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 계좌 넘긴 바지 대표라면 — 지시 관계부터 소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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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 계좌 넘긴 바지 대표라면 — 지시 관계부터 소명하세요 

김강희 변호사


법인 계좌 넘긴 바지 대표라면 — 지시 관계부터 소명하세요


사건 개요


인터넷 구인 게시판이나 지인의 소개로 "법인 대표이사로 이름만 올려주면 매달 일정 금액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법인을 설립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실제로 사업을 해 볼 생각으로 법인 등기와 사업자등록까지 마치지만, 정작 그 다음 절차는 배후자가 정해 준 대로 흘러갑니다. 법인 명의 계좌를 개설하고, 그 통장과 법인 인감, 보안카드, OTP를 배후자에게 그대로 넘기는 것입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계좌가 보이스피싱이나 유사수신 사기의 자금 통로로 쓰였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명의를 빌려준 사람 앞으로 수사기관의 출석요구서가 날아옵니다. "나는 사업을 하려던 것뿐이고, 계좌를 넘긴 것도 동업자인 줄 알았던 사람의 부탁이었다"고 항변하지만, 수사기관은 일단 전자금융거래법위반과 사기방조 내지 사기 공동정범 혐의를 함께 적용해 조사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법인 명의 계좌를 개설해 넘긴 사실 자체는 인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그 뒤에 벌어진 사기 범행까지 함께 책임지느냐는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그 갈림길은 법인을 왜, 누구의 지시로, 어떤 경위로 설립했는지를 얼마나 구체적으로 소명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핵심 쟁점


이런 사건에서 실제로 결론을 가르는 지점은 크게 네 가지입니다. 첫째, 법인 명의 계좌를 개설해 넘긴 행위가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이 금지하는 접근매체의 양도에 해당하는지입니다(위반 시 같은 법 제49조 제4항 제1호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둘째, 그 계좌가 사기에 이용될 것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고도 용인했는지, 즉 사기방조 내지 공동정범의 고의가 인정되는지입니다. 셋째, 피해 규모가 커 이득액이 5억원을 넘으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제3조가 적용되어 형량이 크게 올라가는데(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은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원 이상은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그 이득액을 어느 범위까지 자신의 몫으로 볼 것인지입니다. 넷째, 법인을 세운 경위와 배후자의 지시관계가 구체적으로 소명되는지입니다.

이 네 가지는 서로 맞물려 있습니다. 접근매체 양도 사실은 대개 다투기 어렵지만, 나머지 세 가지—고의, 이득액, 지시관계—는 처음부터 어떤 자료를 남겨 두었는지에 따라 결과가 크게 갈립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법인 설립 경위와 지시관계를 고의 부인의 근거로 세우기


사기 혐의에서 가장 먼저 다투어야 할 것은 "몰랐다"는 말 자체가 아니라, 몰랐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정황입니다. 이런 사건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 순서로 방어의 토대를 세웁니다.

1) 실제 사업 의사를 뒷받침하는 자료를 모읍니다.

법인 설립이 처음부터 계좌를 넘기기 위한 명의뿐인 절차였는지, 아니면 실제 사업을 준비하다가 중간에 이용당한 것인지는 결과에 큰 차이를 만듭니다. 사업자등록증뿐 아니라 사무실 임대차계약, 사업계획서, 거래처와 주고받은 이메일이나 견적서, 초기 운영자금의 흐름 등을 확보해, 법인 설립이 명의만 빌려주는 절차가 아니라 실제 사업의 출발점이었음을 구체적으로 뒷받침합니다.

2) 배후자의 지시관계를 남는 형태로 정리합니다.

"동업자로 알았다"는 진술만으로는 법정에서 힘을 갖기 어렵습니다. 배후자가 언제, 어떤 이유로 계좌 개설과 인계를 요구했는지, 그 요구가 통상적인 동업이나 거래관계로 볼 수 있는 것이었는지를 문자메시지·메신저 대화·통화내역·급여나 수수료 지급 내역 등 남는 자료로 재구성합니다. 배후자와의 관계, 소개 경위, 접근 방식까지 함께 정리하면 자신이 배후자의 지시에 종속돼 있었다는 사실이 뚜렷해집니다.

3) 계좌 인계의 경위와 대가의 정상성을 다툽니다.

판례상 계좌를 넘긴 대가가 통상적인 급여 수준을 크게 벗어나거나 인계 경위 자체가 비정상적이었다면 미필적 고의를 인정하는 근거가 됩니다. 반대로 정상적인 사업 절차처럼 보이는 경위—실제 급여 명목의 정기적 지급, 통상적인 업무 지시 형식—였다면, 그 정황을 구체적으로 제시해 "범죄에 이용될 것을 알면서도 용인했다"는 수사기관의 주장을 정면으로 다툽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전자금융거래법위반과 사기 혐의의 책임 범위를 분리하기


접근매체 양도 자체를 다투기 어려운 경우라도, 그 뒤에 이어지는 사기 혐의와 이득액 산정까지 그대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습니다.

1) 두 혐의를 분리해 대응 전략을 짭니다.

전자금융거래법위반 부분은 초범 여부, 실제로 얻은 이득이 없었다는 점, 수사 협조와 반성 등 정상참작 자료를 갖추어 양형에서 유리한 위치를 확보하는 방향으로 대응하고, 사기 부분은 별도로 고의의 인식 범위를 다툽니다. 두 혐의를 뭉뚱그려 다투면 접근매체 양도의 명백한 사실관계에 끌려가 사기 부분의 다툼 여지까지 함께 묻혀 버릴 수 있습니다.

2) 이득액 산정 범위를 다툽니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의 가중처벌 여부는 이득액에 좌우되므로, 다수의 피해자와 여러 공범이 얽힌 조직적 사기 사건에서는 전체 피해액이 아니라 자신이 실제로 관여하거나 인식한 범위의 금액으로 이득액을 제한할 근거가 있는지를 검토합니다. 계좌를 통해 흘러간 금액과 자신에게 실제 귀속되거나 인식된 금액을 구분해 제시하는 것이 가중처벌 구간을 낮추는 데 핵심적입니다.

3) 배후 조직과의 관계와 가담 정도를 정리합니다.

사안에 따라 조직적 사기 범죄로 판단되는 경우 공모관계의 성립 여부가 함께 문제됩니다. 공모는 전체 모의 과정이 없더라도 순차적·암묵적 의사의 결합만으로 성립할 수 있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므로, 반대로 자신이 배후 조직의 운영이나 범행 계획에 관여한 바 없이 계좌 명의만 이용당한 지점을 구체적 정황으로 소명해 공모관계 자체를 다툽니다.


결론


법인 명의를 빌려주고 계좌를 넘긴 시점에는 대개 그 심각성을 실감하지 못합니다. 문제는 그 계좌가 다른 범행에 쓰였다는 사실이 드러난 뒤에야 찾아옵니다.

접근매체를 넘긴 사실은 인정하더라도, 사기 혐의까지 함께 책임지느냐는 법인을 세운 경위와 배후자와의 지시관계를 얼마나 구체적으로 소명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지금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다면, 어떤 자료를 남기고 어떤 순서로 소명해야 할지 한 번 점검을 받아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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