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하며 날아온 횡령 고소 — 배우자 회사에서 일했을 뿐이라면
사건 개요
부부가 함께 회사를 키워 왔지만, 사업자등록이나 법인 대표는 배우자 한쪽 명의로만 되어 있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다른 한쪽은 실질적으로 자금 관리, 거래처 응대, 세금계산서 발행 같은 실무를 도맡아 왔더라도, 서류상으로는 그저 '직원'이거나 아무 직함도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는 혼인관계가 깨지고 이혼 절차가 시작되는 순간 벌어집니다. 명의자인 배우자 쪽이 갑자기 "회사 돈을 마음대로 썼다"며 횡령 또는 업무상횡령으로 형사고소를 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이런 상담을 청해 오시는 분들의 사정을 들어 보면, 고소장이 접수된 시점이 재산분할 협상이나 이혼조정 기일과 절묘하게 맞물려 있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결혼 생활 내내 문제 삼지 않던 지출 방식이, 이혼 얘기가 나오자마자 갑자기 '횡령'으로 둔갑하는 셈입니다. 이런 사건에서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만으로는 형사절차가 멈추지 않습니다. 횡령죄가 실제로 성립하는지, 그리고 이 고소가 정말 재산 피해를 되찾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이혼 협상의 지렛대로 쓰이고 있는 것인지를 증거로 갈라내야 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배우자 명의 회사에서 일했다는 사정만으로 형사책임이 정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자금이 실제로 어떤 목적으로 쓰였는지, 그리고 고소가 이루어진 경위와 시점이 무엇을 말해 주는지가 결과를 가릅니다.
핵심 쟁점
이런 사건은 크게 네 가지 지점에서 승패가 갈립니다. 첫째, 횡령죄(형법 제355조) 또는 업무상횡령죄(형법 제356조)의 성립요건인 보관자 지위·재물의 타인성·불법영득의사가 이 사안에서 실제로 인정되는지입니다. 둘째, 회사 명의는 배우자 한쪽으로 되어 있어도 그 자금이 실질적으로 부부가 함께 형성·운용해 온 재산이었다면, 형사법이 요구하는 '타인의 재물'로 단정하기 어려운 지점이 있는지입니다. 셋째, 문제된 지출이 회사나 가정을 위한 목적으로 이루어졌는지, 아니면 개인적 이익을 위해 은닉·유용됐는지입니다. 넷째, 2025년 12월 31일 개정된 형법 제328조(친족상도례)가 이 사건에 어떻게 적용되는지입니다.
이 네 번째 지점은 최근 법 개정으로 상황이 크게 바뀐 부분이라 특히 유의가 필요합니다. 종전에는 배우자·직계혈족 간 재산범죄에 대해 형을 필요적으로 면제하는 조항이 있었지만, 헌법재판소가 2024년 6월 27일 이 조항(형법 제328조 제1항)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고, 국회가 개정 시한인 2025년 12월 31일에 맞춰 해당 조항의 필요적 형면제 규정을 삭제했습니다. 그 결과 지금은 배우자 간 횡령·배임죄(형법 제361조가 제328조를 준용)도 더 이상 자동으로 형이 면제되지 않고,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친고죄로 전환되어 있습니다. "배우자 사이니 처벌까지는 안 가겠지"라는 과거의 통념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습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불법영득의사 부존재'를 증거로 재구성하기
대법원은 보관자가 소유자(회사)의 이익을 위해 재물을 처분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할 수 없다고 봅니다. 반대로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위해 위탁의 취지에 반하여 처분했다면 불법영득의사가 인정됩니다. 결국 관건은 그 돈이 누구를 위해, 어떤 취지로 쓰였는지를 증거로 세우는 일입니다. 이런 사건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 순서로 방어 자료를 구성합니다.
1) 지출 내역을 회사·가정의 공동 목적과 연결짓습니다.
문제 된 자금이 회사 운영비, 거래처 접대비, 직원 급여, 혹은 부부가 함께 부담해 온 생활비·자녀 교육비로 쓰였다면, 이는 개인적 착복이 아니라 위탁의 취지에 부합하는 지출입니다. 계좌 이체 내역, 카드 명세, 세금계산서, 거래처 확인서를 지출 항목별로 대조해 각 지출이 회사 또는 공동생활과 무관하지 않다는 점을 시계열로 정리합니다.
