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성범죄나 사기, 동업 관계 분쟁 등 형사 사건에서 경찰이나 검찰이 피해자와 피의자, 또는 참고인 사이의 진술이 엇갈릴 때 대질조사를 요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의뢰인들 중에는 “떳떳하니까 만나서 얘기하면 오해가 풀릴 것”이라는 생각으로 별다른 준비 없이 대질조사에 응했다가, 예상치 못한 질문과 상대방의 진술에 감정적으로 대응하면서 오히려 불리한 진술이 조서에 남는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피의자신문 과정에서 진술거부권과 변호인 참여권이 형식적으로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일관되게 확인하고 있습니다. 대질조사 역시 이 틀에서 예외가 아닙니다.
아래에서는 경찰의 대질조사 요구를 거부할 수 있는지, 응하는 경우에는 어떤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지 최근 법리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대질조사는 강제절차가 아니라 임의수사의 한 방법입니다
명문의 강제 근거가 없는 이상, 대질에 응할지는 원칙적으로 본인이 결정할 문제입니다.
형사소송법 제199조 제1항은 수사에 필요한 조사를 할 수 있다고 정하면서도, 강제처분은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만, 그것도 필요한 최소한도 안에서만 허용된다고 못박고 있습니다. 이를 임의수사의 원칙이라 부릅니다.
피의자에 대한 출석요구를 정한 제200조 역시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수사에 필요한 때에는 피의자의 출석을 요구하여 진술을 들을 수 있다”고만 정할 뿐, 응하지 않을 경우의 제재는 함께 규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대질조사의 근거인 제245조도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 사실을 발견함에 필요한 때에는 피의자와 다른 피의자 또는 피의자 아닌 자와 대질하게 할 수 있다”고 정해, 수사기관에게 대질을 실시할 권한을 준 것이지 대상자에게 응할 의무를 지운 조항이 아닙니다.
즉 대질조사는 체포·구속처럼 법률이 별도의 강제력을 부여한 절차가 아니라, 출석요구·피의자신문과 마찬가지로 임의수사의 틀 안에서 이뤄지는 협조 요청입니다. 전화나 문자로 “대질 조사가 필요하니 나와 달라”는 연락을 받았다면, 이는 정식 소환이 아니라 임의의 요청이므로 일정 조율이나 거부가 원칙적으로 가능합니다.
대질조사는 명문상 별도의 강제 근거가 없는 임의수사이므로, 원칙적으로 거부할 수 있습니다.
2. 대질에 응하더라도 진술거부권과 변호인 참여권은 그대로 살아 있습니다
질문 하나하나에 답할지 말지는 대질 상황에서도 여전히 본인이 정할 수 있습니다.
대질조사를 거부하지 않고 응하기로 했다면, 그 순간부터는 진술거부권을 정확히 이해하고 활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형사소송법 제244조의3은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 피의자를 신문하기 전에 진술거부권이 있다는 사실과 그 행사 방법을 미리 고지하도록 정하고 있고, 대질조사도 실질적으로 피의자신문의 한 방식이므로 이 고지 대상에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수사기관이 피의자를 신문함에 있어서 피의자에게 미리 진술거부권을 고지하지 않은 때에는 그 피의자의 진술은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로서 진술의 임의성이 인정되는 경우라도 증거능력이 부인되어야 한다(대법원 1992. 6. 23. 선고 92도682 판결).
즉 대질조사에 앞서 진술거부권을 고지받지 못했다면, 그 자리에서 나온 진술은 나중에 증거로 쓰일 수 없다는 것이 확립된 법리입니다. 또 다른 대법원 판례(2013. 3. 28. 선고 2010도3359 판결)도 피의자가 변호인 참여를 명확히 원한다는 의사를 표시했는데도 정당한 사유 없이 변호인 없이 신문을 진행해 작성한 조서는 증거로 쓸 수 없다는 취지를 확인한 바 있습니다.
