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정판결 뒤에 한 상계, 뒤늦어도 청구이의 사유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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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정판결 뒤에 한 상계, 뒤늦어도 청구이의 사유가 된다 

강대현 변호사

채권자를 상대로 소송에서 이겨 확정판결까지 받아냈는데, 상대방이 뒤늦게 상계를 주장하며 청구이의의 소를 내는 경우가 있습니다.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왜 그 상계 주장을 하지 않았느냐고 따져도 소용없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이는 상계의 효력이 발생하는 시점과 확정판결의 기준시점이 법적으로 다르게 취급되기 때문입니다. 상계할 채권을 갖고 있었다는 사실과 실제로 상계하겠다는 의사표시를 한 시점은 전혀 별개의 문제입니다. 이 글에서는 확정판결 이후에 한 상계가 어떻게, 왜 청구이의 사유가 되는지 그 법리와 실무상 유의점을 살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확정판결을 받고도 다시 다툴 수 있다 — 청구이의의 소와 '표준시'

민사소송에서 판결이 확정되면 기판력이 생겨 같은 청구에 대해 다시 다툴 수 없는 것이 원칙입니다. 하지만 확정판결이 있다고 해서 그 뒤에 벌어진 모든 사정까지 영원히 무시되는 것은 아닙니다. 채무자가 판결 확정 뒤에 채무를 이미 갚았거나, 소멸시효가 완성되었거나, 상계로 채무가 소멸했다면 그 사정을 근거로 강제집행 자체를 막을 수 있습니다. 이때 쓰는 절차가 민사집행법 제44조가 정한 청구이의의 소입니다.

다만 이 소는 아무 사정이나 다 주장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엄격한 시간적 제한이 있습니다. 민사집행법 제44조 제2항은 청구이의의 이유가 변론이 종결된 뒤에 생긴 것이어야 한다고 못박고 있습니다. 여기서 기준이 되는 시점을 실무상 표준시라고 부르는데, 통상의 확정판결이라면 사실심의 변론이 마지막으로 종결된 시점이고, 변론 없이 선고된 무변론판결이라면 판결이 선고된 시점입니다.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면 표준시는 1심이 아니라 항소심의 변론종결 시점으로 다시 옮겨 가고, 상고심은 법률심이라 사실관계를 새로 심리하지 않으므로 표준시로 삼지 않는다는 점도 함께 기억해 둘 부분입니다. 이 표준시를 넘겨 그 이후에 발생한 사유만 청구이의 사유로 인정되는 이유는, 변론종결 전에 있었던 사정은 그 소송 절차 안에서 이미 주장하고 다퉜어야 할 몫이고, 확정판결로 결론이 난 이상 같은 사정을 다시 꺼내 판결을 흔드는 것은 기판력 제도의 취지에 반하기 때문입니다.

청구이의 사유가 되려면 그 원인이 확정판결의 변론종결(표준시) 이후에 생긴 것이어야 한다 — 변론종결 전 사정은 이미 그 소송에서 다퉜어야 할 몫으로 본다.

상계란 무엇인가 — 상계적상과 상계의 의사표시는 다르다

상계는 서로 같은 종류의 채권을 가진 두 사람이 그 채권과 채무를 대등액에서 소멸시키는 제도입니다. 민법 제492조에 따라 상계를 하려면 당사자 쌍방이 같은 종류를 목적으로 하는 채무를 서로 부담하고 있어야 하고, 두 채무 모두 변제기가 도래해 있어야 하는데, 이 상태를 상계적상이라고 부릅니다. 문제는 상계적상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아직 아무 효력도 생기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민법 제493조는 상계가 당사자 한쪽이 상대방에게 상계한다는 의사표시를 해야 비로소 효력이 생긴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의사표시가 상대방에게 도달하면 그 효과는 상계적상이 있었던 시점으로 소급해서 채무가 소멸한 것으로 처리되지만, 소급효가 있다고 해서 상계적상 자체가 곧 채무소멸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채권을 갖고 있다는 사실과 그 채권으로 상계한다는 의사표시를 실제로 하는 행위는 법적으로 완전히 별개의 문제이고, 이 구분이 확정판결 이후 상계가 청구이의 사유가 되는지를 가르는 핵심 열쇠입니다.

