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중 땅이 오래전부터 종원 개인 이름으로 등기되어 있는 경우는 드물지 않습니다. 명의신탁은 부동산실명법상 원칙적으로 무효인데 종중 땅만은 등기를 돌려받을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어느 쪽이 맞는지 헷갈려하시는 분이 많습니다. 실제로 부동산실명법은 종중에 대해 별도의 특례를 두고 있지만, 그 특례에는 조건이 붙어 있어 모든 종중 땅에 자동으로 적용되지는 않습니다. 이 글에서는 종중 명의신탁에 특례가 적용되는 요건이 무엇이고 특례가 깨지면 무엇이 달라지는지, 소유권을 실제로 돌려받으려면 어떤 증명과 절차를 거쳐야 하는지 정리해 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부동산실명법 제8조 — 종중 명의신탁만 무효를 면하는 이유
부동산실명법은 제3조 제1항에서 실권리자 명의로 등기하도록 의무를 지우고, 제4조에서 명의신탁약정과 그에 따른 등기를 무효로 선언합니다. 원칙만 놓고 보면 종중 땅을 종원 이름으로 돌려놓은 등기도 무효입니다. 그런데 같은 법 제8조 제1호는 종중이 보유한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종중 외의 자 명의로 등기한 경우, 조세 포탈·강제집행의 면탈·법령상 제한의 회피를 목적으로 하지 않았다면 제4조부터 제7조까지와 제12조 제1항·제2항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이 특례가 적용되면 명의신탁약정과 등기가 그대로 유효해집니다. 유효한 명의신탁에서는 소유권이 이른바 관계적으로 갈립니다. 대내적으로는 종중이 진짜 소유자이고, 대외적으로는 등기부에 이름이 올라 있는 수탁자가 소유자로 취급됩니다. 종중이 소유권을 돌려받는 통로는 여기서 나옵니다. 약정이 유효하니 종중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언제든 명의신탁을 해지할 수 있고, 해지를 원인으로 수탁자에게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즉 특례의 실질적 효과는 "종중 땅이니 당연히 종중 것"이라는 확인이 아니라, 해지라는 회수 경로를 열어 두는 데 있습니다.
특례는 종중 소유를 곧바로 확인해 주는 조항이 아니라, 명의신탁약정을 유효로 인정해 '해지 후 이전등기'라는 회수 경로를 열어 주는 조항이다.
특례가 깨지는 세 가지 목적 — 실무에서는 농지가 가장 위험하다
제8조는 무조건적인 면제가 아닙니다. 조세 포탈, 강제집행의 면탈, 법령상 제한의 회피라는 세 가지 목적 중 하나라도 인정되면 특례는 통째로 배제됩니다. 조세 포탈은 종합부동산세 합산을 피하려고 여러 종원에게 쪼개 등기한 경우처럼 세 부담을 낮추려는 의도가 드러날 때, 강제집행의 면탈은 종중이나 신탁자에게 채권자가 있는 상태에서 책임재산을 빼돌린 사정이 보일 때 문제 됩니다. 목적이 있었는지는 명의신탁을 할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하므로, 등기 이후 우연히 세금이 줄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특례가 깨지지는 않습니다.
실무에서 종중이 가장 많이 걸리는 지점은 세 번째, 법령상 제한의 회피입니다. 농지법 제6조 제1항은 자기의 농업경영에 이용하거나 이용할 자가 아니면 농지를 소유하지 못하도록 정하고 있어, 농업경영 주체가 되기 어려운 종중이 농지를 직접 취득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막혀 있습니다. 그래서 위토(位土)나 선산 아래 논밭을 종원 개인 명의로 등기해 둔 사안에서, 그 등기 자체가 농지법의 취득 제한을 피하려는 것이었다고 평가되어 특례 적용이 부정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허가를 피하려고 개인 명의를 빌린 경우도 같은 범주에 들어갑니다.
조세 포탈 목적 — 종부세 합산 회피, 취득세·양도세 부담 축소를 노린 분산 등기 정황.
강제집행 면탈 목적 — 채권자의 압류·경매를 앞두고 책임재산을 종원 명의로 옮긴 정황.
법령상 제한 회피 목적 — 농지법상 취득 제한, 토지거래허가, 각종 소유 상한 규정의 우회.
