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이 무효라는 사실이 확인되면 이미 오간 돈은 원래 상태로 돌려놓아야 합니다. 실무에서 자주 부딪히는 질문은 원금만 돌려받으면 되는지, 아니면 그 돈을 붙들고 있던 기간에 대한 이자까지 함께 청구할 수 있는지입니다. 결론은 상대방이 그 돈을 가질 법률상 원인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즉 선의냐 악의냐에 따라 이자 청구 가능 여부와 범위가 크게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이 글에서는 계약 무효에 따른 부당이득반환에서 이자가 어떤 기준으로 얼마나 붙는지, 소송을 제기하면 왜 상대방이 자동으로 악의로 취급되는지, 쌍무계약이라면 무엇이 달라지는지를 구체적으로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계약이 무효가 되면 왜 부당이득으로 돌아가는가
민법 제741조는 법률상 원인 없이 타인의 재산 또는 노무로 인하여 이익을 얻고 이로 인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이익을 반환하여야 한다고 정합니다. 계약이 처음부터 무효라면, 그 계약을 근거로 오간 급부는 더 이상 법률상 원인을 갖지 못합니다. 계약금이든 중도금이든 용역대금이든, 무효인 계약에 기해 지급한 돈은 지급한 순간부터 법률상 원인 없는 이전이었던 셈이 되고, 받은 쪽은 그 돈을 보유할 근거를 잃습니다. 이 경우 지급한 사람은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근거로 받은 사람을 상대로 돈을 돌려달라고 청구할 수 있습니다.
계약이 무효가 되는 원인은 다양합니다. 강행법규를 위반한 계약, 상대방과 짜고 진의 아닌 의사표시를 한 통정허위표시(민법 제108조),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반사회질서 법률행위(민법 제103조), 궁박·경솔·무경험을 이용한 현저히 불공정한 법률행위(민법 제104조), 계약 체결 당시부터 이행이 애초에 불가능했던 원시적 불능 등이 대표적입니다. 원인이 무엇이든 계약이 무효로 확정되면 그 효과는 처음부터 없었던 것으로 소급되므로, 이미 지급된 급부는 전부 부당이득의 문제로 넘어갑니다.
계약이 무효가 되면 그 계약에 기해 오간 돈은 지급된 순간부터 법률상 원인을 잃는다 — 반환청구의 근거는 계약이 아니라 부당이득이다.
반환범위를 가르는 열쇠 — 선의냐 악의냐
부당이득을 반환할 때 얼마나 돌려줘야 하는지는 받은 사람이 선의였는지 악의였는지에 따라 갈립니다. 민법 제748조 제1항은 선의의 수익자는 그 받은 이익이 현존하는 한도에서만 반환할 책임이 있다고 정합니다. 반면 같은 조 제2항은 악의의 수익자는 그 받은 이익에 이자를 붙여 반환하고, 손해가 있으면 그 손해까지 배상해야 한다고 정합니다. 즉 선의냐 악의냐는 단순한 도덕적 평가가 아니라, 이자를 붙여 돌려받을 수 있는지를 가르는 법적 분기점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악의는 단순히 계약에 문제가 될 만한 사정을 알았다는 정도로는 부족합니다. 대법원은 이익의 보유가 법률상 원인 없는 것임을 스스로 인식하는 것을 악의로 보고, 그 원인이 될 사실관계만 인식한 것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해 왔습니다. 예를 들어 계약이 통정허위표시로 무효라는 사실을 알면서 대금을 받았다면 악의이지만, 계약이 유효하다고 진심으로 믿고 대금을 받았다가 나중에 무효로 밝혀진 경우라면 그 시점에는 선의로 볼 여지가 있습니다. 이 구별이 실제 사건에서 이자 청구액을 좌우하는 핵심 쟁점이 됩니다.
