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로폰을 구매했지만 아직 투약하지 않은 상태에서 적발되는 경우, 많은 사람이 "사용하지 않았으니 처벌이 가볍지 않겠냐"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은 매수와 소지를 각각 독립된 범죄로 규정하고 있어, 투약 여부와 무관하게 소지 그 자체만으로 처벌 대상이 됩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 매수한 필로폰을 처분하지 않고 계속 갖고 있으면, 매수죄와는 별도로 소지죄가 추가로 성립해 두 죄가 함께 처벌받을 수 있다는 것이 대법원의 확립된 입장입니다. 이 글에서는 필로폰을 매수했지만 투약하지 않은 경우 소지죄가 구체적으로 어디까지, 어떤 조건에서 성립하는지, 그리고 이 두 죄의 관계가 형량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필로폰 매수와 소지, 법이 나누어 보는 이유
많은 사람들이 "마약을 산 것"과 "마약을 갖고 있는 것"을 하나의 사건, 하나의 죄로 여기지만 법은 다르게 봅니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4조 제1항은 마약류취급자가 아닌 사람이 마약류를 소지·소유·사용·관리·수입·수출·제조·조제·투약·매매·매매의 알선·수수 또는 제공하는 행위를 각각 금지행위로 열거하고 있습니다. 필로폰(메스암페타민)은 이 법이 정하는 향정신성의약품에 해당하므로, 이 조항이 정한 금지행위 하나하나가 필로폰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즉 조문 자체가 매수와 소지를 하나로 뭉뚱그리지 않고, 취득 단계의 행위와 보유 단계의 행위를 서로 다른 국면으로 나누어 규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입법 방식이 실무에 주는 함의는 분명합니다. 마약이 오가는 하나의 사건이라도, 그 사건을 이루는 여러 행위 각각이 별도의 구성요건에 해당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필로폰을 산 사람은 매수(매매) 단계에서 이미 하나의 혐의를 안고, 그 필로폰을 넘겨받아 갖고 있는 순간부터는 소지라는 또 다른 국면에 들어섭니다. 여기에 실제로 투약까지 했다면 투약이라는 세 번째 국면이 추가됩니다. 세 행위가 시간상 이어져 있다고 해서 자동으로 하나의 죄로 흡수되는 것은 아니며, 각 행위가 별도로 평가될 수 있는지는 아래에서 살펴볼 판례의 기준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됩니다.
마약류관리법 제4조 제1항은 소지·매매·투약 등 마약류를 둘러싼 여러 행위를 각각 별도의 금지행위로 규정하므로, 하나의 사건에서도 여러 혐의가 동시에 문제될 수 있다.
소지죄의 성립 범위 — 투약 여부와 관계없이 갖고 있으면 성립한다
"소지"란 물건에 대한 단순한 물리적 접촉이 아니라, 그 물건을 사실상 자기 것과 같이 사용하거나 처분할 수 있는 지배관계를 갖는 것을 의미합니다. 필로폰을 사서 손에 넣은 순간, 그 필로폰을 실제로 투약했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이미 그 물건에 대한 사실상의 지배관계가 성립하고, 이것만으로 소지죄의 구성요건은 충족됩니다. 다시 말해 "아직 투약 전이라 괜찮다"는 판단은 법리적으로 성립하지 않습니다. 소지죄는 투약이라는 결과를 요구하는 범죄가 아니라, 지배관계라는 상태 자체를 처벌하는 범죄이기 때문입니다.
소지죄는 강학상 계속범으로 다루어집니다. 한 번의 행위로 완성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배관계가 유지되는 동안 범죄 상태가 계속 이어진다는 뜻입니다. 필로폰을 매수한 날 하루만 갖고 있다가 처분한 경우와 몇 주 동안 계속 보관하고 있던 경우를 비교하면 소지가 계속된 기간 자체는 다르지만, 두 경우 모두 소지죄가 성립한다는 점은 같습니다. 다만 소지가 오래 계속될수록 수사기관이 확보할 수 있는 정황, 즉 보관 장소나 포장 상태, 매수 관련 통화·메신저 내역 등이 늘어나 혐의 입증이 더 쉬워지는 경향이 있고, 이는 실무상 양형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소지죄는 투약이라는 결과가 아니라 마약류에 대한 사실상의 지배관계 자체를 처벌하는 범죄이므로, 투약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소지죄 성립이 부정되지 않는다.
