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관이 다가와 "잠깐 같이 가주셔야겠습니다"라고 말하면, 대부분의 사람은 이것을 명령으로 받아들이고 순순히 따라갑니다. 그러나 임의동행은 이름 그대로 상대방의 자유로운 의사에 근거한 협조일 뿐, 경찰관이 일방적으로 강제할 수 있는 처분이 아닙니다. 동행을 요구받은 사람은 법적으로 이를 거절할 권리가 있고, 일단 동행에 응한 뒤에도 언제든지 그 자리에서 벗어날 자유가 있습니다. 문제는 현장에서 이 원칙이 지켜지지 않고, 거부 의사를 밝혔는데도 사실상 팔을 붙잡히거나 퇴거를 제지당하는 방식으로 동행이 강제되는 경우입니다. 이 글에서는 임의동행을 거부할 수 있는 법적 근거와, 어디서부터 그것이 위법체포로 평가되는지 그 판단 기준을 정리합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임의동행이란 무엇인가 — 거절할 수 있는 임의수사
형사소송법 제199조 제1항은 수사의 대원칙으로 임의수사를 정하면서 "강제처분은 이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며 필요한 최소한도의 범위 안에서만 하여야 한다"고 명시합니다. 임의동행은 이 원칙의 연장선에 있는 절차로, 강제력이 아니라 상대방의 자발적 협조를 전제로 성립합니다.
길거리에서 이뤄지는 불심검문 상황의 임의동행은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3조가 직접 규율합니다. 제1항은 수상한 거동이나 정황상 범죄 혐의가 의심되는 사람 등을 정지시켜 질문할 수 있다고 정하고, 제2항은 그 장소에서 질문하는 것이 본인에게 불리하거나 교통에 방해될 때 인근 경찰관서로 동행할 것을 요구할 수 있되, "이 경우 동행을 요구받은 사람은 그 요구를 거절할 수 있다"고 명시합니다. 법조문 자체가 거부권을 못박고 있는 셈입니다.
제3항은 경찰관이 동행을 요구할 때 신분증을 제시하며 소속·성명을 밝히고 목적과 이유, 동행 장소를 설명할 의무를, 제4항은 동행을 요구받은 사람이 형사소송에 관한 법률에 따르지 않고는 신체를 구속당하지 않으며 의사에 반해 답변을 강요당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각각 정합니다. 이 요건 중 하나라도 지켜지지 않은 채 동행이 이뤄졌다면, 그 동행은 처음부터 절차적으로 흠결이 있는 것입니다.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3조 제2항은 "동행을 요구받은 사람은 그 요구를 거절할 수 있다"고 명시한다 — 임의동행은 처음부터 상대방의 동의가 전제조건이다.
거부 의사를 밝혔는데도 연행했다면 — 강제연행은 그 자체로 위법
대법원 1992. 5. 26. 선고 91다38334 판결은 이 지점을 정면으로 다룹니다. 경찰관이 임의동행 요구에 응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사람을 강제로 연행하려고 양팔을 붙잡아 끈 사안에서, 대법원은 이러한 행위가 적법한 공무집행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임의동행 요구에 응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신체에 물리력을 행사해 끌고 가는 것은, 이미 '임의'라는 전제 자체를 스스로 저버린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실무적으로 중요한 것은, 이런 강제연행에 저항한 행위가 정당방위로 인정된다는 점입니다. 위 판결은 경찰관의 불법적인 강제연행에 저항한 행위에 과실이 없다고 보았습니다. 즉 적법한 근거 없이 팔을 붙잡거나 몸으로 진로를 막는 방식으로 동행을 강제하려는 순간, 그 공무집행 자체가 위법한 것으로 평가되고, 이에 대한 저항은 오히려 정당한 방어행위로 취급될 여지가 커집니다.
