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로폰 매수 직후 검거 — 투약 전 사건에서 인정할 범위
사건 개요
텔레그램이나 지인의 소개로 필로폰을 구입하고, 아직 손도 대지 않은 상태에서 검거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른바 '던지기'로 물건을 회수한 직후 잠복해 있던 수사관에게 붙잡히기도 하고, 판매책이 먼저 검거되어 대화방과 계좌 내역을 따라 며칠 뒤에 연락을 받기도 합니다. 당사자는 대개 "쓰지도 않았는데 왜 이렇게까지 되느냐"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은 사용만이 아니라 매매·소지 그 자체를 금지하고 처벌합니다. 필로폰(메트암페타민)은 향정신성의약품 나목에 해당하여, 마약류취급자가 아닌 사람의 매매·소지·투약 등은 같은 법 제4조 제1항 위반으로 제60조 제1항 제2호에 따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조사실에서 가장 먼저 부딪히는 질문은 "샀으면 쓰려던 것 아니냐"입니다. 수사기관은 매수 사실이 확인되면 자연스럽게 투약 여죄로 넘어가고, 이번 건뿐 아니라 과거 이력까지 확인하려 합니다. 문제는 이 국면에서 무엇을 인정하고 무엇을 다툴지 정리되지 않은 채 진술이 시작된다는 점입니다. 겁에 질려 하지도 않은 투약까지 인정해 버리거나, 반대로 이미 증거로 확보된 매수 사실마저 부인해 반성 없는 사람으로 자리매김되는 일이 실제로 자주 벌어집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투약 전에 검거된 사건은 혐의 범위를 사실 단위로 좁힐 여지가 남아 있는 국면입니다. 다만 그 유리함은 "안 썼다"는 말만으로 확보되지 않습니다. 매수가 기수인지 미수인지, 매수와 별도의 소지죄가 붙는지, 투약 부인을 무엇으로 뒷받침하는지, 몰수와 추징이 어디까지 미치는지를 각각 근거로 짚어야 비로소 형태를 갖춥니다.
핵심 쟁점
이런 사건에서 실제 결과를 가르는 지점은 네 가지입니다. 첫째, 매수가 기수인지 미수인지입니다. 판례는 매매행위의 실행 착수 시기를 매도·매수에 근접·밀착하는 행위가 행하여진 때로, 기수 시기를 마약류에 대한 소지의 이전이 완료된 때로 봅니다. 둘째, 매수한 필로폰을 계속 가지고 있던 행위가 매수죄에 흡수되는지, 아니면 별도의 소지죄가 되는지입니다. 셋째, 투약 혐의를 어디까지 다툴 수 있는지이며, 이는 진술이 아니라 소변·모발 감정이라는 객관 영역에서 결정됩니다. 넷째, 압수된 필로폰의 몰수와 매수대금 추징의 범위입니다.
이 네 가지는 "얼마나 뉘우쳤는가"가 아니라 사실과 증거로 갈립니다. 그래서 진술에는 순서가 있습니다. 다툴 수 없는 사실을 명확히 인정해 진술의 신빙성을 먼저 확보하고, 그 신빙성을 근거로 나머지를 다투는 것입니다. 순서가 뒤집히면, 정작 다툴 만한 쟁점까지 "말을 바꾸는 사람"의 주장으로 취급되어 힘을 잃습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인정할 사실을 단위로 쪼개 혐의 범위를 확정하기
"매수는 인정한다"는 한마디는 실은 여러 개의 서로 다른 사실을 한꺼번에 인정하는 말입니다. 주문·송금·수령·보관·전달이 각각 독립된 법적 평가를 받기 때문입니다. 이런 사건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먼저 이 덩어리를 다음 순서로 분해합니다.
1) 수령이 완료됐는지로 기수와 미수를 먼저 가릅니다.
판례는 판매책이 매매 목적물인 마약류를 소지하거나 입수 가능한 상태에 있고 매수인이 그 대금을 송금했다면 매수행위에 근접·밀착하는 행위로서 실행의 착수를 인정하되, 기수는 소지의 이전이 완료된 때로 봅니다. 따라서 대금만 보내고 좌표를 받기 전에 검거되었거나, 좌표를 받았으나 물건을 회수하기 전에 붙잡힌 경우라면 매수 미수에 머물 여지가 있습니다. 미수범도 처벌되지만(같은 법 제60조 제3항), 형법 제25조 제2항에 따라 형을 감경할 수 있는 사유가 됩니다. 그래서 조사 초기에 송금 시각·좌표 수신 시각·회수 시각·검거 시각을 분 단위로 특정해 두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나중에 기록으로 복원하려 하면 이미 "받았다"는 취지의 진술이 조서에 남아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2) 매수와 별개의 소지죄가 붙는지 다툽니다.
매수한 마약을 그대로 가지고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소지죄가 당연히 흡수되지는 않습니다. 대법원 2022. 11. 30. 선고 2022도10658 판결은, 매입 또는 수수한 마약을 처분함이 없이 계속 소지하는 경우 그 소지행위가 매매 등 행위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거나 그에 수반되는 필연적 결과로서 일시적으로 행해진 것으로 평가되지 않는 한, 매수죄에 포괄 흡수되지 않고 별도의 소지죄가 성립한다고 보았습니다. 그 사건에서는 매수 후 장소를 옮겨 일부를 투약하고 남은 것을 주머니에 보관한 행위를 매수와 독립한 별개의 행위로 보아, 소지죄를 무죄로 판단한 원심을 파기했습니다. 뒤집어 말하면, 수령한 자리에서 받은 형태 그대로 곧바로 검거된 사안은 흡수를 주장할 여지가 있습니다. 그래서 수령 후 이동 여부, 보관 장소를 따로 마련했는지, 소분해 나눠 담았는지가 결정적이며, 이 부분을 뭉뚱그려 진술하면 다투지 않아도 될 소지죄가 그대로 얹힙니다.
