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님, 저는 이혼하고 싶은데 남편이 절대 안 해준다고 해요. 이러면 저는 평생 이혼을 못 하는 건가요?
상담을 하다 보면 이 질문을 정말 자주 받습니다. 한쪽은 이혼을 결심했는데, 다른 쪽이 "절대 이혼 안 해줘"라며 버티는 경우요. 도장 한 번 안 찍어준다고 결혼이 평생 유지되는 거라면, 그건 결혼이 아니라 감옥이겠죠.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상대방의 동의 없이도 이혼은 가능합니다. 다만 절차와 입증 부담이 달라질 뿐입니다. 오늘은 그 과정을 차근차근 설명드릴게요.
협의이혼이 안 되면, 그다음은 조정입니다 이혼에는 크게 두 가지 길이 있다고 말씀드린 적 있죠. 협의이혼과 재판이혼인데, 상대방이 거부하는 순간 협의이혼은 더 이상 선택지가 아닙니다.
그렇다고 곧바로 소송으로 가는 것도 아닙니다. 가정법원에 이혼 소송을 제기하면, 법원은 원칙적으로 먼저 조정에 회부합니다. 이를 '조정전치주의'라고 하는데요, 당사자끼리 대화로 풀 여지가 있는지 법원이 한 번 더 확인하는 절차입니다.
조정 단계에서는 조정위원이 양쪽 이야기를 듣고 합의를 시도합니다. 이 단계에서 상대방의 마음이 바뀌어 합의가 되는 경우도 실무에서는 적지 않게 봅니다. 막상 법원이라는 공간에 와서, 서류로 정리된 상황을 마주하면 태도가 달라지는 분들이 있거든요.
실무적으로 조정이 성립하여 이혼을 하시는 분이 정말 많습니다. 사실 이혼이라는 것이 그 내밀한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것은 부부입니다. 그러한 당사자들이 합의점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기 때문에 조정전치주의라는 것도 존재하는 것이지요. 다만, 두 당사자에게 충분한 법률적인 정보가 제공된 다음에야 적절한 합의라는 것이 도출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보통 조정단계에서도 변호사가 함께 하게 됩니다.
하지만 조정에서도 합의가 안 되면, 즉 상대방이 끝까지 "이혼 못 해준다"는 입장을 고수하면, 사건은 자동으로 소송 절차로 넘어갑니다. 이를 '조정에서의 소송으로의 이행'이라고 합니다. 별도로 소를 다시 제기할 필요 없이, 같은 사건번호로 이어집니다.
소송으로 가면, 이제는 '이혼 사유'를 입증해야 합니다
협의이혼이나 조정은 '쌍방의 의사'가 합치되면 끝나지만, 소송은 다릅니다. 판사가 "이 결혼은 끝나야 한다"고 판단할 만한 법률상 사유가 있어야 합니다.
민법 제840조는 재판상 이혼 사유를 6가지로 정해두고 있습니다.
배우자의 부정한 행위
배우자의 악의적인 유기
배우자 또는 그 직계존속으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은 때
자기의 직계존속이 배우자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은 때
배우자의 생사를 3년 이상 알 수 없는 때
그 밖에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는 때
실무에서는 1호부터 5호보다 6호 '기타 중대한 사유'가 압도적으로 많이 활용됩니다. 외도나 폭력처럼 명확한 사유가 없어도, 성격 차이로 인한 장기간의 별거, 반복된 갈등과 무시, 경제적 방임 등이 누적되어 "혼인관계가 더 이상 회복될 수 없을 정도로 파탄에 이르렀다"고 인정되면 이혼이 가능합니다.
민법 제840조 제6호에서 정한 이혼사유인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란 부부간의 애정과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할 혼인의 본질에 상응하는 부부공동생활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고 혼인생활의 계속을 강제하는 것이 일방 배우자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되는 경우를 말한다. 이를 판단할 때에는 혼인계속의사의 유무, 파탄의 원인에 관한 당사자의 책임 유무, 혼인생활의 기간, 자녀의 유무, 당사자의 연령, 이혼 후의 생활보장, 기타 혼인관계의 여러 사정을 두루 고려하여야 하고,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여 부부의 혼인관계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었다고 인정된다면 그 파탄의 원인에 대한 원고의 책임이 피고의 책임보다 더 무겁다고 인정되지 않는 한 이혼 청구를 인용해야 한다.
대법원 2021. 3. 25. 선고 2020므14763 판결 이혼및위자료
다만 여기서 중요한 게 하나 있습니다. 혼인 파탄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는 점입니다. 우리 법원은 원칙적으로 파탄의 책임이 있는 배우자(유책배우자)가 먼저 이혼을 청구하는 것은 인정하지 않습니다. 본인이 결혼을 깨놓고 그 책임을 근거로 이혼을 요구할 수는 없다는 논리죠. 다만 최근에는 이 원칙에도 예외를 인정하는 판례들이 조금씩 나오고 있어서, 사안에 따라 따져볼 부분이 있습니다.
"절대 이혼 안 해준다"는 말, 실제로는 어떤 의미일까요
상담을 하다 보면 이 상황에 놓인 분들이 두 가지 감정을 동시에 느끼시는 걸 봅니다. 하나는 "이렇게 버티면 나는 영영 못 벗어나는 건가"하는 무력감이고, 다른 하나는 "왜 저 사람은 끝난 관계를 붙잡고 있을까"하는 답답함입니다.
실무적으로 보면 상대방의 거부에는 보통 몇 가지 배경이 있습니다. 경제적인 불안(재산분할이나 위자료 부담), 자녀 문제에 대한 두려움, 또는 단순히 감정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태 등이죠. 거부 자체가 영원한 장벽은 아니라는 걸 아셨으면 합니다. 조정과 소송이라는 절차가 바로 그 거부를 넘어서기 위해 마련된 제도니까요.
다만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상대방이 끝까지 비협조적으로 나오는 사건은 시간이 더 걸리고, 감정적으로도 소모가 큽니다. 그래서 이 단계에서는 "내가 이혼할 수 있는 법적 사유가 충분한지", "어떤 증거를 준비해야 하는지"를 처음부터 전략적으로 세우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정리하자면
상대방이 거부해도 협의이혼만 막힐 뿐, 이혼 자체가 막히는 건 아닙니다.
가정법원 소송 제기 → 조정 절차 → (합의 불성립 시) 소송 절차로 자동 이행됩니다.
소송 단계에서는 민법 제840조의 재판상 이혼 사유, 특히 6호 '기타 중대한 사유'의 입증이 핵심이 됩니다.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는 원칙적으로 제한되지만 예외도 존재합니다.
"상대방이 절대 안 해준다고 해서 포기하지 마세요." 이 말을 정말 많은 분들께 드립니다. 법은 한쪽의 거부만으로 결혼을 영원히 묶어두지 않습니다. 다만 그 과정이 결코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라, 본인의 상황에 맞는 전략을 세우는 게 중요합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