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권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면서 그 전세권에 저당권을 설정해 두었다면, 존속기간이 끝나는 순간부터는 이전과 전혀 다른 대응이 필요합니다. 전세권 자체가 용익물권으로서 기능을 잃어버리기 때문에, 저당권을 그대로 실행해 전세권 경매를 신청하는 방법은 더 이상 통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 시점에 전세권설정자가 전세권자에게 전세금을 먼저 돌려줘 버리면, 저당권자는 손 쓸 틈도 없이 담보 자체를 잃을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전세권 존속기간이 만료된 뒤 저당권자가 반드시 챙겨야 할 물상대위권 행사 방법과,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전세권설정자와의 항변·상계 다툼을 정리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전세권저당권 — 전세권도 저당권의 목적물이 될 수 있다
부동산에만 저당권을 설정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민법 제371조는 지상권과 전세권도 저당권의 목적물이 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전세권은 등기된 물권으로서 그 자체로 재산적 가치를 가지므로, 전세권자가 이 전세권을 담보로 은행이나 개인 채권자로부터 돈을 빌리고 그 채권자 앞으로 저당권을 설정해 주는 거래가 실무에서 드물지 않게 이루어집니다.
전세권이 존속하는 동안에는 이 저당권도 일반 부동산 저당권과 크게 다르지 않게 작동합니다. 채무자가 변제를 못 하면 저당권자는 전세권 자체에 대해 경매를 신청해 그 환가대금에서 우선변제를 받을 수 있습니다. 문제는 전세권이 부동산과 달리 처음부터 기간이 정해진 물권이라는 데 있습니다. 그 기간이 끝나는 순간부터 저당권자가 쓸 수 있는 방법 자체가 달라지는데, 이 지점을 놓치는 저당권자가 적지 않습니다.
전세권도 민법 제371조에 따라 저당권의 목적물이 될 수 있지만, 부동산 저당권과 달리 존속기간이 끝나면 저당권을 실행하는 방법 자체가 달라진다.
존속기간이 끝나면 벌어지는 일 — 용익물권적 권능의 소멸
전세권 존속기간이 만료되면 전세권이 가진 두 가지 성격 중 하나가 먼저 사라집니다. 대법원 1999. 9. 17. 선고 98다31301 판결은 전세권의 존속기간이 만료되면 전세권의 용익물권적 권능은 소멸하고, 전세금을 반환받을 때까지의 담보물권적 권능만 남아 존속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용익물권적 권능이 사라진다는 것은 목적물을 사용·수익할 권리 자체가 없어진다는 뜻이고, 이 때문에 저당권자는 더 이상 전세권 자체를 목적물로 삼아 경매를 신청할 수 없게 됩니다. 저당권의 목적물이던 전세권이 실질적으로 형태를 바꿔버렸기 때문입니다.
같은 판결은 이 상황에서 저당권의 효력이 어디로 옮겨가는지도 함께 정리합니다. 전세권에 갈음하여 존속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전세금반환채권에 저당권의 효력이 미친다는 것인데, 이는 민법 제370조·제342조가 정한 물상대위의 법리를 준용한 결과입니다. 실무에서 이 전환이 위험한 이유는, 등기부에는 여전히 전세권저당권이 그대로 남아 있어도 실제 그 효력이 미치는 대상은 눈에 보이지 않는 채권으로 바뀌어 있다는 데 있습니다. 전세권설정자가 이 사정을 모르거나 무시하고 전세권자에게 곧바로 전세금을 지급해버리면, 저당권자는 뒤늦게 나서봐야 이미 지급된 돈을 돌려받기 어려운 상황에 놓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전세금 3억 원짜리 전세권에 채권최고액 2억 원의 저당권을 설정해 두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존속기간이 끝나는 날까지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사이, 전세권설정자가 새 임차인을 들이기 위해 기존 전세권자에게 전세금 3억 원을 그대로 반환해버리면 저당권자가 담보로 믿었던 2억 원의 회수 근거는 사라집니다. 이후 전세권자를 상대로 별도 소송을 제기해 채권을 회수해야 하는데, 이미 전세권자가 그 돈을 다른 채무 변제나 새 주거지 마련에 써버렸다면 회수 가능성은 현저히 낮아집니다. 존속기간 만료와 동시에 물상대위권을 행사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존속기간 만료로 전세권의 용익물권적 권능은 사라지지만, 전세금을 반환받을 때까지 담보물권적 권능은 남는다 — 대법원 1999. 9. 17. 선고 98다31301 판결.
물상대위권 행사 — 전세금반환채권을 압류해야 하는 이유
민법 제342조는 저당권의 목적물이 멸실·훼손되거나 공용징수된 경우 저당권설정자가 받을 금전 기타 물건에 대해서도 저당권을 행사할 수 있되, 저당권자는 그 지급 또는 인도 전에 압류하여야 한다고 정합니다. 이 규정은 민법 제370조에 의해 전세권을 목적으로 한 저당권에도 그대로 준용됩니다. 즉 전세권저당권자가 존속기간 만료 후 자신의 권리를 지키려면, 전세금반환채권에 대해 민사집행법 제273조가 정한 채권 등에 대한 담보권 실행 절차를 통해 압류 및 추심명령이나 전부명령을 받아야 합니다.
