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환전 알바가 자금세탁이었다면, 고의를 다투는 법
사건 개요
텔레그램이나 구인 사이트에서 "재택 가능, 고수익 환전 알바"라는 공고를 보고 연락했다는 의뢰인들이 있습니다. 하는 일은 단순합니다. 지정된 계좌로 돈이 들어오면 그 돈으로 거래소에서 가상자산을 사서 상대가 알려준 지갑으로 보내거나, 반대로 가상자산을 받아 원화로 환전해 계좌로 송금하는 식입니다. 건당 3~5% 수수료를 받으며 몇 주간 이 일을 반복하다가, 어느 날 경찰에서 연락이 옵니다. 그 돈이 보이스피싱이나 투자리딩방 사기의 피해금이었다는 것입니다.
이런 사건에서 의뢰인은 한결같이 "나는 환전만 해줬을 뿐, 그 돈이 범죄로 나온 돈인 줄은 몰랐다"고 말합니다. 문제는 수사기관과 법원이 이 항변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범죄수익은닉규제법)은 범죄수익이라는 사실을 확정적으로 알았을 때만이 아니라, "그럴 수도 있다"고 짐작하면서도 개의치 않고 넘어간 미필적 고의만으로도 처벌 대상으로 삼기 때문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고의를 다투는 싸움은 "몰랐다"는 말이 아니라 그 말을 뒷받침할 구체적 정황을 얼마나 확보했는가에서 승패가 갈립니다. 막연히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과, 거래 경위·수수료·신원확인 과정을 하나하나 재구성해 "의심할 이유가 없었다"는 그림을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른 결과로 이어집니다.
핵심 쟁점
이 유형의 사건에서 실제로 다투어지는 지점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받은 돈이 범죄수익등에 해당한다는 사실 자체를 인식했는지입니다. 대법원은 "당해 재산이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제2조 제2호 내지 제4호에서 정한 범죄수익등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정도로 충분하고, 그 재산이 어떠한 범죄로 인하여 생긴 것인지까지 구체적으로 인식할 필요는 없다"고 밝히고 있어(대법원 2007. 1. 11. 선고 2006도5288 판결), "보이스피싱인지 투자사기인지 몰랐다"는 항변만으로는 고의가 부정되지 않습니다.
둘째, 은닉·가장(제3조)인지 단순 수수(제4조)인지의 구분입니다. 제3조는 적법한 재산으로 가장하거나 특정범죄를 조장할 목적으로 은닉한 경우로 5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 벌금, 제4조는 그 정황을 알면서 수수한 경우로 3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 벌금입니다. 환전 알바처럼 돈을 받아 그대로 전달·환전한 구조는 대개 제4조 수수 쪽에서 다투게 되는데, 어느 조항이 적용되는지에 따라 형량 자체가 달라집니다.
셋째, 가상자산 자체가 몰수·추징의 대상이 되는지입니다. 대법원은 비트코인을 "재산적 가치가 있는 무형의 재산"으로 인정해 몰수 대상이 된다고 판단한 바 있어(대법원 2018. 5. 30. 선고 2018도3619 판결), 실제 손에 쥔 수수료 외에 이미 전송해 버린 가상자산 상당액까지 추징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이 세 가지가 서로 맞물려 있어, 하나라도 정리되지 않으면 방어 전체가 흔들립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미필적 고의의 정황을 하나씩 재구성하기
미필적 고의는 "몰랐다"는 진술 하나로 무너지지도, 인정되지도 않습니다. 법원은 결국 구체적 정황을 종합해 판단하므로, 이 단계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의뢰인이 처했던 상황을 정황별로 나누어 다시 세웁니다.
1) 수수료율과 거래 조건을 통상적 환전 거래와 비교합니다.
정상적인 가상자산 매매·환전 대행이라면 수수료는 시세 스프레드나 거래소 수수료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반면 시세보다 현저히 높은 수수료를 약속받았다면, 그 자체가 "정상적인 일이 아닐 수 있다"는 인식의 단서로 읽힙니다. 그래서 실제 지급받은 수수료율을 계산해 통상적인 환전 수수료와 대조하고, 계약서나 대화 내용에 남은 조건을 정리해 그 수수료가 이례적이지 않았음을, 혹은 반대로 이례적이었더라도 다른 정황상 의심하지 않을 사정이 있었음을 함께 소명합니다.
