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대금 다른 현장에 돌려썼다면 — 배임죄 성립 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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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대금 다른 현장에 돌려썼다면 — 배임죄 성립 여부 

김강희 변호사


공사대금 다른 현장에 돌려썼다면 — 배임죄 성립 여부


사건 개요


공사현장을 여러 곳 동시에 맡아 운영하는 시공사에서는 한 현장의 자금 사정이 다른 현장에 곧바로 영향을 미치는 일이 드물지 않습니다. 甲현장 발주처로부터 기성금을 받았는데, 마침 乙현장에서 자재대금이나 인건비 지급 기일이 먼저 닥치면, 대표는 우선 급한 乙현장에 그 돈을 투입하고 甲현장 지급은 다음 기성금이 들어올 때 맞추면 된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실제로 많습니다.

문제는 그 판단이 어긋날 때 생깁니다. 乙현장에 자금을 투입한 뒤에도 甲현장에 제때 자금이 돌아오지 않으면, 甲현장의 하도급업체나 노무자들은 대금·임금을 받지 못한 채 공사가 지연됩니다. 이들이 "기성금을 다른 곳에 빼돌렸다"며 시공사 대표를 배임 혐의로 고소하면, 대표는 갑작스레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게 됩니다.

대표 입장에서는 억울합니다. 개인적으로 착복한 돈은 한 푼도 없고, 모두 회사가 운영하는 다른 현장에 투입했을 뿐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수사기관은 '어느 현장에 썼는가'보다 '누구에 대한 어떤 신임관계를 저버렸는가'라는 배임죄 특유의 틀로 사안을 봅니다. 이 틀을 이해하지 못한 채 대응하면, 정당한 경영 판단조차 임무위배행위로 몰릴 수 있습니다.


핵심 쟁점


이런 사건에서 실제로 결과를 가르는 쟁점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이 배임 혐의가 전제하는 '타인'이 누구인지—甲현장 발주처(건축주)인지, 시공사 법인 그 자체인지에 따라 배임죄 성립 여부의 출발점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둘째, 문제된 공사대금에 애초에 용도가 특정돼 있었는지—단순한 도급대금이었는지, 노무비·하도급대금처럼 용도가 구속된 자금이었는지입니다. 셋째, 자금을 이동시킨 결정에 대표의 배임 고의와 불법이득의사가 실제로 인정될 수 있는지, 그리고 甲현장에 재산상 손해(또는 그 구체적 위험)가 현실화됐는지입니다.

세 쟁점은 순서대로 이어져 있습니다. 첫 번째 쟁점에서 애초에 '타인의 사무'가 부정되면 나머지는 다툴 필요조차 없어지고, 반대로 타인사무성이 인정되는 구도라면 방어의 무게중심은 곧바로 세 번째 쟁점—고의와 손해—으로 옮겨가야 합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배임죄의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 요건부터 정면으로 다투기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고소·수사가 전제하는 신임관계의 실체입니다.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를 위배해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에만 성립합니다(형법 제355조 제2항, 업무상인 경우 제356조). 이 사건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그 신임관계의 당사자와 실체부터 규명합니다.

1) 발주처(건축주)를 피해자로 구성한 혐의라면 '자기 사무' 법리로 다툽니다.

도급계약에서 시공사가 부담하는 공사이행의무는 원칙적으로 대금을 받은 시공사 '자신의' 채무이지, 발주처의 사무를 대신 처리하는 것이 아닙니다. 판례도 정액도급계약에서 수급인이 공사를 방치한 사안조차 자신의 사무를 처리하다가 중단한 것에 불과해 배임죄의 타인사무처리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바 있습니다(대법원 1970. 2. 10. 선고 69도2021 판결). 대법원은 이후에도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통상의 계약상 이익대립관계를 넘어, 신임관계에 기초해 타인의 재산을 보호·관리하는 데 있어야 비로소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된다는 기준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 틀에 따르면, 기성금을 늦게 정산하거나 다른 현장에 먼저 썼다는 사정만으로는 원칙적으로 채무불이행이지 배임이 아니라는 점을 계약서와 기성금 지급 경위 자료로 소명합니다.

2) 자금에 용도구속 특약이나 신탁적 성격이 있었는지 먼저 확인합니다.

다만 예외가 있습니다. 계약서에 노무비·자재대금을 별도 계좌로 구분 관리하기로 한 특약이 있거나, 공공공사에서 시행되는 노무비 구분관리·지급확인제 대상 공사였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용도와 목적을 특정해 위탁받은 자금을 그 용도 밖으로 임의로 쓰면, 그 사용행위 자체로 불법영득의사가 실현된 것으로 보아 책임을 묻는 것이 판례의 태도이기 때문입니다(대법원 2008. 5. 8. 선고 2008도1652 판결). 그래서 계약서·특약·적용 제도를 먼저 확인해, 애초에 이런 용도구속이 없었는지, 아니면 형식은 있었지만 실질적인 위탁관계로 볼 수 없는 사정(자금 관리 실태, 발주처의 관여 정도 등)이 있는지를 짚어 둡니다.

