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다고 해서 그대로 배심원 앞에 서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법원은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이 정한 사유가 있으면 피고인의 신청과 무관하게 배제결정을 내려 통상의 재판절차로 사건을 돌려보낼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 배제결정이 한 번 내려지면 그대로 확정되어 배심원 평결을 받을 기회 자체가 사라진다는 점입니다. 다만 법은 이 결정에 대해 즉시항고라는 불복 수단을 명시적으로 열어두고 있고, 그 기간과 요건을 놓치지 않는 것이 관건입니다. 이 글에서는 배제결정이 어떤 경우에 내려지는지, 그리고 즉시항고로 이를 다툴 때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정리합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하는 법 — 의사확인 서면과 7일의 기한
국민참여재판을 받을지 여부는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이하 국민참여재판법) 제5조가 정한 대상사건, 즉 지방법원 합의부 관할 사건에 한해 피고인이 직접 선택하는 절차입니다. 법원은 이런 대상사건으로 공소가 제기되면 공소장 부본을 송달할 때 국민참여재판을 원하는지 확인하는 서면을 함께 보내야 합니다(같은 법 제8조 제1항). 피고인은 이 서면을 받은 날부터 7일 이내에 참여 의사를 기재한 서면을 법원에 제출해야 하고, 이 기간 안에 아무런 서면도 내지 않으면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않는 것으로 간주됩니다.
7일이라는 기간은 짧게 느껴질 수 있지만 되돌릴 수 있는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같은 법 제8조 제3항은 일단 신청 서면을 낸 뒤에도 공판준비기일이 종결되거나 제1회 공판기일이 열리기 전까지는 참여 의사를 다시 서면으로 바꿀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다만 실무상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다는 사실 자체가 곧바로 배심원 재판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습니다. 신청 이후에도 법원이 별도로 배제 여부를 심사하는 절차가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신청해도 막힐 수 있다 — 배제결정이란 무엇인가
피고인이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더라도 법원은 국민참여재판법 제9조 제1항에 따라 직권으로, 또는 검사·피고인·변호인의 신청에 따라 배심원이 참여하지 않는 재판, 즉 통상의 공판절차로 사건을 진행하게 하는 결정을 내릴 수 있습니다. 이를 배제결정이라 부릅니다. 배제결정은 공소가 제기된 때부터 공판준비기일이 종결된 다음 날까지 할 수 있어, 신청 직후는 물론 재판 준비가 상당히 진행된 시점에도 내려질 수 있습니다.
배제결정이 피고인에게 특히 곤혹스러운 이유는, 신청 단계에서는 국민참여재판을 원한다는 의사만 밝히면 되지만 그 이후 배제 여부는 전적으로 법원의 판단에 달려 있기 때문입니다. 검사가 배제를 신청하는 경우도 있고, 법원이 스스로 배제사유가 있다고 보아 직권으로 결정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느 경우든 신청한 피고인 입장에서는 자신이 원하는 재판 방식을 법원의 결정 하나로 잃게 되는 셈이라, 그 사유가 실제로 법이 정한 요건에 해당하는지를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배제결정은 피고인의 신청 여부와 무관하게, 법이 정한 네 가지 사유 중 하나에 해당한다고 법원이 판단하면 공판준비기일 종결 다음 날까지 언제든 내려질 수 있다.
네 가지 배제사유 — 어떤 경우에 법원이 배제결정을 내리나
국민참여재판법 제9조 제1항은 배제결정을 할 수 있는 사유를 아래 네 가지로 한정하고 있습니다. 이 목록에 해당하지 않는 사정을 근거로 배제결정을 하는 것은 법이 정한 요건을 벗어난 것이어서, 즉시항고 단계에서 다툴 여지가 그만큼 커집니다.
배심원·예비배심원·배심원후보자 또는 그 친족의 생명·신체·재산에 대한 침해나 침해 우려가 있어 출석에 지장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공범 관계에 있는 피고인 중 일부가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않아, 국민참여재판 없이 심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조가 정한 성폭력범죄에서 피해자 또는 법정대리인이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않는 경우
그 밖에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인정되는 경우(포괄조항)
실무에서 다툼이 가장 잦은 것은 마지막 포괄조항입니다. 앞의 세 사유는 요건이 비교적 구체적이지만, "그 밖에 부적절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는 법원의 재량 판단이 개입할 여지가 넓습니다. 국민참여재판을 받을 권리는 법이 명시적으로 보장한 절차적 권리이므로, 이 포괄조항이 지나치게 넓게 적용되어 신청 자체를 사실상 무력화하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지가 즉시항고에서 다툴 핵심 지점이 됩니다. 사건이 복잡하다거나 심리기간이 길어질 것이라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부적절하다고 단정할 수 있는지는 개별 사안마다 따져봐야 합니다.