소송을 걸면 상대는 자동으로 악의가 된다
선의였던 상대방이 소송이 끝날 때까지 계속 선의로 남아 있다면 이자 청구가 막힐 수 있습니다. 그러나 민법은 이 문제를 해결하는 장치를 두고 있습니다. 제749조 제1항은 수익자가 이익을 받은 후 법률상 원인 없음을 안 때에는 그때부터 악의의 수익자로서 반환책임을 진다고 정하고, 제2항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선의의 수익자라도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에서 패소한 때에는 그 소를 제기한 때부터 악의의 수익자로 본다고 정합니다.
이 규정의 실무적 의미는 명확합니다. 상대방이 정말로 계약이 유효하다고 믿고 있었더라도,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에서 패소가 확정되면 법은 그가 소장을 송달받은 시점부터는 이미 문제를 알고 있었던 것으로 취급합니다. 따라서 원고 입장에서는 상대방의 실제 내심을 일일이 입증하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소를 제기한 날부터는 이자를 청구할 수 있는 근거가 확보됩니다. 다만 계약 체결 당시부터, 또는 대금을 받던 시점부터 상대방이 무효 사실을 알았다는 정황을 입증할 수 있다면 그보다 훨씬 이른 시점부터 이자를 청구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선의의 수익자라도 부당이득반환소송에서 지면 소를 제기한 때부터는 악의로 간주된다 — 이자 청구의 최소 기산점은 소장 송달일이다.
몇 %의 이자를 받을 수 있나 — 법정이율과 소송촉진법의 차이
이자를 받을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오면 다음 질문은 이율입니다. 민법 제379조는 별도 약정이나 다른 법률의 규정이 없으면 법정이율을 연 5%로 정합니다. 그런데 소송을 제기해 판결까지 받는 경우에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가 별도로 적용됩니다. 이 조항에 따르면 소장 부본이 채무자에게 송달된 날의 다음 날부터는 원칙적으로 연 12%의 이율이 적용되고, 이 비율은 지급이 실제로 이루어질 때까지 계속 붙습니다.
다만 소송촉진법 제3조 제2항은 채무자가 그 채무의 존재 여부나 범위를 다투는 것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범위에서 연 12%를 적용하지 않는다고 정합니다. 계약이 무효인지 자체가 소송의 핵심 쟁점인 사건에서는 법원이 피고의 다툼을 타당하다고 보아, 1심 판결이 선고되기 전까지는 민법상 연 5%만 인정하고 판결선고일 다음 날부터 실제 지급일까지만 연 12%를 적용하는 경우가 실무상 적지 않습니다. 즉 소장을 접수했다고 곧바로 12%가 붙는 것이 아니라, 사건의 성격에 따라 5%와 12%가 적용되는 구간이 나뉠 수 있다는 점을 알아둬야 합니다.
거래가 상행위였다면 이율이 또 달라진다
지금까지 살펴본 연 5%, 연 12%는 원칙적으로 민사 거래를 전제로 한 이율입니다. 그런데 계약 당사자 일방 또는 쌍방이 상인이고 그 계약이 상행위에 해당한다면 상법 제54조가 적용되어 법정이율이 연 6%로 올라갑니다. 예를 들어 회사가 물품대금이나 용역대금 명목으로 지급한 돈을 계약 무효를 이유로 돌려받는 사안이라면, 순수 민사거래에서 적용되는 연 5%가 아니라 연 6%를 기준으로 판결 선고 전까지의 이자를 계산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부당이득반환청구 자체를 상행위로 볼 수 있는지, 아니면 그 원인이 된 계약만 상행위였는지에 따라 상사법정이율 적용 여부가 갈릴 수 있어 사안마다 따져봐야 합니다. 판례는 상행위로 인한 채무뿐 아니라 그 채무의 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채무, 상행위와 동일성이 인정되는 채무에도 상사법정이율을 넓게 적용해 온 경향이 있으므로, 사업자 간 계약이 무효로 확인된 경우라면 이 부분을 반드시 짚어보아야 합니다. 판결 선고 이후 실제 지급일까지는 앞서 본 것처럼 소송촉진법상 연 12%가 적용되는 구간으로 다시 넘어갑니다.
