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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오취소와 하자담보책임 경합, 하자 물건 계약 무르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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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오취소와 하자담보책임 경합, 하자 물건 계약 무르는 법 

김상훈 변호사

중고 기계를 사서 몇 달 써보니 광고와 다른 결함이 발견되거나, 상가를 인수했는데 알고 보니 누수나 구조적 하자가 있었던 경우, 매수인은 곧바로 "하자담보책임을 물으면 되겠지"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막상 알아보면 하자담보책임은 하자를 안 날로부터 6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안에만 행사할 수 있고, 그 기간을 넘기면 더는 손을 쓸 수 없다는 말을 듣게 됩니다. 이미 반년이 훌쩍 지났거나, 계약 내용을 처음부터 다시 따져보고 싶은 상황이라면 하자담보책임 하나만 붙들고 있을 이유가 없습니다. 착오를 이유로 한 계약 취소라는 또 다른 길이 법에 마련되어 있고, 두 제도는 서로를 밀어내지 않고 함께 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먼저 전체를 짚어보겠습니다: 하자담보책임과 착오취소, 왜 같은 사건에 두 제도가 동시에 등장하는가

매매 목적물에 하자가 있을 때 매수인이 쓸 수 있는 법적 수단은 하나가 아닙니다. 민법은 매도인에게 하자담보책임(제580조)을 지우는 한편, 계약 내용의 중요 부분에 착오가 있었다면 그 계약 자체를 취소할 수 있는 별도의 길(제109조)도 열어 두고 있습니다. 실무에서 두 제도가 부딪히는 지점은 "물건에 문제가 있는 걸 알았다면 계약을 아예 안 했을 것"이라는 사정이 하자담보책임의 요건이면서 동시에 착오취소의 요건과도 겹칠 수 있다는 데 있습니다.

문제는 두 제도가 요건도 다르고, 효과도 다르고, 무엇보다 행사기간이 크게 다르다는 점입니다. 하자담보책임은 매수인이 하자를 안 날로부터 6개월이라는 매우 짧은 제척기간이 적용되는 반면, 착오취소는 그보다 훨씬 긴 기간 동안 주장할 수 있습니다. 하자를 발견하고도 "어차피 담보책임 기간이 지났으니 끝났다"고 지레 포기하는 매수인이 적지 않은데, 이는 착오취소라는 별도의 구제수단을 놓치는 것과 같습니다.

반대로 매도인 쪽에서도 "계약서에 하자담보책임을 면제하는 특약을 넣었으니 안전하다"고 안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그 특약은 어디까지나 담보책임에 관한 것일 뿐, 착오취소라는 별개의 법리까지 막아주지는 못합니다. 결국 이 사안을 제대로 다루려면 하자담보책임만 볼 게 아니라, 착오취소와의 관계까지 함께 짚어야 실제로 계약을 무를 수 있는지 정확히 판단할 수 있습니다.

법은 이렇게 판단합니다: 두 제도의 경합을 인정한 대법원 판례와 6개월·3년의 시간 차이

먼저 각 제도의 요건부터 정리하면, 하자담보책임은 민법 제580조 제1항, 제575조 제1항에 따라 매수인이 과실 없이 하자를 알지 못했을 것을 전제로 하며, 그 하자로 인해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에만 계약 해제가 가능하고 그 밖의 경우에는 손해배상만 청구할 수 있습니다. 즉 하자가 있어도 목적 달성이 아주 불가능한 정도가 아니라면, 계약 자체는 그대로 유지된 채 손해배상만 받는 데 그칠 수 있습니다.

반면 착오취소는 민법 제109조 제1항에 따라 법률행위 내용의 중요 부분에 착오가 있고 표의자에게 중대한 과실이 없을 것을 요건으로 합니다. 여기서 핵심은, 착오취소는 목적 달성이 가능한지와 무관하게 계약 자체를 소급적으로 무효로 돌릴 수 있다는 점입니다. 하자가 계약의 목적 달성을 완전히 막을 정도는 아니어서 하자담보책임으로는 해제까지 갈 수 없는 사안이라도, 그 하자가 계약을 체결하게 된 중요한 이유였다면 착오취소로는 계약 자체를 무를 수 있는 경우가 생깁니다.

두 제도가 겹치는 사안에서 매도인은 흔히 "하자담보책임 규정이 있으니 그것만 적용해야 한다, 착오취소까지 인정하면 담보책임 제척기간을 둔 취지가 무색해진다"고 다툽니다. 이 쟁점에 대해 대법원 2018. 9. 13. 선고 2015다78703 판결(위약약정금)은, 착오로 인한 취소 제도와 매도인의 하자담보책임 제도는 취지·요건·효과가 각각 구별되므로, 매매계약 내용의 중요 부분에 착오가 있는 경우 매수인은 매도인의 하자담보책임이 성립하는지와 상관없이 착오를 이유로 매매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즉 하자담보책임의 성립 여부나 제척기간 도과 여부는 착오취소를 막는 사유가 되지 못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입니다. 이보다 앞선 대법원 1991. 8. 27. 선고 91다11308 판결도 계약이 해제된 이후의 국면에서까지 착오취소 주장이 가능하다고 보아, 두 제도가 서로 배타적이지 않다는 흐름을 이미 보여준 바 있습니다.

