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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대리 성립요건, 직원이 권한 넘어 맺은 계약 회사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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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대리 성립요건, 직원이 권한 넘어 맺은 계약 회사 책임 

김상훈 변호사

거래처와 계약을 맺고 나서야, 정작 그 계약을 체결한 직원에게는 그럴 권한이 없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영업팀 과장이 대표이사 결재 없이 단독으로 대규모 납품계약서에 도장을 찍었거나, 구매 담당 직원이 정해진 결재 한도를 훌쩍 넘는 금액으로 발주서에 서명한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그 직원에게 그런 권한을 준 적이 없다"며 계약을 부인하고 싶지만, 상대방은 "그 직원이 회사를 대표해서 계약을 맺은 것으로 믿었다"고 맞섭니다. 이럴 때 실제로 누가 계약의 책임을 지는지는 감정이 아니라 표현대리라는 정해진 법리로 판단됩니다.

먼저 전체를 짚어보겠습니다: 권한 없는 직원의 계약, 회사가 책임지는 경우와 벗어나는 경우

직원이 회사를 대신해 계약을 맺으려면 원칙적으로 그 행위에 대한 대리권이 있어야 합니다. 대리권 없이 한 계약은 원칙적으로 본인, 즉 회사에게 효력이 없는 무권대리입니다. 그런데 민법은 예외적으로, 상대방이 그 직원에게 대리권이 있다고 믿을 만한 사정이 있었다면 회사가 그 계약에 대해 책임지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표현대리 제도이고, 직원이 일부 권한은 있었지만 그 범위를 넘어 계약을 맺은 경우에는 그중에서도 민법 제126조, 권한을 넘은 표현대리가 핵심 쟁점이 됩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두 갈래 상황에 놓입니다. 표현대리가 인정되면 그 직원의 계약은 회사에게 그대로 효력이 미쳐 이행 또는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하고, 인정되지 않으면 계약 자체가 무효가 되어 회사는 책임에서 벗어나되 상대방은 그 직원 개인을 상대로 별도의 책임을 물을 길이 열립니다. 반대로 상대방 입장에서는 표현대리 요건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입증하느냐에 따라 계약의 효력을 회사에게 물을 수 있는지가 갈립니다. 어느 쪽이든 요건을 정확히 아는 쪽이 협상과 소송 모두에서 유리한 위치에 섭니다.

법은 이렇게 판단합니다: 기본대리권·권한초과·정당한 사유 세 요건

민법 제126조는 "대리인이 그 권한 외의 행위를 한 경우에 제3자가 그 권한이 있다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본인은 그 행위에 대하여 책임이 있다"고 정합니다. 이 조문이 적용되려면 세 가지가 함께 충족되어야 합니다 — ①기본대리권의 존재, ②그 범위를 넘는 행위, ③상대방의 정당한 사유(선의·무과실)입니다. 실무에서 다투어지는 지점은 대부분 ①과 ③입니다.

먼저 기본대리권입니다. 아무 권한도 없던 사람의 행위에는 애초에 제126조가 적용되지 않고, 최소한 어떤 범위에서든 실제 대리권이 있었어야 합니다. 직원이 회사 소속이라는 사실만으로 기본대리권이 인정되지는 않으며, 직책·업무분장·실제 위임받은 사무의 범위가 함께 검토됩니다. 상법 제15조(부분적 포괄대리권을 가진 사용인)에 따라 특정 종류·특정 사항에 관한 위임을 받은 직원은 그 사항에 관해서는 별도 개별 수권 없이도 재판 외의 모든 행위를 할 수 있는데, 이 위임 범위를 벗어난 행위를 했을 때 비로소 표현대리 법리로 넘어갑니다. 대법원도 2009. 5. 28. 선고 2007다20440, 20457 판결에서, 어떤 행위가 위임받은 영업의 특정한 종류·사항에 속하는지는 해당 영업의 규모와 성격, 거래행위의 형태와 계속·반복 여부, 사용인의 직책명, 전체적인 업무분장 등을 종합해 거래통념에 따라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즉 "과장"이라는 직함만으로 권한 범위가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그 직원이 평소 실제로 어떤 업무를 반복해서 처리해 왔는지가 함께 판단됩니다.

다음은 정당한 사유입니다. 상대방이 그 직원에게 계약을 맺을 권한이 있다고 믿었고, 그렇게 믿은 데 과실이 없어야 합니다. 판례상 정당한 사유의 존부는 대리행위 당시를 기준으로, 그때 존재한 여러 사정을 객관적으로 관찰해 판단합니다(대법원 1981. 8. 20. 선고 80다3247 판결 참고). 계약 체결 시점에는 아무런 확인 자료 없이 서명을 받아 놓고, 나중에서야 위임장이나 결재 문서를 제시했다면 그 사후 자료는 정당한 사유 판단에 참작되기 어렵습니다. 실무에서는 인감도장·인감증명서·위임장 등 통상 그 정도 권한이 있어야 갖출 수 있는 문서가 제시됐는지, 같은 유형의 거래가 그 직원을 통해 이미 반복되어 왔는지, 회사 명의의 계약서 양식·직인이 사용됐는지 등이 정당한 사유 판단의 핵심 자료로 다투어집니다.