판단 기준 시점 — 명의신탁을 한 당시. 사후에 생긴 결과만으로 목적을 인정하지는 않는다.
특례가 배제되면 — 등기 무효에 과징금·형사처벌까지 따라온다
특례가 배제되면 제4조가 되살아나 명의신탁약정과 등기는 무효가 됩니다. 그렇다고 종중이 곧바로 땅을 잃는 것은 아니고, 어떤 방식으로 등기가 넘어갔는지에 따라 회수 경로가 달라집니다. 종중이 이미 소유하던 땅을 종원 앞으로 넘긴 이른바 양자간 명의신탁이라면 등기만 무효이므로 소유권은 여전히 종중에 있고, 종중은 소유권에 기하여 그 등기의 말소를 청구하면 됩니다. 반면 매도인에게서 곧바로 종원 앞으로 등기를 넘긴 삼자간 등기명의신탁이라면 매도인과 종중 사이의 매매계약은 유효하므로, 종중은 매도인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보전하기 위해 매도인을 대위하여 수탁자 명의 등기의 말소를 구한 뒤 매도인으로부터 이전등기를 받는 순서를 밟게 됩니다.
문제는 등기 회수와 별개로 제재가 함께 온다는 점입니다. 제5조의 과징금은 부동산평가액을 기준으로 5억원 이하 5%, 5억원 초과 30억원 이하 10%, 30억원 초과 15%의 비율에, 의무위반 경과기간을 기준으로 1년 이하 5%, 1년 초과 2년 이하 10%, 2년 초과 15%의 비율을 더해 산정하고, 그 합계를 부동산평가액에 곱합니다. 과징금을 맞고도 실명등기를 하지 않으면 제6조의 이행강제금이 1년 경과 시 부동산평가액의 10%, 다시 1년이 지나면 20% 부과됩니다. 여기에 제7조는 명의신탁자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 명의수탁자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특례 배제는 '등기를 못 돌려받는다'는 문제가 아니라, 회수 경로가 복잡해지는 동시에 과징금·이행강제금·형사처벌이 한꺼번에 얹히는 문제다.
종중 소유라는 사실은 종중이 증명해야 한다 — 법원이 보는 자료
재판에서 첫 관문은 특례가 아니라 증명입니다. 명의신탁을 주장하는 쪽이 그 사실을 증명해야 하고, 등기명의인 쪽이 자신의 취득 경위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는 사정만으로 명의신탁이 곧바로 인정되지는 않습니다. 대법원 1998. 9. 8. 선고 98다13686 판결은 사정 이전의 취득 경위에 관한 등기명의인의 주장은 명의신탁 주장에 대한 부인에 해당할 뿐이어서, 그 주장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해서 당연히 명의신탁 사실이 인정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시했습니다. 등기의 추정력을 깨는 부담은 종중이 진다는 뜻입니다.
법원이 실제로 보는 것은 명의신탁 당시 어느 정도 유기적 조직을 갖춘 종중이 존재했는지, 그 부동산이 종중 소유로 되기까지의 과정과 등기가 그 사람 앞으로 넘어간 경위가 설명되는지, 그리고 그 뒤 누가 실질적으로 관리해 왔는지입니다. 종중의 실체 자체가 다투어지는 경우도 많은데, 대법원 2005. 7. 21. 선고 2002다1178 전원합의체 판결은 공동선조와 성과 본을 같이하는 후손은 성별의 구별 없이 성년이 되면 당연히 종중의 구성원이 된다고 보았으므로, 종원 범위를 남성으로만 잡아 둔 오래된 규약과 명부는 그 자체가 분쟁의 씨앗이 됩니다.
매수 경위 자료 — 매매계약서, 매수자금이 종중 계좌에서 나갔음을 보여 주는 금융거래 내역.
관리 자료 — 재산세 납부 영수증, 임대료·경작료 수령 내역, 등기권리증을 종중이 보관해 온 사실.
제사·분묘 자료 — 선산과 분묘의 현황, 위토 지정 경위, 봉제사와 시제 관련 기록.
조직 자료 — 종중 규약, 대표자 선임 결의, 역대 총회 회의록과 소집통지 자료, 족보.
