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착오송금, 임의로 써도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 이유
가상자산 착오송금, 임의로 써도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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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 착오송금, 임의로 써도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 이유 

강대현 변호사

낯선 지갑 주소에서 코인 수십 개가 갑자기 들어오면 당장 반가운 마음이 앞서기 쉽습니다. 계좌로 큰돈이 잘못 들어왔을 때는 함부로 손대면 횡령죄가 된다는 사실이 어느 정도 알려져 있지만, 가상자산은 사정이 다르다는 이야기도 함께 떠돌아 혼란스럽습니다. 실제로 대법원은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위로 이체된 가상자산을 마음대로 써버린 사안에서 배임죄는 물론 횡령죄도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 그렇다고 아무 문제가 없다는 뜻은 아니어서, 형사처벌과 별개로 남는 책임까지 함께 짚어봐야 합니다. 이 글에서는 가상자산 착오송금이 왜 형사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지, 그리고 그럼에도 조심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지 정리하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가상자산 착오송금, 그냥 써버리면 무슨 문제가 생기나

거래소 지갑이나 개인 지갑에 낯선 주소로부터 코인이 입금되는 일이 종종 벌어집니다. 보내는 사람이 지갑 주소를 한 글자 잘못 입력하거나, 거래소 시스템 오류로 다른 회원의 자산이 엉뚱한 계정으로 흘러들어 가는 식입니다. 계좌로 큰 금액이 잘못 들어왔을 때 함부로 인출해 쓰면 처벌받는다는 것은 어느 정도 알려져 있어서, 가상자산도 당연히 같은 결론이 나올 거라 짐작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법원에 올라온 사건에서는 결론이 달랐습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형사처벌이 되지 않는다는 결론만 보고 안심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결론의 절반만 본 것입니다. 왜 형사처벌 대상에서 빠지는지 그 논리 구조를 정확히 알아야, 어느 지점까지가 안전하고 어느 지점부터 다시 위험해지는지 판단할 수 있습니다. 다음 항목부터는 금전 착오송금과 가상자산 착오송금이 왜 다르게 취급되는지, 그 갈림길을 순서대로 짚어보겠습니다.

계좌로 잘못 들어온 돈은 왜 횡령죄가 되나 — 신의칙상 보관관계

은행 계좌로 착오송금된 금전을 임의로 인출해 써버린 사안에서 대법원은 일관되게 횡령죄 성립을 인정해 왔습니다. 대법원 2010. 12. 9. 선고 2010도891 판결은 금전이 어떤 계좌에 착오로 잘못 입금된 경우, 그 예금주와 송금인 사이에 별다른 거래관계가 없었더라도 신의칙상 보관관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습니다. 횡령죄가 성립하려면 원칙적으로 위탁관계, 즉 누군가 재물을 맡겼다는 사실관계가 있어야 하는데, 이 판례는 그 위탁이 반드시 당사자의 명시적 행위에서 비롯될 필요는 없다고 본 것입니다. 잘못 들어온 돈이라는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예금주가 그 돈을 마음대로 꺼내 쓰면, 그 순간 형법 제355조 제1항이 정한 횡령죄가 성립합니다.

이 논리의 핵심은 신의칙입니다. 법률행위나 계약으로 명시된 위탁관계가 없어도, 사회통념상 잘못 들어온 돈을 그대로 보관하고 돌려줄 것이 당연히 기대되는 관계라면 형법이 보호하는 보관관계로 인정하겠다는 것입니다. 이 판례 이후 계좌 착오송금 사건에서는 반환하지 않고 임의로 소비하면 횡령죄로 처벌받는다는 것이 확립된 실무였습니다. 그래서 가상자산이 잘못 전송됐을 때도 같은 논리가 그대로 적용될 것이라는 예상이 자연스럽게 따라붙었습니다.

계좌에 돈이 착오로 잘못 입금되면 별다른 거래관계가 없어도 예금주와 송금인 사이에 신의칙상 보관관계가 성립한다 — 이것이 금전 착오송금을 횡령죄로 처벌해 온 근거다.

