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운영하다 보면 이번 달 정산서에 낯선 항목이 하나 붙어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광고분담금", "판촉행사비" 같은 명목으로 몇십만 원이 청구돼 있는데, 정작 그런 광고나 판촉 행사를 하겠다는 사전 안내나 동의를 구하는 절차는 없었던 경우입니다. 본사에 문의하면 "계약서에 있는 조항"이라거나 "다른 가맹점도 다 낸다"는 답만 돌아오고, 가맹점주는 매출도 크지 않은데 왜 이 비용까지 떠안아야 하는지 답답한 채로 이의 없이 납부해 온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가맹사업법은 이런 비용 전가에 명확한 사전 절차를 요구하고 있고, 그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면 가맹점사업자에게는 지급을 거부하거나 이미 낸 돈을 돌려받을 근거가 생깁니다.
먼저 전체를 짚어보겠습니다: 사전 동의 없는 광고·판촉비 청구, 무엇이 문제인가
가맹본부가 전국 가맹점을 대상으로 광고나 판촉행사를 벌이면서 그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가맹점사업자에게 부담시키는 관행 자체가 위법한 것은 아닙니다. 문제는 비용을 부담시키기 전에 거쳐야 할 동의 절차를 생략하거나 형식만 갖춘 채 진행하는 경우입니다.
실무에서 자주 보이는 유형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가맹계약서에 "광고·판촉비는 본사 정책에 따라 가맹점이 분담한다"는 포괄적인 조항 하나만 두고, 개별 행사마다 필요한 사전 동의 절차 자체를 아예 거치지 않는 경우입니다. 다른 하나는 형식적으로 동의서 비슷한 것을 받기는 했지만, 법이 요구하는 동의 비율이나 동의 방법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채 진행하는 경우입니다. 어느 쪽이든 절차 위반이라는 점은 같지만, 이미 낸 돈을 돌려받을 수 있는지와 앞으로 낼 돈을 거부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려면 구체적으로 어떤 절차가 어떻게 빠졌는지를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가맹점주 입장에서는 "본사가 하는 광고인데 가맹점이 혜택을 보는 것 아니냐"는 말에 밀려 문제를 제기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동의 없이 이뤄진 비용 전가는 그 광고·판촉 행사가 실제로 매출에 도움이 됐는지와 별개로, 절차 자체의 하자를 이유로 다툴 수 있는 사안입니다.
법은 이렇게 판단합니다: 동의 비율 광고 50%·판촉 70%와 위반 시 제재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가맹사업법) 제12조의6은 가맹본부가 가맹점사업자에게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부담시키는 광고·판촉행사를 실시하려는 경우, 사전에 전체 가맹점사업자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율 이상의 동의를 받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같은 법 시행령 제13조의5는 그 비율을 광고는 50% 이상, 판촉행사는 70% 이상으로 구체화하고 있습니다. 광고보다 판촉행사의 동의 기준이 더 높은 이유는, 판촉행사가 특정 시기·특정 상품에 집중돼 개별 가맹점이 체감하는 비용 부담과 효과 편차가 크기 때문입니다.
동의는 아무 방법으로나 받아도 되는 것이 아닙니다. 법은 문서, 내용증명우편, 전자우편, 인터넷 홈페이지, 애플리케이션, 판매시점 관리시스템(POS) 등 동의 시점을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방법으로 받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구두로 "괜찮다고 하셨잖아요"라거나, 총회 참석자 일부의 박수나 묵인만으로 동의를 갈음하는 방식은 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합니다. 또한 광고·판촉행사에 관한 약정은 원칙적으로 가맹계약과 별도로 체결해야 하고, 비용 분담 비율·집행 방법·정산 방식 등이 약정에 포함돼야 합니다 — 가맹계약서 안에 뭉뚱그려 넣은 포괄 조항 하나로는 이 요건을 대신할 수 없습니다.
특히 판촉행사는 비용 부담에 동의한 가맹점사업자만을 대상으로 실시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즉 동의하지 않은 가맹점에는 애초에 그 판촉행사 비용을 물릴 수 없다는 뜻입니다. 그럼에도 동의 여부와 무관하게 전 가맹점에 일률적으로 비용을 청구했다면, 동의하지 않은 가맹점은 그 청구 자체가 근거를 잃습니다.