표현대리가 인정되면 그 효과는 무겁습니다. 대법원은 표현대리가 성립하는 경우 본인은 그 행위에 대해 전적인 책임을 져야 하고, 설령 상대방에게도 일부 과실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과실상계 법리를 유추적용해 본인의 책임을 깎을 수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대법원 1994. 12. 22. 선고 94다24985 판결 참고). 즉 회사가 "상대방도 좀 더 확인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해도, 표현대리 요건이 이미 충족된 이상 책임 비율을 낮추는 방향으로는 작동하지 않습니다. 반대로 표현대리가 인정되지 않으면 계약은 회사에게 효력이 없는 무권대리로 남고, 이때 상대방은 민법 제135조(무권대리인의 상대방에 대한 책임)에 따라 그 직원 개인에게 계약의 이행 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 책임의 소재가 회사에서 직원 개인으로 넘어가는 구조입니다.

김상훈 변호사의 대응, 이렇게: 기본대리권 확인부터 추인 여부 결정까지

표현대리 분쟁이 불거지면, 다음 순서로 검토하고 대응합니다.

  • 기본대리권 존부부터 확인 — 해당 직원의 직책·업무분장표·전결규정을 확보해, 계약 체결 당시 어떤 범위의 사무를 실제로 위임받았는지 먼저 정리합니다. 기본대리권 자체가 없었다면 애초에 민법 제126조가 적용될 여지가 없어, 회사가 방어할 여지가 훨씬 넓어집니다.

  • 상대방의 인식·조사 정황 자료 수집 — 계약 체결 당시 위임장·인감증명서가 실제로 제시됐는지, 같은 유형의 거래가 그 직원을 통해 반복돼 왔는지, 결재 한도를 넘는 금액이었다면 상대방이 통상 그 규모의 거래에서 요구되는 확인 절차(본사 확인, 결재 서류 요청 등)를 거쳤는지를 확인합니다. 상대방이 별다른 확인 없이 서명부터 받았다면 정당한 사유를 다툴 여지가 커집니다.

  • 추인 여부는 신중하게 결정 — 회사가 뒤늦게라도 그 계약 내용을 사후에 승인(추인)하면 처음부터 유효한 계약으로 확정되어, 표현대리 요건 다툼 자체가 의미를 잃습니다. 계약 이행 과정에서 대금 일부를 지급하거나 이의 없이 물품을 수령하는 등의 행동이 묵시적 추인으로 해석될 수 있으므로, 다투기로 결정했다면 이행 관련 행위를 하기 전에 무권대리를 주장할지부터 정리해야 합니다.

  • 표현대리가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면 조건 협상으로 전환 — 기본대리권과 정당한 사유 요건이 상당 부분 충족되는 사안이라면, 계약 무효를 다투기보다 이행 조건(대금 규모, 이행 시기, 손해 범위)을 조정하는 협상이 시간과 비용 면에서 유리한 경우가 많습니다.

  • 표현대리가 부정될 사안이라면 직원 개인 책임 절차 안내 — 회사가 책임을 벗어나더라도 상대방이 손해를 온전히 떠안는 것은 아닙니다. 민법 제135조에 따라 그 직원 개인에게 이행 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점까지 상대방에게 설명하고, 필요하면 회사도 그 직원에 대해 내부 구상·징계 절차를 함께 검토합니다.

  • 재발 방지 — 전결규정과 계약 관리 체계 정비 — 결재 한도, 직인·계약서 관리 책임자, 거래처 상대의 위임장 확인 절차를 문서화해 다음 분쟁을 예방합니다.

망설이는 사이, 시간은 불리해집니다: 계약서에 도장이 찍힌 순간부터 시계는 돌아갑니다

표현대리 분쟁에서 회사가 가장 자주 놓치는 것은, 문제를 인지한 뒤에도 "일단 상황을 지켜보자"며 결정을 미루는 사이 이행 행위가 계속돼 버리는 경우입니다. 대금 일부라도 지급되거나 물품 수령이 이어지면 추인으로 해석될 여지가 쌓이고, 반대로 아무 대응 없이 시간만 흐르면 상대방 쪽에서 증거를 더 정교하게 갖출 시간을 벌어주는 셈이 됩니다.

권한 없는 직원이 맺은 계약으로 분쟁이 생겼다면, 기본대리권의 범위부터 정당한 사유 판단 자료까지 초기에 함께 정리해 대응 방향을 정하시기 바랍니다.

법률 문제는 초기 대응이 중요합니다.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김상훈 변호사에게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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