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커에게 대출을 부탁하며 사례비를 건넸다가, 혹은 인허가 담당 공무원에게 청탁을 해주겠다는 말을 믿고 돈을 건넸다가 형사 사건에 휘말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같은 "누군가에게 잘 말해서 해결해주겠다"는 청탁이라도, 막상 기소장을 받아보면 어떤 사람은 변호사법위반으로, 어떤 사람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위반(알선수재)으로 죄명이 갈립니다. 두 죄는 겉보기엔 비슷해 보이지만 적용 요건과 형량, 심지어 수사 방향까지 다르게 흘러갑니다. 이 글에서는 같은 형태의 청탁이 왜 서로 다른 법조로 의율되는지, 그 기준이 무엇인지 정리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특경법 알선수재와 변호사법위반 — 같은 청탁, 다른 법조가 붙는 이유
두 죄는 구조가 거의 같습니다. 자신이 직접 뇌물을 받거나 부정한 이익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아는 사람에게 잘 말해서 해결해주겠다"는 명목으로 제3자로부터 돈을 받는 행위를 처벌한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변호사법 제111조는 그 대상이 "공무원이 취급하는 사건 또는 사무"일 때 적용되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 제7조는 그 대상이 "금융회사등의 임직원의 직무에 속하는 사항"일 때 적용됩니다. 즉 돈을 주고받은 두 사람 사이의 관계나 명목은 똑같아도, 청탁의 상대방이 누구이고 어떤 업무를 다루는 자리에 있는지에 따라 적용 법조 자체가 갈립니다.
이 구별이 실무에서 중요한 이유는 형량과 수사 방향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같은 액수를 받았더라도 어느 조항이 적용되는지에 따라 벌금 상한이 다르고, 몰수·추징의 근거 조문도 달라지며, 수사를 담당하는 부서도 공무원 비리 수사팀과 금융범죄 수사팀으로 나뉩니다. 브로커 사건은 대개 "누군가를 통해 해결해주겠다"는 막연한 말로 시작되는데, 정작 형사처벌 여부와 수위를 가르는 것은 그 "누군가"가 정확히 어떤 지위에 있었는가입니다.
두 죄는 '알선을 미끼로 돈을 받았는가'라는 뼈대는 같지만, 알선의 상대방이 누구인가에 따라 적용 법조가 완전히 갈린다.
변호사법 제111조 — 공무원이 취급하는 사건에 관한 청탁·알선
변호사법 제111조는 공무원이 취급하는 사건 또는 사무에 관하여 청탁 또는 알선을 한다는 명목으로 금품·향응 그 밖의 이익을 받거나 받을 것을 약속한 자, 또는 제3자에게 이를 공여하게 하거나 공여하게 할 것을 약속한 자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고, 징역과 벌금은 병과할 수 있습니다. 공무 집행의 공정성과 그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지키기 위해, 사적인 친분이나 인맥을 내세워 돈을 받는 행위 자체를 처벌하는 조항입니다.
판례가 보는 '알선'의 범위는 생각보다 넓습니다. 청탁받은 내용을 그대로 공무원에게 전달하는 경우뿐 아니라, 자신이 스스로 그 공무원에게 청탁하는 행위도 포함되고, 알선 대상이 이미 지나간 일이거나 그 공무원의 정당한 직무 범위 안의 일이라도 상관없이 성립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청탁을 했는지, 그 공무원이 청탁을 들어줬는지도 죄 성립에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명목"으로 돈을 받은 시점에 이미 죄가 완성된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공무원'은 국가공무원·지방공무원에 그치지 않습니다. 변호사법 제111조 제2항은 형법 제129조부터 제132조까지의 적용에서 공무원으로 의제되는 사람도 같은 규정의 공무원으로 본다고 정하고 있어, 특별법에 따라 공적 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하는 사람도 여기 포함될 수 있습니다.
