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당권설정청구권, 공사대금 못 받은 수급인이 건물에 거는 법정 담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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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당권설정청구권, 공사대금 못 받은 수급인이 건물에 거는 법정 담보 

강대현 변호사

공사를 다 마쳤는데도 건축주가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공사대금을 미루면, 수급인이 쓸 수 있는 카드는 생각보다 제한적입니다. 유치권은 건물을 점유하고 있어야만 성립하고, 건물을 이미 인도했다면 그 순간 유치권을 행사할 근거 자체가 사라집니다. 그런데 민법은 부동산공사의 수급인에게 점유와 무관하게 쓸 수 있는 또 하나의 담보수단을 마련해 두었습니다. 바로 그 건물 자체에 저당권을 설정해 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저당권설정청구권입니다. 이 글에서는 저당권설정청구권이 어떤 요건에서 성립하고, 도급인이 협조하지 않을 때 실제로 어떻게 행사하는지, 유치권과는 무엇이 다른지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부동산공사 수급인에게 법이 준 담보 — 저당권설정청구권의 정체

민법 제666조는 "부동산공사의 수급인은 전조의 보수에 관한 채권을 담보하기 위하여 그 부동산을 목적으로 한 저당권의 설정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건물을 신축하는 도급계약에서는 수급인이 자신의 자재와 노력을 들여 건물을 완성하지만, 완공된 건물의 소유권은 애초에 계약 내용에 따라 원시적으로 도급인에게 귀속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실제로 건물을 지은 사람은 수급인인데, 정작 그 건물에서 공사대금을 우선 회수할 근거는 아무것도 없는 셈이 됩니다.

저당권설정청구권은 바로 이 불균형을 메우기 위한 제도입니다. 수급인이 공사대금채권을 담보로 그 건물에 저당권을 설정해 달라고 도급인에게 청구할 수 있게 함으로써, 건물이 다른 채권자의 강제집행이나 도급인의 처분에 넘어가더라도 수급인이 저당권자로서 우선변제를 받을 길을 열어 준 것입니다. 다만 이름 그대로 이 권리는 저당권 자체가 아니라 저당권을 '설정해 달라고 청구'할 수 있는 채권적 권리이므로, 청구만으로 저당권이 저절로 생기지는 않습니다. 도급인의 협력, 즉 등기 절차가 뒤따라야 비로소 완성됩니다.

저당권설정청구권은 저당권 그 자체가 아니라 저당권을 설정해 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채권적 청구권이다 — 등기까지 마쳐야 비로소 우선변제권 있는 저당권으로 완성된다.

성립 요건 — 부동산공사, 완성된 목적물, 살아있는 보수채권

저당권설정청구권이 성립하려면 몇 가지 조건이 갖춰져야 합니다. 먼저 대상 공사가 부동산공사여야 합니다. 건물 신축이 가장 전형적이고, 증축이나 대수선처럼 결과물이 부동산의 일부를 이루는 공사도 포함됩니다. 단순한 동산 제작·납품이나 기존 부동산과 별개로 독립성이 없는 소규모 보수공사만으로는 저당권을 설정할 목적물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신중히 따져야 합니다.

다음으로 담보할 보수채권, 즉 공사대금채권이 실제로 존재해야 합니다. 공사가 전부 끝나지 않은 상태라도 기성고에 따른 공사대금채권이 발생했다면 그 범위에서 저당권설정청구권을 행사할 여지가 있습니다. 다만 저당권은 특정 부동산을 목적물로 등기해야 성립하는 권리이므로, 실제로 등기가 가능한 정도로 건물이 완성되어 있어야 합니다. 골조만 세워진 상태이거나 건축물대장에 등록조차 되지 않은 단계라면 저당권설정등기 자체가 물리적으로 어려울 수 있습니다.