매수 후 계속 소지하면 매수죄와 별도로 소지죄가 성립한다
그렇다면 매수와 소지가 별도로 문제되는 경우, 두 죄는 어떤 관계에 놓일까요. 대법원 2022. 11. 30. 선고 2022도10658 판결은 이 쟁점을 정면으로 다뤘습니다. 이 판결은 마약을 매입하거나 수수한 사람이 이를 처분하지 않고 계속 소지하고 있는 경우, 그 소지행위가 당초의 매수행위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거나 매수행위에 수반되는 필연적 결과로서 일시적으로 행하여진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평가되지 않는 한, 매수(매매)죄와는 별도로 소지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이 법리를 필로폰을 사서 아직 투약하지 않은 사안에 적용하면 결론은 비교적 명확합니다. 투약하지 않았다는 것은 곧 필로폰을 처분하지 않고 계속 갖고 있었다는 뜻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매수행위와 별개로 소지죄가 성립하는 전형적인 사례에 해당합니다. 두 죄는 하나의 범죄가 다른 범죄에 흡수되는 관계가 아니라 실체적 경합범의 관계에 있다고 보는 것이 판례의 태도입니다. 실체적 경합범이란 한 사람이 여러 개의 죄를 저질렀을 때 그 죄들을 동시에 재판받는 관계를 말하며, 이는 곧 하나의 사건에서 두 개의 별도 범죄사실이 함께 기소되고 함께 형이 정해진다는 것을 뜻합니다.
대법원은 매입한 마약을 처분하지 않고 계속 소지하는 행위가 매수행위와 불가분의 관계이거나 그 필연적 결과에 지나지 않는 것이 아닌 한, 매수죄와는 별도로 소지죄가 성립하고 두 죄는 실체적 경합범 관계에 있다고 본다(대법원 2022. 11. 30. 선고 2022도10658 판결).
예외적으로 소지죄가 흡수되는 경우 — '불가분의 관계'란 무엇인가
판례가 예외로 남겨둔 "불가분의 관계" 내지 "필연적 결과로서 일시적으로 행하여진 소지"는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을 말하는 것일까요.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예는 매수한 필로폰을 넘겨받는 그 자리에서 곧바로 전량을 투약해 버리거나, 넘겨받자마자 곧바로 제3자에게 전달하는 등 매수행위와 시간적·장소적으로 거의 분리되지 않는 극히 짧은 순간의 소지입니다. 이런 경우에는 소지가 매수행위 자체에 당연히 수반되는 부수적 과정에 불과하다고 보아, 별도의 소지죄를 구성하지 않고 매수(매매)죄 하나로 평가될 여지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 예외가 인정되는 폭은 넓지 않습니다. 필로폰을 매수한 뒤 집이나 차량, 몸에 지니고 이동하거나 보관 장소에 숨겨두는 등 조금이라도 시간적 간격을 두고 보유했다면, 그 소지는 더 이상 매수행위의 필연적이고 일시적인 결과로 평가되기 어렵습니다. 투약하지 않은 채 필로폰을 갖고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그 소지가 즉각적·순간적인 것이 아니라 독립적으로 지속된 상태였음을 보여주는 정황이 되기 때문입니다. 결국 투약하지 않았다는 사정은 방어에 유리하게 작용하기보다, 오히려 소지가 매수와 분리된 별개의 행위로 평가될 근거로 작용하기 쉽습니다.
흡수 인정 여지 — 넘겨받는 즉시 전량 투약, 곧바로 제3자 전달 등 시간적 간격이 거의 없는 경우.
별도 소지죄 성립 — 매수 후 집·차량·몸에 지니고 이동하거나 보관 장소에 숨겨두는 등 시간적 간격이 있는 경우.
투약하지 않았다는 사실 자체가 소지가 순간적이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정황으로 작용할 수 있음.
매수 즉시 전량을 사용하거나 곧바로 제3자에게 전달하는 등 시간적 간격이 거의 없는 경우에 한해 소지가 매수행위에 흡수될 수 있을 뿐, 투약 없이 필로폰을 보유한 기간이 있었다면 이 예외에 해당하기 어렵다.
