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움각서 쓰면 폭행죄 처벌을 피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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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각서 쓰면 폭행죄 처벌을 피할 수 있을까? 

이상호 변호사

최근 SNS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싸움을 시작하기 전에 이른바 ‘싸움각서’나 ‘야차룰 계약서’를 작성하면 형사처벌을 피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퍼지기도 합니다.

실제로 몸싸움 전에 “이후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각서를 작성한 뒤 싸움이 벌어졌고, 한 사람이 사망한 사건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커지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서로 합의하고 각서까지 작성했다면 폭행죄나 상해죄로 처벌받지 않는 것일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싸움각서가 형사처벌을 면제해 주는 것은 아닙니다.

서로 동의했다면 폭행도 괜찮을까?

많은 분들이 당사자끼리 동의했으니 법적으로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형법에는 피해자의 승낙과 관련된 규정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자신의 물건을 부숴도 된다고 허락한 뒤 상대방이 그 물건을 훼손했다면,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재물손괴죄가 성립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승낙이 법적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피해자의 승낙이 사회질서에 반하지 않는 범위에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사람의 생명과 신체를 침해하는 폭행이나 상해는 단순히 서로 동의했다는 이유만으로 정당화되기 어렵습니다.

싸움각서는 처벌을 막아주는 문서가 아닙니다

서로 “싸운 뒤 문제 삼지 않겠다”고 적은 각서를 작성했더라도 실제 몸싸움이 벌어지면 폭행죄가 문제 될 수 있습니다.

상대방이 다쳤다면 상해죄가 성립할 수 있고, 사망 등 중대한 결과가 발생하면 더 무거운 범죄가 문제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문서의 이름이 아닙니다.

수사기관과 법원은 실제로 어떤 행위가 있었는지, 어느 정도의 폭행이 이루어졌는지, 어떤 결과가 발생했는지를 중심으로 판단합니다.

따라서 ‘야차룰 계약서’, ‘싸움 동의서’, ‘책임 면제 각서’와 같은 제목을 붙였다고 해서 형사책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최근 사건에서 폭행치사 부분이 무죄가 된 이유

최근 알려진 사건에서는 아파트 동대표 두 사람이 말다툼을 하다가 회의실 밖에서 몸싸움을 벌였습니다.

싸움 전 피해자가 “싸움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각서를 제안했고, 이후 몸싸움 과정에서 피해자가 사망했습니다.

검찰은 피고인을 폭행치사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법원은 폭행죄는 유죄로 판단했지만, 폭행치사죄 부분은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각서를 작성했기 때문에 무죄가 선고된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법원은 폭행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가 인정되더라도, 피고인이 피해자의 사망 결과까지 예견할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지를 별도로 판단했습니다.

즉, 해당 판단의 핵심은 싸움각서의 효력이 아니라 폭행치사죄가 성립하기 위해 필요한 사망 결과의 예견 가능성이었습니다.

폭행죄와 폭행치사죄는 판단 기준이 다릅니다

폭행죄는 사람의 신체에 유형력을 행사하면 성립할 수 있습니다.

반면 폭행치사죄가 인정되려면 폭행행위로 사람이 사망했다는 인과관계뿐 아니라, 사망이라는 중한 결과를 예견할 가능성이 있었는지도 문제 됩니다.

따라서 폭행은 인정되지만 사망 결과에 대한 예견 가능성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폭행치사죄는 인정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판단을 두고 “각서를 작성했기 때문에 처벌을 피했다”고 이해하면 안 됩니다.

합의한 싸움도 결과에 따라 책임이 커질 수 있습니다

서로 싸우기로 합의한 뒤 몸싸움을 벌였더라도 실제 발생한 결과에 따라 책임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단순히 밀치거나 주먹을 휘두른 경우에는 폭행죄가 문제 될 수 있습니다.

상대방에게 상처가 발생하면 상해죄가 문제 될 수 있습니다.

물건을 사용하거나 위험한 방식으로 폭행했다면 특수폭행 또는 특수상해가 문제 될 수 있습니다.

