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 권유로 산 비상장주식, 회사가 실체 없었다면 매매 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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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일반/매매손해배상

지인 권유로 산 비상장주식, 회사가 실체 없었다면 매매 취소 

김강희 변호사


지인 권유로 산 비상장주식, 회사가 실체 없었다면 매매 취소


사건 개요


오래 알고 지낸 사람에게서 이런 이야기를 듣는 데서 시작됩니다. "곧 상장한다, 지금 장외에서 사두면 몇 배가 된다." 증권사 창구가 아니라 지인의 입을 통해 들어온 이야기라 오히려 의심이 덜합니다. 계좌로 수천만 원을 보내고 받은 것은 주식매매계약서 한 장, 혹은 그마저도 없이 문자로 받은 "주식 몇 주 배정 완료"라는 답장뿐인 경우도 많습니다. 주권을 받은 적도, 주주명부에 이름이 올라간 것을 확인한 적도 없습니다.

시간이 지나도 상장 소식은 없습니다. 뒤늦게 법인등기부를 떼어 보면 설립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회사에 본점만 여러 번 옮겨 다녔고, 등기된 주소에는 사무실이 없거나 이름만 걸린 공유오피스입니다. 매출이라 할 만한 것도, 직원도 보이지 않습니다. 권유했던 지인은 연락을 피하거나, 연락이 닿아도 "나도 소개만 했을 뿐 나 역시 피해자"라고 말합니다. 정작 돈을 받은 사람은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회사 관계자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회사에 사업의 실체가 없다는 사정을 알면서도 이를 숨기거나 없는 사실을 있는 것처럼 말해 주식을 팔았다면, 매수인은 그 매매를 취소해 대금을 돌려받고 손해배상까지 물을 수 있습니다. 다만 같은 피해액이라도 결과는 크게 갈립니다. 그 차이는 억울함의 크기가 아니라, 매수를 결정하던 그 시점에 어떤 말과 자료가 오갔는지를 증명 가능한 형태로 남겨 두었는가, 그리고 상대방에게 돌려받을 재산이 남아 있는 동안 움직였는가에서 비롯됩니다.


핵심 쟁점


이런 사건에서 실제로 판단의 갈림길이 되는 것은 크게 네 가지입니다. 첫째, 상대방이 한 말이 법적 의미의 '기망'에 해당하는지입니다.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나 기대의 표명은 그 자체로 기망이 아니며, 회사의 매출·자산·사업 실체·상장 절차의 진행 여부처럼 참·거짓을 가릴 수 있는 사실을 거짓으로 말했거나 알면서 숨겼을 때 비로소 기망이 됩니다. 둘째, 권유한 지인과 실제 매도인이 다른 경우 누구에게 무엇을 물을 수 있는지입니다. 민법은 제3자가 사기를 행한 때에는 상대방이 그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에 한하여 취소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어(민법 제110조 제2항), 권유자의 지위를 어떻게 규정하느냐가 곧바로 취소 가능 여부로 이어집니다.

셋째, 시간입니다. 사기를 이유로 한 취소는 추인할 수 있는 날부터 3년, 법률행위를 한 날부터 10년 안에 행사해야 하고(민법 제146조), 불법행위 손해배상은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 불법행위일부터 10년입니다(민법 제766조). 넷째, 상대방에게 집행할 재산이 남아 있는지입니다. 이 네 가지는 서로 이어져 있어, 앞 단계가 무너지면 뒤는 다툴 기회조차 오지 않고, 마지막 단계를 놓치면 이긴 판결문만 남습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매매를 되돌릴 근거를 이중으로 세우기


가장 먼저 무너지는 지점은 "속았다"는 사실 그 자체입니다. 매수인은 분명히 속았다고 느끼지만, 그 느낌만으로는 계약이 되돌아가지 않습니다. 이런 사건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 순서로 사실관계를 재구성합니다.

1) 회사에 실체가 없었다는 점을 객관적 자료로 고정합니다.

"알고 보니 껍데기 회사였다"는 진술은 그 자체로는 증거가 아닙니다. 먼저 법인등기사항전부증명서를 발급받아 설립 시기, 사업목적이 짧은 기간에 여러 차례 바뀌었는지, 본점이 반복해 이전되었는지, 임원이 수시로 교체되었는지, 해산간주나 청산 절차가 진행되었는지를 확인합니다. 이어 국세청 홈택스의 사업자 휴·폐업 조회로 사업자등록이 실제로 유지되고 있었는지를 대조하고, 외부감사 대상 법인이라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의 감사보고서로 매출과 자본잠식 여부를 확인합니다. 상장을 약속했다면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한 사실 자체가 있었는지가 결정적 자료가 됩니다. 등기부상 본점을 직접 찾아가 사무실의 존부를 사진과 함께 확인해 두는 것도 유효합니다.

2) 주주 지위를 실제로 취득했는지부터 따져 별개의 무기를 확보합니다.

돈만 건네고 주권도 받지 못했고 주주명부에도 오르지 못한 사례가 대단히 많습니다. 이때는 회사에 주주명부 열람·등사를 청구해(상법 제396조 제2항) 본인이 주주로 기재되어 있는지를 확인합니다. 기재가 없다면 매도인은 매매의 본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이므로, 사기 취소와는 별개로 이행지체 또는 이행불능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하고 대금 반환을 구할 길이 열립니다(민법 제544조, 제546조). 기망의 입증은 상대방의 내심을 다투는 일이라 다툼이 길어지지만, 주권 미교부와 명의개서 부재는 외형으로 드러나는 사실이어서 다투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이 두 축을 함께 세워 둡니다.