소를 내기 전 관문 — 종중총회 결의를 빠뜨리면 본안 판단도 못 받는다
종중 재산은 민법 제275조의 총유에 해당하고, 민법 제276조 제1항은 총유물의 관리와 처분은 사원총회의 결의에 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대법원 2005. 9. 15. 선고 2004다44971 전원합의체 판결은 총유재산에 관한 소송은 법인 아닌 사단이 그 명의로 사원총회의 결의를 거쳐 하거나 구성원 전원이 당사자가 되어 필수적 공동소송의 형태로 해야 하고, 구성원은 설령 대표자라 하더라도 개인 자격으로는 당사자가 될 수 없으며, 이는 총유재산의 보존행위로서 소를 제기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판단했습니다.
실무에서 이 관문에 걸리면 명의신탁 사실을 아무리 잘 증명해도 소가 각하되어 본안 판단 자체를 받지 못합니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총회 결의 그 자체보다 소집통지입니다. 소집권자가 규약이나 종래의 관례에 따라 소집하되, 소재가 파악되는 종원 모두에게 통지가 가야 하고 일부 종원에게 통지가 빠지면 그 결의는 무효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앞서 본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성년 여성 후손도 당연히 종원이므로, 여성 종원에게 통지를 보내지 않은 채 열린 총회는 결의의 효력부터 공격받습니다. 소송을 준비한다면 종원 명부를 다시 정리하고 통지 발송 내역을 우편물 기록으로 남겨 두는 작업이 먼저입니다.
명의신탁 해지 후 누구를 상대로 무엇을 청구하나
절차는 해지의 의사표시로 시작합니다. 종중총회 결의로 해지와 소 제기를 정한 뒤 수탁자에게 해지를 통지하고, 명의신탁 해지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는 흐름입니다. 수탁자가 이미 사망했다면 상속인들이 수탁자의 지위를 승계하므로 상속인 전원을 상대로 각자의 상속지분에 관하여 이전등기를 청구하게 되고, 여러 종원 공동명의로 되어 있다면 각 공유지분별로 청구를 특정해야 합니다. 등기부상 명의인이 바뀔 위험이 있다면 소 제기와 함께 처분금지가처분으로 등기를 묶어 두는 것이 사실상 필수입니다.
청구권을 종중이 아닌 다른 사람 이름으로 행사하려는 시도는 막혀 있습니다. 대법원 2021. 6. 3. 선고 2018다280316 판결은 명의신탁 해지로 인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양도하더라도 명의수탁자가 그 양도에 동의하거나 승낙하지 않았다면 양수인이 명의수탁자를 상대로 직접 소유권이전등기를 청구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결국 원고는 종중 자신이어야 합니다. 승소해 등기를 넘겨받을 때는 종중 명의로 바로 등기할 수 있습니다. 부동산등기법 제26조가 법인 아닌 사단의 등기신청을 허용하고 있어 종중을 등기명의인으로 하되 대표자나 관리인을 함께 기록하며, 이를 위해 부동산등기법 제49조에 따라 시장·군수·구청장에게서 부동산등기용등록번호를 미리 부여받아 두어야 합니다.
수탁자가 이미 팔아버린 뒤라면 — 대외적 소유권이 만드는 결과
특례로 유효한 명의신탁에서 대외적 소유자는 수탁자입니다. 따라서 수탁자가 제3자에게 팔고 등기를 넘겨 버리면, 그 제3자는 명의신탁 사실을 알았는지 몰랐는지와 관계없이 유효하게 소유권을 취득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제3자가 수탁자의 배신행위에 적극 가담한 반사회적 법률행위에 해당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증명되어야 비로소 그 등기를 다툴 여지가 생깁니다. 그 문턱을 넘지 못하면 종중에게 남는 것은 땅이 아니라 수탁자에 대한 청구, 즉 매각대금 상당의 손해배상이나 부당이득 반환 청구입니다. 명의신탁 해지 통지를 미루는 사이 처분이 이루어지는 사례가 많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형사 대응을 검토할 때는 최근 판례 지형을 정확히 구분해야 합니다. 대법원 2021. 2. 18. 선고 2016도18761 전원합의체 판결은 부동산실명법에 위반하여 무효인 양자간 명의신탁에서 명의수탁자가 신탁받은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더라도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이 판결의 전제는 명의신탁약정이 무효라는 점이므로, 특례로 약정 자체가 유효한 종중 사안에 그 결론을 그대로 대입할 수는 없습니다. 또한 대법원 2022. 5. 12. 선고 2019다249428 판결은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부동산을 점유한 명의신탁자는 소유권을 취득하지 못한다는 사정을 알고 점유한 것이어서 자주점유로 볼 수 없다고 보았으므로, 오래 점유했으니 시효취득하겠다는 우회로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종중 땅이면 명의신탁이라도 무조건 돌려받을 수 있나요?
