 신문 참여가 거부되거나 제한됐다면 그 즉시 대응 방향을 검토해 보시길 권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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