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 디자인 대금, 수정 불만족을 이유로 깎겠다고 한다면
사건 개요
프리랜서 디자이너에게 가장 자주 찾아오는 문제 가운데 하나가 "작업은 다 끝냈는데 대금을 온전히 주지 않겠다고 한다"는 상황입니다. 발주처는 시안을 받아 보고 몇 차례 수정을 요구한 뒤, 어느 시점부터 "처음 생각했던 느낌이 아니다", "기대한 퀄리티에 못 미친다"는 말을 꺼내기 시작합니다. 그러다 잔금 지급일이 되면 약정한 금액의 절반이나 70퍼센트만 송금하면서 "이 정도가 적정하다"고 통보합니다. 그사이 결과물은 이미 발주처의 홈페이지나 인쇄물에 그대로 쓰이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디자이너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밖에 없습니다. 요구받은 수정은 모두 반영했고, 계약에 없던 컨셉 변경까지 받아 주었는데 돌아온 것이 "만족스럽지 않으니 깎겠다"는 통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성실하게 했다"는 항변만으로는 한 푼도 회복되지 않습니다. 법은 이 문제를 발주처의 만족도가 아니라, 당사자가 무엇을 하기로 약정했고 그 약정한 일이 완성되어 넘어갔는가라는 틀로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발주처가 단지 결과물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대금을 깎을 수는 없습니다. 디자인 외주는 대체로 일의 완성을 목적으로 하는 도급계약이고(민법 제664조), 일이 완성되어 인도되었다면 보수는 그 인도와 동시에 지급되어야 합니다(민법 제665조 제1항). 다만 같은 사안이라도 결과는 크게 갈립니다. 그 차이는 작업의 완성도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계약 범위와 수정 횟수가 증명 가능한 형태로 남아 있는가에서 비롯됩니다.
핵심 쟁점
이런 사건에서 실제로 판단의 갈림길이 되는 것은 크게 네 가지입니다. 첫째, 합의된 작업 범위가 어디까지였는지 — 산출물의 종류·수량·용도와 대금에 포함된 수정 횟수입니다. 둘째, 발주처가 말하는 '불만족'이 법적 의미의 하자인지, 아니면 계약 이후에 바뀐 취향에 불과한지입니다. 셋째, 하자가 일부 인정되더라도 그것을 이유로 대금 전액의 지급을 거절할 수 있는지, 아니면 거절 범위가 제한되는지입니다(민법 제667조). 넷째, 상대가 사업자라면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의 부당감액 금지가 민사 청구와 별도로 작동하는지입니다.
이 네 가지는 순서대로 이어져 있습니다. 범위와 수정 횟수가 특정되지 않으면 '약정된 수정'과 '새로운 요구'를 구분할 수 없고, 그 구분이 서지 않으면 하자 다툼은 시작조차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승패는 결과물의 미적 완성도가 아니라, 무엇을 하기로 했는지를 처음부터 기록으로 남겨 두었는가에서 사실상 결정됩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계약 범위와 수정 횟수를 '합의된 내용'으로 확정하기
대금을 깎겠다는 주장은 거의 예외 없이 "약속한 수준에 못 미친다"는 말로 시작합니다. 그 말을 반박하려면 먼저 '약속한 수준'이 무엇이었는지가 특정되어야 합니다. 이런 사건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 순서로 계약의 내용을 복원합니다.
1) 계약서가 없어도 계약 내용은 복원됩니다.
디자인 외주는 견적서 한 장과 메신저 대화만으로 시작되는 일이 흔합니다. 그러나 계약은 서면이 있어야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청약과 승낙의 합치로 성립하므로, 계약서가 없다는 사정이 곧바로 불리한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견적서와 그에 대한 발주처의 승낙 표시, 작업 착수 지시, 산출물 목록과 일정이 오간 메신저·이메일, 선금 입금 내역과 세금계산서를 시점 순으로 배열해 '무엇을 얼마에 하기로 했는가'를 하나의 문서로 재구성합니다. 흩어져 있던 대화가 시간 순서로 정렬되는 순간, 발주처가 뒤늦게 주장하는 범위가 실제 합의와 다르다는 점이 눈에 보이는 형태로 드러납니다.
2) '약정된 수정'과 '새로운 발주'의 경계선을 긋습니다.
분쟁의 실체는 대개 품질이 아니라 범위입니다. 시안 3안에 수정 2회 포함이라는 조건으로 시작했는데, 발주처가 컨셉 자체를 바꾸거나 산출물 규격을 추가하면서 그것까지 '수정'이라 부르는 것입니다. 그래서 요구받은 변경을 하나씩 최초 합의 범위와 대조해, 같은 방향 안에서의 다듬기인지 아니면 새로운 창작을 요구하는 별개의 일인지 분류합니다. 후자로 분류되는 부분은 감액의 근거가 되기는커녕 오히려 추가 보수를 청구할 근거가 되며, 이 정리만으로 발주처의 감액 주장이 상당 부분 힘을 잃는 경우가 많습니다.
3) 완성과 인도의 시점을 고정합니다.