따라서 대질조사에 응하기로 했다면, 조사 시작 전 진술거부권을 고지받았는지, 변호인 동석이 허용되는지를 먼저 확인하고, 답변이 곤란하거나 상대방 진술을 그대로 인정하기 어려운 부분에서는 답변을 유보하거나 “변호인과 상의 후 답하겠다”고 명확히 밝히는 것이 안전합니다.
대질에 응하더라도 각 질문에 대한 진술거부권과 변호인 참여권은 별도로, 그대로 보장됩니다.
3. 거부의 결과는 피의자인지, 참고인·피해자인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참고인에게는 별도의 대체 절차가 있지만, 피의자 본인에게는 원칙적으로 그런 장치가 없습니다.
형사소송법 제221조 제1항은 참고인, 즉 피의자가 아닌 사람에 대해서도 “수사에 필요한 때에는… 출석을 요구하여 진술을 들을 수 있다”고 정해, 참고인 조사 역시 임의수사임을 분명히 합니다. 대질을 요구받은 사람이 피해자나 목격자 같은 참고인 지위라면, 이 역시 원칙적으로 거부할 수 있습니다.
다만 참고인이 출석이나 진술을 거부하는 경우에 대비한 별도 장치가 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221조의2는 범죄수사에 없어서는 안 될 사실을 아는 것이 명백한 사람이 출석이나 진술을 거부하면, 검사가 제1회 공판기일 전에 한해 판사에게 그 사람에 대한 증인신문을 청구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 절차는 사유를 서면으로 소명해야 하고 신문 기일에는 피의자·변호인에게도 참여 기회가 주어지므로, 참고인이 대질을 한 번 거부했다고 곧바로 발동되는 절차는 아닙니다.
반면 대질을 요구받은 당사자가 피의자 본인이라면, 이런 대체 절차 자체가 마련돼 있지 않습니다. 수사기관은 피의자를 별도로 신문하거나 참고인을 따로 조사하는 방식으로 수사를 계속할 수 있을 뿐, 피의자에게 대질에 응하라고 강제할 법적 수단은 없습니다.
대질 거부의 법적 결과는 피의자·참고인 어느 지위에 있는지에 따라 다르게 작동합니다.
4. 정당한 이유 없는 반복 불출석은 오히려 체포·구속 사유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대질만 거부하는 것과 출석요구 자체에 응하지 않는 것은 법적으로 다른 문제입니다.
대질조사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앞서 본 것처럼 원칙적으로 가능하지만, 이를 이유로 출석요구 자체에 계속 불응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200조의2 제1항은 피의자가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정당한 이유 없이 제200조의 출석요구에 응하지 않거나 응하지 않을 우려가 있는 때에는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 체포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즉 이미 출석해 개별 조사를 받은 뒤 대질 부분만 거부하는 것은 이 조항이 말하는 ‘출석요구 불응’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대질 요구가 부담스럽다는 이유로 아예 출석 자체를 피하거나 연락을 끊는다면, 그 태도가 도주 우려나 증거인멸 우려를 뒷받침하는 정황으로 읽혀 체포영장·구속영장 청구의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결국 안전한 선택은 대질이라는 방식 자체를 거부하되, 조사에 협조할 의사가 있다는 점은 분명히 전달하는 것입니다. “대질에는 응하기 어렵지만 개별 조사에는 성실히 응하겠다”, “변호인과 함께라면 응하겠다”는 식으로 대안을 제시하면, 비협조로 오인될 위험을 줄이면서도 준비되지 않은 대질에서 오는 불이익을 피할 수 있습니다.
5. 대질조사 요구를 받았다면, 이런 순서로 확인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출석요구서인지 전화 요청인지부터 확인하는 것이 대응의 출발점입니다.
대질조사를 포함한 수사는 통상 ①경찰서(관할이 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의 전화 또는 문자 연락으로 대질 필요성을 안내 → ②일정 조율 후 출석, 진술거부권·변호인 참여권 고지 → ③대질 진행 및 조서 작성·열람 → ④검찰(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기소 여부 결정, 기소되면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대질조사 요구를 받았다면, 감정적으로 응하거나 무작정 거부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상황부터 점검하는 것이 좋습니다.
