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 자리에서 술을 마시던 직원끼리 다툼이 벌어져 한쪽이 다치거나, 회식이 끝난 뒤 귀가하던 동료가 낸 사고로 제3자가 다치는 일이 드물지 않게 벌어집니다. 이런 사고를 당한 피해자는 가해 직원 개인에게만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아니면 그 자리를 만든 회사에도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지를 궁금해합니다. 민법은 피용자가 업무와 관련해 타인에게 손해를 끼쳤을 때 사용자에게도 배상책임을 지우는 사용자책임 제도를 두고 있지만, 회식은 업무 시간도 아니고 사적인 술자리 성격도 섞여 있어 이 제도가 그대로 적용되는지가 애매합니다. 이 글에서는 회식 중 벌어진 사고에 사용자책임을 물을 수 있는 경우와 물을 수 없는 경우를 법원의 판단기준을 중심으로 정리하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사용자책임(민법 제756조)이란 — 성립 요건 세 가지
민법 제756조는 "타인을 사용하여 어느 사무에 종사하게 한 자는 피용자가 그 사무집행에 관하여 제삼자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합니다. 이 조문에 따라 회사가 배상책임을 지려면 세 가지 요건이 갖춰져야 합니다. 첫째는 회사와 가해 직원 사이에 지휘·감독을 할 수 있는 사용관계가 있어야 하고, 둘째는 가해행위가 '사무집행에 관하여' 이루어진 것이어야 하며, 셋째는 회사가 피용자의 선임 및 사무감독에 상당한 주의를 기울였다는 면책사유가 없어야 합니다.
세 요건 중 실무에서 가장 다투어지는 부분은 두 번째, 즉 사무집행관련성입니다. 정규 근무시간 중 사무실에서 벌어진 사고라면 이 요건은 비교적 쉽게 인정되지만, 회식처럼 근무시간 밖에서 벌어진 사고는 그 자리가 실질적으로 업무의 연장이었는지를 별도로 따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사용관계나 면책사유 요건은 대체로 명확하게 판가름 나는 반면, 회식 사고 사건의 승패는 거의 언제나 이 사무집행관련성 판단에서 갈립니다.
사용자책임이 성립하려면 사용관계, 사무집행관련성, 면책사유 부존재라는 세 요건이 모두 갖춰져야 하고, 회식 사고에서는 그중 사무집행관련성이 쟁점의 핵심이 된다.
회식이 '사무집행에 관한 것'으로 인정되려면 — 법원이 보는 판단기준
대법원은 사무집행관련성을 판단할 때 행위자의 주관적 의도가 아니라 외형상 객관적으로 보아 사용자의 사업활동이나 그와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지를 기준으로 삼습니다. 호텔 프론트 직원이 자신에게 심한 욕설을 한 손님을 주차장까지 쫓아가 찌른 사건에서 대법원 2000. 2. 11. 선고 99다47297 판결은, 가해행위가 사무집행 그 자체는 아니더라도 사용자의 사업과 시간적·장소적으로 근접하고 업무 수행 과정에서 이루어졌거나 그 동기가 업무처리와 관련된 것이라면 외형적·객관적으로 사무집행행위와 관련된 것으로 보아 사용자책임이 성립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이른바 외형이론입니다.
이 기준을 회식에 대입하면 몇 가지 요소가 판단의 축이 됩니다. 그 자리를 회사(또는 부서장)가 공식적으로 주최했는지, 참석이 사실상 강제되는 분위기였는지, 비용을 회사가 법인카드 등으로 부담했는지, 부서 회식이나 거래처 접대처럼 업무와 직접 관련된 목적이 있었는지, 그리고 사고가 근무시간 직후 그 연장선에서 시간적·장소적으로 벌어졌는지입니다. 반대로 일부 직원끼리 자발적으로 만든 사적인 술자리라면 회사가 관여할 여지가 없어 이 요건이 부정될 가능성이 큽니다.