대상 — 공무원(국가·지방)이 취급하는 사건 또는 사무, 형법상 공무원 의제자가 취급하는 사무 포함.
명목 — 청탁 또는 알선을 한다는 명목이면 충분, 실제 알선 여부·성사 여부 불문.
행위 — 금품·향응·이익을 직접 받거나 받을 것을 약속, 또는 제3자에게 공여하게 하거나 공여를 약속.
알선 명목으로 돈을 받은 이상, 실제로 청탁하지 않았거나 그 공무원이 들어주지 않았어도 변호사법 제111조는 이미 성립한다.
특경법 제7조 — 금융회사 임직원의 직무에 관한 알선수재
특경법 제7조(알선수재의 죄)는 금융회사등의 임직원의 직무에 속하는 사항의 알선에 관하여 금품이나 그 밖의 이익을 수수·요구 또는 약속하거나, 제3자에게 이를 공여하게 하거나 공여하게 할 것을 요구·약속한 사람을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합니다. 구성요건의 뼈대는 변호사법 제111조와 같지만, 청탁 상대가 '공무원'이 아니라 '금융회사등의 임직원'이라는 점에서 갈립니다.
여기서 '금융회사등'은 특경법 제2조가 정한 범위로 한정됩니다. 은행, 상호저축은행과 그 중앙회, 신용협동조합과 그 중앙회, 농업협동조합법·수산업협동조합법에 따른 조합과 농협은행·수협은행, 투자매매업자·투자중개업자·집합투자업자·신탁업자, 증권금융회사, 종합금융회사 등이 여기 해당합니다. 반대로 이 목록에 없는 일반 주식회사 직원의 업무를 알선해주겠다며 돈을 받았다면 특경법 제7조가 적용될 여지는 없고, 그 직원의 배임행위에 가담한 정황이 있어야 형법상 배임수재죄가 별도로 문제될 뿐입니다.
실무에서 자주 등장하는 유형은 대출 승인이나 여신 한도 상향, 심사 서류의 미비점을 눈감아 달라는 부탁, 특판 상품의 우선 배정 등 금융기관 내부 의사결정에 개입해주겠다며 돈을 받는 경우입니다. 은행 지점 직원과 친분이 있다며 대출이 어려운 사람을 연결해주고 사례비를 받는 브로커가 전형적인 예입니다.
대출·여신 심사 통과를 알선해주겠다며 받는 사례비.
담보 부족·서류 미비를 눈감아 달라는 청탁의 대가.
특판 상품·우대금리 배정을 알선해주겠다는 명목의 수수료.
특경법 알선수재는 대상이 금융회사등으로 한정된다 — 그 범위 밖 일반 기업 임직원에 대한 청탁은 이 조항이 아니라 배임수재죄로 갈 뿐이다.
두 죄를 가르는 기준 — 알선 상대방의 신분과 업무의 성격
결국 확인해야 할 것은 하나로 좁혀집니다. 돈을 받으며 "알선해주겠다"고 말한 그 상대방이 정확히 어느 기관 소속이고, 그 순간 어떤 성격의 업무를 맡고 있었는가입니다. 상대방이 국가공무원·지방공무원이거나 특별법에 따라 공무원으로 의제되는 지위에서 업무를 처리하고 있었다면 변호사법 제111조가, 특경법 제2조가 열거한 금융회사등 소속으로 그 통상 업무를 처리하고 있었다면 특경법 제7조가 문제됩니다.
판단 순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상대방이 국가·지방공무원인지 확인하고, 아니라면 형법상 공무원 의제 규정의 적용을 받는 기관·업무인지를 봅니다. 여기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면 특경법 제2조가 열거한 금융회사등 소속으로 그 고유 업무를 처리하는 자리인지를 확인합니다. 세 가지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는 일반 사기업 직원이라면, 두 조항 모두 적용되지 않고 형법상 배임수재·배임증재의 문제로 넘어갑니다. 브로커 스스로도 상대방의 정확한 소속과 업무 범위를 모른 채 막연히 "아는 사람"이라고만 소개하는 경우가 많은데, 수사 단계에서는 결국 이 부분이 구체적으로 밝혀지고 그에 따라 죄명이 정해집니다.