  • 부동산공사일 것 — 신축·증축·대수선 등 결과물이 부동산을 이루는 공사

  • 보수채권(공사대금채권)이 현존할 것 — 기성고에 따른 채권도 포함

  • 저당권을 설정할 수 있을 정도로 목적물(건물)이 존재할 것

예를 들어 신축 상가 공사대금 5억 원 중 3억 원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건물 골조와 마감이 사실상 완료되어 사용승인만 남아 있다면, 이미 발생한 3억 원 상당의 공사대금채권을 담보로 저당권설정을 청구할 수 있는 전형적인 상황에 해당합니다. 반면 터파기나 기초공사 단계에서 공사가 중단됐다면 저당권을 등기할 부동산 자체가 존재하지 않아, 이 단계에서는 저당권설정청구권보다 공사대금 직접 청구나 다른 보전조치를 먼저 검토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도급인이 순순히 응하지 않을 때 — 저당권설정등기절차 이행청구소송

저당권설정청구권은 채권적 청구권이라, 도급인이 등기에 협조하지 않으면 수급인 혼자서는 저당권을 설정할 수 없습니다. 도급인이 요청을 무시하거나 거부한다면 법원에 저당권설정등기절차 이행청구소송을 제기해야 합니다. 소송에서 공사대금채권의 존재와 액수, 목적물의 특정, 저당권설정청구권 발생 사실을 증명해 승소판결을 받으면, 그 판결이 도급인의 등기 협력 의사표시를 갈음합니다.

부동산등기법 제23조 제4항은 등기절차의 이행을 명하는 판결이 확정된 경우 승소한 등기권리자가 단독으로 등기를 신청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즉 저당권설정등기절차 이행청구소송에서 승소해 판결이 확정되면, 수급인은 도급인의 인감이나 별도 협조 없이도 그 판결문만으로 저당권설정등기를 단독으로 마칠 수 있습니다. 다만 소송에는 시간이 걸리므로, 도급인의 자산 상태가 흔들리고 있거나 매각·처분 정황이 보이는 상황이라면 소송과 별개로 처분금지가처분 등 보전조치를 함께 검토해야 저당권설정청구권 자체가 무의미해지는 상황을 막을 수 있습니다.

미등기건물이라면 — 보존등기부터 막히는 함정

신축 건물은 완공 직후 소유권보존등기가 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흔합니다. 저당권은 등기부에 이미 존재하는 부동산을 전제로 설정되는 권리이므로, 도급인이 소유권보존등기 자체를 미루고 있다면 저당권설정청구권을 행사하려 해도 등기할 대상 자체가 없는 상황에 부딪힙니다. 도급인이 세금이나 다른 채무 문제로 일부러 보존등기를 늦추는 경우도 실무에서 드물지 않습니다.

이런 경우 수급인은 민법 제404조의 채권자대위권을 근거로, 도급인이 갖는 소유권보존등기청구권을 대위행사해 도급인 명의의 보존등기를 먼저 마친 뒤 저당권설정등기로 나아가는 방법을 실무에서 활용합니다. 채권자대위권은 채무자가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지 않아 채권자의 채권 보전에 지장이 생길 때, 채권자가 채무자를 대신해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한 제도입니다. 공사대금채권을 보전해야 하는 수급인의 상황이 바로 이 요건에 들어맞는 전형적인 사례입니다. 다만 건축허가나 건축물대장상 서류가 정리되어 있지 않으면 보존등기 자체에도 시간이 걸릴 수 있으므로, 공사 초기부터 건축주 명의의 인허가 서류 진행 상황을 챙겨 두는 편이 뒤탈을 줄입니다.

유치권과 무엇이 다른가 — 점유 없이도 힘을 발휘하는 이유

수급인이 공사대금을 지키는 대표적인 수단으로 흔히 유치권이 거론되지만, 저당권설정청구권은 유치권과 성립 조건도 효과도 다릅니다. 유치권은 그 물건을 점유하고 있어야 성립하고, 공사대금채권의 변제기가 이미 도래해야 행사할 수 있습니다. 건물을 도급인에게 인도해버리면 점유가 끊어져 유치권은 곧바로 사라지고, 이후에는 되살릴 방법이 없습니다. 인도를 거부하며 계속 점유해야 하는 유치권의 특성상, 그 기간 동안 관리비용이나 명도 관련 분쟁을 떠안는 부담도 있습니다.

