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피해자 진술 번복 시, 경찰·검찰 조서가 증거로 인정되는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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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피해자 진술 번복 시, 경찰·검찰 조서가 증거로 인정되는 조건 

강대현 변호사

성범죄 사건은 대부분 목격자나 직접적인 물증이 없어, 피해자의 진술이 사실상 유죄를 뒷받침하는 핵심 증거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수사 단계에서는 비교적 일관되게 진술했던 피해자가 정작 공판정에 서면 표현을 바꾸거나, 일부 사실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말하거나, 심지어 진술 자체를 뒤집는 일이 종종 벌어집니다. 이런 상황이 벌어지면 피고인 측 변호인은 곧바로 "피해자 스스로 말을 바꿨으니 처음부터 신빙성이 없다"고 주장하고, 검사 측은 수사기관이 작성해 둔 진술조서로 공백을 메우려 합니다. 하지만 이때 조서를 증거로 쓸 수 있는지는 번복이라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형사소송법이 정한 별도의 요건을 충족했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진술 번복이 조서의 증거능력에 실제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법원이 무엇을 기준으로 판단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성범죄 재판에서 피해자 진술 번복이 문제 되는 이유

실제 재판에서는 피해자의 법정 진술과 수사기관 조서의 내용이 완전히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오히려 흔합니다. 사건 발생 시점과 재판 시점 사이에 시간이 상당히 지나면서 기억이 흐려지기도 하고, 법정이라는 낯선 공간에서 진술하는 부담 때문에 표현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때로는 가해자 측의 합의 시도나 2차 피해에 대한 두려움이 진술 변화의 배경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배경 사정과 무관하게, 법정은 왜 말이 달라졌는가보다 먼저 그렇다면 수사 단계의 조서를 증거로 쓸 수 있는가라는 절차적 질문부터 따진다는 점입니다.

이 문제를 이해하려면 먼저 우리 형사소송법이 법정 밖에서의 진술을 담은 서류를 원칙적으로 어떻게 취급하는지부터 짚어야 합니다. 형사소송법 제310조의2는 법관이 직접 듣지 않은 진술, 즉 전문증거는 원칙적으로 증거로 쓸 수 없다는 전문법칙을 선언하고 있습니다. 경찰·검찰이 작성한 피해자 진술조서도 결국 수사관이 피해자에게서 들은 말을 옮겨 적은 서류이므로, 이 전문법칙의 적용을 받는 대표적인 자료입니다. 다만 법은 일정한 요건을 갖춘 경우에 한해 예외적으로 증거능력을 인정하는데, 그 요건을 정한 조항이 바로 다음 항목에서 살펴볼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4항입니다.

전문법칙상 법정 밖에서의 진술을 적은 조서는 원칙적으로 증거가 될 수 없고, 법이 정한 예외 요건을 충족한 경우에만 증거로 쓸 수 있다.

경찰·검찰 진술조서, 증거로 인정되는 요건 —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4항

피해자처럼 피고인이 아닌 사람(참고인)의 진술을 경찰·검찰이 조서로 남긴 경우, 그 조서가 증거로 인정받으려면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4항이 정한 네 가지 요건을 모두 갖춰야 합니다. 이 요건은 어느 하나라도 빠지면 조서 전체가 증거에서 배제될 수 있을 만큼 엄격하게 적용됩니다. 요건을 하나씩 나눠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적법한 절차와 방식 — 진술거부권 고지 등 조사 과정의 절차 규정을 지켜 작성됐을 것.

  • 실질적 진정성립 — 조서에 적힌 내용이 실제 진술한 그대로라는 사실이 원진술자의 법정 진술이나 영상녹화물, 그 밖의 객관적 방법으로 증명될 것.

  • 반대신문 기회 보장 —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그 조서 내용에 관해 원진술자를 신문할 기회가 있었을 것.

  • 특신상태 — 그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이뤄졌음이 증명될 것.