쌍무계약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 동시이행의 함정
매매나 도급처럼 양쪽이 서로 급부를 주고받은 쌍무계약이 무효가 된 경우에는 셈법이 하나 더 복잡해집니다. 대법원 1995. 9. 15. 선고 94다55071 판결은 쌍무계약이 무효가 되어 각 당사자가 서로 받은 것을 반환해야 하는 경우, 어느 한쪽에만 먼저 반환의무의 이행을 강제하면 공평과 신의칙에 어긋나므로 양쪽의 반환의무는 동시이행관계에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이는 경매절차가 무효로 확인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됩니다.
동시이행관계에 있다는 것은 상대방이 자신의 반환의무를 이행하거나 적어도 이행을 제공하기 전까지는 나도 이행지체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매매계약이 무효가 되어 매도인은 받은 대금을, 매수인은 받은 목적물을 각각 돌려줘야 하는 상황이라면, 매수인이 목적물 반환을 제공하지 않은 채 대금만 돌려달라고 요구해서는 매도인의 이행지체가 성립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지연손해금 성격의 이자 계산이 늦어지거나, 소송에서 원고가 자신의 반환의무를 함께 이행제공하는 취지를 명시해야 비로소 상대방의 지체책임을 온전히 물을 수 있습니다.
돌려받을 돈만 있고 내가 돌려줄 목적물이 없다면 동시이행 문제는 애초에 발생하지 않는다.
내가 받은 목적물·서비스가 있다면 그 반환을 함께 이행제공해야 상대의 지체책임을 온전히 물을 수 있다.
소장에 자신의 반환의무 이행제공 취지를 명시해두는 것이 실무상 유리하다.
실제로 얼마나 돌려받을 수 있나 — 계산으로 보기
구체적인 숫자로 살펴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A가 B에게 매매대금 명목으로 3,000만원을 지급했는데, 이 계약이 통정허위표시로 무효임이 밝혀졌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B가 대금을 받을 당시부터 계약이 가장계약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 악의의 수익자이므로, 대금을 받은 날부터 민법상 연 5%의 법정이자를 붙여 반환해야 합니다. 만약 B가 대금을 받을 때는 계약이 유효하다고 믿었지만 A가 제기한 소송에서 패소가 확정됐다면, 소장이 송달된 날부터는 악의로 간주되어 그 시점부터 이자가 붙습니다.
이자율 구간도 나눠 계산합니다. 소장 송달일부터 1심 판결 선고일까지는 계약의 무효 여부 자체가 다퉈진 사건이라는 이유로 연 5%만 인정되고, 판결 선고일 다음 날부터 실제로 3,000만원을 돌려받는 날까지는 연 12%가 적용되는 식입니다. 소송이 1년 넘게 이어졌다면 이 차이만으로도 최종 수령액에 수백만원 단위의 차이가 발생할 수 있어, 이자 청구를 처음부터 소장에 명확히 담아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만약 이 거래가 B의 사업 관련 상행위였다면 판결 선고 전 구간의 이율도 연 5%가 아니라 연 6%로 계산해야 하므로, 소장을 작성하기 전에 상대방이 상인인지, 계약이 상행위에 해당하는지부터 확인해두는 편이 유리합니다.
이자 청구를 위해 준비해야 할 증거와 절차
이자까지 온전히 인정받으려면 소송 전부터 준비해야 할 자료가 있습니다.
지급 사실을 뒷받침하는 계좌이체 내역, 영수증, 계약서 원본.
계약이 무효라는 사유를 뒷받침하는 자료 — 통정허위표시 정황을 보여주는 문자·녹취, 강행법규 위반 사실관계, 원시적 불능을 뒷받침하는 자료.
상대방이 언제부터 무효 사실을 알았는지를 보여주는 내용증명, 문자메시지, 통화 녹취.
본인도 반환할 목적물·급부가 있다면 그 이행제공 사실을 기록으로 남겨둘 것(내용증명 발송 등).
특히 소송에 앞서 내용증명으로 계약의 무효를 통지하고 반환을 청구해 두면, 그 통지가 도달한 시점을 상대방이 무효 사실을 인식한 시점으로 주장할 수 있는 유력한 자료가 됩니다. 반대로 아무런 사전 조치 없이 곧바로 소송부터 제기하면, 이자의 기산점은 최소한도인 소장 송달일로 밀릴 수밖에 없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계약이 무효인 경우와 취소된 경우, 이자 청구 기준이 다른가요?