체크할 것은 하나다 — 돈을 받고 알선하겠다고 한 상대방이 정확히 어느 기관 소속이고 어떤 성격의 업무를 맡고 있는가.
경계가 흐려지는 지점 — 금융회사 임직원이 공무원으로 의제되는 경우
실무에서 두 조항이 동시에 문제되는 경계 사례도 있습니다. 신용협동조합중앙회처럼 일부 금융기관 임직원은 금융위원회나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위탁받은 검사·감독 업무를 수행할 때에 한해, 형법 제129조부터 제132조까지의 적용에서 공무원으로 의제됩니다. 이 경우 그 임직원이 처리하는 업무가 통상적인 대출·여신 등 고유 금융업무인지, 아니면 법령에 따라 위탁받은 공적 감독·검사 업무인지에 따라 적용 법조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같은 사람이라도 대출 심사라는 고유 업무를 알선해주겠다며 돈을 받았다면 특경법 제7조의 영역이고, 위탁받은 검사·감독 업무를 봐주겠다며 돈을 받았다면 그 업무를 처리하는 순간의 지위는 의제 공무원이므로 변호사법 제111조가 함께 문제될 수 있습니다. 사실관계에 따라서는 하나의 청탁 행위가 두 죄의 구성요건을 동시에 충족해 상상적 경합으로 함께 다뤄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경계 사례일수록 상대방의 직위뿐 아니라 청탁 당시 그가 실제로 처리하던 업무가 무엇이었는지를 구체적으로 확인하는 작업이 방어의 출발점이 됩니다.
처벌 수위와 몰수·추징 — 어느 죄든 받은 돈은 남지 않는다
형량만 놓고 보면 특경법 제7조의 벌금 상한(5천만원 이하)이 변호사법 제111조의 벌금 상한(1천만원 이하)보다 높습니다. 다만 변호사법 제111조는 벌금과 징역을 함께 부과(병과)할 수 있다는 점에서, 벌금 상한만으로 어느 쪽이 더 무겁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대법원 양형기준상 변호사법 제111조 사건은 수수액에 따라 3천만원 미만, 3천만원 이상 5천만원 미만, 5천만원 이상 1억원 미만, 1억원 이상의 네 단계로 나뉘어 형량 범위가 정해집니다.
형량과 별개로 반드시 따라붙는 것이 몰수·추징입니다. 특경법 제10조는 제7조 위반으로 받은 금품이나 이익을 몰수하고, 몰수가 불가능하면 그 가액을 추징하도록 정하고 있고, 변호사법 제116조도 제111조 위반으로 받은 금품에 대해 같은 방식의 몰수·추징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받은 돈을 이미 다 써버렸더라도 몰수가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추징 대상에서 빠지지 않고, 그 금액만큼 추징금으로 다시 납부해야 합니다.
벌금형에 그치더라도 받은 돈은 몰수·추징으로 별도 환수된다 — 두 죄 모두 '받은 만큼 다시 뱉어낸다'는 구조는 같다.
실무에서 자주 나오는 유형별 적용례
구체적인 사례로 정리하면 어느 조항이 적용되는지가 더 명확해집니다. 은행 지점장·대출 담당 직원에게 대출 승인을 부탁하며 사례비를 받은 경우는 특경법 제7조가, 인허가·단속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에게 청탁을 해주겠다며 돈을 받은 경우는 변호사법 제111조가 각각 문제됩니다. 수사·기소 단계에서 담당 수사관이나 검사에게 선처를 부탁해주겠다며 금품을 받은 브로커 역시 변호사법 제111조의 전형적인 사례입니다.