이 네 가지 요건 중 실무에서 가장 자주 다툼이 되는 지점이 바로 두 번째, 실질적 진정성립입니다. 그리고 피해자가 법정에서 진술을 번복하는 상황이 바로 이 요건과 정면으로 부딪히는 지점입니다. 다음 항목에서 이 부분을 구체적으로 나눠 살펴보겠습니다.

"성립의 진정을 인정"과 "진술을 번복"은 다른 문제입니다

피해자가 법정에서 수사 때와 다른 말을 했다고 해서 곧바로 조서의 증거능력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여기서 구분해야 할 두 가지 개념이 있는데, 하나는 조서에 적힌 대로 실제 그렇게 진술했다는 사실 자체를 인정하는지(성립의 진정)이고, 다른 하나는 지금 법정에서 그 내용과 다른 말을 하는지(진술 번복)입니다. 이 둘은 겉으로는 비슷해 보이지만 법적으로는 전혀 다른 층위의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피해자가 법정에서 "조사받을 때 그렇게 말한 건 맞습니다. 다만 지금 돌이켜보니 그 부분은 제가 착각했던 것 같습니다"라고 진술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이 경우 피해자는 조서에 적힌 내용이 자신이 실제로 진술한 그대로라는 사실, 즉 성립의 진정은 인정한 것입니다. 이렇게 성립의 진정이 인정되면 조서 자체의 증거능력은 유지되고, 문제는 조서상의 진술과 법정에서의 진술 중 어느 쪽이 더 믿을 만한가라는 증명력 판단으로 넘어갑니다. 이 판단은 법관이 진술의 경위, 번복 이유, 다른 증거와의 부합 여부 등을 종합해 자유심증으로 결정할 몫입니다.

반대로 피해자가 "저는 조사관 앞에서 그런 취지로 말한 적이 없습니다. 조서에 왜 그렇게 적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라고 진정성립 자체를 부인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이 경우는 다음 항목에서 별도로 다루겠습니다.

원진술자가 조서에 기재된 대로 진술했다는 사실 자체(성립의 진정)를 인정하면, 이후 법정에서 다른 말을 하더라도 조서의 증거능력은 유지되고 문제는 증명력 판단으로 넘어간다.

성립의 진정 자체를 부인하면 — 조서가 증거에서 탈락하는 경우

피해자가 법정에서 조서의 실질적 진정성립 자체를 부인하면, 원칙적으로 그 조서는 증거능력을 인정받지 못합니다.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4항이 요구하는 원진술자의 진술로 진정성립이 증명될 것이라는 요건 자체가 충족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수사기관 입장에서는 어렵게 받아 둔 초기 진술이 재판에서 통째로 쓸 수 없는 자료가 되는 셈이라, 검찰로서는 가장 곤란한 국면입니다.

다만 법은 원진술자의 법정 진술만으로 진정성립을 증명해야 한다고 못 박지 않았습니다. 같은 조항은 영상녹화물 또는 그 밖의 객관적인 방법으로도 실질적 진정성립을 증명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성범죄 수사 실무에서는 피해자 조사 과정을 영상으로 녹화해 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피해자가 법정에서 그렇게 말한 적 없다고 부인하더라도, 검찰이 조사 당시 촬영된 영상을 법정에 제시해 실제 진술 내용을 객관적으로 증명하면 진정성립이 인정될 여지가 남기 때문입니다.

다만 영상녹화물을 활용한 증명이 만능은 아닙니다. 영상녹화물 자체도 촬영 절차가 적법했는지, 편집이나 누락 없이 조사 전 과정이 담겼는지 등이 함께 검토되고, 무엇보다 반대신문 기회 보장이라는 별도 요건은 여전히 충족돼야 합니다. 미성년 피해자 사건에서는 이 영상녹화물의 지위 자체가 최근 크게 달라졌는데, 이 부분은 다음 항목에서 살펴보겠습니다.

