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동료나 지인의 신고로 성범죄 혐의를 받아 경찰에 입건됐다는 사실이 알려지자마자, 회사가 곧바로 해고를 통보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직 수사가 끝나지 않았고 기소 여부조차 정해지지 않은 단계인데도, 회사는 "조직 기강"이나 "이미지 훼손"을 이유로 사직을 종용하거나 일방적으로 근로관계를 끝내려 합니다. 그러나 입건은 수사기관이 범죄 혐의를 조사하기 시작했다는 의미일 뿐이고, 유죄가 확정된 것과는 전혀 다른 단계입니다. 이 글에서는 성범죄 혐의로 입건됐다는 사실만으로 이루어진 해고가 근로기준법상 정당한 이유를 갖췄다고 볼 수 있는지, 부당해고로 다투려면 무엇을 확인하고 어떤 절차를 밟아야 하는지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입건이란 무엇인가 — 수사 개시일 뿐, 유죄 확정과는 다른 단계
실무에서 말하는 "입건"은 고소·고발이나 수사기관의 인지 등을 계기로 수사기관이 특정인을 피의자로 특정해 수사를 시작했다는 의미입니다. 형사절차는 이 입건 단계에서 끝나지 않고 경찰 수사, 검찰 송치 또는 불송치, 기소 또는 불기소(기소유예 포함), 1심 판결, 항소·상고를 거쳐 마지막으로 확정판결에 이르는 여러 단계를 밟습니다. 실제로 입건된 사건 가운데 상당수가 혐의없음이나 증거불충분으로 불송치되거나 기소유예 처분으로 마무리됩니다.
이 절차 전체를 관통하는 원칙이 무죄추정의 원칙입니다. 헌법 제27조 제4항은 "형사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고 정하고 있고, 이 원칙은 형사절차 자체뿐 아니라 근로관계처럼 사인 간 법률관계에서 어떤 사실을 근거로 불이익 처분을 할 수 있는지를 판단할 때도 함께 고려되는 기준으로 작용합니다. 입건은 이 긴 절차의 맨 앞자리일 뿐이라는 점을 먼저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습니다.
입건 — 수사기관이 피의자를 특정해 수사를 개시한 단계. 유·무죄와는 무관.
수사 종결 — 불송치(혐의없음·증거불충분 등) 또는 검찰 송치.
기소 여부 — 검찰이 재판에 넘길지 결정. 기소유예로 재판 없이 종결되는 경우도 많음.
1심 판결 — 유·무죄 선고. 항소·상고로 다툴 수 있어 아직 확정 아님.
확정판결 — 더 이상 상소할 수 없게 된 최종 결론. 여기서 비로소 "유죄가 확정됐다"고 말할 수 있음.
입건은 수사의 시작일 뿐이며, 유죄가 확정되기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는 것이 헌법상 원칙이다.
해고의 정당한 이유 — 근로기준법이 요구하는 기준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은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휴직, 정직 등의 불이익 처분을 하지 못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판례가 말하는 "정당한 이유"란 사회통념상 근로계약 관계를 그대로 유지하기 어려울 만큼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있는 경우를 뜻합니다. 단순히 회사가 불편하거나 이미지에 좋지 않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사유가 실제로 근로관계의 존속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정도인지를 구체적으로 따져야 합니다.
이 정당성을 판단할 때 노동위원회와 법원은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봅니다. 비위행위로 지목된 사실의 내용과 경위, 그 행위와 담당 업무의 관련성, 회사의 명예·신용에 미친 실제 영향, 근로자의 지위와 직무 성격, 과거 근무태도, 그리고 사용자가 해고에 앞서 근로자에게 소명할 기회를 충분히 주었는지까지 포함됩니다. 아울러 근로기준법 제27조는 해고 사유와 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도록 정하고 있어, 이 서면통지 절차를 건너뛴 해고는 그 자체로 효력을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구두로만 "오늘부터 나오지 말라"는 식으로 통보받았다면, 해고 사유의 정당성을 따지기 이전에 절차 자체의 하자만으로도 무효를 주장할 수 있는 여지가 생깁니다.
