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을 가압류당한 사람이 "나도 그쪽에 받을 돈이 있으니 상계로 퉁치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가, 정작 소송에서 그 상계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낭패를 보는 경우가 있습니다. 상계로 가압류된 채권을 소멸시키려면 반대채권을 언제 취득했는지, 그리고 그 변제기가 언제 도래하는지가 함께 맞아떨어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취득 시기만 앞서 있다고 안심하다가 변제기 순서 하나로 상계 항변 전체가 무너지는 사례가 실무에서 드물지 않습니다. 이 글에서는 가압류된 채권을 상계로 대항하려면 반대채권을 언제까지 취득해야 하고, 그 이후 어떤 조건을 추가로 갖춰야 하는지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상계로 가압류된 채권을 없앤다는 것 — 무엇을 다투는가
상계는 서로 같은 종류의 채무를 부담하는 두 당사자가 한쪽의 일방적 의사표시만으로 대등액에서 채무를 소멸시키는 제도입니다. 민법 제492조에 따라 자동채권(상계를 주장하는 쪽이 갖는 채권)은 변제기가 도래해 있어야 하고, 두 채권이 같은 종류의 목적을 가진 것이어야 하며, 성질상 상계가 금지되는 채권이 아니어야 합니다. 채권이 가압류되면 그 채권의 채무자(제3채무자)는 원래 채권자에게 돈을 지급할 수 없게 되는데, 이때 제3채무자가 채권자에게 별도로 받을 돈, 즉 반대채권을 갖고 있다면 이를 자동채권 삼아 상계로 채무를 소멸시켜 사실상 가압류를 무력화하려는 시도가 실무에서 자주 나옵니다.
문제는 이 상계가 채권자 입장에서는 집행보전의 목적 자체를 좌절시킨다는 데 있습니다. 어렵게 가압류를 받아뒀는데 제3채무자가 상계로 채무를 없애버리면, 채권자는 나중에 본안소송에서 승소하더라도 추심할 재산 자체가 사라진 상태를 맞게 됩니다. 그래서 법은 제3채무자의 상계권 행사에 일정한 제한을 두고 있고, 그 제한의 핵심 조문이 민법 제498조입니다. 이 조문이 요구하는 것이 바로 반대채권의 "취득시기"이고, 이 글의 주제가 여기서 출발합니다.
실무에서 이 다툼은 주로 두 장면에서 벌어집니다. 하나는 채권자가 추심금 청구소송을 제기했을 때 제3채무자가 상계 항변으로 방어하는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제3채무자가 스스로 상계 통지를 먼저 보내 채무가 소멸했다고 주장하는 경우입니다. 어느 쪽이든 법원은 반대채권의 취득시기와 변제기를 먼저 확인한 뒤에야 상계의 효력 유무를 판단하므로, 상계를 주장하려는 쪽이든 이를 막으려는 채권자 쪽이든 이 두 시점부터 따져봐야 합니다.
민법 제498조 — 가압류 이후 취득한 채권으로는 상계하지 못한다
민법 제498조는 "지급을 금지하는 명령을 받은 제삼채무자는 그 후에 취득한 채권에 의한 상계로 그 명령을 신청한 채권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고 규정합니다. 채권가압류·채권압류 결정도 실무상 이 조문이 말하는 "지급을 금지하는 명령"에 해당하는 것으로 다뤄지고, 그 효력은 결정 정본이 제3채무자에게 송달된 때 발생합니다. 여기서 첫 번째 확인포인트가 나옵니다. 반대채권을 가압류 결정 정본이 송달되기 전에 이미 취득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가압류 송달 이후에 새로 발생한 채권, 예컨대 가압류 통지를 받은 뒤 별도 계약을 새로 맺어 생긴 채권으로는 애초에 상계를 주장할 자격 자체가 없습니다. 반면 가압류 훨씬 이전부터 거래관계를 맺어온 상대방이라면, 계약서·세금계산서·통장 거래내역 등으로 반대채권의 발생일자와 가압류 결정의 송달일자를 각각 특정해 선후관계를 명확히 정리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반대채권의 발생원인(계약체결일·용역제공일 등)을 서면으로 특정할 것.