2) 접촉 경위와 신원확인 과정을 시간순으로 정리합니다.
텔레그램 익명 대화만으로 거래가 이루어졌는지, 상대방의 신분증·사업자등록증 등을 확인한 적이 있는지, 계좌나 지갑 명의를 빌려주거나 대여한 사실은 없는지가 중요한 판단 자료입니다. 대화 내역, 송금 기록, 신원확인 시도 여부를 재구성해 비대면·익명 거래였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고의가 추단되지 않도록 그 경위에 합리적 설명을 붙입니다.
3) 자금의 흐름과 분할 여부를 개별 거래별로 소명합니다.
거액을 여러 계좌·지갑으로 쪼개 짧은 시간 안에 옮기는 행태는 전형적인 자금세탁 정황으로 취급됩니다. 반대로 건별 금액과 빈도가 통상적인 환전 의뢰의 범위 안에 있었다면, 그 거래 내역을 건별로 정리해 분할·급박한 이전이라는 의심스러운 패턴 자체가 없었다는 점을 뒷받침합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적용 조항과 몰수·추징액을 정확히 다투기
고의 자체를 완전히 부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도, 어느 조항이 적용되고 몰수·추징이 얼마로 산정되는지는 여전히 다툴 여지가 큽니다. 김강희 변호사는 이 단계에서 다음을 확인합니다.
1) 은닉·가장의 목적성과 단순 수수를 구분합니다.
제3조의 은닉·가장죄는 적법한 재산으로 가장하거나 특정범죄를 조장할 목적이 있어야 성립하는 반면, 제4조의 수수죄는 그 정황을 인식하고 건네받은 것만으로 성립합니다. 의뢰인의 행위가 돈의 출처나 성격을 적극적으로 꾸민 것이 아니라 단순히 받아 전달·환전한 것에 그쳤다면, 더 무거운 제3조가 아니라 제4조로 의율되어야 함을 사실관계로 뒷받침해 형량의 상한 자체를 낮춥니다.
2) 몰수·추징 대상액을 실제 귀속 이익 범위로 좁힙니다.
가상자산도 재산적 가치가 인정되어 몰수 대상이 되지만, 이미 상대방에게 전송해 수중에 남지 않은 부분까지 무한정 추징되어서는 안 됩니다. 실제로 손에 쥔 수수료, 거래 시점의 가상자산 시세, 각 거래의 최종 귀속자를 자료로 정리해 추징액이 실제 이득액을 넘지 않도록 산정 근거를 다툽니다.
3) 초범 여부와 가담 경위를 양형 자료로 정리합니다.
구인 광고를 통해 우연히 일을 시작해 실제 인지 시점이 늦었던 사정, 이득 규모가 크지 않았던 사정, 수사 협조 여부 등은 고의 다툼과는 별개로 양형에서 의미 있게 반영될 수 있습니다. 이 자료들을 처음부터 함께 준비해 두어야, 고의 다툼이 받아들여지지 않더라도 결과의 낙폭을 줄일 수 있습니다.
결론
가상자산 환전 알바 사건은 "몰랐다"는 한마디로 끝나지 않습니다. 수사기관은 수수료율, 접촉 경위, 자금의 분할·이전 패턴 같은 정황을 촘촘히 쌓아 미필적 고의를 구성하고, 법원 역시 구체적 범죄를 몰랐다는 사정만으로는 고의를 쉽게 부정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방어가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각 정황을 하나씩 재구성해 의심할 이유가 없었음을 보이거나, 최소한 적용 조항과 추징액의 범위를 정확히 다투는 것만으로도 결과는 크게 달라집니다. 자금 전달·환전을 하다 뒤늦게 그 돈의 출처를 의심받고 있다면, 지금까지의 거래 정황을 정리해 한 번 점검을 받아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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