A. 두 경우 모두 처음부터 효력이 없었던 것으로 소급되므로 부당이득반환의 법리 자체는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다만 취소는 취소권을 행사하기 전까지는 계약이 유효했으므로, 반환의무자가 언제부터 법률상 원인 없음을 알았는지를 판단하는 기준 시점이 취소 의사표시가 도달한 시점을 중심으로 검토된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Q. 계약금만 주고받았고 이행에 착수하지 않았다면 이자를 받을 수 있나요?
A. 이행 착수 여부와 관계없이 계약이 무효라면 이미 지급된 계약금은 부당이득이 되어 반환청구의 대상이 됩니다. 상대방이 계약금을 받을 당시 무효 사유를 알았다면 그 시점부터, 몰랐다면 소를 제기한 시점부터 이자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Q. 상대방이 정말 몰랐다고 주장하면 이자를 못 받게 되나요?
A. 상대방이 선의를 주장하며 다투더라도, 소송에서 패소가 확정되면 소를 제기한 때부터는 악의로 간주되므로 최소한 그 시점부터는 이자를 받을 수 있습니다. 계약 체결 경위나 정황을 근거로 실제로는 더 이른 시점부터 알고 있었음을 입증하면 이자 기산점을 앞당길 수도 있습니다.
Q. 내용증명을 보낸 시점부터 바로 이자가 붙나요?
A. 내용증명 자체가 자동으로 이자를 발생시키는 것은 아니지만, 상대방이 그 통지로 무효 사실을 알게 됐다는 점을 입증하는 유력한 증거가 됩니다. 소송으로 가더라도 이 통지 도달일을 실제 악의 인식 시점으로 주장해 이자 기산점을 앞당기는 근거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Q. 연 12% 이율은 소송만 하면 항상 적용되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소장 부본이 송달된 다음 날부터 원칙적으로 연 12%가 적용되지만, 채무자가 채무의 존재나 범위를 다투는 것이 타당하다고 법원이 인정하면 그 범위에서는 판결 선고일까지 민법상 연 5%만 적용됩니다. 계약의 무효 여부 자체가 다퉈지는 사건에서는 이 예외가 적용되는 경우가 흔합니다.
Q. 내가 받은 목적물도 돌려줘야 하는 상황이라면 이자 청구가 불리해지나요?
A. 쌍무계약이 무효가 된 경우 양쪽의 반환의무는 동시이행관계에 있어, 자신의 반환의무를 이행제공하지 않으면 상대방의 지체책임을 온전히 묻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소송을 제기할 때 자신의 반환의무 이행제공 의사를 함께 명시해두면 이 문제를 피할 수 있습니다.
맺음말
계약이 무효라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해서 원금만 돌려받는 것이 당연한 결론은 아닙니다. 상대방이 그 돈을 보유할 법률상 원인이 없다는 사실을 언제부터 알았는지에 따라 이자 청구 여부와 범위가 달라지고, 소송을 제기하면 그 자체로 상대방을 최소한 소제기 시점부터는 악의로 취급하는 장치도 마련돼 있습니다. 다만 소송촉진법상 연 12%가 항상 자동으로 붙는 것은 아니고, 쌍무계약이라면 동시이행관계 때문에 자신의 반환의무를 함께 이행제공해야 상대방의 지체책임을 온전히 물을 수 있다는 점도 놓치기 쉬운 부분입니다.
수원과 경기남부 지역에서도 매매·용역·투자 계약이 무효로 확인되는 분쟁이 꾸준히 접수되는데, 이자 청구를 처음부터 소장에 명확히 담아두느냐에 따라 최종 회수 금액이 크게 달라지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계약이 무효라는 사실을 확인했다면 원금 반환 청구에 그치지 말고, 이자까지 포함한 반환 범위를 꼼꼼히 따져보시길 권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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