가압류 결정 정본의 송달일자를 송달증명원으로 확인할 것.
두 시점을 나란히 비교해 취득이 송달보다 앞서는지 먼저 가릴 것.
반대채권은 가압류 결정 정본이 제3채무자에게 송달되기 전에 이미 취득되어 있어야 한다 — 이것이 상계 항변의 첫 번째 관문이다.
취득만으로는 부족하다 — 변제기 선후를 요구하는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12. 2. 16. 선고 2011다45521 전원합의체 판결(추심금)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 이 판결의 쟁점은 채권압류명령을 받은 제3채무자가 반대채권으로 상계를 압류채권자에게 대항하려면 취득시기 외에 어떤 요건을 더 갖춰야 하는가였습니다. 다수의견은 이른바 제한설을 채택하면서, "압류의 효력 발생 당시에 대립하는 양 채권이 상계적상에 있거나, 그 당시 반대채권의 변제기가 도래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것이 피압류채권의 변제기와 동시 또는 그보다 먼저 도래하여야" 상계로 대항할 수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이 요건은 반대채권의 "취득시기"와는 완전히 별개입니다. 취득이 아무리 이르더라도, 변제기가 도래하는 순서가 반대라면(반대채권의 변제기가 피압류채권의 변제기보다 늦게 온다면) 상계로 대항할 수 없습니다. 이 판결이 나오기 전에는 취득시기만 가압류보다 앞서면 변제기 순서와 무관하게 상계를 허용해야 한다는 견해(무제한설)도 유력하게 제기됐지만, 전원합의체는 이를 배척하고 변제기 선후까지 요구하는 제한설을 명확히 확인했습니다.
실제 사건으로 보는 판단 기준 — 변제기 며칠 차이가 결과를 가른다
위 전원합의체 판결의 사실관계를 보면 이 요건이 실무에서 얼마나 냉정하게 작동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채권자가 채무자 회사가 제3채무자에게 갖고 있던 공사대금채권 약 9,500만원을 압류했는데, 그 변제기는 공사 완료 이후인 2008년 6월 30일이었습니다. 제3채무자는 같은 채무자 회사에 별도로 1억원의 대여금채권을 갖고 있었고, 그 변제기는 2008년 7월 25일이었습니다. 결국 공사대금채권(피압류채권)의 변제기가 대여금채권(반대채권)의 변제기보다 약 한 달 앞서 도래한 것으로 확정되었고, 대법원은 바로 이 순서를 근거로 제3채무자가 상계로 압류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고 결론지었습니다.
이 사건에서 취득시기 자체는 전혀 문제가 없었습니다. 제3채무자는 압류가 있기 훨씬 전부터 이미 대여금채권을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상계가 막힌 이유는 오직 변제기 순서 하나, 그것도 한 달 남짓의 차이였습니다. 만약 대여금채권의 변제기가 공사대금채권의 변제기와 같거나 그보다 앞선 날짜로 정해져 있었다면 결론은 정반대였을 것입니다. 실무에서 반대채권의 변제기를 계약서에 명확한 날짜로 못박아 두지 않으면, 정작 상계를 주장해야 할 시점에 변제기 선후 자체를 둘러싼 새로운 다툼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이 사건이 잘 보여줍니다.
반대채권을 상계로 지키려면 — 계약 단계에서 준비할 것들
거래 상대방과 반복적으로 채권채무 관계를 맺는 경우, 예를 들어 하도급·계속적 물품공급·임대차처럼 앞으로도 계속 거래가 이어지는 관계라면, 계약서에 변제기를 특정일자로 명확히 정해두고 기한이익상실 조항을 함께 넣어두는 것이 유리합니다. 상대방의 신용 상태가 흔들리기 시작하는 시점에 기한이익상실 사유가 발생하면 반대채권의 변제기를 앞당길 수 있어, 나중에 그 상대방의 채권이 가압류되더라도 변제기 선후 요건을 맞출 여지가 커집니다.