보수는 완성된 목적물의 인도와 동시에 지급하는 것이 원칙입니다(민법 제665조 제1항). 그래서 최종 산출물을 언제, 어떤 형태로 전달했는지를 남기는 일이 중요합니다. 발주처가 확인을 미루며 시간을 끄는 상황이라면, 완성본을 넘길 준비가 되어 있음을 알리고 수령과 확인을 요구하는 통지를 보내 이행제공의 사실 자체를 고정합니다. 결과물이 이미 발주처의 홈페이지·간판·인쇄물에 사용되고 있다면 그 사용 화면과 시점을 함께 확보합니다. 대금이 부족하다고 말하면서도 결과물을 쓰고 있다는 사정은, 완성물을 받아 이익을 누리고 있다는 유력한 정황이기 때문입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감액 논리를 무너뜨리고 대금을 회수하기
범위가 정리되면 다음은 발주처가 내세우는 감액의 법적 근거를 정면으로 다투는 단계입니다. 이 단계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을 챙깁니다.
1) '마음에 들지 않는다'와 '하자'를 분리합니다.
법이 말하는 하자는 계약에서 정한 내용이나 통상 갖추어야 할 품질에 미치지 못하는 객관적 결함입니다. 약정한 파일 형식으로 납품되지 않았거나 인쇄 규격을 맞추지 못했다면 하자이지만, 색감이나 분위기가 취향에 맞지 않는다는 평가는 하자가 아닙니다. 더구나 결과물이 발주처가 직접 지시한 방향대로 만들어진 것이라면, 도급인의 지시로 생긴 하자에 대해서는 수급인이 담보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원칙(민법 제669조)까지 원용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발주처가 보낸 컨셉 지시·레퍼런스·중간 피드백을 모아, 결과물이 그 지시를 충실히 따른 산물임을 먼저 보입니다.
2) 하자가 인정되더라도 깎을 수 있는 폭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설령 일부 하자가 인정되더라도, 발주처가 그것을 지렛대로 대금 전부를 붙잡아 둘 수는 없습니다. 발주처의 하자보수청구권이나 하자보수에 갈음하는 손해배상채권은 대금지급의무와 동시이행 관계에 있지만(민법 제667조, 제536조), 판례는 하자가 있다는 것만을 이유로 곧바로 보수 지급을 거절할 수는 없고, 거절할 수 있는 범위도 그 하자에 상응하는 금액에 한정된다고 봅니다. 즉 몇 군데 보정이 필요하다면 그 보수에 드는 비용 상당액을 다툴 수 있을 뿐, 나머지 대금은 지급되어야 합니다. 여기에 지급이 늦어진 기간의 지연손해금이 붙고 소송에 이르면 소장 부본 송달 다음 날부터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른 높은 이율이 적용되므로, 이 계산을 협상 단계에서 미리 제시하는 것만으로 태도가 달라지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3) 상대가 사업자라면 하도급법의 감액 금지를 함께 겁니다.
디자인 작업은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 정한 '용역위탁'(지식·정보성과물의 작성 위탁)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상대가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자이고 디자이너 측이 중소기업자에 해당한다면, 정당한 사유 없이 하도급대금을 깎는 행위는 그 자체로 금지됩니다(같은 법 제11조). 이 조항의 진짜 힘은 입증책임에 있습니다. 감액이 정당했다는 점을 원사업자가 증명하지 못하면 위법한 감액으로 판단되므로, "결과물이 부실했다"는 막연한 주장만으로는 방어가 되지 않습니다. 나아가 부당감액에 대해서는 발생한 손해의 3배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배상을 인정할 수 있는 규정도 마련되어 있어, 민사 청구와 공정거래위원회 신고를 함께 놓고 압박의 강도를 조절하는 설계가 가능해집니다.
4) 저작권을 지렛대로 남기고 회수 절차를 고릅니다.
저작권은 창작한 사람에게 발생하므로, 저작재산권을 넘기기로 하는 명시적 약정이 없다면 디자인의 저작권은 디자이너에게 남습니다. 발주처가 기획을 하고 비용을 댔다는 사정만으로 저작권이 자동으로 이전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발주 목적 범위 안에서의 이용은 허락된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으므로, 무턱대고 침해를 주장하기보다 계약에 대금 완납을 조건으로 이용 권한이 발생하도록 정해 두었는지를 먼저 확인해 협상 카드로 씁니다. 회수 절차는 금액과 다툼의 정도에 따라 고릅니다. 상대가 액수만 문제 삼는 정도라면 내용증명 발송 후 지급명령(독촉절차)이 빠르고, 청구액이 3,000만 원 이하라면 소액사건 절차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상대가 범위 자체를 부인하며 본격적으로 다툴 태세라면, 이의로 시간을 잃기보다 처음부터 소를 제기해 범위와 수정 횟수 쟁점을 정면으로 정리하는 편이 낫습니다.
결론
디자인 대금 분쟁은 결과물이 다 나온 뒤에 다투기 시작하면 이미 불리한 자리에서 출발하게 됩니다. 발주처가 "느낌이 조금 다르다"는 말을 처음 꺼내는 바로 그 순간이, 합의된 범위와 남은 수정 횟수를 서면으로 확인해 두어야 하는 시점입니다.
결과를 가르는 것은 작업의 완성도에 대한 주관적 평가가 아니라, 무엇을 하기로 했고 무엇을 넘겨주었는지를 증명 가능한 형태로 얼마나 갖추었는가입니다. 그 준비는 거창한 계약서가 아니라 견적서에 산출물과 수정 횟수를 한 줄 적어 두는 일에서 시작됩니다. 지금 잔금을 두고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다면, 어떤 요구가 계약 범위 밖이었고 상대가 다툴 수 있는 금액은 어디까지인지 대응의 방향과 순서를 한 번 점검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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