구체적인 상황을 놓고 보면 사유별로 다투는 방식도 달라집니다. 조직폭력배 관련 사건에서 배심원 안전 우려를 근거로 배제결정이 내려졌다면, 실제로 배심원 신변에 위협이 될 만한 구체적 정황(협박 전력, 보복 시도 등)이 기록상 확인되는지를 따져야 합니다. 막연히 사건의 죄질이 무겁다는 사정만으로는 이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공범이 여럿인 사건에서 일부 공범만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않아 배제결정이 내려진 경우라면, 공범들 사이에 다투는 쟁점이 실제로 겹쳐 함께 심리하지 않으면 절차적 혼란이 생기는지, 아니면 각자 쟁점이 분리되어 있어 국민참여재판을 원하는 피고인만 따로 재판을 진행해도 무리가 없는지가 관건입니다.
배제결정 전 반드시 거쳐야 하는 절차 — 의견진술 기회를 놓치면 안 된다
국민참여재판법 제9조 제2항은 법원이 배제결정을 하기 전에 검사·피고인 또는 변호인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이는 단순한 형식이 아니라 배제결정의 정당성을 뒷받침하는 필수 절차입니다.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국민참여재판을 원하는 이유, 배제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는 근거를 법원에 충분히 진술할 기회를 가져야 배제결정 여부를 제대로 다툴 수 있습니다.
만약 법원이 이 의견진술 절차를 생략하거나 형식적으로만 거친 채 배제결정을 내렸다면, 그 자체가 배제결정을 다투는 즉시항고에서 중요한 주장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실무상으로는 공판준비기일에서 검사의 배제신청 취지를 확인한 뒤 변호인이 서면으로 반박 의견을 제출하는 방식이 흔히 쓰입니다. 의견진술 기회를 요청했는데도 법원이 이를 보장하지 않았다면, 그 사실관계를 기록으로 남겨두는 것이 이후 항고심에서 유리한 자료가 됩니다.
즉시항고로 다투는 법 — 기간·방식·정지효
국민참여재판법 제9조 제3항은 배제결정 또는 배제신청을 기각하는 결정에 대해 즉시항고를 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신청했던 피고인 입장에서 다툴 대상은 전자, 즉 법원이 내린 배제결정입니다. 즉시항고는 형사소송법이 정한 일반 항고 절차를 따르며, 항고장은 결정을 내린 원심법원에 제출합니다(형사소송법 제404조).
기간을 놓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형사소송법 제405조에 따라 즉시항고의 제기기간은 재판을 고지받은 날로부터 7일이며, 이 기간이 지나면 항고 자체가 부적법해집니다. 실무에서는 배제결정 고지를 받은 즉시 항고장 작성에 착수해야 할 정도로 여유가 많지 않습니다. 다만 즉시항고에는 일반 항고와 달리 집행정지의 효력이 있어(형사소송법 제410조), 즉시항고 제기기간 안이거나 실제로 즉시항고를 제기하면 배제결정의 집행, 즉 통상절차로의 전환이 그 사이에는 정지됩니다.
즉시항고는 원심법원을 거쳐 관할 고등법원(항고법원)이 심리합니다. 항고법원의 결정에도 불복하려면, 그 결정에 재판에 영향을 미친 헌법·법률·명령 위반이 있었다는 사유로 대법원에 재항고할 수 있습니다(형사소송법 제415조). 다만 재항고는 사실관계를 다시 다투는 절차가 아니라 법령 위반 여부만을 심사하는 좁은 통로이므로, 애초에 항고법원 단계에서 배제사유 해당 여부와 절차적 하자를 최대한 구체적으로 주장해두는 편이 유리합니다.
항고장에는 불복하는 결정을 특정하는 표시(사건번호·배제결정 날짜), 항고취지, 항고이유를 구체적으로 적어야 합니다. 항고이유 없이 결정에 불복한다는 취지만 적어 제출하면 원심법원이나 항고법원이 보정을 요구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시간이 지체될 수 있으므로 처음부터 배제사유 해당성과 절차적 하자를 구체적 사실관계와 함께 정리해 제출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즉시항고에서 실제로 무엇을 주장해야 하나
즉시항고가 실질적으로 받아들여지려면 막연히 "국민참여재판을 원한다"는 취지만으로는 부족하고, 배제결정이 법이 정한 요건을 벗어났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짚어야 합니다.
배제사유 자체가 없었다는 사실오인 주장 — 예컨대 배심원 안전 우려를 근거로 들었다면 그 우려가 구체적 근거 없이 막연한 추측에 그친다는 점
포괄조항(4호)의 확대 적용 주장 — 사건의 복잡성·심리기간 등 통상적 사정만으로 국민참여재판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점
절차적 하자 주장 — 배제결정 전 의견진술 기회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했다는 점
비례성 주장 — 배제로 얻는 절차적 이익이 피고인이 잃는 국민참여재판을 받을 권리보다 크다고 볼 근거가 부족하다는 점
즉시항고에서 다투는 것은 "재판을 받고 싶다"는 희망이 아니라, 법이 정한 네 가지 배제사유에 실제로 해당하는지, 그리고 의견진술 등 절차가 제대로 지켜졌는지에 대한 법률적 판단이다.