대금만 보내고 물건을 받지 못했다면 — 매매미수와 소지의 시작점
매수 사안에서 자주 문제되는 또 다른 국면은 대금은 지급했지만 실제 물건은 넘겨받지 못한 경우입니다. 판례는 매수인이 판매자에게 마약 대금을 송금하거나 가상자산을 전송한 시점에 이미 마약류 매매계약의 이행에 착수한 것으로 보아 실행의 착수를 인정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실제로 필로폰을 전달받지 못했더라도, 대금을 보낸 시점부터 매수미수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물건을 받지 못했으니 아무 일도 없었던 것"이라는 생각은 이 지점에서도 성립하지 않습니다.
이때 소지죄는 언제부터 문제가 될까요. 소지는 필로폰에 대한 사실상의 지배관계를 전제로 하므로, 대금만 보내고 실제 물건을 넘겨받지 못한 단계에서는 아직 소지죄가 성립할 여지가 없습니다. 소지죄는 실제로 필로폰을 건네받아 지배관계를 갖게 된 순간부터 비로소 시작됩니다. 다만 이후 물건을 넘겨받아 계속 갖고 있었다면, 앞서 살펴본 법리에 따라 그 시점부터는 매수(또는 매수미수)죄와 별도로 소지죄가 새롭게 문제될 수 있습니다.
마약 대금을 송금한 시점부터 매수의 실행 착수가 인정되어 물건을 받지 못해도 미수죄가 문제될 수 있지만, 소지죄는 실제로 물건을 건네받아 사실상 지배관계를 갖게 된 때부터 비로소 성립한다.
실체적 경합이 형량에 미치는 실제 영향
매수죄와 소지죄가 각각 별도로 성립해 실체적 경합범으로 함께 기소되면, 형이 어떻게 정해지는지도 중요한 문제입니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60조 제1항은 소지·매매 등 행위에 대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법정형을 두고 있습니다. 하나의 죄만 문제되는 경우와 달리, 매수죄와 소지죄가 함께 인정되면 형법 제38조가 정한 경합범 가중 방식이 적용됩니다. 같은 종류의 형에 해당하는 여러 죄가 함께 문제될 때는 가장 무거운 죄에 정한 형의 장기에 그 2분의 1까지 가중하되, 각 죄에 정한 형의 장기를 합산한 범위를 넘을 수 없다는 것이 형법의 원칙입니다.
이를 필로폰 매수·소지 사안에 대입하면, 소지죄가 매수죄와 별도로 인정되는 순간 처단형의 상한 자체가 올라가는 효과가 생깁니다. 단순히 혐의가 하나 더 늘었다는 형식적인 문제가 아니라, 실제 선고형을 정하는 양형 단계에서도 불리한 사정으로 반영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필로폰을 매수했지만 투약하지 않았다는 사정은 투약 혐의 자체를 벗어나는 데는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어도, 소지 혐의까지 함께 벗어나게 해주는 사정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매수죄와 소지죄가 함께 인정되면 형법 제38조에 따른 경합범 가중이 적용되어 처단형의 상한이 올라가므로, 소지죄의 별도 성립 여부는 실제 양형에도 직접 영향을 미친다.
수사·재판에서 실제로 다투는 지점 — 정황증거와 방어 포인트
실제 사건에서는 투약 혐의와 소지 혐의가 서로 다른 증거로 다투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투약 여부는 모발감정이나 소변감정 결과로 비교적 명확하게 갈리는 편이어서, 감정 결과에서 필로폰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다면 투약 혐의를 벗어나는 데 유력한 근거가 됩니다. 반면 소지 혐의는 압수된 필로폰의 존재 자체, 보관 장소와 포장 상태, 매수 관련 통화·메신저 내역 등 정황증거를 통해 별도로 판단되므로, 투약 혐의에서 벗어났다고 해서 소지 혐의까지 자동으로 해소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필로폰을 매수했지만 투약하지 않은 사안에서는 소지 혐의 자체에 대한 방어가 별도로 필요합니다. 매수량과 소지 기간, 소분·저울 등 유통을 암시하는 물품의 유무, 판매자와의 대화 내용에 따라 단순 소지인지 매매 목적 소지인지에 대한 수사기관의 평가가 달라질 수 있고, 이는 형량에도 상당한 차이를 가져옵니다. 초범 여부, 자수나 수사 협조 여부, 압수된 양이 소량인지 등도 실무상 정상참작 사유로 함께 고려되는 요소입니다.
