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건이었나
의뢰인 A씨는 한 아파트의 입주자 대표였습니다. A씨가 아파트 공금을 횡령했다고 생각한 입주민 B씨가 2025년 여름 놀이터에서 A씨에게 다가와 시비가 붙었고, B씨가 A씨의 머리채를 양손으로 잡고 밀어붙였습니다.
A씨는 벗어나려고 손을 뻗어 B씨의 머리카락을 잡았다가 곧바로 놓았습니다. 이 1초 남짓한 행위가 폭행으로 기소되었습니다. B씨는 A씨에 대한 벌금 70만 원 약식명령이 청구된 직후 별도로 고소장을 제출했습니다.
쌍방폭행에서 정당방위는 왜 어려운가
대법원은 서로 격투를 하는 경우에는 공격행위와 방어행위가 연속적으로 교차되므로 어느 한쪽의 행위만 가려내어 정당방위로 보기 어려운 것이 보통이라고 봅니다. 다만 외관상 격투로 보이더라도 실제로는 한쪽이 일방적으로 불법한 공격을 가하고 상대방이 이를 벗어나기 위한 저항수단으로 유형력을 행사한 경우라면, 소극적 방어의 한도를 벗어나지 않는 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외관상 서로 격투를 하는 것처럼 보이는 경우라고 할지라도 실지로는 한쪽 당사자가 일방적으로 불법한 공격을 가하고 상대방은 이러한 불법한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이를 벗어나기 위한 저항수단으로 유형력을 행사한 경우라면, 그 행위가 적극적인 반격이 아니라 소극적인 방어의 한도를 벗어나지 않는 한 사회통념상 허용될만한 상당성이 있는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 (대법원 1984. 9. 11. 선고 84도1440 판결)
결국 승부는 하나로 좁혀집니다. 일방적 공격이었다는 사실과, 내 행위가 소극적 방어에 그쳤다는 사실을 객관적 증거로 보여 줄 수 있는가.
변호인이 한 일
첫째, 고소장과 진술조서를 부동의했습니다.
이 사건 증거의 핵심은 B씨의 진술이었습니다. 서류로 제출된 진술을 그대로 증거로 쓰게 두면 반대신문 기회가 사라집니다. 고소장과 진술조서를 부동의해 B씨를 법정에 세웠고, 나머지 증거는 동의하되 입증취지는 부인했습니다. 이 선택이 이후 판단의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둘째, 현장을 본 목격자 두 명을 확보해 증인으로 세웠습니다.
사건 현장을 근거리에서 지켜본 두 사람으로부터 사실확인서를 받아 증거로 제출하고, 각각 증인신청서를 내어 법정에서 진술하도록 했습니다. 이 중 한 명이 당시 휴대전화로 촬영한 영상이 나중에 결정적인 증거가 되었습니다.
셋째, 영상을 초 단위로 분해해 대조했습니다.
현장 CCTV만으로는 사각지대가 남았습니다. 목격자가 다른 각도에서 찍은 휴대전화 영상을 함께 제출해 사각지대를 메웠습니다. 법원은 이 자료들을 바탕으로 충돌 경과를 초 단위로 특정했습니다. B씨가 우산을 들고 접근하는 장면, A씨의 머리채를 양손으로 잡고 밀어붙이는 장면, A씨가 반사적으로 손을 뻗는 장면, A씨가 머리카락을 잡았다 놓는 장면, 그 뒤로도 B씨가 A씨를 끌고 다니며 정강이와 허벅지를 걷어차는 장면이 모두 시각과 함께 확인되었습니다.
넷째, 상대방 진술의 모순을 짚었습니다.
B씨는 A씨가 발로 정강이를 걷어찼다고 진술했으나 현장 영상에서는 그런 장면이 전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B씨가 A씨의 허벅지를 로우킥 차듯 걷어차는 장면이 확인되었고, B씨가 호소한 부상 부위 사진과 그 충격 위치가 정확히 일치했습니다. B씨가 고소장 말미에 검사실 호수와 목격자 전화번호까지 적어 놓고도 불과 2주 뒤 참고인 조사에서는 작성 경위조차 기억하지 못한다고 진술한 점도 드러났습니다.
법원의 결론
법원은 B씨가 접근한 순간부터 충돌이 끝날 때까지 B씨가 거의 일방적으로 공격했고 A씨는 이를 받아내는 상황이었음이 객관적 증거인 영상에 의하여 확인된다고 판단했습니다. A씨가 머리카락을 놓고 나서도 상당 시간 계속된 B씨의 일방적 폭행을 감수하며 물리적 공격의사가 없음을 내비친 점도 함께 들었습니다.
그리고 형사재판에서 피고인이 정당방위를 주장해 그 기초가 되는 사실이 다투어지는 경우, 위법성조각사유의 부존재는 검사가 엄격한 증명으로 증명해야 한다는 법리를 확인한 뒤,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폭행 사건에서 억울하다는 말만으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습니다. 억울함을 초 단위 영상과 목격자 진술로 번역해 내는 작업이 필요하고, 그 작업의 성패가 유무죄를 가릅니다.
자주 묻는 질문
맞고 나서 대응하면 무조건 쌍방폭행인가요
실무상 쌍방으로 처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상대방이 일방적으로 공격했고 내 행위가 벗어나기 위한 소극적 방어에 그쳤다는 점이 객관적 증거로 확인되면 정당방위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CCTV에 사각지대가 있으면 불리한가요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이 사건에서도 사각지대가 있었으나 목격자가 다른 각도에서 촬영한 영상으로 메웠습니다. 현장에 있던 사람들의 휴대전화 영상은 사건 직후 곧바로 확보해 두시는 것이 좋습니다.
진술조서를 부동의하면 불리해지지 않나요
재판이 길어질 수는 있습니다. 다만 상대방 진술이 사건의 핵심 증거인 사안에서 반대신문 없이 서류로 넘어가면 진술의 모순을 드러낼 기회 자체가 사라집니다. 다툴 사안이라면 부동의를 검토하는 것이 원칙에 가깝습니다.
약식명령을 받았는데 정식재판을 청구해도 되나요
다툴 근거가 있다면 청구를 검토하실 수 있습니다. 다만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정식재판에서 약식명령보다 무거운 벌금형이 선고될 수도 있으므로, 증거관계를 먼저 검토한 뒤 결정하시는 것이 안전합니다.
비슷한 상황에 놓이신 분이라면, 현장 영상과 목격자를 언제 확보하느냐에 따라 결론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로톡을 통해 상담을 신청해 사건을 검토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 본 글은 실제 처리한 사건을 의뢰인 식별정보를 제거하고 정리한 것으로,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합니다. 개별 사건은 사실관계와 증거에 따라 결론이 달라지며 동일한 결과가 보장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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