비위행위 내용·경위 — 혐의가 얼마나 구체적으로 소명됐는가.
업무관련성 — 담당 직무나 사업장 내에서 벌어진 일인가.
신뢰관계 파괴 정도 — 계속 근무가 실제로 불가능할 정도인가.
절차 준수 — 소명기회 부여, 서면통지 등을 거쳤는가.
해고가 정당하려면 사회통념상 근로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구체적으로 확인돼야 한다.
성범죄 혐의로 입건됐다는 사실만으로는 해고 사유가 되기 어려운 이유
이 판단기준을 형사사건에 적용한 대법원 판례들이 있습니다. 대법원 1992. 11. 13. 선고 92누6082 판결은 구속기소로 휴직 처리된 근로자에 대해, 취업규칙이 퇴직사유로 정한 "유죄판결을 받았을 때"의 의미를 넓게 해석하지 않고 실형 선고를 받은 경우로 좁게 해석했습니다. 이는 근로자에게 불리한 조항일수록 무죄추정의 원칙과 정당한 해고 사유를 요구하는 근로기준법의 취지에 맞춰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태도입니다.
이어 대법원 1997. 7. 25. 선고 97다7066 판결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단체협약이 해고사유로 정한 "유죄판결을 받은 자"라는 문구의 "유죄판결"은 원칙적으로 확정판결을 의미하며, 아직 확정되지 않은 1심 유죄판결만을 근거로 한 징계해고는 위법하다고 판시했습니다. 이 법리를 그대로 적용하면, 확정판결은커녕 1심 판결도, 기소조차 이뤄지지 않은 입건 단계만으로 이루어진 해고는 정당성을 인정받기가 한층 더 어렵다는 결론에 이릅니다.
실무에서는 취업규칙에 "형사사건으로 입건된 경우" 또는 "수사기관의 수사 대상이 된 경우"를 당연퇴직이나 해고 사유로 미리 정해둔 회사도 있습니다. 그러나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은 당사자가 합의로도 낮출 수 없는 강행규정이므로, 이런 조항이 취업규칙에 있다는 사정만으로 해고가 자동으로 정당화되지는 않습니다. 노동위원회와 법원은 그 조항의 존재와 별개로, 실제로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유지할 수 없는 정도인지를 다시 심사합니다.
취업규칙에 형사입건을 해고사유로 정해 놨더라도,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은 강행규정이어서 그 조항만으로 해고의 정당성이 자동으로 인정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해고가 정당화될 수 있는 경우 — 업무관련성과 신뢰관계 파괴
다만 성범죄 입건 사실이 있다고 해서 어떤 해고도 무조건 부당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혐의 사실이 피해자 진술, 목격자, 물증 등으로 상당히 구체적으로 소명되고, 그 행위가 담당 업무와 직접 관련되거나(같은 사업장 동료·부하직원·고객·거래처를 대상으로 한 행위), 계속 근무를 허용할 경우 신뢰관계가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파괴됐다고 볼 사정이 있다면, 해고의 정당성이 인정될 여지가 커집니다.
예를 들어 같은 사업장의 동료를 대상으로 한 성범죄 혐의로 입건되고, 사내 자체 조사에서도 상당한 정황이 확인돼 피해자와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이 같은 공간에서 계속 근무하는 것 자체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경우, 또는 아동·청소년을 직접 대면하는 업종처럼 안전과 신뢰가 핵심 가치인 사업장이라면 입건 단계에서도 대기발령이나 전보 같은 조치의 정당성이 상대적으로 넓게 인정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런 사정이 있더라도 곧바로 "해고"까지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고, 우선은 잠정적 조치를 거치는 것이 원칙입니다.