A. 무조건은 아닙니다. 부동산실명법 제8조 제1호의 특례는 조세 포탈·강제집행 면탈·법령상 제한 회피 목적이 없을 것을 조건으로 하고, 그 앞에 종중 소유라는 사실 자체를 종중이 증명해야 한다는 관문이 하나 더 있습니다. 두 관문을 통과해야 해지를 원인으로 한 이전등기 청구가 실질적인 의미를 갖습니다.
Q. 특례가 부정되면 땅을 완전히 잃게 되나요?
A. 그렇지는 않습니다. 종중이 소유하던 땅을 넘긴 양자간 명의신탁이라면 등기만 무효여서 소유권은 종중에 남아 있고 말소등기를 청구할 수 있으며, 매도인에게서 바로 넘긴 삼자간 등기명의신탁이라면 매도인을 대위해 등기를 정리한 뒤 이전받는 경로가 있습니다. 다만 과징금과 형사처벌이 함께 문제 되므로 사실관계 확정이 먼저입니다.
Q. 명의수탁자가 사망했고 상속인들이 자기 땅이라고 주장합니다.
A. 상속인은 명의수탁자의 지위를 그대로 승계하므로, 종중은 상속인 전원을 상대로 각 상속지분에 관하여 명의신탁 해지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세대가 바뀌면 매수자금 출처나 관리 경위를 아는 사람이 줄어 증명이 어려워지므로, 자료 확보와 처분금지가처분을 서둘러야 합니다.
Q. 종중 명의로 바로 등기가 되나요?
A. 됩니다. 부동산등기법 제26조가 법인 아닌 사단의 등기신청을 허용하므로 종중을 등기명의인으로 하고 대표자나 관리인을 함께 기록합니다. 다만 그 전에 시장·군수·구청장에게서 부동산등기용등록번호를 부여받아야 하고, 규약과 대표자 선임을 증명하는 서류가 갖춰져 있어야 합니다.
Q. 종중 대표자 개인 이름으로 소송해도 되나요?
A. 안 됩니다. 총유재산에 관한 소송은 종중이 사원총회 결의를 거쳐 종중 명의로 하거나 구성원 전원이 필수적 공동소송으로 해야 하고, 대표자라 하더라도 개인 자격으로는 당사자가 될 수 없습니다. 보존행위라는 이유로도 예외가 인정되지 않아, 결의를 빠뜨리면 본안 판단 없이 소가 각하될 수 있습니다.
Q. 수십 년 전 일인데 지금도 청구할 수 있나요?
A. 명의신탁이 유효하게 유지되는 동안에는 종중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언제든 해지할 수 있고, 이전등기청구권은 해지를 함으로써 비로소 행사할 수 있게 됩니다. 다만 특례가 부정되어 삼자간 등기명의신탁으로 처리되는 경우에는 매도인에 대한 청구권의 시효가 쟁점이 될 수 있어, 점유·관리 상태를 함께 정리해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맺음말
종중 명의신탁은 부동산실명법이 예외를 인정한 몇 안 되는 영역이지만, 그 예외는 목적 심사와 증명이라는 두 관문을 통과한 경우에만 작동합니다. 특히 위토나 선산 아래 농지처럼 애초에 종중 명의로 취득하기 어려웠던 토지는 법령상 제한 회피로 평가될 위험이 있어, 같은 종중 재산이라도 필지마다 결론이 갈릴 수 있습니다. 등기를 돌려받는 일 자체보다 어느 필지에 어떤 경로로 등기가 넘어갔는지를 먼저 정리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절차 면에서는 종중총회 결의와 소집통지가 승패를 가르는 경우가 많고, 수탁자나 그 상속인의 처분이 이루어지면 회수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 있어 시점 관리도 중요합니다. 선산과 위토가 남아 있는 양평·처인 일대처럼 종중 토지 분쟁이 반복되는 지역이라면, 명부와 규약, 매수자금 자료부터 점검해 보시길 권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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