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이사 퇴임 후에도 연대보증 책임, 계속되는 걸까요
사건 개요
회사를 운영하다 보면 은행 대출이나 거래처와의 여신 계약 과정에서 대표이사 개인이 회사 채무에 연대보증을 서는 일이 흔합니다. 대표이사 지위에 있는 동안에는 회사와 자신을 사실상 한 몸으로 여기니 크게 개의치 않고 서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는 그 자리를 떠난 뒤에 생깁니다. 회사를 그만두고 몇 년이 지났는데, 어느 날 은행이나 채권자로부터 "귀하가 연대보증한 회사 채무를 대신 갚으라"는 통지서가 날아오는 것입니다.
실제로 이런 상담이 상당히 잦습니다. 의뢰인들은 한결같이 "나는 이미 몇 년 전에 회사를 떠났는데 왜 아직도 책임을 지라고 하느냐"며 억울해합니다. 그러나 법은 이 문제를 퇴임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판단하지 않습니다. 서명한 보증이 애초에 어떤 성질의 채무를 대상으로 했는지, 그리고 퇴임 이후 보증계약을 끊어내려는 의사표시를 실제로 했는지를 함께 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사라는 지위 때문에 부득이하게 회사의 계속적 거래 채무를 연대보증한 경우라면 퇴임을 이유로 그 보증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할 수 있습니다. 다만 해지 의사표시를 언제, 어떤 방식으로 했는지에 따라 남는 책임의 범위가 크게 달라지고, 애초에 채무액이 확정되어 있던 보증이었다면 이 논리 자체가 통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핵심 쟁점
이런 사건에서 실제로 결과를 가르는 지점은 크게 네 가지입니다. 첫째, 보증 대상이 이미 금액과 변제기가 확정된 채무인지, 아니면 은행 여신거래처럼 장래 발생할 채무를 포괄하는 계속적(불확정) 채무인지입니다. 확정채무를 보증한 경우라면 퇴임만으로 해지할 여지가 거의 없습니다. 둘째, 보증인이 회사의 이사(대표이사)라는 지위 때문에 부득이하게 보증에 나서게 된 사정이 있었는지입니다. 셋째, 퇴임 후 채권자에게 해지 의사표시를 통지했는지, 했다면 그 시점이 언제인지입니다. 넷째, 해지 통지 전에 이미 실행된 대출·발생한 채무와 통지 이후에 새로 발생한 채무를 구분해 책임 범위를 어디까지로 볼 것인지입니다.
이 네 가지는 순서대로 이어져 있습니다. 확정채무라는 사실이 드러나는 순간 해지 주장 자체가 막히고, 계속적 채무라 해도 해지 통지를 하지 않았다면 퇴임 후 발생한 채무까지 고스란히 떠안게 됩니다. 그래서 승패는 법정에서의 주장이 아니라, 퇴임 당시 어떤 조치를 취해 두었는가에서 사실상 갈립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보증의 성질을 밝혀 해지권의 근거를 세운다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이 보증이 애초에 해지할 수 있는 성질의 보증인가"입니다. 채권자는 대개 확정채무처럼 보이도록 서류를 구성해 해지 주장을 막으려 하므로,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 순서로 사건을 재구성합니다.
1) 보증 대상 채무를 계속적 채무로 특정합니다.
여신한도거래계약, 당좌대월계약, 계속적 물품공급계약처럼 일정한 거래관계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채무 전체를 포괄해 보증한 형태라면 민법이 정한 근보증에 해당합니다(민법 제428조의3). 대출 실행 시점마다 별도로 보증서를 새로 쓴 것이 아니라 하나의 보증계약으로 여러 차례의 대출·어음할인을 포괄해 왔다면, 이는 확정채무가 아니라 계속적 보증으로 볼 근거가 됩니다. 계약서·여신거래약정서·보증 당시 주고받은 서류를 모아 채무의 성질부터 특정합니다.
2) 이사 지위 때문에 '부득이하게' 보증했다는 사정을 입증합니다.