가상자산은 애초에 횡령죄의 객체가 아니다 — 재물이 아닌 재산상 이익

그런데 가상자산에는 이 논리를 그대로 옮겨 적용하기 전에 넘어야 할 관문이 하나 있습니다. 횡령죄의 객체는 재물로 한정된다는 점입니다. 형법 제355조 제1항이 정한 횡령죄는 유체물이나 관리할 수 있는 동력처럼 물리적으로 존재하는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것을 임의로 처분했을 때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그런데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같은 가상자산은 특정한 물건이 아니라 블록체인 원장에 기록된 값에 지나지 않아, 재산적 가치는 인정되더라도 형법이 말하는 재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실무의 대체적인 입장입니다.

그 대신 가상자산은 경제적 가치를 디지털로 표상해 전자적으로 이전·저장·거래할 수 있게 한 재산상 이익에 해당한다고 봅니다. 사기죄처럼 재산상 이익도 객체로 삼는 범죄라면 문제가 없지만, 횡령죄는 재물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애초에 가상자산을 횡령죄로 의율하는 것 자체가 논리적으로 성립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착오전송된 가상자산을 임의로 쓴 사안을 횡령죄 대신 배임죄로 구성해 기소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배임죄로 옮겨가도 또 다른 관문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횡령죄의 객체는 재물에 한정되고, 가상자산은 재물이 아니라 재산상 이익에 해당한다 — 그래서 가상자산 착오송금 사안은 애초에 횡령죄로 의율하기 어렵다.

배임죄도 성립하지 않는 이유 — 신임관계 없는 단순 채무

배임죄가 성립하려면 행위자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 지위에 있어야 합니다(형법 제355조 제2항). 이 지위는 아무 관계에서나 인정되지 않고, 당사자 사이에 신뢰를 바탕으로 재산을 관리·보전해 줄 것을 서로 전제하는 신임관계가 있어야 인정됩니다. 대법원 2021. 12. 16. 선고 2020도9789 판결은 바로 이 지점에서 가상자산 착오송금 사안에 대한 결론을 내렸습니다. 알 수 없는 경위로 피해자의 가상자산을 자신의 거래소 계좌로 이체받은 피고인이 이를 다른 계정으로 옮겨 사용한 사건에서, 대법원은 피고인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원심의 배임죄 유죄 판단을 파기했습니다.

대법원이 제시한 근거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가상자산은 아직 법정화폐에 준하는 규제를 받지 않고 거래에 본질적인 위험이 수반되므로, 형법을 적용할 때 법정화폐와 동일한 수준으로 보호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둘째,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가상자산을 돌려줘야 할 의무는 부당이득반환의무라는 민사상 채무에 지나지 않고, 이러한 사정만으로 피고인이 신임관계에 기초해 가상자산을 보존·관리하는 지위에 있었다고 볼 수 없다는 점입니다. 셋째, 금전 착오송금에서 신의칙상 보관관계를 인정해 온 판례를 유추해 신의칙만을 근거로 가상자산 착오송금까지 배임죄로 처벌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에 반한다는 점입니다.

정리하면 단순한 반환의무와 형법이 보호하려는 신임관계는 서로 다른 층위라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입니다. 계약이나 법률에 근거해 상대방의 재산을 관리해 주기로 한 적이 없는 사람에게, 단지 실수로 돈이 될 만한 것이 흘러들어 왔다는 사정만으로 남의 재산을 관리하는 지위를 인정해 형사처벌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것입니다. 이로써 가상자산 착오송금을 임의로 사용한 행위는 횡령죄와 배임죄 양쪽 모두에서 형사처벌의 문턱을 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단순한 부당이득반환의무 같은 민사상 채무만으로는 배임죄가 요구하는 신임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 — 대법원이 가상자산 착오송금에 배임죄를 적용하지 않은 핵심 이유다.