행사기간의 차이는 실무에서 가장 크게 체감되는 부분입니다.

  • 하자담보책임 — 민법 제582조에 따라 하자를 안 날로부터 6개월 내에 행사해야 하는 제척기간

  • 착오취소 — 민법 제146조에 따라 추인할 수 있는 날로부터 3년, 법률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 내에 행사 가능

예를 들어 매매대금 5천만 원에 중고 설비를 구입한 매수인이 8개월이 지난 시점에 결함을 발견했다면, 하자담보책임의 6개월 제척기간은 이미 지나 그 경로로는 계약을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계약 체결일로부터 아직 3년이 지나지 않았다면, 그 결함이 계약 체결의 중요한 이유였고 매수인에게 중대한 과실이 없었다는 점을 입증해 착오취소를 주장함으로써 대금 전액의 반환을 구할 여지가 남아 있습니다. 담보책임 기간이 지났다는 이유만으로 포기할 사안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여기에 더해, 매도인이 계약서에 하자담보책임을 배제하는 특약을 넣어둔 경우도 자주 문제됩니다. 민법 제584조는 이런 면책특약이 있더라도 매도인이 하자를 알고 고지하지 않은 사실에 대해서는 책임을 면하지 못한다고 정하고 있어 특약 자체의 효력에도 한계가 있지만, 설령 이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 사안이라 해도 그 특약은 어디까지나 하자담보책임에 관한 것일 뿐 착오취소의 성립 여부와는 별개입니다. 담보책임을 면제한다는 문구 하나로 착오취소까지 봉쇄되지는 않는다는 점을 매수인 쪽에서는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김상훈 변호사의 대응, 이렇게: 제척기간 계산부터 선택적 청구 구성까지

쟁점을 정리했다면, 실제 대응은 다음 순서로 진행합니다.

  • 하자 발견 시점과 경위부터 증거로 고정 — 결함을 언제 어떻게 알게 됐는지가 두 제도 모두의 기산점이 됩니다. 사진·영상, 전문가 감정서, 수리업체 소견서, 매도인과 주고받은 문자·통화 내역 등을 시간 순서대로 정리해 확보해 두어야 이후 제척기간 계산과 중과실 유무 판단에서 다투기 유리합니다.

  • 하자담보책임 제척기간(6개월) 도과 여부부터 확인 — 아직 6개월 이내라면 하자담보책임에 따른 해제 또는 손해배상 청구가 가장 빠른 경로입니다. 이미 기간이 지났다면 곧바로 착오취소 검토로 넘어가야 하며, 착오취소의 3년·10년 기간이 남아 있는지도 함께 계산합니다.

  • 착오취소 요건에 맞춰 사실관계 구성 — 그 하자가 계약을 체결하게 된 중요한 이유였다는 점(중요 부분), 계약 당시 통상적인 주의를 기울였음에도 하자를 알기 어려웠다는 점(중과실 없음)을 뒷받침하는 자료를 준비합니다. 계약 체결 경위, 매도인의 설명 내용, 목적물 확인 절차가 있었는지 등이 핵심 자료가 됩니다.

  • 내용증명으로 취소 의사표시를 명확히 발송 — 착오취소는 상대방에 대한 의사표시로 효력이 생기므로, 취소 사유와 취소한다는 뜻을 구체적으로 적어 내용증명으로 보내 시점을 남깁니다. 이는 이후 소송에서 취소권 행사 시점을 다툴 때 중요한 증거가 됩니다.

  • 하자담보책임과 착오취소를 함께 청구권원으로 구성 — 소송으로 갈 경우 두 청구를 택일할 필요 없이, 상황에 따라 주위적·예비적으로 함께 주장할 수 있습니다. 담보책임 제척기간 도과가 다투어질 여지가 있는 사안이라면 착오취소를 함께 주장해 두어야 어느 한쪽이 받아들여지지 않더라도 계약을 무를 길이 남습니다.

  • 매도인의 면책특약 항변에는 특약의 적용 범위로 반박 — 매도인이 "계약서에 하자담보책임을 면제했다"고 주장하면, 그 특약이 착오취소의 성립 여부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매도인이 하자를 알고도 고지하지 않았다면 그 특약 자체도 효력이 제한될 수 있다는 점을 함께 주장합니다.

망설이는 사이, 시간은 불리해집니다: 6개월은 생각보다 빨리 지나갑니다

하자담보책임의 6개월 제척기간은 계약서를 다시 들여다보고 증거를 모으는 사이에도 계속 흘러갑니다. "일단 좀 더 알아보고 결정하자"며 시간을 흘려보내면, 담보책임으로 갈 수 있었던 길이 먼저 막히고, 남은 착오취소 경로마저 입증자료 없이 뒤늦게 준비하게 되어 불리해질 수 있습니다.

하자 있는 물건을 계약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면, 하자담보책임의 제척기간부터 확인하고 착오취소로 계약을 무를 수 있는지까지 함께 검토해 보시기 바랍니다.

법률 문제는 초기 대응이 중요합니다.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김상훈 변호사에게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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