참고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56조는 성범죄로 형 또는 치료감호를 선고받아 확정된 사람에 대해서만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취업을 일정 기간 제한하는 제도를 두고 있습니다. 법이 별도로 마련한 이 취업제한 제도조차 확정판결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은, 입건 단계의 혐의만으로 근로관계를 끝내려는 조치가 왜 신중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참고 기준이 됩니다.
해고가 정당화되려면 혐의 내용이 상당히 소명되고 업무관련성·신뢰관계 파괴 정도가 커야 하며, 입건 사실 자체만으로는 부족하다.
대기발령(직위해제)과 해고, 회사가 택할 수 있는 절차의 차이
대기발령(직위해제)은 근로자가 계속 직무를 수행할 경우 예상되는 업무상 장애를 예방하기 위한 잠정적·예방적 조치로, 근로자의 잘못을 확정적으로 단죄하는 징계인 해고와는 성질이 다릅니다. 그래서 회사가 성범죄 입건 사실을 확인한 직후 취할 수 있는 통상적이고 절차적으로 안전한 조치는 곧바로 해고가 아니라, 수사 결과나 사내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대기발령을 먼저 명하는 것입니다.
다만 대기발령도 아무 제한 없이 허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업무상 필요성이 실제로 인정돼야 정당하고, 그 기간이 합리적 범위를 넘어 기약 없이 장기화되면 대기발령 자체가 근로자에게 부당한 불이익을 주는 별도의 위법한 처분으로 다퉈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회사가 대기발령이라는 완충 단계를 아예 건너뛰고 입건 사실을 안 지 얼마 되지 않아 곧바로 해고를 통보했다면, 그 자체가 절차적 정당성이 약하다는 정황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대기발령 — 업무상 필요성이 있는 동안만 정당한 잠정조치, 확정적 징계 아님.
기간 — 합리적 범위를 넘어 장기화되면 그 자체로 다툴 수 있는 별도 처분.
해고 — 대기발령 없이 곧바로 이뤄졌다면 절차적 정당성이 약한 정황.
대기발령은 결론이 나올 때까지의 잠정조치일 뿐이며, 이를 건너뛰고 곧바로 해고로 나아갔다는 사정은 오히려 회사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부당해고로 다투는 방법 — 노동위원회 구제신청 절차와 기한
부당하게 해고당했다고 판단되면 근로기준법 제28조에 따라 관할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이 신청은 해고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해야 하고, 이 기간을 넘기면 구제신청 자체가 각하되므로 해고를 통보받았다면 기한부터 먼저 확인하고 서둘러 움직여야 합니다.
절차는 신청서 제출 후 사용자의 답변서 제출, 조사관의 사실관계 조사, 양 당사자가 출석하는 심문회의를 거쳐 판정으로 이어집니다. 이 과정에서 근로자 쪽은 회사가 입건 사실 외에 다른 구체적인 정당한 사유를 제시하지 못한다는 점, 소명 기회를 제대로 받지 못한 점, 대기발령 같은 완충 조치 없이 곧바로 해고로 나아간 점을 자료로 정리해 제출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해고통지서 — 서면통지 여부와 기재된 해고 사유 확인.
취업규칙·단체협약 — 해고사유 조항의 정확한 문구.
수사 진행상황 — 불송치·불기소·기소유예 여부를 보여주는 자료.
소명 절차 — 회사가 해고 전 의견진술 기회를 줬는지 보여주는 자료.
부당해고 구제신청은 해고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해야 하며, 기한을 넘기면 구제신청 자체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부당해고로 인정되면 무엇을 돌려받나 — 원직복직과 임금상당액
노동위원회가 부당해고로 판정하면 근로기준법 제30조에 따라 사용자에게 원직복직과 함께 해고 기간 동안 근로자가 받을 수 있었던 임금 상당액의 지급을 명하는 구제명령을 내립니다. 근로자가 다시 그 회사로 돌아가기를 원하지 않는 경우에는 원직복직 대신 금전보상을 명하도록 신청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구제신청 이후에도 형사절차는 별도로 계속 진행됩니다. 구제신청에서 승소해 복직했더라도, 이후 수사·재판이 진행돼 실제로 유죄가 확정되면 그 결과를 근거로 회사가 새로운 징계절차를 진행할 여지는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부당해고 구제 절차에서 유리한 결과를 얻었다고 안심할 것이 아니라, 형사 절차의 진행 상황도 함께 챙기며 대응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반대로 노동위원회 판정에 불복하는 쪽은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거나 행정소송으로 다툴 수 있어, 초심 판정만으로 사건이 완전히 끝나지 않는 경우도 흔합니다.