주최 주체 — 회사·부서 차원의 공식 회식인지, 개인 간 사적 모임인지
참석의 강제성 — 사실상 불참이 어려운 분위기였는지
비용 부담 — 법인카드 등 회사 비용으로 결제되었는지
업무 관련 목적 — 부서 화합, 거래처 접대 등 업무와의 연관성
시간·장소적 근접성 — 근무시간 직후 업무의 연장으로 볼 수 있는지
예를 들어 부서장이 주도해 팀원 전원의 참석을 사실상 요구하고 법인카드로 결제한 정기 회식이라면, 근무시간이 끝난 뒤 곧바로 이어졌더라도 사무집행관련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큽니다. 반면 몇몇 직원이 퇴근 후 개인적으로 만나 마신 술자리라면, 같은 회사 사람들끼리 모였다는 사실만으로는 회사의 사무집행과 연결짓기 어렵습니다. 결국 '회식'이라는 명칭보다 그 자리가 실제로 누구의 결정과 관리 아래 만들어졌는지가 판단을 가릅니다.
회식 중 동료 간 폭행·상해, 사용자책임은 어디까지
회식 자리에서 술에 취한 직원 사이에 시비가 붙어 한쪽이 다른 쪽을 폭행하는 사고는 실무에서 가장 흔하게 문제 되는 유형입니다. 이 경우 피해 직원은 가해 직원 개인에게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음은 물론이고, 그 회식이 회사가 주최한 공식 행사였고 다툼의 발단이 업무상 갈등(예: 업무 지시나 평가에 대한 불만)이었다면 앞서 본 외형이론에 따라 회사를 상대로도 사용자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다툼의 동기가 업무처리와 무관한 순전히 개인적인 감정 문제였다면 사무집행관련성이 부정될 가능성이 높아지지만, 회식이라는 시간·장소적 근접성 자체는 여전히 유리한 사정으로 고려됩니다.
상급자가 회식 자리에서 하급자에게 폭언·폭행을 가한 경우라면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 문제와도 겹칠 수 있습니다. 이때는 사용자책임과 별개로, 회사가 직장 내 괴롭힘을 예방하거나 신고 이후 적절히 조치할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점을 근거로 근로계약상 안전배려의무 위반(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을 함께 구성할 수 있습니다. 두 청구권은 요건과 입증 방법이 다르므로, 피해자로서는 사고 경위에 따라 어느 쪽이 더 다투기 유리한지를 함께 검토하는 것이 실무상 도움이 됩니다.
회식 후 귀갓길 교통사고, 사적 영역과의 경계
회식을 마치고 귀가하던 직원이 운전 중 사고를 내 동료나 제3자를 다치게 한 경우는 판단이 더 까다롭습니다. 귀가행위는 통상 근로자 개인의 사적 영역으로 보아 사무집행관련성이 부정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회식이 끝나고 각자 알아서 귀가하는 통상적인 상황이라면, 그 귀갓길 사고까지 회사의 사무집행과 관련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입니다.
다만 사정이 달라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회사가 회식 참석자들의 귀가를 위해 직접 차량을 배차했거나, 음주 상태임을 알면서도 대리운전 등 안전한 귀가 수단을 마련하지 않고 사실상 음주운전을 방치·조장한 정황이 있다면, 그 연장선의 사고까지 사무집행과 무관하다고 단정하기 어려워집니다. 이런 사안은 사무집행관련성뿐 아니라 회사가 위험발생을 방지할 조치를 결여했는지도 함께 고려 대상이 되므로, 사고 직전 회사가 귀가 방식에 어떻게 관여했는지를 구체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컨대 회식을 주최한 부서장이 만취한 직원에게 대리운전을 부르지 않고 직접 운전해 가라고 지시한 정황이 확인된다면, 단순한 개인의 귀가 판단이 아니라 회사 측의 관여가 사고 발생에 영향을 미친 사정으로 평가될 여지가 생깁니다.