압류가 왜 필수적인지는 물상대위 제도의 성격을 보면 분명해집니다. 물상대위권은 저당권의 목적물이 변형된 형태, 즉 금전채권으로 바뀐 뒤에도 저당권자의 우선변제권을 이어주는 제도이지만, 제3자가 먼저 그 채권을 압류하거나 전세권설정자가 전세권자에게 이미 지급을 마쳐버리면 물상대위권을 행사할 대상 자체가 사라집니다. 그래서 판례는 지급 또는 인도 전 압류를 물상대위권 행사의 요건으로 엄격하게 요구합니다. 98다31301 판결도 저당권자가 전세금반환채권에 대해 제3자가 실시한 강제집행절차에서 배당요구를 하는 방법으로도 물상대위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어, 압류 외에 배당요구도 하나의 경로가 됩니다.
압류 및 추심명령 — 제3채무자인 전세권설정자로부터 직접 추심하는 방법.
압류 및 전부명령 — 확정되면 전세금반환채권 자체가 저당권자에게 이전되는 방법.
배당요구 — 제3자가 이미 전세금반환채권에 대해 강제집행을 진행 중이라면 그 절차에 참가하는 방법.
세 방법 모두 전세권설정자가 전세권자에게 전세금을 지급하기 전에 이루어져야 효력이 있다.
적법한 기간 내에 적법한 방법으로 물상대위권을 행사한 저당권자는 전세권자에 대한 일반채권자보다 우선하여 변제를 받을 수 있다.
전세권설정자의 상계 항변 — 저당권자의 우선변제권과 부딪힐 때
물상대위권을 제때 행사했다고 끝이 아닙니다. 대법원 2014. 10. 27. 선고 2013다91672 판결은 전세권설정자가 전세권자에 대해 별도로 가지고 있던 채권을 근거로, 저당권자가 청구하는 전세금반환채권과 상계를 주장할 수 있는지를 다뤘습니다. 이 판결은 저당권자의 우선변제권을 보호하기 위해 원칙적으로는 상계를 부정하되, 전세권설정자가 가진 반대채권이 저당권 설정보다 앞서 존재하는 등 그의 합리적인 신뢰를 보호할 필요가 있는 예외적인 사정이 있다면 상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이 법리가 저당권자에게 주는 실무적 시사점은 명확합니다. 저당권을 설정받기 전에 전세권설정자와 전세권자 사이에 별도의 채권채무 관계가 있는지를 미리 확인해두는 쪽이 안전하다는 것입니다. 상계 항변이 받아들여지면 물상대위권을 적법하게 행사했더라도 실제로 회수할 수 있는 금액이 그만큼 줄어들 수 있고, 사전에 이런 사정을 파악하지 못했다면 대응이 늦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전세권설정자가 대항할 수 있는 사유 — 압류 전에 이미 발생한 항변
대법원 2021. 12. 30. 선고 2018다268538 판결은 여기에 한 가지 원칙을 더 확인해 줍니다. 전세권저당권자가 물상대위권을 행사해 전세금반환채권에 대해 압류 및 추심명령이나 전부명령을 받더라도, 제3채무자인 전세권설정자는 그 압류명령 등이 송달되기 전에 이미 발생한 항변사유는 일반적인 채권집행 법리에 따라 저당권자에게 그대로 주장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변제나 상계처럼 압류 전에 이미 성립한 사유라면, 저당권자가 뒤늦게 압류 절차를 밟았다는 이유만으로 그 항변이 막히지는 않습니다.
이 판결은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을 담보할 목적으로 설정된 전세권, 이른바 담보목적 전세권의 법률관계까지 함께 다루고 있어 실무 참고 범위가 넓습니다. 저당권자 입장에서 이 리스크를 줄이는 방법은 결국 시간과의 싸움입니다. 존속기간 만료가 다가올수록 전세권설정자와 전세권자 사이에 새로운 항변사유가 쌓일 여지가 늘어나므로, 만료 즉시 압류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해 그 사이의 공백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물상대위권 행사 시기를 놓쳤을 때 — 소멸시효와 실기 위험
전세금반환채권도 하나의 금전채권인 이상 민법 제162조 제1항에 따른 일반채권의 소멸시효, 즉 10년의 적용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전세권저당권자가 존속기간 만료 직후 바로 압류하지 않고 시간을 끌다가 전세권설정자가 전세권자에게 전세금을 반환해버리면, 물상대위권 자체를 행사할 대상이 사라져 소멸시효를 따질 것도 없이 담보를 잃게 됩니다. 반대로 전세권설정자가 전세금 반환을 미루고 있는 상태라면 채권 자체는 살아있지만, 그 사이 전세권자에 대한 다른 채권자가 먼저 압류·전부명령을 받아 채권을 선점해버릴 위험도 함께 커집니다.