부당해고 구제 절차와 형사 절차는 별개로 진행되므로, 구제신청에서 이겼다고 형사사건의 결과까지 안심할 수는 없다.
자주 묻는 질문
Q. 성범죄로 입건됐다는 사실을 회사가 어떻게 알고 해고하나요?
A. 피해자나 동료의 신고, 수사기관의 협조 요청,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알려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회사가 어떤 경로로 그 사실을 알았는지는 해고의 정당성 판단과 직접 관련이 없고, 회사가 그 사실만으로 해고했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입니다.
Q. 취업규칙에 형사입건 시 당연퇴직이라고 정해두면 그대로 해고할 수 있나요?
A.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은 강행규정이라 그런 조항이 있어도 실제로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유지할 수 없는 정도인지를 노동위원회와 법원이 별도로 심사합니다. 조항의 존재만으로 해고가 자동으로 정당화되지는 않습니다.
Q. 이후 불송치나 불기소 처분을 받으면 해고를 다시 다툴 수 있나요?
A. 해고 이후 불송치·불기소·혐의없음 처분이 나왔다면, 해고 당시부터 정당한 사유가 없었다는 유력한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노동위원회 구제신청이나 관련 소송에서 그 처분 결과를 자료로 제출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Q. 대기발령을 받았는데 기간이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문제없나요?
A. 대기발령은 업무상 필요성이 있는 동안만 정당한 잠정조치이므로, 합리적 범위를 넘어 기약 없이 계속되면 그 자체로 부당한 처분이라 다툴 수 있습니다. 회사의 후속 조치 계획과 예상 기간을 서면으로 확인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Q. 구제신청 기한 3개월을 넘기면 방법이 없나요?
A. 노동위원회 구제신청은 해고일로부터 3개월이 지나면 각하되지만, 해고무효확인 및 임금청구를 구하는 민사소송은 별도의 소멸시효 범위 안에서 제기할 수 있습니다. 다만 기한이 임박했다면 노동위원회 구제신청을 우선 검토하는 편이 신속합니다.
Q. 회사 이미지 훼손을 이유로 든 해고는 정당한가요?
A. 이미지·신용 훼손에 대한 막연한 우려만으로는 부족하고, 혐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소명되고 업무관련성이나 신뢰관계 파괴 정도가 실제로 인정돼야 합니다. 추측만으로 이루어진 해고는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맺음말
성범죄 혐의로 입건됐다는 사실 자체는 유죄 확정과는 거리가 먼 수사 초기 단계에 불과합니다. 대법원도 아직 확정되지 않은 유죄판결조차 해고 사유로 삼기 어렵다고 봐온 만큼, 입건 사실 하나만으로 서둘러 이뤄진 해고는 정당한 이유를 갖췄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혐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소명되고 업무관련성·신뢰관계 파괴 정도가 클 때는 예외적으로 해고가 정당화될 수 있으므로, 자신의 사안이 어느 쪽에 가까운지 해고통지서와 취업규칙, 수사 진행상황을 근거로 냉정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회사가 대기발령 같은 완충 절차 없이 곧바로 해고부터 통보했는지도 정당성을 가르는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부당해고를 다투려면 해고일로부터 3개월이라는 짧은 기한 안에 노동위원회 구제신청을 해야 하므로 시간이 넉넉하지 않습니다. 특히 수원·경기남부 지역에서 이런 사안으로 고민 중이라면, 해고통지서와 입건 경위를 정리해 빠르게 법률 조력을 구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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