  • 상계적상 — 쌍방 채무가 동종 목적이고 변제기가 모두 도래한 상태(민법 제492조).

  • 상계의 의사표시 — 상대방에게 도달해야 비로소 효력이 생김(민법 제493조 제1항).

  • 소급효 — 효과는 상계적상 시로 소급하지만, 의사표시 자체가 없으면 효력도 없음(민법 제493조 제2항).

대법원이 확립한 기준 — 뒤늦은 상계도 청구이의 사유가 되는 이유

그렇다면 채무자가 확정판결의 변론종결 전부터 이미 상대방에 대해 상계할 수 있는 채권(자동채권)을 갖고 있었는데도 그때 상계 주장을 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될까요. 대법원 1998. 11. 24. 선고 98다25344 판결은 이 문제에 명확한 답을 내놓았습니다. 당사자 쌍방의 채무가 상계적상에 있었다 하더라도 상계로 인한 채무소멸의 효력은 상계의 의사표시를 기다려야 비로소 생기므로, 채무자가 확정판결의 변론종결 전에 상계적상에 있는 채권을 가지고 있었더라도 변론종결 후에야 비로소 상계의 의사표시를 했다면 그것은 민사집행법 제44조 제2항이 정한 '이의원인이 변론종결 후에 생긴 때'에 해당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이 판례에서 특히 중요한 부분은 채무자가 그 자동채권의 존재를 변론종결 전에 알았는지 몰랐는지는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고 못박은 점입니다. 채무자가 상계할 수 있는 카드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재판에서 쓰지 않고 있다가 판결이 확정된 뒤에야 상계의 의사표시를 했더라도, 그 상계는 여전히 유효한 청구이의 사유가 됩니다. 상계적상 자체가 아니라 상계권이라는 형성권을 실제로 행사했는지, 그 행사 시점이 언제인지가 기준이 되기 때문입니다.

상계적상이 변론종결 전에 있었더라도, 상계의 의사표시를 변론종결 후에 했다면 자동채권의 존재를 알았는지와 무관하게 적법한 청구이의 사유가 된다(대법원 1998. 11. 24. 선고 98다25344 판결).

실제로 어떻게 적용되나 — 채권자의 "알고 있었다" 항변은 통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A가 B를 상대로 물품대금 5천만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고, B는 사실 그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A에게 별도로 빌려준 3천만원의 대여금 채권을 갖고 있었다고 가정해 봅니다. B가 소송 중에 이 대여금 채권으로 상계 항변을 하지 않은 채 A의 청구를 그대로 인정하는 판결이 확정되었고, 그 뒤에야 B가 A에게 그 대여금 채권으로 상계한다는 내용증명을 보냈다면, 이 상계의 의사표시는 확정판결의 변론종결 이후에 이루어진 것이므로 B는 이를 근거로 청구이의의 소를 제기해 3천만원 범위에서 강제집행을 막을 수 있습니다.

이때 A가 "B는 소송 중에 이미 그 대여금 채권의 존재를 알고 있었으니 그때 주장했어야 한다"고 항변해도 소용없습니다. 앞서 본 대법원 판례가 자동채권의 인식 여부를 기준으로 삼지 않는다고 분명히 했기 때문입니다. 다만 유의할 점은 상계로 소멸하는 범위는 B가 실제로 상계 의사표시를 한 자동채권 금액까지이지, A의 채권 전액이 자동으로 없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청구이의의 소에서도 법원은 상계로 소멸한 금액 범위만큼만 집행력을 배제하는 판결을 하게 됩니다.

계산도 원본만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민법 제499조는 변제충당에 관한 제476조부터 제479조까지의 규정을 상계에도 준용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B의 대여금 채권에 이미 발생한 이자·지연손해금이 붙어 있다면, A와 B 어느 쪽도 충당 순서를 지정하지 않은 경우 비용·이자·원본 순으로 먼저 충당되는 법정변제충당 방식이 그대로 적용됩니다. 만약 B가 A에 대해 갚아야 할 채무(수동채권)가 여러 건이어서 하나의 자동채권으로 전부를 소멸시키기 부족하다면, 어느 채무부터 상계로 없앨지도 이 준용 규정에 따라 정해지므로, 청구이의 소장에서 상계로 소멸했다고 주장하는 금액과 그 산정 근거를 항목별로 밝혀 두어야 다툼의 여지가 줄어듭니다.