가맹본부는 광고·판촉행사를 실시한 뒤에도 의무가 남습니다. 같은 조 제2항에 따라 집행 내역을 가맹점사업자에게 통보하고, 가맹점사업자가 요구하면 이를 열람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걷은 돈이 실제로 어디에 쓰였는지 밝히라는 취지입니다. 이를 통보하지 않거나 열람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 대상이 되며, 실무상 부과 기준은 1차 위반 500만 원, 2차 위반 700만 원, 3차 이상 위반 시 1,000만 원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동의 절차 자체를 어긴 경우에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조치와 과징금 처분을 받을 수 있습니다. 과징금 액수는 위반행위의 중대성, 위반 정도, 관련 가맹점사업자 수, 가맹본부의 직전 사업연도 매출액 규모 등을 종합해 산정됩니다. 실제로 공정거래위원회는 학습지 프랜차이즈 가맹본부가 가맹점 동의 없이 광고비를 부담시킨 사안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린 사례가 있습니다 — 동의 없는 비용 전가가 서면 경고로 끝나지 않고 행정 제재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히 짚어야 합니다. 가맹사업법은 제9조 제1항(허위·과장 정보제공), 제12조 제1항 제1호, 제12조의5(보복조치 금지)를 위반한 경우에 한해 손해의 3배까지 배상받을 수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 규정을 두고 있는데, 제12조의6 위반은 이 대상에 포함돼 있지 않습니다. 즉 사전 동의 위반 자체만으로 3배 배상을 청구할 수는 없고, 이미 지급한 비용에 대해서는 일반 민사상 부당이득반환청구, 앞으로의 청구에 대해서는 채무부존재를 다투는 방식이 실질적인 구제 수단이 됩니다. 예를 들어 동의 없이 월 30만 원씩 1년간 광고분담금이 빠져나갔다면, 절차 위반이 확인되는 한 360만 원 전액이 반환청구 대상이 됩니다.
김상훈 변호사의 대응, 이렇게: 동의 요건 점검부터 환급 청구, 공정위 신고까지
동의 없는 비용 전가라는 심증이 있다면, 다음 순서로 대응을 준비합니다.
가맹계약서와 동의서(있다면)부터 확인 — 광고·판촉행사 약정이 가맹계약과 별도로 체결됐는지, 동의를 받은 방법이 문서·내용증명·전자우편·홈페이지·앱·POS 등 시점 확인이 가능한 방법이었는지, 실제 동의 비율이 광고 50%·판촉 70% 기준을 충족했는지를 하나씩 대조합니다. 계약서의 포괄 조항 하나만 있고 개별 동의 절차가 없었다면 그 자체로 위반 정황입니다.
향후 청구분은 서면으로 이의 제기 후 지급 보류 — 구두로 항의하면 나중에 다툴 때 증거로 남지 않습니다. 동의 요건 미충족을 구체적으로 적시한 내용증명을 보내 이의를 제기하고, 해당 항목의 지급을 보류합니다.
집행 내역 열람 요구 — 이미 걷힌 비용이 실제로 어떤 광고·판촉에, 얼마나 쓰였는지 열람을 요구합니다. 본사가 이를 거부하거나 미루면 그 자체가 과태료 대상이 되는 별도의 위반이므로, 이를 지렛대로 협상력을 높일 수 있습니다.
이미 낸 비용은 부당이득반환청구 — 내용증명으로 반환을 먼저 요구하고, 본사가 응하지 않으면 부당이득반환청구 소송으로 넘어갑니다. 동의 절차상 하자가 서류로 명확히 확인될수록 승소 가능성과 협상에서의 지위가 함께 올라갑니다.
공정거래위원회 신고 병행 — 민사 청구와 별도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면 시정조치·과징금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같은 본사 소속의 다른 가맹점사업자들과 함께 가맹점사업자단체를 구성해 공동으로 문제를 제기하면 개별 대응보다 협상력과 증거 확보 양쪽에서 유리합니다.
망설이는 사이, 시간은 불리해집니다: 부당이득 소멸시효와 다음 청구를 막을 골든타임
부당이득반환청구권도 시간이 지나면 소멸합니다. 원칙적으로 10년의 민사 소멸시효가 적용되지만, 가맹계약처럼 상행위에서 비롯된 채권에는 5년의 상사 소멸시효가 적용될 여지가 있어, 미루는 사이 돌려받을 수 있는 범위 자체가 줄어들 수 있습니다. 여기에 다음 달에도 같은 방식으로 비용이 또 빠져나갈 수 있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확인이 끝난 순간부터는 서면 이의 제기를 늦출 이유가 없습니다.
정산서에 찍힌 광고·판촉비 항목이 어떤 절차를 거쳐 청구된 것인지 막연하다면, 계약서와 그동안의 정산 내역부터 함께 점검해 동의 요건 위반 여부와 환급 가능 범위를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법률 문제는 초기 대응이 중요합니다.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김상훈 변호사에게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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