회식 중 안전사고와 사용자의 배려의무
동료의 가해행위가 아니라 술자리 도중 이동하다 넘어지거나, 무리한 음주게임 도중 다치는 등 참석자 본인의 안전사고는 성격이 다릅니다. 이런 사고는 다른 사람의 불법행위로 손해를 입은 것이 아니어서 민법 제756조가 정한 사용자책임의 틀에는 원칙적으로 들어맞지 않습니다. 이때 문제 되는 것은 오히려 근로계약에 부수하는 안전배려의무입니다. 회사가 위험한 장소를 회식 장소로 정했거나, 폭음을 사실상 강요하는 분위기를 조성했거나, 위험한 술자리 게임을 관행적으로 진행하도록 방치했다면 회사 자신의 과실에 따른 채무불이행 또는 불법행위 책임이 별도로 성립할 수 있습니다.
이런 유형의 사고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업무상 재해로도 함께 문제 됩니다. 대법원은 거래처 접대를 위해 밤늦게까지 이어진 3차 회식 자리를 마치고 귀가하다 넘어져 다친 사안에서, 노래방까지 포함한 전체 회식 과정이 사용자의 지배·관리를 받는 상태에 있었다고 보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한 바 있습니다(2017년 3월 선고). 다만 이는 근로자 본인의 부상을 산재로 인정할지의 문제로, 회사가 제3자에게 배상책임을 지는 사용자책임과는 법적 근거와 청구 상대방이 다른 별개의 논의라는 점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산재보험과 사용자책임 — 중복으로 청구할 수 있나
회식 사고로 다친 근로자가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산재보험급여를 받았다고 해서 회사나 가해 동료를 상대로 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가 막히는 것은 아닙니다. 산재보험급여와 민사상 손해배상은 근거 법률과 청구 절차가 다른 별개의 권리이므로, 산재를 인정받은 뒤에도 사용자책임이나 안전배려의무 위반을 근거로 추가 손해배상을 구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가능합니다.
다만 두 청구가 완전히 독립적인 것은 아닙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80조 제2항은 수급권자가 동일한 사유로 보험급여를 받으면 그 금액의 한도에서 민법 등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이 면제된다고 정하고 있어, 이미 지급받은 보험급여와 같은 성질의 손해 항목은 민사 손해배상액에서 공제됩니다. 따라서 실제로는 산재로 전보받지 못한 위자료나 일실이익 초과분 등을 중심으로 별도 청구를 준비하게 되며, 이 부분을 명확히 정리해 두어야 이중배상 시비 없이 원활하게 손해액을 산정할 수 있습니다. 가령 요양급여와 휴업급여를 이미 지급받았다면 그와 같은 성질의 재산적 손해는 공제 대상이 되지만,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는 산재보험급여로 전보되는 항목이 아니어서 별도로 청구할 수 있는 몫으로 남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용자의 면책 항변과 구상권
민법 제756조 제1항 단서는 사용자가 피용자의 선임 및 사무감독에 상당한 주의를 했거나, 상당한 주의를 하더라도 손해를 막을 수 없었을 경우에는 배상책임을 면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이 면책 요건을 매우 엄격하게 해석해, 실제 소송에서 회사가 이 항변으로 책임을 면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회식 자체를 금지하거나 통제할 수 있는 지위에 있었던 이상, 단순히 '회식 중 벌어진 일이라 알 수 없었다'는 사정만으로는 상당한 주의를 다했다고 인정받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한편 회사가 피해자에게 손해를 배상한 뒤에는 민법 제756조 제3항에 따라 실제 가해행위를 한 직원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다만 판례는 이 구상권 행사도 신의칙상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범위로 제한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어, 회사가 가해 직원에게 손해 전액을 그대로 되돌려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회식이라는 업무 관련 자리에서 발생한 사고인 만큼, 회사 스스로도 관리·감독 책임의 일부를 부담한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회사가 이미 피해 직원에게 손해액 전부를 배상했더라도, 사고의 발단이 평소 반복된 과음 강요 관행처럼 회사의 관리소홀과도 맞물려 있었다면 법원은 구상 범위를 손해액의 일부로 제한하는 방식으로 회사와 가해 직원 사이의 부담을 나누는 경향을 보입니다.