실제 현장에서는 "동행을 거부하겠습니다"라고 분명히 말했는데도 경찰관이 팔짱을 끼거나 몸으로 진로를 가로막는 방식으로 사실상 이동을 강제하는 사례가 있습니다. 말로는 "동행에 응해달라"고 하면서 행동으로는 물리력을 행사한다면, 그 시점부터 이미 임의동행이 아니라 강제연행이 시작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동행 후 퇴거를 막았다면 — 언제든지 나갈 자유
처음 동행에 응했다고 해서 문제가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 1997. 8. 22. 선고 97도1240 판결은, 임의동행에 응한 사람이라도 이후 언제든지 경찰관서에서 퇴거할 자유가 있고, 경찰관이 이 퇴거를 막는 행위는 적법한 공무집행이 될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이 사건은 임의동행으로 파출소에 간 사람이 조사에 응하지 않고 나가려 하자 경찰관이 이를 막아선 상황에서 발생한 물리적 충돌이 문제 된 사안이었는데, 대법원은 퇴거를 제지한 행위 자체가 위법하므로 이에 대한 저항을 공무집행방해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 판결이 보여주는 것은, 임의동행의 적법성이 최초 동행 순간 한 번으로 확정되지 않고 그 이후 조사가 진행되는 전 과정에서 계속 유지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처음에는 스스로 걸어 들어갔더라도, 중간에 "이제 그만 가겠습니다"라고 말했는데 문 앞을 막거나 나가지 못하게 붙잡는 순간, 그 조사는 더 이상 임의수사가 아니라 사실상의 체포·감금으로 성격이 바뀝니다.
다만 모든 만류 행위가 곧바로 위법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조사에 협조해 달라고 설득하거나 조금만 더 있어 달라고 요청하는 정도는 임의성의 범위 안에 있을 수 있습니다. 경계선은 물리적으로 문을 막거나, 몸으로 진로를 차단하거나, 신체를 붙잡는 등 상대방의 이동의 자유를 현실적으로 제한했는지에 있습니다.
'사실상 강제'였는지 판단하는 기준
실제 분쟁에서는 경찰관이 "본인이 스스로 따라온 것"이라고 주장하고, 상대방은 "사실상 강제였다"고 맞서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럴 때는 어느 한 장면만 볼 것이 아니라 동행이 이뤄진 전체 경위를 종합적으로 살펴야 합니다.
동행 요구 당시 거부 의사를 표시했는지, 그 의사가 무시됐는지
신체에 대한 물리력(팔을 잡음, 진로 차단 등)이 행사됐는지
동행 이후 퇴거 의사를 밝혔을 때 제지당했는지
동행이 이뤄진 시각·장소·인원 수 등 전체적인 위압적 분위기
신분증 제시, 목적·이유·동행 장소 고지 등 절차 준수 여부(경찰관 직무집행법 제3조 제3항)
사실상 강제였는지는 동행 순간의 한 장면이 아니라 거부의사 표명 여부, 물리력 행사 여부, 퇴거 제지 여부, 절차 고지 준수 여부를 종합해 판단한다.
두 상황을 비교하면 경계선이 분명해집니다. 경찰관이 "협조해 주시면 조사가 빨리 끝납니다"라고 설명하고, 동행을 원치 않으면 그 자리에서 질문에만 답해도 된다고 안내한 뒤 상대방이 스스로 따라나섰다면 임의동행의 범위 안에 있습니다. 반면 "거부하겠다"는 말에 경찰관이 "일단 가서 얘기하시죠"라며 팔을 붙잡거나 차량 문을 막아선다면, 그 순간 절차는 이미 임의수사의 선을 넘은 것입니다. 두 경우 모두 겉으로는 '같이 경찰서로 이동했다'는 결과가 같아 보이지만, 법적 평가는 정반대로 갈립니다.
임의동행이 사실상 체포라면 — 체포 요건을 갖췄는가
사실상 강제로 이뤄진 동행은 법적 성격이 임의동행이 아니라 체포로 재평가됩니다. 형사소송법상 체포는 원칙적으로 검사의 청구에 따라 판사가 발부한 체포영장(제200조의2)에 의하거나, 범죄 실행 중이거나 실행 직후인 사람을 영장 없이 체포하는 현행범체포(제211조), 또는 긴급성이 인정되는 긴급체포(제200조의3)의 요건을 갖춰야 합니다. 이런 요건 중 아무것도 충족하지 못한 채 이름만 '임의동행'으로 붙여 사실상 신체의 자유를 제한했다면, 그 처분은 영장주의를 잠탈한 위법한 체포에 해당합니다.