반대로 신협·농협·수협 등 조합의 통상 여신 업무를 알선해주겠다며 돈을 받았다면 특경법 제7조가, 같은 조합이라도 금융위·금감원의 위탁을 받아 처리하는 검사·감독 업무를 봐주겠다며 돈을 받았다면 앞서 본 대로 변호사법 제111조까지 함께 검토돼야 합니다.
은행 지점장에게 대출 승인을 부탁하며 사례비 지급 → 특경법 제7조.
인허가 담당 공무원에게 청탁하겠다며 금품 제공 → 변호사법 제111조.
수사 담당 수사관·검사에게 선처를 부탁하겠다며 금품 제공 → 변호사법 제111조.
신협 등 조합의 위탁 검사·감독 업무를 봐주겠다며 금품 제공 → 사실관계에 따라 두 조항 모두 검토.
자주 묻는 질문
Q. 특경법 알선수재와 변호사법위반이 둘 다 성립하면 함께 처벌되나요?
A. 하나의 행위가 두 죄의 구성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경계 사례라면 상상적 경합으로 처리되어 그중 무거운 형으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다만 대부분의 사건은 알선 대상 업무의 성격이 어느 한쪽으로 분명해 한 죄만 적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Q. 실제로 알선을 하지 않았거나 상대방이 거절해도 처벌되나요?
A. 그렇습니다. 두 죄 모두 청탁·알선을 한다는 명목으로 금품을 받거나 받기로 약속한 시점에 성립하는 범죄여서, 실제 알선 여부나 그 성사 여부는 죄의 성립에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Q. 청탁 대상이 일반 주식회사 직원이면 아무 죄도 안 되나요?
A. 특경법 제7조가 정한 금융회사등에 해당하지 않는 일반 사기업 직원이라면 이 조항은 적용되지 않습니다. 다만 그 직원의 임무위배 행위에 가담해 부정한 청탁의 대가로 이익을 주고받은 정황이 있다면 형법상 배임수재·배임증재가 별도로 문제될 수 있습니다.
Q. 받은 돈을 이미 다 써버렸다면 추징을 피할 수 있나요?
A. 피할 수 없습니다. 특경법 제10조와 변호사법 제116조 모두 몰수가 불가능한 경우 그 가액을 추징하도록 정하고 있어, 돈을 이미 소비했더라도 그 금액만큼 추징 대상이 됩니다.
Q. 금융회사 임직원 본인이 청탁을 받아 돈을 받으면 어느 조항이 적용되나요?
A. 그 임직원 스스로 자신의 직무와 관련해 돈을 받은 경우는 특경법상 수재죄가 문제되고, 제7조(알선수재)는 그 임직원이 아닌 제3자가 임직원의 직무 사항을 대신 알선해주겠다며 돈을 받은 경우에 적용된다는 점에서 구별됩니다.
Q. 어느 조항이 적용될지는 결국 누가, 무엇을 기준으로 판단하나요?
A. 수사기관과 법원이 청탁 상대방의 소속 기관과 그가 처리한 업무의 실질을 근거로 판단합니다. 초기 수사 단계에서 어느 조항으로 의율되는지가 이후 형량과 방어 전략에 큰 영향을 미치므로, 사실관계를 정확히 정리해 대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맺음말
특경법 알선수재와 변호사법위반은 "돈을 받고 대신 잘 말해주겠다"는 같은 형태의 청탁에서 출발하지만, 그 상대방이 공무원인지 금융회사등의 임직원인지에 따라 적용 법조와 형량, 몰수·추징의 근거까지 갈라집니다. 두 조항 모두 실제로 청탁을 이행했는지와 무관하게 돈을 받은 시점에 성립하는 범죄라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할 부분입니다.
특히 수원지검 관할에서 특경법 알선수재나 변호사법위반으로 조사를 받게 된 경우라면, 청탁 상대방의 정확한 소속과 업무 성격부터 먼저 정리해 어느 조항으로 의율될 사안인지를 초기에 파악하는 것이 이후 대응 방향을 정하는 데 중요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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