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주택조합에 납부한 분담금 6,220만 원을 한 푼도 공제당하지 않고 전액 돌려받는 전부승소 판결을 받았습니다. 조합이 뒤늦게 연 총회에서 정한 공제 조항을 적용하지 못하게 막은 것이 이 사건의 승부처였습니다.
어떤 사건이었나
의뢰인들의 어머니 A씨는 2017년 한 지역주택조합과 조합원가입계약을 맺고 분담금 명목으로 6,220만 원을 납부했습니다. 아파트 한 채를 분양받기로 한 계약이었습니다.
그런데 A씨가 2022년 2월 사망했습니다. 그리고 이 조합이 관할 시장으로부터 주택조합설립인가를 받은 것은 그로부터 석 달 뒤인 2022년 5월이었습니다. 이 시간 순서가 나중에 사건 전체를 갈랐습니다.
A씨의 자녀인 의뢰인 4명은 2023년 9월 조합에 계약해지 및 환불신청서를 제출했습니다. 조합은 그때부터 여러 차례 전액 환불을 약속했지만 이행하지 않았고, 결국 소송으로 이어졌습니다.
조합의 방어 논리
소송에서 조합은 두 가지를 들고 나왔습니다.
첫째, 지역주택조합의 재산은 조합원 전원의 총유이므로 납입금을 반환하는 것은 총유물의 처분행위에 해당하고, 따라서 총회 결의가 반드시 필요한데 이 사건 환불 약정에는 총회 결의가 없었으므로 무효라는 것이었습니다.
둘째, 예비적으로 2024년 12월에 개최된 총회 결의에 따라 납입금 일부를 공제해야 하고 환급 시기도 아직 도래하지 않았다는 것이었습니다.
두 번째 주장이 특히 위험했습니다. 의뢰인들이 환불을 신청한 것은 2023년 9월인데, 조합은 그로부터 1년 3개월이 지난 뒤에 총회를 열어 공제 기준을 만들어 놓고 그것을 소급 적용하겠다는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지역주택조합 분담금 반환 사건에서 조합이 가장 흔히 쓰는 방어 방법이기도 합니다.
변호인이 한 일
첫째, 사건의 성격 자체를 바꿔 놓았습니다.
조합은 이 사건을 조합원의 임의 탈퇴 문제로 규정했습니다. 그 틀 안에서 싸우면 조합규약과 총회 결의가 그대로 적용됩니다. 그래서 그 틀을 깨는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주위적으로 의뢰인들은 애초에 조합원이 아니라는 주장을 세웠습니다. 근거는 세 가지였습니다.
2017년 가입계약서를 다시 들여다보니 계약 상대방의 대표자가 조합장이 아니라 대표추진위원장으로 기재되어 있었습니다. 이는 법인격 없는 사단인 조합이 아니라 조합 설립을 준비하던 추진위원회 단계에서 체결된 가입 예약이라는 뜻입니다. 조합이 스스로 제출한 조합규약 부칙에도 추진위원장과 추진위원회가 조합장 선출 시까지 업무를 수행한다고 되어 있어, 두 단계가 별개임을 조합 스스로 인정하고 있었습니다.
조합이 오래전부터 실체가 있었다는 근거로 내민 2013년 고유번호증은 세무 목적의 서류일 뿐이고, 그 서류 자체에 법인격이 부여되는 것이 아니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상대방이 낸 증거를 뒤집어 우리 주장의 근거로 쓴 대목입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A씨의 사망(2022년 2월)이 조합설립인가(2022년 5월)보다 앞섰습니다. 조합이 법적 실체를 갖추기 전에 사망했으니 조합원 자격을 취득한 사실이 원천적으로 없다는 것입니다.
둘째, 상대방 서면에서 재판상 자백을 찾아냈습니다.
조합은 준비서면에서 상속재산분할 협의만으로는 조합원 지위가 자동으로 승계되지 않으며 상속인이 조합에 별도로 가입 신청을 해야 한다고 적었습니다.
이 문장은 조합 자신에게 불리합니다. 의뢰인들이 조합원 지위를 승계하지 못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조합은 한편으로 의뢰인들의 탈퇴를 전제로 규약과 총회 결의를 적용하라고 주장하고 있었습니다. 승계하지 못한 사람은 조합원이 아니고, 조합원이 아닌 사람은 탈퇴할 수 없습니다. 이 논리적 모순을 준비서면에서 정면으로 지적했습니다.
셋째, 조합이 사망 사실을 몰랐다는 주장을 녹취록으로 깼습니다.
조합은 A씨의 사망을 통보받은 사실이 전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사망 직후인 2022년 4월자 조합 본부장과의 통화 녹취록에는 조합이 이미 사망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이 녹취록을 증거로 제출했습니다.
넷째, 환불 약속을 세 차례로 나누어 시간순으로 세웠습니다.
조합의 환불 약속은 한 번이 아니었습니다. 세 번의 약속을 시간순으로 세워 두면 두 가지가 드러납니다. 하나는 환불 약정이 실제로 성립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 약정이 모두 2024년 12월 총회 이전에 이루어졌다는 것입니다. 뒤에 열린 총회로는 이미 발생한 채권을 소급해서 깎을 수 없습니다.
다섯째, 예비적으로 총회 결의 불요 논리를 세웠습니다.