상계 vs 소멸시효·변제 — 같은 청구이의 사유라도 증명 부담이 다르다

청구이의 사유로 흔히 거론되는 변제·소멸시효 완성·상계는 모두 변론종결 후에 발생해야 한다는 시적 제한을 똑같이 받지만, 실제 소송에서 증명해야 하는 내용은 서로 다릅니다. 변제는 돈을 실제로 지급했다는 객관적 사실과 그 증빙(계좌이체 내역, 영수증 등)을 제시하면 되고, 소멸시효 완성은 채권의 종류에 따른 시효기간이 지났다는 시간의 경과 자체가 핵심입니다.

반면 상계는 단순히 시간이 지나거나 돈을 지급한 사실만으로 성립하지 않습니다. 자동채권의 존재, 즉 상대방에게 받을 돈이 있다는 사실 자체를 별도로 증명해야 하고, 나아가 언제 상계의 의사표시를 했는지(내용증명 발송일, 소장 부본 송달일 등)까지 특정해서 그것이 변론종결 후라는 점을 밝혀야 합니다. 상계의 의사표시를 아직 하지 않은 상태라면, 청구이의의 소장 자체에 상계의 의사표시를 담아 제출하는 방법도 실무상 활용됩니다. 이 경우 소장이 상대방에게 송달된 시점이 곧 상계 의사표시가 도달한 시점이 되므로, 그 시점이 확정판결의 변론종결 후라는 사실만 분명하면 됩니다.

  • 변제 — 지급 사실과 증빙(이체내역·영수증)으로 증명.

  • 소멸시효 완성 — 시효기간 경과 자체가 핵심, 채권 종류별 기간 확인 필요.

  • 상계 — 자동채권의 존재와 상계 의사표시 시점(변론종결 후)까지 함께 증명해야 함.

청구이의의 소, 어떻게 제기하나 — 집행정지 신청까지 함께

청구이의의 소는 민사집행법 제44조 제1항에 따라 그 판결을 선고한 제1심 법원에 제기합니다. 다만 소를 제기했다고 해서 진행 중인 강제집행이 자동으로 멈추는 것은 아닙니다. 채권자가 이미 집행을 신청해 두었다면, 청구이의의 소를 낸 채무자는 별도로 민사집행법 제46조에 따른 잠정처분(강제집행정지 신청)을 함께 해야 법원이 담보제공 등을 조건으로 집행을 잠정적으로 멈춰줍니다.

상계를 원인으로 하는 청구이의라면, 자동채권의 발생 원인과 금액, 변제기, 그리고 상계 의사표시를 한 날짜와 방법(내용증명 발송·도달 여부)을 소장에서 구체적으로 특정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동채권의 존재 자체를 상대방이 다툴 수 있으므로, 계약서·차용증·계좌이체 내역 등 자동채권을 뒷받침하는 자료를 함께 준비해 두어야 실제 심리에서 상계의 효력을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 자동채권의 발생 원인·금액·변제기를 증명하는 자료(계약서, 차용증, 계좌이체 내역 등).

  • 상계 의사표시를 한 일시와 도달 사실을 증명하는 자료(내용증명 발송·배달증명, 또는 소장 송달증명).

  • 확정판결의 사건번호와 변론종결일(무변론판결이면 선고일)을 특정한 판결문 사본.

  • 이미 집행이 진행 중이라면 강제집행정지 신청서와 담보제공 계획.

예외가 있다 — 지급명령·공정증서는 시적 제한이 다르다

지금까지 살펴본 시적 제한은 어디까지나 집행권원이 확정판결인 경우의 이야기입니다. 확정판결에는 기판력이 있어서 변론종결 전 사정을 다시 다투지 못하게 막아야 하지만, 지급명령은 확정되더라도 기판력이 생기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민사집행법 제58조 제3항은 확정된 지급명령에 대한 청구이의의 소에는 변론종결 후 발생이라는 시간적 제한을 두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어, 지급명령 발령 전에 있었던 사정까지도 청구이의 사유로 주장할 수 있습니다.