실기의 위험은 단순히 시간이 흘렀다는 사실만으로 발생하지 않고, 그 사이 벌어지는 세 가지 상황, 즉 전세권설정자의 임의 지급, 제3자의 선행 압류, 전세권설정자·전세권자 사이 새로운 상계 사유의 발생이 복합적으로 맞물려 나타납니다. 저당권자로서는 이 세 가지를 동시에 차단하는 방법이 결국 존속기간 만료 즉시 압류 절차에 착수하는 것이며, 이를 미루면서 얻을 실익은 거의 없습니다.
실무에서 놓치기 쉬운 절차 — 존속기간 만료 전후 체크리스트
전세권저당권자가 존속기간 만료를 앞두고 챙겨야 할 절차는 단순히 '기간이 끝나면 압류한다'는 한 문장으로 요약되지 않습니다. 만료일이 다가오면 등기부등본으로 전세권의 존속기간과 순위, 그 사이 새로 설정된 권리가 있는지부터 다시 확인해야 합니다. 그리고 만료가 임박한 시점에는 전세권설정자에게 물상대위권을 행사할 예정이라는 사실을 내용증명 등으로 미리 알려, 전세권설정자가 사정을 모른 채 전세권자에게 곧바로 전세금을 지급해버리는 상황을 막는 것이 실무적으로 유효합니다.
존속기간이 만료되는 즉시 전세금반환채권에 대한 압류 및 추심명령이나 전부명령을 신청하고, 만약 다른 채권자가 이미 그 채권에 대해 강제집행절차를 진행 중이라면 압류 대신 배당요구로 전환할 수 있는지도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전세권설정자와 전세권자 사이에 상계로 이어질 수 있는 별도 채권관계가 있는지, 압류 전에 이미 발생한 항변사유가 존재하는지도 함께 파악해두어야 실제 회수 단계에서 예상치 못한 감액을 피할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전세권 존속기간이 끝나면 저당권은 자동으로 없어지나요?
A. 전세권의 용익물권적 권능은 소멸하지만, 전세금을 반환받을 때까지 담보물권적 권능은 남는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입니다. 저당권자는 전세금반환채권에 물상대위권을 행사해 권리를 지킬 수 있어 저당권이 곧바로 소멸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압류 등 절차를 밟지 않으면 사실상 실효성을 잃을 수 있습니다.
Q. 물상대위권을 행사하지 않고 그냥 기다리면 어떻게 되나요?
A. 전세권설정자가 전세권자에게 전세금을 먼저 지급해버리면 물상대위권을 행사할 대상 자체가 사라져, 저당권자는 우선변제를 받을 방법을 잃게 됩니다. 판례가 지급 또는 인도 전 압류를 요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Q. 전세권설정자가 전세권자에게 받을 돈이 있다며 상계를 주장하면 저당권자는 전혀 받을 수 없나요?
A. 원칙적으로 저당권자의 우선변제권 보호를 위해 상계는 부정되지만, 전세권설정자의 반대채권이 저당권 설정 전부터 존재해 그의 합리적 신뢰를 보호할 필요가 있는 등 예외적인 사정이 있으면 상계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사안마다 개별적인 판단이 필요합니다.
Q. 압류 및 추심명령과 전부명령 중 어느 쪽이 유리한가요?
A. 추심명령은 제3채무자로부터 직접 추심하는 방식이고, 전부명령은 확정되면 채권 자체가 저당권자에게 이전되어 독점적으로 회수할 수 있습니다. 다만 전부명령을 받으면 제3채무자가 가진 항변사유까지 그대로 인수하게 되는 점은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Q. 배당요구만으로도 물상대위권을 행사할 수 있나요?
A. 제3자가 이미 전세금반환채권에 대해 강제집행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면, 별도로 압류하지 않고 그 절차에서 배당요구를 하는 방법으로도 물상대위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입니다.
Q. 전세권설정자가 압류명령 송달 전에 발생한 사유로 항변하면 저당권자는 대응할 방법이 없나요?
A. 압류 및 추심명령이나 전부명령이 송달되기 전에 이미 발생한 변제·상계 등 항변사유는 전세권설정자가 저당권자에게 그대로 주장할 수 있다는 것이 판례입니다. 저당권자로서는 존속기간 만료 즉시 신속하게 절차를 진행해 이런 항변사유가 쌓일 시간을 줄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맺음말
전세권에 저당권을 설정해 두었다는 사실만으로 안심할 수 있는 기간은 존속기간이 끝나는 순간까지입니다. 그 이후부터는 전세권 자체가 아니라 전세금반환채권을 대상으로, 지급 전 압류라는 요건을 갖춰 물상대위권을 행사해야 우선변제를 받을 수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전세권설정자의 상계 항변, 압류 전 발생한 항변사유까지 겹치면 실제 회수 가능한 금액이 예상보다 줄어들 수 있어, 만료 시점을 미리 파악해두고 절차를 서두르는 것이 결과를 좌우합니다.
특히 수원을 비롯한 경기남부 지역에서는 전세를 낀 부동산 담보대출이나 개인 간 전세권부 채권 거래가 꾸준히 이루어지는 만큼, 전세권 존속기간이 다가오는 시점부터 등기부와 채권관계를 미리 점검해 물상대위권 행사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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