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자산을 개인 채무 담보로 제공 — 이사회 결의로 충분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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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자산을 개인 채무 담보로 제공 — 이사회 결의로 충분한가 

김강희 변호사


회사 자산을 개인 채무 담보로 제공 — 이사회 결의로 충분한가


사건 개요


회사를 운영하던 대표이사가 개인적으로 급전이 필요해지면, 자신이 대표로 있는 회사 명의의 부동산이나 예금을 담보로 내주고 돈을 빌리는 일이 드물지 않게 벌어집니다. 사업 확장이 아니라 개인 투자 실패, 사채, 생활자금 등 순수하게 개인적인 용도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일로 상담을 청해 오는 대표들은 한결같이 "이사회 결의를 거쳤다", "잠깐 담보만 세웠다가 곧 갚을 생각이었다", "회사 자금 사정에는 영향이 없었다"고 말합니다.

문제는 채권자가 담보권을 실행하거나, 다른 주주·이사가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되면서 시작됩니다. 소수주주나 감사가 회사 명의 자산이 대표 개인의 빚 때문에 잡혀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배임 혐의로 고소하는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이때 대표이사 측이 가장 먼저 꺼내는 방어논리가 두 가지, 바로 "이사회 결의를 거쳤으니 적법하다"는 절차 항변과 "회사를 위한 경영판단이었다"는 실체 항변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 두 항변은 실제 재판에서 생각만큼 잘 통하지 않습니다. 이사회 결의는 상법상 자기거래의 절차적 요건일 뿐 형사책임을 없애는 사유가 아니고, 경영판단원칙은 애초에 '회사의 이익을 위한 판단'에만 적용되는 법리이기 때문입니다. 방어의 성패는 이 두 항변을 그대로 반복하는 데 있지 않고, 그 전제 자체를 사실관계로 얼마나 채워 넣을 수 있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핵심 쟁점


이런 사건에서 실제로 다투어지는 지점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대표이사가 회사 자산을 담보로 제공한 행위가 업무상배임죄의 구성요건인 '임무위배행위'와 '재산상 손해'에 해당하는지입니다(형법 제356조, 제355조 제2항). 둘째, 상법 제398조가 정한 이사회 승인 절차를 거쳤다는 사정이 형사책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입니다. 셋째, 담보 제공으로 회사가 입은 손해액을 어떻게 산정하느냐에 따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가법) 제3조의 가중처벌 구간(이득액 5억원 이상)에 걸리는지가 갈린다는 점입니다.

이 세 지점은 서로 연결돼 있습니다. 임무위배와 손해가 인정되면 그다음은 액수 다툼으로 넘어가고, 액수가 5억 원을 넘는지 여부에 따라 적용 법조와 처벌 수위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그래서 사건 초기에 이 셋을 각각 어떤 근거로 다툴 것인지 방향을 잡아 두어야, 수사·재판 단계에서 방어논리가 흔들리지 않습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이사회 결의·경영판단 항변이 실제로 통하는지부터 가려내기


"이사회 결의를 거쳤다"거나 "경영판단이었다"는 말은 그 자체로 방어가 되지 않습니다. 이 두 사정이 실제로 죄책을 흔들 수 있는 조건을 갖추었는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이런 사건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 순서로 접근합니다.

1) 이사회 결의의 '실질성'을 먼저 따집니다.

상법 제398조는 이사가 회사와 이해가 상충하는 거래를 할 때 이사회에서 그 거래에 관한 중요사실을 미리 밝히고 이사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승인을 받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소규모 회사에서는 대표이사가 사실상 이사회를 지배하며 형식적으로만 결의서를 작성해 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담보 제공의 목적과 금액, 회사가 얻는 대가가 실제로 이사들에게 공유되고 논의됐는지, 아니면 이미 결정된 사안에 서명만 받은 것인지를 회의록·통지 기록으로 확인합니다. 실질이 없는 결의는 오히려 조직적 가담 정황으로 읽힐 수 있어, 이 단계에서 방어 방향을 정확히 잡아야 합니다.

2) 경영판단원칙의 적용 전제부터 정면으로 검토합니다.

법원은 이사의 경영상 판단이 충분한 정보에 근거해 합리적 절차를 거쳐 회사의 이익을 위해 신의성실하게 이루어진 것이라면, 결과가 나빴다는 사정만으로 배임의 고의를 쉽게 인정하지 않는다는 법리를 적용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 법리는 애초에 '회사를 위한' 의사결정에만 적용됩니다. 대표이사 개인의 채무를 갚기 위해 회사 자산을 담보로 내준 행위는 회사의 사업상 이익이 아니라 이사 개인의 이익을 위한 것이므로, 경영판단의 재량 영역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실무의 일반적 태도입니다. 그래서 이 항변을 쓰려면 담보 제공이 실제로 회사에 어떤 사업상 이익을 가져왔는지부터 구체적으로 재구성해야 합니다.