이렇게 위법하게 신체의 자유를 제한한 공무원에게는 형법 제124조 불법체포·불법감금죄가 문제 될 수 있습니다. 같은 조는 재판·검찰·경찰 그 밖에 인신구속에 관한 직무를 행하는 자가 직권을 남용해 사람을 체포 또는 감금한 경우를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앞서 본 91다38334 판결처럼, 위법한 강제연행으로 정신적·신체적 피해를 입었다면 국가배상법 제2조에 따라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실무에서 흔히 문제 되는 유형은 마약 투약 의심을 이유로 한 임의동행입니다. 소변·모발 검사에 응하도록 요구하며 동행을 강하게 밀어붙이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도 원칙은 같습니다. 동행에 응할지, 소변·모발 검사에 응할지는 각각 별개의 임의수사 협조 여부이고, 거부한다고 해서 곧바로 체포·구속으로 전환되지 않습니다. 다만 소변 감정 결과 등 구체적 혐의가 뒷받침되면 별도로 체포영장이나 압수·수색·검증영장을 통해 강제로 절차가 진행될 수 있으므로, 임의동행 단계에서의 거부와 이후 영장에 의한 절차는 구분해서 이해해야 합니다.
위법한 임의동행 중 얻은 진술·증거의 효력
위법한 임의동행이 문제 되는 것은 형사절차상 책임 소재를 넘어, 그 과정에서 확보된 진술과 증거의 효력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는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유죄의 증거로 할 수 없다"는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을 정하고 있습니다. 사실상 강제로 동행이 이뤄진 상태에서 받은 자백이나 그 자백을 단서로 확보한 2차 증거는, 절차적 위법성이 인정되면 재판에서 증거능력을 인정받지 못할 수 있습니다.
다만 위법성이 인정된다고 모든 증거가 자동으로 배제되는 것은 아니며, 절차 위반의 정도와 그로 인한 권리 침해의 중대성, 위법 수집과 증거 확보 사이의 인과관계 등을 법원이 구체적으로 살펴 판단합니다. 그래서 조사 과정에서 임의동행이 어떻게 시작됐고 어떤 상황에서 진행됐는지를 구체적으로 기록·정리해 두는 것이, 이후 그 진술의 증거능력을 다투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됩니다.
현장에서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임의동행 요구를 받았을 때 가장 먼저 할 일은 응할지 여부를 스스로 결정하는 것입니다. 응하지 않겠다는 의사는 명확한 말로 표시해야 합니다. "그럼 같이 좀 가시죠"라는 말에 아무 대답 없이 그냥 따라가면, 나중에 그것이 자발적 동의였는지를 다투기 어려워집니다.
동행 요구를 받으면 거부 의사를 명확히 말로 표시할 것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3조 제3항에 따라 신분증 제시, 소속·성명, 동행 목적·이유, 동행 장소 고지를 요구할 것
부득이 동행에 응했더라도 언제든지 퇴거 의사를 표시할 수 있고, 이를 제지당하면 그 상황(시각·장소·제지 방식)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기억하거나 기록할 것
물리력이 행사됐다면 상해 여부와 관계없이 그 경위를 사진·진술 등으로 남겨둘 것
6시간을 초과해 경찰관서에 머무르게 됐다면 그 자체가 절차 위반이므로 시각을 확인해둘 것
이후 실제로 위법체포로 다투려면, 형사절차에서는 변호인을 통해 진술의 임의성·증거능력을 다투고, 별도로 국가배상이나 형사고소를 검토할 수 있습니다. 다만 현장에서의 대응이 거칠어지면 오히려 공무집행방해로 역고소당할 위험도 있으므로, 저항은 물리적 충돌보다 명확한 의사표시와 기록에 집중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6시간이라는 시간 제한과 그 이후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3조 제6항은 동행한 사람을 6시간을 초과하여 경찰관서에 머물게 할 수 없다고 정합니다. 이 규정 때문에 현장에서는 '6시간까지는 붙잡아둘 수 있다'는 식으로 오해되기도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임의동행이 적법하게 유지되고 있음을 전제로 한 시간상 상한일 뿐, 6시간 이내라면 퇴거를 막아도 된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앞서 본 97도1240 판결처럼 동행에 응한 사람은 그 즉시라도 퇴거할 자유가 있고, 6시간은 그 자유가 유지된 상태에서 조사가 지속될 수 있는 최대 한도일 뿐입니다.