대법원은 회사의 이사라는 지위에 있었기 때문에 부득이 회사 채무를 연대보증하게 된 자가 이후 이사직을 상실하면, 보증계약 성립 당시의 사정에 현저한 변경이 생긴 것으로 보아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판단해 왔습니다(대법원 1996. 10. 29. 선고 95다17533 판결, 대법원 2000. 3. 10. 선고 99다61750 판결). 은행 내부 규정상 대표이사·임원의 개인 연대보증을 여신 조건으로 요구했다는 사정, 보증 시점에 실제로 대표이사·이사 직함을 갖고 있었다는 사정을 재직증명서·법인등기부·여신 심사서류로 뒷받침합니다.
3) 근보증의 서면 요건 위반 여부도 함께 검토합니다.
계속적 채무를 보증하는 경우 보증하는 채무의 최고액(극도액)을 보증인의 기명날인 또는 서명이 있는 서면으로 특정해야 하며, 이를 특정하지 않은 근보증계약은 효력이 없습니다(민법 제428조의3 제2항, 제428조의2). 실제 보증서에 최고액 기재 없이 "회사의 모든 채무" 식으로만 포괄 기재돼 있다면, 해지권 주장과 별개로 보증계약 자체의 효력을 다툴 여지가 있는지도 살핍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해지 시점을 확정해 책임 범위를 좁힌다
해지권이 인정되어도, 그것만으로 책임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않습니다. 퇴임 시점에 이미 실행된 대출이나 발생한 채무는 여전히 보증 범위에 남기 때문입니다. 이 단계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을 확인합니다.
1) 퇴임 직후 서면으로 해지 의사표시를 했는지 확인합니다.
대법원 판례들은 이사직 상실이라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채권자에게 해지 의사표시를 실제로 통지했는지를 중요하게 봅니다. 퇴임 후 상당 기간이 지나도록 아무런 통지를 하지 않았다면, 사정변경만으로 당연히 보증책임에서 벗어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실무의 흐름입니다. 만약 퇴임 당시 통지를 하지 않았다면 지금이라도 내용증명으로 해지 의사표시를 발송해 그 시점을 명확히 남겨야 합니다. 통지가 늦어질수록 그사이 발생한 채무는 계속 보증 범위 안에 남습니다.
2) 해지 시점 전후로 채무 발생 내역을 나눕니다.
해지 의사표시의 효력은 그 이후에 새로 발생하는 채무에 대해서만 미칩니다. 해지 통지 이전에 이미 대출이 실행되었거나 어음이 할인된 부분은 여전히 보증 범위에 남으므로, 은행 거래내역과 대출 실행일자를 대조해 해지 통지 시점을 기준으로 책임져야 할 채무와 책임에서 벗어나는 채무를 구분합니다. 채권자가 퇴임 후 실행분까지 뭉뚱그려 청구하는 경우, 이 구분만으로 청구액이 크게 줄어드는 사례가 많습니다.
3) 소멸시효와 채권자의 대응도 함께 대비합니다.
은행 대출채권의 상사소멸시효는 통상 5년이므로, 오래전 실행된 대출이라면 시효 완성 여부도 함께 따져봅니다. 아울러 해지 통지를 받은 채권자가 "이사 사임은 형식적인 것에 불과하고 실질적으로는 계속 경영에 관여했다"는 식으로 반박해 오는 경우가 실무상 흔하므로, 퇴임 후 실제로 회사 경영에서 손을 뗐다는 사정(등기 변경, 급여 지급 중단, 인수인계 자료 등)도 함께 준비해 둡니다.
결론
대표이사 재직 중 회사 채무에 선 연대보증은, 자리를 떠났다는 사실만으로 저절로 사라지지 않습니다. 채무의 성질이 확정채무인지 계속적 채무인지, 그리고 퇴임 후 해지 의사표시를 명확히 남겼는지가 책임의 범위를 가르는 실제 기준입니다.
퇴임 후 시간이 지날수록 보증 범위 안에 새로 쌓이는 채무는 늘어날 수 있습니다. 아직 해지 통지를 해 두지 않았다면, 지금 서 있는 보증이 어떤 성질의 채무를 대상으로 하는지부터 점검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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