상대방이 사망한 경우에는 폭행치사나 상해치사 등 더욱 무거운 범죄가 검토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싸움 전 작성한 각서가 있다고 해도 실제 행위와 결과에 따른 형사책임까지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각서가 아무 의미도 없는 것은 아닐까?

싸움각서가 형사책임을 면제하는 효력은 없더라도 사건 경위를 판단하는 자료로는 검토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누가 먼저 싸움을 제안했는지, 서로 몸싸움에 어느 정도 동의했는지, 사건이 어떤 경위로 발생했는지를 확인하는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사건의 구체적인 정황을 판단하는 하나의 자료일 뿐입니다.

각서만으로 폭행의 위법성이 없어지거나 처벌이 자동으로 면제되는 것은 아닙니다.

또한 피해자의 처벌불원이나 합의는 사건에 따라 처벌 여부나 양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중대한 상해나 사망 결과가 발생한 사건까지 언제나 당사자의 의사만으로 끝나는 것도 아닙니다.

경찰조사에서는 어떤 부분이 문제 될까?

싸움 사건이 발생하면 수사기관은 다음과 같은 내용을 확인합니다.

누가 먼저 폭행을 시작했는지, 사전에 싸움을 계획했는지, 각서를 작성한 경위가 무엇인지, 실제 폭행의 방식과 정도는 어떠했는지, 상대방이 입은 피해가 어느 정도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조사합니다.

특히 각서를 믿고 “서로 합의한 싸움이었다”고만 진술하면 폭행행위 자체를 인정하는 취지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습니다.

본인은 책임이 없다는 취지로 설명했더라도, 실제 조서에는 사전 합의와 폭행행위를 인정한 것으로 정리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조사 전에는 각서의 문구만 볼 것이 아니라 사건 전체 경위와 실제 행위를 함께 정리해야 합니다.

변호사가 실무에서 보는 핵심 포인트

싸움각서나 야차룰 계약서는 폭행죄를 막아주는 면책 문서가 아닙니다.

형사사건에서는 당사자들이 붙인 문서의 명칭보다 실제로 어떤 행위가 있었고 어떤 피해가 발생했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최근 사건에서 폭행치사 부분이 무죄로 판단된 것도 각서의 효력이 인정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결과를 예견할 수 있었는지가 별도로 문제 되었기 때문입니다.

인터넷에서 공유되는 각서를 믿고 몸싸움을 벌이는 것은 매우 위험합니다.

사소한 다툼으로 시작했더라도 상대방이 크게 다치거나 예상하지 못한 결과가 발생하면 훨씬 무거운 형사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서로 싸우기로 합의하면 폭행죄가 성립하지 않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폭행이나 상해와 같이 사람의 신체를 침해하는 행위는 단순한 동의만으로 정당화되기 어렵습니다.

Q. 싸움각서를 작성하면 법적 효력이 전혀 없나요?

형사처벌을 면제하는 효력은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다만 싸움의 경위나 당사자 관계를 판단하는 자료로 검토될 가능성은 있습니다.

Q. 상대방이 먼저 싸움을 제안했다면 처벌받지 않나요?

상대방이 먼저 제안했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의 폭행행위에 대한 책임이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누가 먼저 공격했는지, 어느 정도 대응했는지, 정당방위에 해당하는지 등을 별도로 판단해야 합니다.

Q. 서로 합의하면 사건을 끝낼 수 있나요?

폭행죄는 피해자의 처벌 의사가 중요한 경우가 있지만, 상해나 중한 결과가 발생한 사건은 합의만으로 반드시 사건이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싸움각서나 야차룰 계약서는 폭행을 합법으로 만들어주는 문서가 아닙니다.

서로 동의했다고 하더라도 실제 폭행과 상해가 발생하면 형사책임이 문제 될 수 있으며, 발생한 결과에 따라 처벌은 더욱 무거워질 수 있습니다.

특히 이미 싸움이 벌어져 경찰조사를 앞두고 있다면 각서만 믿고 대응하기보다 실제 사건 경위와 폭행의 정도, 상대방의 피해 및 당시 진술을 함께 검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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