전화·문자로 온 요청인지, 정식 출석요구서인지부터 확인하고, 불명확하면 서면 발송을 요청합니다.
변호인 동석이나 사전 상담이 가능한지, 대질 대신 개별 진술로 대체할 수 있는지 수사기관에 문의합니다.
기존에 제출한 진술서·증거자료와 상대방이 주장하는 사실관계를 미리 대조해, 대질에서 나올 수 있는 질문에 대비합니다.
이러한 점검을 거친 뒤 대질조사에 신중히 대응하는 것과, 아무 준비 없이 감정적으로 마주 앉는 것은 결과에서 큰 차이를 만듭니다. 대질 여부와 진행 방식에 대한 판단이 어렵다면, 형사 수사 절차에 전문성 있는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대응 방향을 정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마치며
대질조사 요구를 받으면 “거부하면 더 의심받지 않을까”라는 불안 때문에, 정작 준비할 시간을 충분히 갖지 못한 채 조사장에 나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질조사를 요구받은 피의자 입장에서는 거부 자체보다, 거부하더라도 조사에 협조할 의사를 분명히 전달하는 태도가 더 중요합니다. 준비 없이 감정적으로 대응하면 오히려 불필요한 진술이 조서에 남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대질을 요청한 피해자나 고소인 입장에서도, 상대방이 대질을 거부했다고 해서 사건이 곧바로 불리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진술의 일관성과 객관적 증거를 꼼꼼히 정리해두는 쪽이 결과에 더 큰 영향을 미칩니다.
저는 대질조사를 요구받은 피의자 측과, 대질을 요청한 피해자·고소인 측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같은 대질 요구를 두고도 사전에 어떻게 준비했는지에 따라 결과가 크게 갈리는 것을 여러 차례 확인해 왔습니다.
대질조사 요구를 받고 응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면, 그 판단이 사건의 방향을 가르는 순간입니다. 지금 바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대질조사를 거부하면 오히려 불리해지지 않나요?
A. 거부 자체로 불리한 추정을 받지는 않습니다. 다만 정당한 이유 없이 조사 자체에 계속 응하지 않으면 도주·증거인멸 우려를 뒷받침하는 정황으로 읽힐 수 있으니, 거부하더라도 조사에 협조할 의사는 분명히 전달하는 것이 좋습니다.
Q. 전화로 대질조사 요청을 받았는데, 정식 소환인가요?
A. 전화나 문자 연락은 대부분 정식 출석요구서가 아니라 임의의 협조 요청입니다. 불명확하다면 서면으로 발송해 달라고 요청해 정식 절차인지부터 확인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Q. 대질조사에 변호사와 함께 가도 되나요?
A. 가능합니다. 형사소송법상 변호인 참여권이 보장되며, 정당한 사유 없이 변호인 참여를 막고 진행된 신문은 그 조서의 증거능력이 부정될 수 있습니다.
Q. 참고인으로 대질을 요구받았는데 거부하면 어떻게 되나요?
A. 참고인 조사도 원칙적으로 임의수사이므로 거부할 수 있습니다. 다만 사건 해결에 반드시 필요한 진술로 판단되면 검사가 판사에게 증인신문을 청구하는 절차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Q. 대질조사에서 진술거부권을 고지받지 못했다면 어떻게 되나요?
A. 고지 없이 이뤄진 진술은 진술의 임의성이 인정되더라도 증거로 쓸 수 없다는 것이 확립된 판례입니다. 고지 여부와 시점을 기억해 두었다가 변호인에게 알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Q. 대질 대신 개별 조사로 바꿔달라고 요청할 수 있나요?
A. 요청은 가능합니다. 수사기관이 반드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실무상 조율되는 경우가 있으며, 특히 심리적 부담이 큰 사안이라면 변호인을 통해 사전에 협의를 시도해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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