반면 저당권설정청구권은 점유를 전제로 하지 않습니다. 건물을 이미 인도했더라도, 나아가 도급인이 그 건물에서 실제로 거주하거나 영업을 하고 있어도 행사할 수 있습니다. 등기를 통해 성립하는 저당권이기 때문에 그 이후 건물이 제3자에게 넘어가더라도 등기 순위에 따라 대항력을 유지한다는 점도 유치권과 다릅니다. 다만 저당권설정등기까지 마치는 데 도급인의 협조나 소송이 필요해 절차에 시간이 걸린다는 점에서, 즉각적인 압박 수단으로는 유치권이,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담보 확보 수단으로는 저당권설정청구권이 각각 강점을 가집니다. 실무에서는 인도 전이라면 유치권으로 우선 버티면서 동시에 저당권설정을 청구해 두 권리를 병행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수급인도 쓸 수 있을까 — 대법원이 그은 선

건설 현장에서는 원수급인이 공사 일부를 다시 하수급인에게 맡기는 구조가 흔한데, 이때 하수급인도 저당권설정청구권을 쓸 수 있는지가 문제 됩니다. 대법원 2016. 10. 27. 선고 2014다211978 판결은 건물신축공사 도급계약에서 수급인이 자신의 노력과 자재로 건물을 완성해 그 소유권이 수급인에게 원시적으로 귀속되는 경우라면, 그 수급인으로부터 공사 일부를 하도급받은 하수급인도 원수급인을 상대로 민법 제666조에 따른 저당권설정청구권을 가진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판례가 의미 있는 이유는, 저당권설정청구권을 도급인과 수급인 사이의 관계로만 좁게 보지 않고 공사대금채권을 담보할 필요가 있는 하수급인에게까지 확장했다는 데 있습니다. 다만 이는 원수급인이 건물 소유권을 원시취득한 경우를 전제로 한 판단이므로, 통상적인 도급 구조처럼 완공 건물의 소유권이 처음부터 도급인(건축주)에게 귀속되는 경우에는 하수급인이 건축주를 상대로 직접 저당권설정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는 별개로 따져야 합니다. 하도급 구조에서 대금을 받지 못한 경우라면, 자신이 원수급인에게 갖는 하도급대금채권을 근거로 어느 당사자를 상대로 청구권을 구성할 수 있는지부터 사실관계에 맞춰 점검해야 합니다.

소멸시효 3년 — 언제까지 청구해야 하나

저당권설정청구권도 영구히 행사할 수 있는 권리는 아닙니다. 판례는 저당권설정청구권을 공사대금채권을 담보하기 위해 저당권설정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하는 채권적 청구권으로 보고, 이것이 공사에 부수하는 채권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그 소멸시효기간을 3년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공사대금채권 자체의 소멸시효와 같은 기간이 적용되는 셈입니다.

실무적으로 중요한 것은 이 3년이 생각보다 빨리 지나간다는 점입니다. 공사대금을 받지 못한 채로 협상이나 독촉만 반복하다 보면 시효 관리에 소홀해지기 쉽습니다. 시효가 임박했다면 내용증명으로 이행을 최고하고 6개월 안에 소송을 제기하거나, 소멸시효를 중단시킬 수 있는 조치를 먼저 취해 두어야 저당권설정청구권 자체가 시효로 소멸하는 상황을 피할 수 있습니다. 공사대금채권과 저당권설정청구권을 함께 관리하며 시효 기산점을 정확히 짚어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저당권을 설정해도 안심할 수 없는 이유 — 순위와 사해행위 문제