공증인이 작성한 공정증서(집행증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공정증서에는 애초에 재판을 거치지 않아 기판력 자체가 없으므로, 민사집행법 제59조에 따라 그 공정증서 작성 전에 있었던 사정이라도 시기를 가리지 않고 청구이의 사유로 주장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상대방이 갖고 있는 집행권원이 확정판결인지, 지급명령인지, 공정증서인지에 따라 상계를 포함한 청구이의 사유를 언제부터 주장할 수 있는지가 달라진다는 점을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상계할 수 있는 채권이 있다는 걸 재판 중에 몰랐다면 어떻게 되나요?

A. 재판 중에 자동채권의 존재를 몰랐다가 판결 확정 뒤에 알게 되어 상계의 의사표시를 했다면, 그 상계는 당연히 변론종결 후에 이루어진 것이므로 청구이의 사유가 됩니다. 대법원 판례는 몰랐는지 알았는지를 따지지 않으므로, 이미 알고 있었는데 재판에서 쓰지 않은 경우까지도 마찬가지로 인정됩니다.

Q. 상계의 의사표시를 아직 하지 않았는데 청구이의의 소부터 낼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실무상 청구이의의 소장 자체에 상계한다는 의사표시를 담아 제출하는 방법이 널리 쓰이며, 이 소장이 상대방에게 송달된 시점이 상계 의사표시가 도달한 시점으로 인정됩니다. 다만 그 송달 시점이 확정판결의 변론종결 후라는 점은 여전히 갖춰져야 합니다.

Q. 청구이의의 소를 내면 강제집행이 바로 멈추나요?

A. 아닙니다. 소 제기만으로는 집행이 자동으로 정지되지 않으며, 민사집행법 제46조에 따른 강제집행정지 신청을 별도로 해서 법원의 결정을 받아야 합니다. 법원은 대개 담보를 제공하는 조건으로 집행정지를 허가합니다.

Q. 상계 금액이 채권자의 청구금액보다 적으면 어떻게 되나요?

A. 상계로 소멸하는 범위는 실제로 상계 의사표시를 한 자동채권 금액까지이며, 그 나머지 금액에 대한 집행력은 그대로 유지됩니다. 청구이의의 소에서도 법원은 상계로 소멸한 부분만큼만 집행력을 배제하는 일부 인용 판결을 하게 됩니다.

Q. 지급명령이나 공정증서에 대해서도 상계로 청구이의를 할 수 있나요?

A. 가능하며, 오히려 확정판결보다 폭넓게 주장할 수 있습니다. 지급명령과 공정증서는 기판력이 없어 민사집행법 제58조 제3항과 제59조에 따라 시적 제한 자체가 적용되지 않으므로, 발령·작성 전에 있었던 상계 사유까지도 주장할 수 있습니다.

Q. 재판 중에 이미 상계 항변을 했다가 진 경우에도 다시 청구이의로 다툴 수 있나요?

A. 재판 중에 상계 항변을 제출해 법원이 이를 이미 판단했다면, 그 판단에는 기판력이 미쳐 같은 자동채권으로는 다시 다툴 수 없습니다. 청구이의 사유로 인정되는 상계는 어디까지나 변론종결 후에 새로 한 상계의 의사표시에 한정됩니다.

맺음말

확정판결을 받았다고 해서 그 뒤의 모든 사정이 무의미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상계할 수 있는 채권을 갖고 있었다면, 재판 중에 그 사실을 알았는지와 무관하게 판결 확정 뒤에 상계의 의사표시를 하는 것만으로 청구이의 사유를 만들 수 있습니다. 다만 그 효력은 상계 의사표시를 실제로 언제, 어떻게 했는지에 달려 있으므로 시점을 명확히 특정해 두는 준비가 필요하고, 자동채권의 존재와 금액을 뒷받침할 자료를 갖추지 못하면 상계 주장 자체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다는 점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반대로 채권자 입장에서는 판결이 확정되었다고 안심할 것이 아니라, 상대방에게 상계할 만한 채권이 남아 있는지를 미리 점검하고 집행을 서두르는 편이 유리할 수 있습니다. 청구이의의 소는 사유별로 증명 방법과 절차가 다르므로, 수원지방법원 관할의 청구이의 소송이나 강제집행정지 신청을 앞두고 계시다면 구체적 사실관계부터 먼저 정리해 보시길 권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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