즉시항고가 기각되면 — 이후 절차와 남은 선택지
즉시항고가 기각되면 배제결정은 그대로 확정되고, 사건은 배심원 없이 통상의 공판절차로 진행됩니다. 이 시점부터는 국민참여재판을 다시 신청할 방법이 없고, 재판은 판사에 의한 심리·선고로 넘어갑니다. 다만 배제결정 자체를 다투지 못했다고 해서 방어의 기회가 모두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통상절차에서도 공소사실을 다투는 실체적 주장, 양형에 관한 자료 제출은 그대로 이어집니다.
다만 배제결정에 절차적 하자가 있었는데도 즉시항고 단계에서 충분히 다투지 못했다면, 이후 본안 판결에 대한 항소심에서 그 절차적 하자를 다시 문제 삼을 여지가 있는지도 검토해볼 부분입니다. 국민참여재판을 받을 권리가 법이 보장한 절차적 권리인 만큼, 이를 박탈하는 과정에 중대한 하자가 있었다면 그 하자가 재판 전체의 적법성에 영향을 미쳤는지가 상소심의 쟁점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는 사안마다 하자의 정도와 실제 방어권 침해 여부를 따져야 하는 만큼, 배제결정 단계에서부터 관련 기록을 빠짐없이 남겨두는 준비가 중요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는데 아무 연락이 없으면 자동으로 진행되나요?
A.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곧바로 국민참여재판이 확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법원이 배제사유 유무를 검토해 별도의 배제결정을 하지 않아야 비로소 배심원이 참여하는 절차로 진행됩니다. 별다른 통지 없이 시간이 흐른다면 재판부에 진행 상황을 직접 확인해보는 것이 안전합니다.
Q. 배제결정에 대해 검사도 즉시항고를 할 수 있나요?
A. 즉시항고는 배제결정 자체뿐 아니라 배제신청을 기각하는 결정에 대해서도 가능하므로, 배제를 신청했던 검사가 그 신청이 기각됐을 때 즉시항고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만 피고인이 국민참여재판을 원해 배제결정에 불복하는 상황에서는 통상 피고인 측이 즉시항고의 주체가 됩니다.
Q. 즉시항고 기간 7일은 어떻게 계산하나요?
A. 배제결정을 고지받은 날의 다음 날부터 계산해 7일 이내에 항고장을 원심법원에 제출해야 합니다. 공휴일이 마지막 날에 걸리면 그다음 날까지 연장되지만, 여유를 두고 미리 준비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Q. 즉시항고를 하면 그동안 재판 자체가 아예 멈추나요?
A. 즉시항고에는 집행정지 효력이 있어 배제결정의 집행, 즉 통상절차로의 전환이 항고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정지됩니다. 다만 이는 배제결정의 효력만 멈추는 것이고, 사건의 다른 절차 진행까지 전부 정지된다고 단정할 것은 아니므로 재판부의 실제 진행 방식을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Q. 성폭력 사건에서 피해자가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않으면 무조건 배제되나요?
A.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성폭력범죄에서 피해자나 법정대리인이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히면 법원이 이를 배제사유로 삼을 수 있습니다. 다만 이때도 법원은 배제결정 전 검사·피고인·변호인의 의견을 들어야 하므로, 곧바로 자동 배제되는 것은 아닙니다.
Q. 항고법원에서도 기각되면 더 다툴 방법이 없나요?
A. 항고법원의 결정에 재판에 영향을 미친 헌법·법률·명령 위반이 있다면 대법원에 재항고할 수 있습니다. 다만 재항고는 법령 위반 여부만 심사하는 좁은 절차이므로, 단순히 결과가 아쉽다는 사정만으로는 받아들여지기 어렵습니다.
맺음말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다는 사실만으로 배심원 재판이 보장되지는 않습니다. 법원은 국민참여재판법이 정한 네 가지 사유가 있다고 판단하면 배제결정으로 사건을 통상절차로 돌릴 수 있고, 이 결정이 확정되면 신청 당시의 선택은 더 이상 되돌릴 수 없습니다. 다만 법은 이 결정에 즉시항고라는 불복 수단을 분명히 열어두고 있으므로, 배제사유 해당 여부와 의견진술 절차가 제대로 지켜졌는지를 짚어보는 것이 다음 단계입니다.
즉시항고는 7일이라는 짧은 기간 안에, 배제결정의 근거가 된 사유를 법률적으로 반박해야 하는 절차입니다. 수원지방법원을 비롯한 각급 법원에서 국민참여재판 대상사건을 다루는 경우, 배제결정 고지를 받은 즉시 기록을 검토하고 항고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시간을 허비하지 않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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