미성년 피해자의 영상녹화물, 예전엔 그 자체로 증거였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한때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은 19세 미만 피해자나 장애인 피해자의 진술 영상녹화물에 대해 별도의 특례를 두고 있었습니다. 조사에 동석했던 신뢰관계인이나 진술조력인이 법정에서 영상 속 진술이 맞다고 확인해 주기만 하면, 피해자 본인이 법정에 나오지 않아도 그 영상녹화물 자체를 유죄의 증거로 쓸 수 있었던 것입니다. 2차 피해를 막고 어린 피해자가 반복해서 진술해야 하는 부담을 줄이자는 취지였습니다.

헌법재판소는 2021년 12월 23일 2018헌바524 결정에서 이 특례 조항 중 19세 미만 피해자에 관한 부분을 위헌으로 판단했습니다. 피고인이 피해자를 직접 신문할 기회, 즉 반대신문권을 실질적으로 배제한 채 영상녹화물만으로 유죄의 증거를 인정하는 것은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지나치게 제한한다는 이유였습니다. 이후 대법원도 2022년 4월 14일 2021도14616 판결에서 이 위헌결정의 효력을 그 시점에 진행 중이던 사건에도 적용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지금은 미성년 피해자 사건이라 하더라도 영상녹화물만으로 곧바로 유죄를 인정할 수 없고, 원칙적으로 반대신문 기회가 함께 보장되어야 합니다. 다만 피해자가 실제로 법정에 서기 어려운 사정이 있다면 신뢰관계인 동석, 진술조력인 참여, 화상 증언 등 별도의 증인신문 특례 절차를 통해 부담을 줄이는 방식으로 보완하고 있습니다. 미성년 피해자가 법정에서 말을 바꾸거나 진술을 꺼리는 경우, 조서·영상녹화물의 증거 활용 여부를 판단하는 문제가 성인 피해자 사건보다 한층 더 복잡해지는 이유입니다.

헌법재판소는 반대신문권을 실질적으로 배제한 채 영상녹화물만으로 유죄의 증거를 인정하는 것은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고 보았다.

법정에 나와 번복한 피해자에게는 제314조도 쓸 수 없습니다

실무에서 종종 오해하는 지점이 하나 더 있습니다. 진정성립을 인정받지 못한 조서를 살리기 위해 검찰이 형사소송법 제314조를 근거로 내세우는 경우인데, 이 조항이 예정한 상황과 피해자가 법정에서 번복하는 상황은 애초에 성격이 다릅니다. 제314조는 진술을 해야 할 사람이 사망·질병·외국거주·소재불명,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사유로 진술할 수 없는 때에 한해, 특신상태가 증명되면 조서를 증거로 쓸 수 있도록 한 예외 규정입니다.

그런데 피해자가 법정에 직접 출석해서 진술을 번복한 상황은, 정의상 진술할 수 없는 때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피해자는 지금 법정에 나와 있고, 실제로 진술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단지 그 진술 내용이 조서와 다를 뿐입니다. 따라서 이런 경우 제314조를 근거로 조서의 증거능력을 살리려는 시도는 원칙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앞서 살펴본 제312조 제4항의 요건, 즉 진정성립·반대신문·특신상태의 틀 안에서만 문제를 풀어야 합니다.

조서가 증거에서 탈락해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습니다 — 탄핵증거의 활용

조서가 정식 유죄 증거로 채택되지 못했다고 해서 그 내용이 재판에서 완전히 의미를 잃는 것은 아닙니다. 형사소송법 제318조의2는 범죄사실을 직접 인정하는 증거로는 쓸 수 없더라도, 진술의 증명력을 다투기 위한 탄핵증거로는 엄격한 증거능력 요건 없이 제출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조서 자체가 유죄의 근거가 되지는 못해도, 피해자가 예전에는 지금과 다르게 말했다는 사실 자체는 법정진술의 신빙성을 흔드는 자료로 제시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 구도는 어느 한쪽에만 유리한 것이 아닙니다. 변호인이 이전 진술과 법정진술의 차이를 지적하며 피해자 진술 전체의 신빙성을 다툴 수도 있고, 반대로 검사가 피고인 측 증인의 이전 진술을 탄핵증거로 활용해 그 증인의 법정 증언을 흔들 수도 있습니다. 다만 탄핵증거는 어디까지나 신빙성을 깎는 용도일 뿐, 그 자체로 범죄사실이 있었다거나 없었다는 것을 직접 증명하는 근거로는 쓰이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실무적으로는 사건 초기 단계부터 피해자·목격자 등 관련자의 진술이 조사 회차마다 어떻게 기록됐는지, 신고 당시 진술과 이후 조서 내용이 일치하는지를 꼼꼼히 정리해 두는 쪽이 유리합니다. 진정성립 인정 여부, 반대신문 기회 보장 여부, 영상녹화물 존재 여부까지 사건 초반에 파악해 두면, 조서의 증거능력을 둘러싼 다툼이 벌어졌을 때 대응 방향을 훨씬 빠르게 잡을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피해자가 법정에서 진술을 바꾸면 그것만으로 무죄가 되나요?