실제 사건은 어떻게 흘러갔나 — 14억대 비트코인 임의사용 사례

위 판결의 배경이 된 사건은 실제 있었던 일입니다. 피고인은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위로 피해자 소유의 비트코인 199.999개를 자신의 가상자산 거래소 계정으로 이체받았고, 이 중 상당 부분을 자신의 다른 계정으로 옮겨 사용했습니다. 당시 시가로 환산한 피해액은 약 14억 8천만원 상당이었습니다. 검찰은 처음에 횡령 혐의로 기소했지만, 앞서 살펴본 대로 가상자산은 재물이 아니라는 문제에 부딪혔고, 항소심 법원은 죄명을 배임으로 바꾸어 유죄를 인정했습니다.

이득액이 5억원을 넘는 재산범죄에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가 적용되어, 이득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가중처벌됩니다. 그만큼 항소심 단계에서는 무거운 형이 선고됐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앞서 설명한 이유로 배임죄 성립 자체를 부정하며 사건을 다시 항소심으로 돌려보냈습니다. 형사처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고 해서 이 사건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라는 점도 함께 기억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 기소 단계 — 횡령 혐의로 기소.

  • 항소심 — 죄명을 배임으로 변경해 유죄 인정,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적용.

  • 대법원 — 신임관계 부정, 배임죄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

형사처벌 안 된다고 안심할 수 없는 이유 — 남아있는 민사책임

배임죄나 횡령죄로 처벌받지 않는다는 것이 돌려주지 않아도 된다는 뜻은 전혀 아닙니다. 대법원 판결도 명확히 밝혔듯, 착오로 전송받은 가상자산을 돌려줘야 할 민법 제741조에 따른 부당이득반환의무는 그대로 남습니다. 법률상 원인 없이 타인의 재산으로 이익을 얻고 그로 인해 상대방에게 손해를 끼친 사람은 그 이익을 반환해야 한다는 것이 부당이득의 기본 원리이고, 이는 형사처벌 여부와 무관하게 별도로 작동합니다.

실제로는 반환을 거부하거나 이미 처분해 버린 경우, 피해자가 부당이득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해 받아내는 절차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미 코인을 팔아 현금화했거나 다른 자산으로 바꿨더라도, 반환의무는 원물이 아니라 그 가액 상당액으로 이행하면 되므로 이미 써버렸다는 사정이 반환 책임 자체를 없애주지는 않습니다. 소송으로 가면 지연손해금이 함께 청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시간이 지날수록 갚아야 할 금액이 불어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입니다.

형사처벌만 면한다고 해서 실질적인 부담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므로, 착오송금임을 알아차린 시점에 임의로 쓰기보다는 원래 주인에게 알리고 반환 절차를 밟는 편이 결과적으로 유리한 경우가 많습니다. 상대방이 거래소를 통해 송금 내역을 추적하거나 수사기관에 진정을 넣는 사례도 있어, 반환하지 않고 버티는 선택이 장기적으로 더 큰 분쟁으로 번지기도 합니다.

  • 부당이득반환청구 소송 — 반환하지 않으면 민사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음.

  • 가액 반환 — 이미 처분했더라도 그 가액 상당액을 반환해야 함.

  • 지연손해금 — 반환이 늦어질수록 함께 불어나는 항목.

예외적으로 형사책임이 문제되는 경우 — 적극적으로 오류를 이용했다면

지금까지 살펴본 결론은 가만히 있다가 원인 모르게 들어온 가상자산을 사용한 경우에 한정됩니다. 만약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거래소 시스템의 오류나 취약점을 스스로 찾아내 반복적으로 이체를 유도하거나, 담당자를 속여 추가 송금을 이끌어냈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이런 적극적인 개입이 있었다면 단순한 착오송금의 수동적 수익자가 아니라, 형법이 정한 다른 범죄의 행위자로 평가될 여지가 생깁니다.