저당권설정청구권을 행사해 등기까지 마쳤다고 해서 공사대금을 무조건 우선 회수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저당권은 등기 순위에 따라 우선순위가 정해지는 권리이므로, 그 건물에 이미 금융기관의 근저당권이 먼저 설정되어 있었다면 수급인의 저당권은 그보다 후순위로 밀립니다. 건축주가 공사비를 조달하며 토지나 건물에 담보대출을 먼저 일으키는 경우가 많아, 저당권설정청구권으로 확보한 순위가 기대만큼 앞서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또 하나 실무에서 자주 나오는 걱정은, 도급인의 다른 채권자들이 뒤늦게 설정된 이 저당권을 사해행위라며 취소소송을 걸어오지는 않을까 하는 부분입니다. 이에 대해 대법원 2008. 3. 27. 선고 2007다78616, 78623 판결은 민법 제666조가 정한 저당권설정청구권의 행사에 따라 공사대금채무를 담보하기 위해 건물에 저당권을 설정하는 행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해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이 부여한 담보권을 정당하게 행사한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저당권설정청구권을 최대한 활용하려면, 등기부상 선순위 권리관계를 먼저 확인하고 가능한 한 이른 시점에 청구권을 행사해 순위를 확보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실무에서는 착공 전이나 공사 초기 단계에 미리 등기부를 열람해 근저당 설정 여부와 채권최고액을 확인해 두고, 준공 무렵 공사대금 잔금 협상이 지연될 조짐이 보이면 곧바로 저당권설정을 요청하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도급인이 준공 이후에도 계속 추가 대출을 일으키는 유형이라면, 수급인의 저당권 순위가 뒤로 밀리기 전에 등기부터 서둘러야 실질적인 우선변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공사가 아직 끝나지 않았어도 저당권설정청구권을 쓸 수 있나요?

A. 기성고에 따라 발생한 공사대금채권이 있다면 그 범위에서 청구할 여지가 있습니다. 다만 저당권은 등기가 가능한 부동산을 전제로 하므로, 건축물대장 등재나 골조 완성 정도 등 등기가 실제로 가능한 상태인지를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Q. 유치권과 저당권설정청구권 중 어느 쪽이 더 유리한가요?

A. 상황에 따라 다릅니다. 건물을 아직 인도하지 않았다면 즉각적인 압박 수단으로 유치권이 효과적이고, 이미 인도했거나 장기적으로 안정된 담보가 필요하다면 저당권설정청구권이 유효합니다. 인도 전이라면 두 권리를 병행해 검토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Q. 도급인이 등기에 협조하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요?

A. 저당권설정등기절차 이행청구소송을 제기해 승소판결을 받으면, 그 판결로 도급인의 협력 의사표시를 갈음할 수 있습니다. 판결이 확정되면 수급인이 단독으로 저당권설정등기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Q. 하도급업체(하수급인)도 저당권설정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나요?

A. 원수급인이 자신의 노력과 자재로 건물을 완성해 소유권을 원시취득한 경우라면, 판례상 하수급인도 원수급인을 상대로 저당권설정청구권을 가질 수 있습니다. 다만 소유권 귀속 구조가 다르면 별도로 따져야 합니다.

Q. 저당권을 설정해도 기존 대출금융기관보다 우선하나요?

A. 아닙니다. 저당권은 등기 순위대로 우선순위가 정해지므로, 금융기관의 근저당권이 먼저 설정되어 있었다면 수급인의 저당권은 후순위가 됩니다. 등기부상 선순위 권리관계를 반드시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Q. 저당권설정청구권은 언제까지 행사해야 하나요?

A. 판례상 공사에 부수하는 채권으로 보아 소멸시효를 3년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협상이나 독촉만 반복하다 시효를 넘기지 않도록, 시효가 임박하면 내용증명이나 소송 등으로 시효를 중단시켜 두어야 합니다.

맺음말

공사대금을 떼일 위기에 놓인 수급인에게 유치권만이 유일한 무기는 아닙니다. 저당권설정청구권은 건물을 인도한 뒤에도, 점유를 하지 않고도 쓸 수 있는 법정 담보수단이라는 점에서 유치권과 상호 보완적입니다. 다만 저당권설정등기까지 마치려면 도급인의 협조나 소송, 경우에 따라 보존등기 대위까지 필요할 수 있어 실제 행사 과정은 간단하지 않습니다. 성립 요건과 등기 순위, 소멸시효라는 세 갈래를 모두 놓치지 않아야 실제로 공사대금을 회수하는 담보로 기능한다는 점도 함께 기억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순위 확인, 소멸시효 관리, 도급인의 자산 상태 파악까지 함께 챙겨야 실효성 있는 담보로 이어집니다. 특히 시흥 시화·정왕이나 이천 부발, 화성 향남처럼 공단이 밀집한 지역은 공사대금 관련 분쟁이 꾸준히 발생하는 곳인 만큼, 공사대금을 받지 못할 조짐이 보인다면 저당권설정청구권 행사 시점을 놓치기 전에 권리관계부터 점검해 보시길 권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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