민법 제492조가 만드는 비대칭도 함께 이해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자동채권(반대채권)은 반드시 변제기가 도래해 있어야 하지만, 수동채권(가압류된 채권)은 변제기 전이라도 상계자가 스스로 기한의 이익을 포기하고 상계할 수 있습니다. 이 비대칭 구조를 알고 있으면, 자신이 상계를 주장하는 쪽인지 방어하는 쪽인지에 따라 어느 시점에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가 달라집니다.
거래 상대방이 이미 다른 채권자로부터 소송을 당했거나 재산 상태가 급격히 나빠지고 있다는 정보를 접했다면, 그 시점이 반대채권 관계를 점검할 신호입니다. 변제기가 아직 남아 있는 채권이라면 상대방과 협의해 변제기를 앞당기는 변경계약을 맺어두거나, 이미 기한이익상실 사유가 발생했는지부터 확인해 통지 절차를 밟아 두는 것이 이후 가압류가 실제로 들어왔을 때 상계 요건을 갖추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합니다.
반대채권의 발생일자·금액을 계약서·세금계산서 등으로 명확히 남겨둘 것.
변제기는 불확정기한보다 특정일자로 정할 것.
계약서에 기한이익상실 조항을 포함해 둘 것.
가압류 통지를 받으면 송달일자를 즉시 기록하고 취득·변제기와 대조할 것.
계약서에 상계금지 특약이 있는지도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민법 제492조 제2항에 따라 당사자가 미리 상계를 금지하기로 약정했다면, 취득시기와 변제기 요건을 모두 갖추었더라도 그 특약 때문에 상계 자체가 봉쇄됩니다. 반대로 압류가 금지되는 채권(예: 급여채권 중 일정 부분처럼 법으로 압류가 제한되는 채권)을 수동채권으로 삼는 경우에는 민법 제497조에 따라 애초에 상계로 대항할 수 없으므로, 이 두 조문도 취득시기·변제기 요건과 함께 점검 목록에 넣어야 합니다.
가압류와 압류(본압류), 상계 판단 기준이 달라지는가
가압류는 본안 판결이 확정되기 전 채권자의 권리를 임시로 보전하는 절차이고, 압류는 확정판결 등 집행권원에 기해 실제로 집행하는 본압류라는 점에서 절차상 성격이 다릅니다. 그러나 민법 제498조가 말하는 "지급을 금지하는 명령"에는 가압류 결정도 포함되는 것으로 다뤄지므로, 상계 제한의 법리 자체는 가압류든 압류든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취득시기와 변제기 선후를 따지는 기준도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실무에서는 처음에 가압류가 걸려 있다가 이후 같은 채권에 대해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 등 본압류로 이행되는 경우가 흔합니다. 이런 경우 취득시기와 변제기 요건을 판단하는 기준일은 최초 가압류 결정이 송달된 시점으로 보는 것이 실무의 일반적 태도입니다. 나중에 본압류로 넘어갔다는 사정만으로 판단 기준일이 뒤로 미뤄지는 것은 아니므로, 최초 가압류 시점을 기준으로 취득·변제기 요건을 갖췄는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같은 채권에 여러 채권자의 가압류·압류가 겹치는 경합 상황도 실무에서 자주 나타납니다. 이런 경우에도 상계 항변의 성립 여부는 각 압류채권자별로 따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최초로 지급금지의 효력이 발생한 시점을 기준으로 취득시기·변제기 요건을 통일적으로 살피게 됩니다. 압류가 여러 차례 겹쳤다고 해서 제3채무자에게 유리한 시점을 새로 골라 상계 요건을 짜맞출 수는 없다는 뜻입니다.
상계 항변은 언제, 어떻게 행사해야 하나
상계는 당사자 한쪽의 의사표시만으로 이루어지고, 그 효력은 상계적상이 이루어진 시점으로 소급해 두 채무가 대등액에서 소멸한 것으로 처리됩니다. 실무에서는 추심금 청구소송이나 지급명령에 대한 이의신청 등 소송 절차 안에서 항변으로 상계를 주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는 반대채권의 취득 경위와 금액, 변제기를 뒷받침하는 계약서·세금계산서·통장 거래내역 등 자료를 함께 제출해야 법원이 취득시기와 변제기 선후를 판단할 수 있습니다.