예를 들어 정보처리장치에 허위의 정보나 부정한 명령을 입력하거나 권한 없이 정보를 변경해 재산상 이익을 취득했다면 형법 제347조의2가 정한 컴퓨터등사용사기죄가 문제될 수 있고, 사람을 기망해 송금을 이끌어냈다면 일반 사기죄가 성립할 수도 있습니다. 즉 대법원 판결이 부정한 것은 가만히 받은 것을 썼을 뿐인 상황에서의 배임·횡령 책임이지, 가상자산과 관련된 모든 부정행위를 면책해 준 것이 아닙니다. 자신의 상황이 단순 수령 후 사용인지, 적극적인 개입이 섞여 있는지부터 구분해 판단해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가상자산이 잘못 들어온 걸 알고도 그냥 쓰면 정말 아무 처벌도 안 받나요?

A.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원인 불명으로 이체된 가상자산을 임의로 사용해도 횡령죄와 배임죄 모두 성립하지 않는다고 봅니다. 다만 이는 스스로 나서서 오류를 유발하거나 상대를 속인 것이 아니라 수동적으로 받은 것을 쓴 경우에 한정되고, 민사상 반환책임까지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Q. 그럼 은행 계좌로 돈이 잘못 들어온 경우와 결론이 왜 다른가요?

A. 금전은 계좌 예금주와 송금인 사이에 신의칙상 보관관계가 인정되어 임의소비 시 횡령죄가 성립한다는 것이 확립된 판례입니다. 반면 가상자산은 횡령죄의 객체인 재물에 해당하지 않고, 배임죄가 요구하는 신임관계도 인정되지 않아 같은 결론이 나오지 않습니다.

Q. 반환하지 않고 버티면 결국 어떻게 되나요?

A. 형사처벌은 면할 수 있어도 민법상 부당이득반환의무는 그대로 남아, 상대방이 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해 가액 상당액과 지연손해금을 받아낼 수 있습니다. 소송으로 이어지면 시간이 지날수록 부담이 커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Q. 이미 다 팔아서 현금화했거나 다른 코인으로 바꿔버렸다면요?

A. 반환의무는 받은 가상자산 자체가 아니라 그 가액 상당액을 기준으로 이행하면 되므로, 이미 처분했다는 사정이 반환책임을 없애주지는 않습니다. 처분 시점의 가치를 기준으로 정산하게 되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Q. 거래소 실수로 다른 회원 자산이 제 계정에 들어온 경우도 같은 논리가 적용되나요?

A. 송금 원인이 개인 간 착오이든 거래소 시스템 오류이든,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위로 자신의 지배 아래로 들어온 가상자산을 임의로 사용했다는 구조가 같다면 같은 논리가 적용될 여지가 큽니다. 다만 거래소 약관이나 이용계약상 별도의 반환·정산 절차가 있다면 그 절차가 우선 적용될 수 있습니다.

Q. 형사고소를 당했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요?

A. 단순히 수동적으로 받아서 사용한 것인지, 오류를 알면서 적극적으로 추가 이체를 유도한 정황이 있는지가 결론을 가르므로 이 부분부터 사실관계를 명확히 정리해야 합니다. 판례의 법리를 근거로 배임·횡령 혐의에 대응하되, 별도로 남는 민사상 반환책임까지 함께 고려해 대응 방향을 정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맺음말

가상자산 착오송금을 임의로 사용해도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결론은, 가상자산이 아직 법정화폐와 같은 수준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현실과 형법이 요구하는 신임관계의 엄격한 기준이 맞물려 나온 것입니다. 횡령죄는 재물성이 부정되어, 배임죄는 신임관계가 부정되어 각각 문턱을 넘지 못했다는 논리 구조를 이해하면, 비슷한 상황에서 어디까지가 안전하고 어디부터 위험한지 가늠할 수 있습니다.

다만 형사처벌을 면한다는 것과 아무 책임이 없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부당이득반환의무는 여전히 남고, 오류를 스스로 이용하거나 적극적으로 추가 송금을 유도했다면 전혀 다른 범죄가 문제 될 수 있습니다. 가상자산이 잘못 들어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면, 임의로 쓰기 전에 자신의 상황이 어느 쪽에 해당하는지부터 냉정하게 따져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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