2) 배우자의 사전 인지·묵인 정황을 확보합니다.
결혼 생활 중 이미 확립돼 있던 자금 집행 관행이라면, 그리고 명의자인 배우자가 그 관행을 알면서도 문제 삼지 않았다면 이는 불법영득의사가 없었다는 강력한 근거가 됩니다. 함께 회사 계좌를 확인하던 문자·메신저 기록, 결재나 승인이 필요했던 지출에 배우자가 실제로 서명·승인한 이력, 공동으로 사용하던 인감·비밀번호 등을 정리해 '몰래 빼돌렸다'는 주장과 배치되는 사실관계를 갖춥니다.
3) 정상적인 회계 반영 여부로 은닉 의도의 부재를 입증합니다.
문제 된 지출이 회사 장부, 부가가치세 신고자료, 손익계산서 등 공식 회계기록에 그대로 반영돼 있었다면, 이는 몰래 유용한 것이 아니라 통상적인 업무 처리였다는 유력한 반증이 됩니다. 반대로 장부에서 누락되거나 이중장부로 처리된 정황이 있다면 오히려 상대측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으므로, 이 단계에서 회계자료를 정확히 검토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고소의 적법성과 신빙성을 다투기
실체법적 방어와 별개로, 이 고소가 형사절차로서 정당하게 제기된 것인지를 다투는 축도 있습니다. 특히 2025년 말 형법 제328조 개정으로 배우자 간 재산범죄가 친고죄로 바뀐 지금, 고소 자체의 요건을 짚는 것이 실질적인 방어점이 됩니다.
1) 고소기간 6개월 준수 여부를 먼저 확인합니다.
친고죄는 고소권자가 범인을 알게 된 날로부터 6개월이 지나면 고소하지 못합니다(형사소송법 제230조 제1항). 명의자인 배우자가 문제 된 지출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으면서도 이혼 얘기가 나온 뒤에야 뒤늦게 고소했다면, 그 인지 시점을 특정해 고소기간 도과 여부부터 다툴 수 있습니다. 기간이 지난 고소라면 공소권 없음으로 절차가 종결될 여지가 있습니다.
2) 고소 시점과 이혼 절차의 시간적 관계를 정리합니다.
고소가 재산분할 협상이나 이혼조정 기일과 얼마나 가까운 시점에 이루어졌는지, 그 이전에는 동일한 지출 방식에 대해 아무런 이의가 없었는지를 날짜순으로 정리해 수사기관에 제출합니다. 이는 그 자체로 무죄를 증명하는 자료는 아니지만,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하는 재판부·수사기관에 갈등 국면에서 형사고소가 협상 수단으로 동원되고 있다는 정황을 뒷받침하는 유력한 자료가 됩니다.
3) 무고 가능성을 함께 검토합니다.
고소 내용이 계좌 내역이나 회계자료 등 객관적 증거와 뚜렷이 배치된다면, 허위 사실로 형사처분을 받게 할 목적의 신고에 해당해 무고죄(형법 제156조)가 성립할 여지도 함께 검토합니다. 다만 이는 사실관계를 신중히 확인한 뒤 판단할 사안으로, 섣부른 맞고소보다는 방어 자료가 충분히 갖춰진 다음 대응 방향을 정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결론
배우자 명의 회사에서 함께 일해 왔다는 사정은, 이혼이 시작되는 순간 가장 먼저 겨눠지는 약점이 되기 쉽습니다. 하지만 횡령죄는 돈을 썼다는 사실만으로 성립하지 않습니다. 그 돈이 누구의 이익을 위해, 어떤 취지로 쓰였는지, 그리고 그 지출을 상대방이 알고도 묵인해 왔는지가 핵심입니다.
여기에 더해, 2025년 말 개정된 형법으로 배우자 간 재산범죄가 더 이상 자동으로 형이 면제되지 않는 친고죄가 된 지금은, 고소 자체가 기간과 절차를 지켜 적법하게 이루어졌는지도 함께 살펴야 할 대상입니다. 이혼 절차 중 예상치 못한 횡령 고소를 받으셨다면, 지출 내역과 고소 경위를 지금부터 하나씩 정리해 대응의 방향을 점검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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