A. 아닙니다. 진술 번복은 법원이 신빙성을 판단할 때 고려하는 요소 중 하나일 뿐이고, 조서의 증거능력, 번복 사유, 다른 정황증거를 함께 종합해 유·무죄를 판단합니다. 번복 사실 하나만으로 결론이 정해지지는 않습니다.

Q. 조서에 서명·무인을 했으면 무조건 증거로 쓰이나요?

A. 아닙니다. 서명·무인은 절차가 적법하게 진행됐다는 정황 중 하나일 뿐이며, 실질적 진정성립과 반대신문 기회 보장, 특신상태까지 모두 갖춰야 증거능력이 인정됩니다.

Q. 조사 당시 영상녹화물이 있으면 피해자가 법정에 안 나와도 되나요?

A. 원칙적으로는 아닙니다. 특히 미성년 피해자의 영상녹화물을 그 자체로 독립 증거로 인정하던 특례는 헌법재판소 위헌결정으로 사라졌고, 반대신문 기회가 함께 보장돼야 증거능력이 인정되는 것이 원칙입니다.

Q. "성립의 진정을 인정한다"는 게 정확히 무슨 뜻인가요?

A. 조서에 적힌 내용이 자신이 조사 당시 실제로 진술한 그대로라는 사실을 인정한다는 뜻입니다. 지금 생각이 다르다고 말하는 것과는 별개 문제이며, 이를 인정하면 조서의 증거능력 자체는 유지됩니다.

Q. 조서가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되면 그 내용은 재판에서 아예 못 쓰나요?

A. 정식 유죄 증거로는 쓸 수 없지만, 진술의 신빙성을 다투는 탄핵증거로는 제출될 수 있습니다. 다만 탄핵증거는 범죄사실을 직접 인정하거나 부정하는 근거로는 쓰이지 않습니다.

Q. 피해자가 조사를 여러 번 받으며 진술이 조금씩 달라졌다면 어떻게 되나요?

A. 사소한 표현 차이만으로 곧바로 신빙성이 부정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피해 경위나 시점처럼 핵심 사실관계에서 반복적으로 진술이 바뀐다면, 법원이 신빙성을 더 엄격히 살피는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맺음말

성범죄 재판에서 피해자의 법정 진술 번복은 그 자체로 조서의 증거능력을 없애는 만능열쇠가 아닙니다. 성립의 진정을 인정하는지 부인하는지, 반대신문 기회가 보장됐는지, 특신상태가 증명되는지에 따라 조서의 운명이 갈리고, 설령 조서가 정식 증거에서 탈락하더라도 탄핵증거로서 신빙성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미성년 피해자 사건이라면 영상녹화물의 증거법적 지위가 예전과 달라졌다는 점도 함께 살펴야 합니다. 사건 초기부터 어떤 진술이 어떤 절차와 형식으로 남았는지를 정리해 두는 쪽이, 재판 단계에서 조서를 둘러싼 다툼에 대응하기에 유리합니다.

특히 수원지방법원·수원지방검찰청 관할 사건은 절차 진행이 빠르게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진술이 기록되는 각 단계에서 놓치는 부분이 없는지 초기부터 꼼꼼히 챙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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