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금 전과 있는데 통장 또 빌려줬다면 재범 가중될까
벌금 전과 있는데 통장 또 빌려줬다면 재범 가중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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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금 전과 있는데 통장 또 빌려줬다면 재범 가중될까 

김강희 변호사


벌금 전과 있는데 통장 또 빌려줬다면 재범 가중될까


사건 개요


몇 년 전 대출을 받게 해준다는 말에 속아 통장과 체크카드를 건넸다가 전자금융거래법위반으로 적발돼 벌금형을 받은 분들이 있습니다. 당시엔 "다시는 안 그런다"고 다짐하고 넘어갔는데, 이번에 또 비슷한 일에 휘말려 경찰 출석 통보를 받는 경우가 적지 않게 상담으로 찾아옵니다. 이번에도 취업을 미끼로 한 요구였거나, 급전이 필요해 지인에게 "잠깐만" 빌려준 것인데, 문제는 전과가 이미 있다는 사실이 사건을 완전히 다른 무게로 바꿔 놓는다는 데 있습니다.

이런 분들이 가장 먼저 묻는 것은 "저번엔 벌금으로 끝났는데 이번엔 정말 실형이 나오나요"입니다. 수사기관이 조사 과정에서 "전에도 같은 걸로 처벌받으셨죠"라고 짚고 넘어가는 순간부터, 당사자는 이미 스스로를 '상습범'으로 단정하고 겁을 먹습니다. 하지만 전과가 있다는 사실과 법률상 '누범'·'상습범'으로 취급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이 둘을 구분하지 못하면 실제보다 훨씬 불리한 전제로 대응을 시작하게 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벌금 전과 한 번에 이번 사건 한 건이 더해졌다고 해서 자동으로 형이 가중되거나 '상습성'이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법이 재범을 무겁게 보는 것은 맞지만, 그 무게가 실리는 통로는 정해진 법률 요건을 통해서이지 막연한 인상을 통해서가 아닙니다. 그 통로가 실제로 열려 있는지부터 하나씩 짚어야 방어의 방향이 보입니다.


핵심 쟁점


이런 사건에서 실제로 다투어지는 지점은 크게 네 가지입니다. 첫째, 이번 행위가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이 금지하는 접근매체(통장·카드·비밀번호 등)의 양도·양수 또는 대여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입니다. 둘째, 이전 벌금 전과가 형법상 '누범' 가중의 요건을 실제로 충족하는지입니다. 셋째, 수사·재판 단계에서 언급되는 '상습성'이 법적으로 무엇을 의미하고, 이번 사안에서 그 요건을 갖췄다고 볼 수 있는지입니다. 넷째, 이 두 가지가 부정되더라도 실무상 검찰과 법원이 동종 전과를 어떤 방식으로 양형에 반영하는지입니다.

이 네 가지를 뭉뚱그려 "전과가 있으니 더 세게 처벌받겠구나"로 받아들이면, 정작 법률상 다툴 수 있는 지점을 놓치게 됩니다. 누범과 상습성은 각각 별도의 법적 요건을 가진 개념이고, 그 요건을 하나씩 검토하는 것이 방어의 출발점입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누범 가중'의 법률 요건부터 부정한다


재범 사건에서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검찰이나 수사기관이 말하는 "재범이니 가중"이 실제로 법률상 누범 가중에 해당하는지입니다. 이 지점에서 다음 순서로 사실관계와 법리를 정리합니다.

1) 전범이 벌금형이라는 사실 자체로 누범 가중을 배제합니다.

형법 제35조가 정한 누범은 ①전범이 금고 이상의 형이고, ②그 형의 집행이 종료되거나 면제된 후, ③3년 이내에, ④금고 이상에 해당하는 죄를 다시 범한 경우에만 성립합니다. 벌금형은 이 요건의 전범이 될 수 없습니다. 즉 이전에 전자금융거래법위반으로 벌금형만 받았다면, 이번 사건이 아무리 동종이라도 형법상 누범 가중(장기의 2배까지 가중)의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조사 과정에서 "재범이니 가중"이라는 표현이 나오더라도, 그것이 법률상 누범을 의미하는지 아니면 단순한 양형 참작 표현인지부터 구분해 기록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2) 이번 행위가 '양도'인지 '대여'인지부터 정확히 가립니다.