소멸시효가 이미 완성된 반대채권이라도 곧바로 상계를 포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민법 제495조는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권이라도 그 완성 전에 이미 상계할 수 있는 상태(상계적상)에 있었다면 상계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 경우에도 앞서 본 취득시기·변제기 요건은 그대로 따져야 하므로, 시효완성 사실만으로 상계 여부를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소송에서 상계 항변을 제출하는 시점도 중요합니다. 1심에서 상계 항변을 누락했다가 항소심에서 뒤늦게 제출하면, 시기에 늦은 공격방어방법으로 취급되어 법원이 각하할 위험이 있습니다. 반대채권의 취득시기·변제기 관련 자료는 소송 초기 단계에서부터 정리해 함께 제출하는 것이 안전하며, 상계로 소멸을 주장하는 채무액과 잔존 채무액을 구분해 명확히 특정해야 법원이 소멸 범위를 판단하기도 수월해집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가압류된 채권을 상계로 없애려면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게 뭔가요?
A. 반대채권을 가압류 결정 정본이 제3채무자에게 송달되기 전에 이미 취득했는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민법 제498조에 따라 송달 이후에 취득한 채권으로는 상계로 대항할 수 없습니다.
Q. 반대채권을 가압류 전에 취득했다면 상계는 무조건 인정되나요?
A. 아닙니다. 대법원 2011다45521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라 가압류 효력 발생 당시 이미 상계적상에 있거나, 반대채권의 변제기가 피압류채권의 변제기와 동시 또는 그보다 먼저 도래해야 상계로 대항할 수 있습니다.
Q. 반대채권의 변제기가 피압류채권보다 늦게 도래하면 어떻게 되나요?
A. 취득 시기가 아무리 앞서 있어도 상계로 대항할 수 없습니다. 위 전원합의체 판결의 사실관계도 취득 자체는 문제 없었지만 변제기 순서 하나로 상계 주장이 배척됐습니다.
Q. 가압류와 압류(본압류)는 상계 판단 기준이 다른가요?
A. 아닙니다. 민법 제498조의 지급금지명령에는 가압류 결정도 포함되어 같은 법리가 적용됩니다. 다만 가압류 이후 본압류로 이행됐다면 최초 가압류 결정이 송달된 시점을 기준으로 취득·변제기 요건을 판단하는 것이 실무의 일반적 태도입니다.
Q. 소멸시효가 완성된 반대채권으로도 상계할 수 있나요?
A. 민법 제495조에 따라 소멸시효가 완성되기 전에 이미 상계적상에 있었다면 상계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경우에도 취득시기·변제기 요건은 그대로 따져야 합니다.
Q. 상계 주장은 소송에서 어떻게 제출하나요?
A. 추심금 청구소송이나 지급명령 이의신청 등 절차에서 항변으로 제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대채권의 취득 경위와 변제기를 뒷받침하는 계약서·세금계산서 등 자료를 함께 준비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맺음말
가압류된 채권을 상계로 정리하려는 시도는 실무에서 흔하지만, 반대채권을 가압류 이전에 취득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상계적상이 이미 성립해 있었는지, 그렇지 않다면 반대채권의 변제기가 피압류채권의 변제기와 동시 또는 그보다 먼저 도래하는지까지 함께 확인해야 비로소 상계로 대항할 수 있습니다.
취득 시점과 변제기, 두 요건이 함께 맞아떨어져야 하는 만큼 거래 단계에서부터 반대채권의 발생 시기와 변제기를 명확히 남겨두는 준비가 필요합니다. 수원지방법원 관내에서 계속적 거래관계를 맺고 있는 사업자라면, 거래 상대방의 신용 상태가 흔들리기 시작하는 시점에 미리 반대채권 관계와 변제기부터 점검해 보시길 권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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