만에 하나 의뢰인들을 조합원으로 보더라도 총회 결의는 필요 없다는 예비적 주장을 함께 준비했습니다. 총유물의 관리·처분은 총유물 자체에 관한 이용·개량행위나 처분행위를 뜻하므로, 총유물 자체의 관리·처분이 따르지 않는 단순한 채무부담행위는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근거였습니다.
총유물의 관리 및 처분이라 함은 총유물 그 자체에 관한 이용·개량행위나 법률적·사실적 처분행위를 의미하는 것이므로, 총유물 그 자체의 관리·처분이 따르지 아니하는 단순한 채무부담행위는 총유물의 관리·처분행위라고 볼 수 없다. (대법원 2007. 4. 19. 선고 2004다60072, 60089 전원합의체 판결)
여섯째, 공제액의 입증책임이 조합에 있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조합은 총회에서 공제 비율만 정해 놓았을 뿐, 실제로 어떤 비용이 얼마나 지출되었는지에 관한 증빙을 전혀 내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조합이 사업 추진에 쓴 실제 비용을 공제하려면 객관적 증빙으로 그 지출을 입증해야 합니다. 비율만 정한 총회 결의로 일방적으로 감액할 수는 없다는 점을 명확히 했습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조합규약이 조합원 사망 시 상속에 의한 승계를 전제하면서도 상속인이 그 지위를 포기하는 것에 대하여는 아무런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는 점, 지위가 상속되지 않더라도 조합은 관련 법령과 규약에 따라 조합원을 추가 모집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상속인이 조합원 자격의 상속을 원하지 않을 경우 포기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어 법원의 사실조회 결과 등을 근거로 ① 설립인가 당시 조합원 명부에 A씨가 기재되어 있지 않았고 이후에도 의뢰인들의 지위 승계 관련 처리 내역이 존재하지 않는 점, ② 의뢰인들이 소 제기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승계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혀 온 점, ③ 조합이 A씨의 사망을 안 이후에도 의뢰인들에게 나머지 분담금 납부 등 조합원으로서의 의무 이행을 요구하지 않았던 점을 종합해, 의뢰인들이 승계를 포기함으로써 조합원 자격을 상실하는 동시에 납입금 환급청구권을 취득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리고 환급의 범위와 시기는 자격 상실 당시 적용되던 조합규약에 따라 결정되는데, 당시 총회 의결로 공제할 공동부담금과 환급시기를 따로 정한 사정이 없으므로 공제 없이 전액을 지급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나중에 열린 2024년 12월 총회의 의결이 소급 적용된다고 할 수 없다는 점도 명시했습니다.
지연손해금은 환급 청구일로부터 30일이 지난 시점부터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 그다음 날부터는 연 12%가 붙었습니다.
지역주택조합 사건은 조합이 나중에 만든 총회 결의를 소급 적용하려는 시점에서 갈립니다. 환불을 신청한 날짜와 총회가 열린 날짜의 선후를 기록으로 확정해 두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지역주택조합 분담금을 전액 돌려받을 수 있나요
사안에 따라 다르지만 가능한 경우가 있습니다. 공제 없이 전액을 받으려면 자격 상실 시점에 적용되던 규약에 공제 근거가 없거나, 조합이 공제할 실제 지출을 입증하지 못해야 합니다. 사망처럼 가입자에게 귀책사유가 없는 경우에는 공제를 다툴 여지가 더 큽니다.
조합이 총회를 열어 공제 비율을 정했다는데 따라야 하나요
내가 환불을 청구한 시점보다 뒤에 열린 총회라면 다툴 수 있습니다. 이미 발생한 채권을 사후 결의로 소급해 깎을 수 없다는 것이 이 사건의 판단이었습니다. 환불신청서를 낸 날짜를 증빙으로 남겨 두시기 바랍니다.
조합 직원이 환불해 주겠다고 말한 것도 효력이 있나요
내용과 지위에 따라 달라집니다. 조합장이 직접 구체적인 금액과 시기를 명시해 약속했다면 조합을 대표한 법률행위로 볼 여지가 큽니다. 통화 녹음이나 문자로 남겨 두시는 것이 좋습니다. 이 사건에서도 녹취록이 핵심 증거였습니다.
조합원이 사망하면 상속인이 자동으로 조합원이 되나요
되지 않습니다. 조합원 지위는 일신전속적 성격이 있어 규약에 승계 특약이 없으면 상속되지 않고, 상속되는 것은 납입금 반환청구권이라는 금전채권입니다. 다만 조합 규약마다 내용이 다르므로 반드시 규약을 확인하셔야 합니다.
소송에 시간이 얼마나 걸리나요
이 사건은 소장 접수부터 선고까지 1년 4개월가량 걸렸습니다. 조합이 총유물 법리와 총회 결의를 들고 다투는 경우 심리가 길어지는 편입니다.
비슷한 상황에 놓이신 분이라면, 환불을 신청한 날짜와 조합이 약속한 내용을 어떤 형태로 남겨 두셨는지가 결론을 가릅니다. 로톡을 통해 상담을 신청해 사건을 검토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 본 글은 실제 처리한 사건을 의뢰인 식별정보를 제거하고 정리한 것으로,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합니다. 개별 사건은 조합 규약과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지며 동일한 결과가 보장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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