대법원은 접근매체의 '양도'를 상대방에게 소유권 또는 처분권을 확정적으로 이전하는 것으로 보고, 일시적 사용을 위해 빌려주거나 위임한 경우와 구별합니다. 통장을 완전히 넘겨준 것인지, 잠깐 사용 후 돌려받기로 하고 건넨 것인지에 따라 적용 조문과 형량 산정의 출발점이 달라집니다. 또한 대가 없이 순수하게 대여한 경우는 원칙적으로 제6조 제3항의 처벌 대상에서 빠지고, 대가를 받았거나 범죄에 이용될 것을 알면서 대여한 경우에만 처벌 대상이 되므로, 이번에 통장을 건넨 경위와 대가 수수 여부를 구체적으로 재구성하는 작업이 먼저입니다.

3) 범죄 이용에 대한 인식(고의)이 있었는지를 다툽니다.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 제49조 제4항 위반은 접근매체가 범죄에 이용될 수 있다는 인식이 있었는지가 처벌 여부와 형량을 가르는 핵심입니다. 취업 지원 서류라거나 대출 심사용이라는 명목으로 속아 건넨 경우라면, 그 명목을 안내받은 문자·통화 내역, 채용공고나 대출 상담 정황 등을 정리해 이번에도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기망당했음을 보여주는 자료로 제출합니다. 이는 단순한 반성 표시가 아니라, 고의 자체를 다투는 구성요건 방어입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상습성' 인정의 문턱을 정면으로 다툰다


누범 가중이 배제되더라도, 수사기관이나 검찰이 '상습으로'라는 표현을 공소사실에 넣으려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단계에서는 상습성이라는 개념 자체의 요건을 짚어 방어합니다.

1) 전자금융거래법에는 별도의 상습범 가중처벌 규정이 없다는 점을 짚습니다.

형법이 상습절도·상습사기처럼 명문으로 상습범을 가중처벌하는 범죄와 달리, 전자금융거래법위반(접근매체 양도·대여 등)에는 그런 별도의 상습범 가중처벌 조항이 없습니다. 따라서 "상습으로"라는 문구가 조사 내용이나 공소사실에 들어가더라도, 이는 구성요건 요소가 아니라 검찰의 구형이나 법원의 양형 판단에서 참작되는 정상 사유에 불과합니다. 이 구분을 분명히 해 두면, 상습성이 마치 별도의 죄가 되는 것처럼 과도하게 무겁게 받아들여지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2) 상습성의 실질 요건, 즉 '반복하는 습벽'이 있는지를 다툽니다.

상습성은 단순히 동종 전과가 한 번 있다는 사실만으로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 범죄를 반복적으로 저지르는 습벽 내지 경향이 있는지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판단됩니다. 이전 사건과 이번 사건 사이의 시간적 간격, 두 사건에서 통장을 건넨 동기와 경위가 서로 다른지(예: 한 번은 대출 명목, 한 번은 취업 명목처럼 계기가 다른 별개의 기망), 그 사이 유사한 시도가 반복적으로 있었는지를 정리해, 습벽으로 볼 만한 반복성·계획성이 없었다는 점을 뒷받침합니다. 두 건이 우연히 시간차를 두고 발생한 별개의 사건이라는 사실관계를 갖추는 것이 상습성을 부정하는 핵심 작업입니다.

3) 재범 방지를 위한 실질적 조치를 양형자료로 제출합니다.

이전 벌금형 이후 계좌·개인정보 관리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실제로 주의를 기울여 왔다는 정황(이체 한도 관리, 유사 제안에 대한 거절 이력 등), 이번 피해 발생 경위에 대한 구체적 소명, 조사에 성실히 협조한 태도 등을 정리해 제출합니다. 상습성이 부정되고 고의 또는 대가 요건까지 다투어지는 사안이라면, 약식명령이나 불기소(기소유예) 가능성을 열어 두고 대응하는 것이 재판까지 가는 것보다 유리한 경우가 많습니다.


결론


벌금 전과가 있는 상태에서 같은 종류의 사건에 다시 연루됐다는 사실은 분명 부담스러운 상황입니다. 하지만 그 부담이 곧바로 '누범 가중'이나 '상습범'이라는 법률적 결론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벌금형은 누범의 전범이 될 수 없고, 상습성은 전과 한 번만으로 인정되지 않으며, 애초에 전자금융거래법에는 별도의 상습범 가중 규정조차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전과가 있으니 어쩔 수 없다"고 지레 포기하지 않고, 이번 행위가 실제로 어떤 조문에 해당하는지, 재범이라는 사실이 법률상 어떤 통로로 형량에 반영되는지를 하나씩 짚어 대응하는 것입니다.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다면, 조사 단계에서부터 이 지점들을 함께 점검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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