3) 혐의가 '회사에 대한 배임'으로 구성된 경우라면 방어축을 신속히 옮깁니다.

현장에 따라서는 고소인이 발주처가 아니라 회사(주주·다른 임원)이거나, 수사기관이 "대표이사가 법인에 대한 임무를 위배했다"는 구도로 사건을 보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경우 대표이사와 회사 사이의 신임관계는 상법상 선관주의의무에 근거해 비교적 쉽게 인정되므로, 요건①(타인사무성)을 다투기보다 처음부터 고의와 손해 요건으로 방어의 중심을 옮기는 편이 효율적입니다. 이 판단을 사건 초기에 정확히 내려야, 수사 대응의 방향이 흔들리지 않습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경영판단원칙으로 고의와 불법이득의사를 무너뜨리기


타인사무성이 인정되는 구도라 해도, 배임죄는 고의와 불법이득의사가 별도로 증명돼야 하는 범죄입니다. 대법원은 경영자의 판단에 대해 "경위와 동기, 사업 내용, 기업이 처한 경제적 상황, 손실발생의 개연성과 이익획득의 개연성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 취득과 본인의 손해를 인식한 의도적 행위로 인정될 때만 배임의 고의를 인정한다는 기준을 세워 두고 있습니다(대법원 2011. 10. 27. 선고 2009도14464 판결). 이 사건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을 준비합니다.

1) 자금 이동이 회사 전체를 위한 판단이었음을 기록으로 재구성합니다.

乙현장이 자재대금이나 임금을 지급하지 못해 공사가 중단되면, 시공사는 지체상금·계약해지·유치권 행사 등으로 甲현장에서 아낀 돈보다 훨씬 큰 손실을 볼 수 있습니다. 자금을 투입할 당시의 현장별 자금수지표, 결제 기일 임박 내역, 경영진 논의 기록을 모아, 그 결정이 대표 개인이나 특정 제3자의 사익이 아니라 회사 전체의 손실을 줄이기 위한 판단이었음을 재구성합니다. '제3자로 하여금 이익을 취득하게' 했다는 구성을 무너뜨리는 데 핵심적인 자료입니다.

2) 손실발생 개연성과 이익획득 개연성을 구체적으로 비교합니다.

막연히 "회사를 위해서였다"는 진술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자금을 투입하지 않았을 때 乙현장이 입었을 손실(공정 중단 위약금, 하도급업체와의 분쟁, 계약 해지에 따른 재시공 비용 등)과, 甲현장 자금을 늦춰 발생한 손실(지연손해, 하도급대금 지연이자 등)을 각각 구체적으로 산정해 비교합니다. 이익획득 개연성이 손실발생 개연성보다 합리적으로 높았다는 점을 수치로 보여줄수록, 이 판단이 배임의 고의가 아니라 정상적인 경영판단의 범위 안에 있었다는 주장이 힘을 얻습니다.

3) 재산상 손해(또는 위험)의 실제 규모와 이득액을 다툽니다.

배임죄의 손해에는 현실적으로 발생한 손해뿐 아니라 재산상 실해 발생의 구체적 위험도 포함되므로, 甲현장이 결국 정상적으로 완공됐다는 사정만으로 자동으로 혐의를 벗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실제로 甲현장에 발생한 손해의 규모, 이후 정산·상환이 이루어졌는지, 지연이 다른 요인(민원, 설계변경, 인허가 지연 등)과 겹쳐 있지는 않은지를 구체적으로 다투면 손해액과 이득액을 상당 부분 낮출 수 있습니다. 이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이득액 5억 원, 50억 원 구간에 따라 형량이 크게 달라지는 사건에서는 결과를 좌우하는 다툼입니다.


결론


공사대금을 다른 현장에 돌려 썼다는 사실 자체는 부인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그 사실이 곧바로 배임죄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누구에 대한 어떤 신임관계를 저버렸다는 것인지, 그 자금에 애초에 용도구속이 있었는지, 그리고 그 판단이 회사를 살리기 위한 합리적 경영판단이었는지—이 틀 안에서 사안을 다시 짜야 비로소 방어가 시작됩니다.

여러 현장을 동시에 운영하다 자금 문제로 배임 혐의를 받고 있다면, 자금 이동의 경위와 근거 자료를 정리해 신임관계의 실체부터 짚어 보는 상담을 받아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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