3) 대신 사 준 사정이 있다면 매도·수수·알선으로 넘어가지 않게 정리합니다.
지인 몫까지 함께 주문했거나 대금을 걷어 물건을 나눠 준 사정이 있으면, 사건의 성격은 매수에서 매도·수수·매매의 알선으로 옮겨 갑니다. 같은 조항으로 처벌되더라도 유통에 관여한 행위로 평가되는 순간 양형의 출발선이 달라지고, 반복성이나 이익 취득이 확인되면 구속 여부에도 직결됩니다. "친구가 부탁해서 대신 사 줬을 뿐"이라는 해명은 스스로 전달 사실을 자인하는 진술이 되기 쉽습니다. 대화 내역과 정산 기록은 이미 확보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부인이 아니라 이익을 취하지 않았다는 점, 1회성이었다는 점, 의뢰 경위와 관계를 함께 남겨 알선·매도라는 법적 평가 자체를 다투는 방향으로 진술을 설계해야 합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투약 혐의와 처분 결과를 객관 자료로 관리하기
혐의 범위를 좁혔더라도, 투약을 둘러싼 다툼과 몰수·추징이 남습니다. 이 영역은 주장이 아니라 감정 결과와 계산으로 결판나므로, 대응 역시 자료를 만드는 방식이어야 합니다.
1) 투약 부인은 말이 아니라 감정 결과로 뒷받침합니다.
소변에서 메트암페타민 성분은 대체로 투약 후 며칠 안에 검출되며, 상습 투약자의 경우 검출 기간이 더 길어질 수 있습니다. 반면 모발은 수개월 전의 흔적까지 남깁니다. 모발이 한 달에 약 1cm 자라는 성질을 이용해, 모근에서 3cm 떨어진 구간에서 성분이 나오면 약 3개월 전 투약으로 추정하는 방식입니다. 그래서 정말 투약 전이라면 지체 없이 소변·모발 채취에 응하는 것이 가장 강력한 방어가 됩니다. 시간을 끌수록 "그 사이 배출됐다"는 반론의 여지를 스스로 만들게 됩니다. 다만 과거 투약 이력이 있다면 소변이 음성이라도 모발에서 드러나므로, 소변 결과만 믿고 전면 부인에 나섰다가 감정 회보로 진술 전체의 신빙성이 무너지는 사태를 피해야 합니다. 아울러 채취 동의와 영장, 봉인·송부 절차가 적법했는지는 증거능력 문제로 별도 점검합니다.
2) 몰수와 추징의 범위를 정확히 다툽니다.
같은 법 제67조는 범죄에 제공된 마약류 등을 몰수하고, 몰수할 수 없을 때에는 그 가액을 추징하도록 정합니다. 추징은 범죄로 얻은 이득을 박탈하는 것이 아니라 징벌적 성질의 처분이어서, 이익을 취한 바 없더라도 법원은 추징을 명합니다. 실무에서는 매수한 필로폰 중 압수되어 몰수되는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에 대응하는 매수대금을 추징액으로 산정합니다. 예컨대 2g을 20만 원에 매수했는데 그중 일부만 압수되었다면, 압수분을 뺀 비율로 추징액이 정해지는 식입니다. 투약 전에 전량이 압수되어 몰수되는 사안은 추징이 남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며, 이는 투약 전 검거가 갖는 실질적 이점 중 하나입니다. 매수 수량과 단가를 확인 없이 인정해 버리면 실제보다 큰 추징이 그대로 확정되므로, 이 숫자는 반드시 근거와 함께 다퉈야 합니다.
3) 처분 단계에서 치료·재활 이력을 미리 편성합니다.
검찰은 초범이면서 사용에 가까운 사안에 대해 교육이수조건부·치료조건부 기소유예를 운용하고 있고, 같은 법 제40조는 마약류 중독 여부 판별과 치료보호를 위한 치료보호기관의 설치·지정을 규정합니다. 유죄가 선고되는 경우에도 같은 법 제40조의2에 따라 수강명령이나 이수명령이 함께 부과됩니다. 즉 재활은 어차피 거치게 되는 절차이므로, 수사 단계에서 먼저 이수해 두면 처분 자체를 가볍게 만드는 자료가 됩니다. 여기에 형법 제52조 제1항의 자수 감경, 그리고 마약범죄 양형기준이 감경 요소로 삼는 진지한 반성과 형사처벌 전력 없음을 함께 갖추면, 매수 사실 인정이 단순한 시인이 아니라 양형 자산으로 바뀝니다.
결론
투약 전에 검거되었다는 사정은 분명 유리한 조건입니다. 그러나 그 유리함은 "쓰지 않았다"는 말이 아니라 송금과 수령의 시각표, 소지의 형태, 감정 결과, 압수·몰수 내역이라는 자료로 증명될 때만 결과에 반영됩니다. 첫 조사에서 정리되지 않은 진술이 조서에 남으면, 그 틀은 하루 만에 굳어 이후 재판까지 따라갑니다.
매수 사실은 다투기 어려운데 투약·소지·전달까지 어디로 번질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면, 무엇을 인정하고 무엇을 어떤 근거로 다툴지 순서를 정한 뒤 조사에 임하는 것이 결과를 바꿉니다. 조사 일정이 잡혀 있다면 그 전에 사실관계를 시각 단위로 정리하고 대응의 방향을 한 번 점검받아 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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