같은 조 제5항은 동행한 사람의 가족·친지 등에게 동행 사실과 장소, 목적·이유를 알리거나 본인이 즉시 연락할 기회를 주고,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음을 고지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이런 고지 절차가 지켜지지 않은 채 조사가 길게 이어졌다면, 시간 제한 자체는 지켰더라도 절차적 흠결이 누적된 것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임의동행을 거부하면 오히려 의심받아 불이익이 있지 않나요?
A.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3조 제2항은 동행 요구를 거절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어, 거부 자체만으로 법적 불이익이 발생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불심검문 자체(정지·질문)에는 일정 정도 응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필요할 수 있고, 동행만 별도로 거부하는 것은 정당한 권리 행사입니다.
Q. 임의동행에 일단 응한 뒤에는 되돌릴 수 없나요?
A. 아닙니다. 대법원 97도1240 판결이 보여주듯 임의동행에 응했더라도 이후 언제든지 퇴거할 자유가 있고, 이를 제지하는 것은 적법한 공무집행이 아닙니다. 동행에 응했다는 사실 자체가 이후 전 과정에 대한 포괄적 동의를 뜻하지는 않습니다.
Q. 위법한 임의동행 중에 자백했다면 그 자백은 무조건 무효인가요?
A. 자동으로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며,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에 따라 절차 위반의 정도와 권리 침해의 중대성 등을 법원이 구체적으로 심리해 증거능력 인정 여부를 판단합니다. 임의동행이 시작되고 진행된 구체적 경위를 정리해 두는 것이 다투는 데 중요합니다.
Q. 강제로 연행하려는 경찰관을 뿌리치면 공무집행방해죄가 되나요?
A. 대법원 91다38334 판결처럼 거부 의사를 밝혔는데도 물리력으로 연행하려는 행위 자체가 적법한 공무집행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면, 이에 대한 저항이 공무집행방해죄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다만 물리력의 정도와 저항이 사회통념상 상당한 범위였는지는 개별 사안마다 다르게 판단됩니다.
Q. 6시간이 지나도록 경찰서에 있었다면 그 자체로 위법인가요?
A.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3조 제6항이 정한 6시간을 초과해 경찰관서에 머물게 한 것은 그 자체로 절차 위반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다만 실제로는 6시간 이전이라도 퇴거 의사가 제지됐다면 그 시점부터 이미 위법한 신체 구속으로 평가될 여지가 있습니다.
Q. 위법한 임의동행으로 피해를 입었다면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나요?
A. 형사절차에서는 진술의 임의성과 증거능력을 다투고, 별도로 국가배상법 제2조에 따른 국가배상청구나 형법 제124조 불법체포·감금죄에 대한 형사고소를 검토할 수 있습니다. 당시 상황(시각·장소·물리력 행사 여부·고지 절차 준수 여부)을 구체적으로 정리해 두는 것이 이후 대응의 출발점이 됩니다.
맺음말
임의동행은 이름 그대로 '임의'이고, 거부할 수 있고 언제든지 벗어날 수 있는 것이 원칙입니다. 거부 의사를 무시하고 물리력을 행사했다면 그 순간부터 절차는 위법으로 흐르고, 애초의 임의동행이라는 이름과 무관하게 사실상 체포로 재평가될 수 있습니다. 이 구분이 실제로 중요한 이유는, 여기서 확보된 진술과 증거의 효력, 그리고 공무집행방해죄 성립 여부까지 갈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인계동이나 안산 등 경기남부 지역처럼 불심검문과 임의동행이 실제 형사 조사로 이어지는 사례가 적지 않은 지역에서는, 동행 요구를 받는 순간부터 거부 여부와 절차 준수 여부를 함께 확인해 두는 것이 이후 대응의 출발점이 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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