사고 발생 시 준비해야 할 입증자료
사용자책임을 주장하려는 피해자든, 반대로 사무집행관련성을 다투려는 회사 측이든 결국 쟁점은 그 회식이 얼마나 업무와 밀착되어 있었는지를 뒷받침하는 자료 싸움으로 좁혀집니다. 사고 직후부터 관련 자료를 체계적으로 확보해 두는 쪽이 이후 절차에서 훨씬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회식 공지 게시글이 삭제되거나 목격자들의 기억이 흐려지는 경우가 많으므로, 가능하다면 사고 당일이나 그 직후에 아래 자료부터 우선 확보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회식 공지·품의서, 부서 단체 채팅방의 참석 안내 내역
법인카드 결제 내역 등 비용 부담 주체를 보여주는 자료
사고 경위서, 목격자 진술, 사고 당시 현장 사진
업무 관련 다툼이었다면 그 발단이 된 업무 지시·평가 관련 기록
산재 신청 여부와 결과, 이미 지급받은 보험급여 내역
자주 묻는 질문
Q. 회식비를 회사가 법인카드로 결제했다면 그것만으로 사용자책임이 인정되나요?
A. 비용 부담은 사무집행관련성을 인정하는 데 유리한 사정 중 하나일 뿐, 그 자체로 결론을 정하지는 않습니다. 참석의 강제성, 업무 관련 목적, 사고의 시간·장소적 근접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합니다.
Q. 가해 직원 개인에게는 책임을 물을 수 없나요?
A. 사용자책임은 가해 직원 개인의 불법행위책임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별도로 병존합니다. 피해자는 회사와 가해 직원 모두를 상대로, 또는 둘 중 자력이 있는 쪽을 선택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Q. 개인적으로 친한 동료끼리 회식 후 따로 만든 2차 술자리에서 사고가 났다면요?
A. 회사가 주최하거나 관여한 공식 회식 범위를 벗어나 순전히 개인적으로 이어진 자리라면 사무집행관련성이 인정되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다만 부서 회식의 사실상 연장으로 볼 만한 사정이 있다면 개별적으로 다시 판단됩니다.
Q. 산재보험급여를 받았다면 회사에 별도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나요?
A. 청구 자체는 가능합니다. 다만 이미 받은 보험급여와 같은 성질의 손해 항목은 민사 손해배상액에서 공제되므로, 위자료처럼 산재로 전보되지 않는 부분을 중심으로 청구액을 구성하게 됩니다.
Q. 술자리 게임을 강요하다 다친 경우도 회사 책임을 물을 수 있나요?
A. 다른 사람의 가해행위가 아니라 본인의 부주의로 다친 사고라면 사용자책임보다는 회사의 안전배려의무 위반 여부가 쟁점이 됩니다. 회사가 위험한 음주 문화를 관행적으로 방치했다는 사정이 확인되면 별도의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Q. 거래처를 접대하는 회식 중 사고는 부서 회식과 다르게 판단되나요?
A. 판단 틀은 같지만, 거래처 접대는 대개 영업이나 실적과 직결된 목적이 뚜렷해 업무 관련성이 더 쉽게 인정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다만 유흥이 지나치게 길어지거나 통상적인 접대 범위를 크게 벗어난 경우에는 개별적으로 다시 다투어질 수 있습니다.
맺음말
회식 중 벌어진 사고에 회사가 사용자책임을 지는지는 그 자리가 실질적으로 업무의 연장이었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회사가 주최했는지, 참석이 사실상 강제되었는지, 비용을 누가 부담했는지, 사고가 업무와 얼마나 밀접한 상황에서 벌어졌는지를 종합적으로 살펴야 하며, 겉으로 '회식'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해서 자동으로 사용자책임이 인정되거나 반대로 자동으로 배제되는 것은 아닙니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가해 직원 개인에 대한 청구, 회사에 대한 사용자책임, 안전배려의무 위반, 산재보험급여 등 여러 구제수단이 서로 겹치면서도 요건이 다르다는 점을 이해하고 사고 초기부터 관련 자료를 챙겨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고의 경위와 회식의 성격에 따라 유리한 청구 구성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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