3) 상당한 반대급부 유무로 불법영득의사를 다툽니다.

담보 제공에 대해 회사가 이자·수수료·구상권 확보 등 상응하는 대가를 받았는지는 배임의 고의를 가르는 핵심 사실입니다. 아무 대가 없이 순수하게 개인 채무의 담보로만 제공됐다면 임무위배와 손해 발생, 그리고 그로부터 이익을 취득하게 하려는 의사를 다투기 어려워집니다. 반대로 회사가 담보 제공의 대가로 정당한 이자나 구상권을 확보해 실질적으로 손해를 입지 않았거나 손해의 범위가 제한적이라는 사정을 약정서·이자 지급 내역·담보 설정 기록으로 갖췄다면, 그 자료를 손해액 산정 단계에서부터 적극적으로 제시합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손해액과 적용 법조를 다투고 회복조치로 양형을 관리하기


임무위배와 손해 발생 자체를 다투기 어려운 사안이라면, 다음 단계는 손해액과 적용 법조, 그리고 양형입니다. 이 단계에서는 다음을 챙깁니다.

1) 손해액을 담보가치·피담보채무액 기준으로 정밀 산정해 특경가법 적용 구간을 다툽니다.

배임죄의 손해액은 담보로 제공된 재산의 가액과 그 재산이 담보하는 채무액 중 낮은 금액을 기준으로 산정되는 것이 실무입니다. 담보권이 실제로 실행되지 않았더라도, 담보를 설정한 시점에 그 가액 상당의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이 생겼다고 보아 손해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이 산정 결과가 5억 원을 넘으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제3조에 따라 5억 원 이상 50억 원 미만은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 원 이상은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가중처벌됩니다. 감정평가와 등기부·채무증서를 근거로 실제 담보가치와 피담보채무액을 다시 계산해, 특경가법 적용 문턱을 넘는지부터 정확히 짚어야 합니다.

2) 원상회복·변제 조치로 실질손해를 줄이고 양형자료를 만듭니다.

담보를 조기에 말소하거나 피담보채무를 대신 변제해 회사의 손해를 실제로 회복시키면, 이는 손해액 산정과 양형 모두에서 유리한 사정으로 작용합니다. 수사·재판이 진행 중이라도 회사 측과 협의해 담보를 해지하거나 상당액을 변제하는 절차를 진행하고, 그 경과를 증빙으로 남겨 재판부에 제출합니다. 실제 손해가 회복됐다는 사정은 이득액 산정에도 영향을 미치고, 형이 확정되기 전이라면 집행유예나 형량 감경을 다투는 데 실질적인 자료가 됩니다.

3) 수사 초기 진술과 증거를 정리해 방향을 잡습니다.

배임 사건은 초기 진술이 이후 재판까지 그대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담보 제공의 경위, 이사회 결의 과정, 대가 유무를 뒷받침할 자료를 미리 정리하지 않은 채 조사에 응하면, 불리한 진술이 조서에 그대로 남습니다. 그래서 고소·수사 사실을 인지한 즉시 이사회 회의록, 담보 설정 계약서, 자금 흐름을 보여주는 계좌 내역을 먼저 확보하고, 이를 토대로 임무위배·손해·고의 각 쟁점에 대한 진술 방향을 미리 정리한 뒤 조사에 임하도록 조율합니다.


결론


회사 자산을 개인 채무의 담보로 제공하는 일은 "잠깐이면 된다"는 생각과 달리, 그 순간 이미 회사에 재산상 손해 발생의 위험을 만들어 낸 것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이사회 결의를 거쳤다는 사정이나 경영판단이었다는 주장은 그 자체로 방어가 되지 않고, 결의의 실질과 판단의 목적이 실제로 회사를 위한 것이었는지가 다시 검토됩니다.

이미 담보를 제공한 상태라면, 결의의 실질과 대가 유무를 다투는 동시에 손해액과 적용 법조, 그리고 회복 가능성을 함께 준비하는 것이 결과를 가릅니다. 현재 상황이 이 문제와 조금이라도 맞닿아 있다면, 무엇을 다툴 수 있고 무엇을 지금부터 회복해야 하는지 방향을 한 번 점검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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