투약 혐의 — 모발·소변감정 결과로 판단, 성분 미검출 시 유력한 방어 근거.
소지 혐의 — 압수물·보관 정황·통화 및 메신저 내역 등으로 별도 판단.
단순 소지인지 매매 목적 소지인지에 따라 형량 차이가 큼(소분·저울 등 유통 정황 유무가 기준).
초범 여부, 자수·수사협조, 소지량 등이 정상참작 사유로 고려됨.
투약 혐의는 모발·소변감정으로, 소지 혐의는 압수물과 정황증거로 각각 별도로 판단되므로 투약 혐의를 벗어났다는 사정이 소지 혐의까지 자동으로 해소해주지는 않는다.
자주 묻는 질문
Q. 필로폰을 매수만 하고 투약하지 않았다면 처벌을 아예 받지 않나요?
A. 아닙니다. 매수 자체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이 금지하는 별도의 행위이고, 매수한 필로폰을 처분하지 않고 갖고 있었다면 소지죄까지 함께 문제될 수 있습니다. 투약하지 않았다는 사정은 투약죄 성립을 막을 뿐, 매수죄와 소지죄까지 막아주지는 않습니다.
Q. 소지죄는 필로폰을 며칠이나 갖고 있어야 성립하나요?
A. 기간과 무관하게 필로폰에 대한 사실상의 지배관계를 갖게 된 순간 소지죄는 이미 성립합니다. 단 하루, 심지어 몇 시간만 보관하고 있었더라도 그 사이에 사실상 지배관계가 인정되면 소지죄 성립에는 지장이 없습니다.
Q. 매수와 소지가 항상 별도의 죄로 처벌되나요?
A. 아닙니다. 매수한 필로폰을 넘겨받는 즉시 전량 투약하거나 곧바로 제3자에게 전달하는 등 소지가 매수행위와 시간적으로 거의 분리되지 않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매수죄에 흡수되어 별도의 소지죄가 성립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다만 이 예외가 인정되는 범위는 넓지 않습니다.
Q. 대금만 보내고 물건을 받지 못했는데도 처벌받을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판례는 대금을 송금한 시점에 이미 매매의 실행 착수가 있었다고 보아 매수미수죄 성립을 인정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습니다. 다만 물건을 넘겨받지 못한 단계라면 아직 소지죄까지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Q. 모발검사에서 필로폰 성분이 검출되지 않으면 전부 무혐의가 되나요?
A. 투약 혐의에서는 벗어날 수 있는 유력한 근거가 되지만, 소지 혐의는 별개의 증거로 판단됩니다. 압수된 필로폰이나 매수 관련 통화·메신저 내역 등이 있다면 소지 혐의는 그대로 남을 수 있습니다.
Q. 소지량이 적으면 처벌 수위가 크게 낮아지나요?
A. 소지량은 정상참작 사유로 고려될 수 있지만 소지죄 자체의 성립 여부에는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다만 소분·저울 등 유통을 암시하는 정황이 없는 소량 개인 투약 목적 소지라면, 매매 목적 소지로 평가되는 경우보다 상대적으로 유리하게 참작될 수 있습니다.
맺음말
필로폰을 매수했지만 투약하지 않았다는 사정은 투약죄 성립을 막아줄 뿐, 매수죄와 소지죄까지 벗어나게 해주는 사정은 아닙니다. 매수한 필로폰을 처분하지 않고 계속 갖고 있었다면 그 자체로 소지죄가 성립하고, 판례는 이를 매수죄와 별도의 실체적 경합범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두 죄가 함께 인정되면 경합범 가중을 통해 처단형의 상한이 올라가므로, 투약하지 않았으니 큰 문제가 아니라는 판단은 실제 처벌 수위와 거리가 있을 수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매수 이후 필로폰을 어떻게 처분했는지, 얼마나 계속 갖고 있었는지, 그리고 그 소지가 매수행위와 분리하기 어려운 순간적인 것이었는지에 대한 구체적 정황입니다. 투약 혐의와 소지 혐의는 서로 다른 증거로 판단되는 만큼, 수원지검·경찰 조사 단계에서부터 두 혐의를 각각 어떻게 다툴지 전략을 세워두는 것이 결과에 큰 영향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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