3) 사기 취소와 착오 취소를 예비적으로 함께 구성합니다.

사기에 의한 의사표시는 취소할 수 있고(민법 제110조 제1항), 취소된 법률행위는 처음부터 무효가 되므로(민법 제141조) 매도인은 받은 대금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해야 합니다(민법 제741조). 상대방이 악의의 수익자라면 받은 이익에 이자를 붙여 반환해야 하고, 손해가 있으면 그 배상까지 해야 합니다(민법 제748조 제2항). 다만 기망의 고의를 끝내 입증하지 못할 위험에 대비해, 법률행위 내용의 중요부분에 착오가 있었음을 이유로 한 취소(민법 제109조 제1항)를 함께 세웁니다. 회사에 사업 실체가 있는지는 주식 매매에서 가격 산정의 전제 그 자체이므로 중요부분에 해당한다고 다툴 여지가 큽니다. 착오에 중대한 과실이 있으면 취소가 제한되지만, 상대방이 그 착오를 유발했거나 알면서 이용한 경우에는 표의자에게 중과실이 있더라도 취소할 수 있다는 것이 판례의 확립된 법리이므로, 상대방이 착오를 만들어 냈다는 점을 함께 주장합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책임 주체를 넓히고 회수 가능성을 먼저 확보하기


취소가 인정되어도 상대방 주머니가 비어 있으면 배상은 공허한 승리에 그칩니다. 더구나 이런 사건은 돈을 받은 사람과 권유한 사람이 다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 단계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을 챙깁니다.

1) 권유한 지인의 지위를 규정해 책임 범위를 넓힙니다.

권유자가 매도인과 별개의 제3자로 평가되면, 매도인에 대한 취소는 매도인이 그 기망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만 가능합니다(민법 제110조 제2항). 그래서 권유자가 매도인의 대리인이나 이행보조자처럼 움직였는지를 먼저 밝힙니다. 매도인 명의의 계약서를 권유자가 대신 작성해 건넸는지, 대금 입금계좌를 권유자가 지정했는지, 회사가 만든 설명자료를 그대로 전달했는지가 판단 재료가 됩니다. 나아가 권유자 본인에 대해서는 별도로 불법행위 손해배상을 구합니다(민법 제750조). 여럿이 관여했다면 공동불법행위로, 직접 속이지 않고 거들기만 한 사람도 방조자로 책임을 지게 됩니다(민법 제760조). 특히 권유자가 매도인 측으로부터 소개 수수료나 리베이트를 받은 사실이 계좌 내역에서 드러나면 "나도 피해자"라는 항변은 사실상 무너집니다.

2) 자본시장법의 부정거래 조항을 함께 겁니다.

비상장주식도 자본시장법상 증권이므로, 그 매매와 관련해 중요사항에 관하여 거짓의 기재나 표시를 하여 금전을 얻는 행위는 부정거래행위로 금지됩니다(자본시장법 제178조). 이를 위반한 자는 그 위반행위로 거래한 자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집니다(같은 법 제179조 제1항). 이 조항은 위반행위와 거래·손해의 연결이 법에 정리되어 있어 청구 구성이 한결 간명해집니다. 다만 이 청구권의 시효는 위반행위가 있었던 사실을 안 때부터 2년, 그 행위가 있었던 때부터 5년으로(같은 조 제2항) 민법의 불법행위 시효보다 짧으므로, 기산점을 따져 늦지 않게 병합해 두어야 합니다.

3) 고소보다 재산 보전을 먼저 하고, 형사와 민사를 한 타임라인에 올립니다.

실무에서 가장 자주 놓치는 순서가 이것입니다. 고소장이 접수되어 조사가 시작되면 상대방은 부동산 명의를 넘기거나 예금을 빼돌립니다. 그래서 부동산·예금·차량에 대한 가압류를 먼저 걸어 둔 뒤 본안과 고소를 진행합니다. 이미 재산이 빠져나갔다면 채권자취소권으로 되돌릴 수 있으나, 취소원인을 안 날부터 1년, 법률행위가 있은 날부터 5년 안에 행사해야 합니다(민법 제406조). 형사에서는 형법 제347조 사기가 문제되고, 편취액이 5억 원 이상이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에 따라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가중됩니다. 사기죄는 배상명령의 대상 범죄이므로 형사 재판에서 배상을 신청할 수 있으나(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25조), 액수에 다툼이 크면 각하되는 경우가 많아 민사 소송을 함께 진행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같은 회사 주식을 산 피해자가 여럿이라면 함께 고소해 같은 화법이 반복되었다는 점을 드러내는 것이 기망의 고의를 입증하는 가장 강력한 방법입니다.


결론


비상장주식 피해는 "그래도 언젠가 상장되면 회복되지 않겠나" 하고 기다리는 사이에 커집니다. 그 기다림 동안 취소권의 기간과 시효가 흘러가고, 상대방의 재산은 다른 사람 이름으로 옮겨 갑니다. 회사 등기부에서 이상한 흔적이 보이고 권유한 사람이 답을 피하기 시작한 바로 그 시점이, 자료를 모으고 재산을 묶기 시작해야 하는 때입니다.

되돌릴 수 있는지는 회사에 실체가 없었다는 사실과 상대방이 한 말의 거짓을 얼마나 증명 가능한 형태로 갖추었는가, 그리고 그 사이 회수할 재산을 확보해 두었는가에서 갈립니다. 계약서와 이체 내역, 주고받은 메시지가 아직 남아 있다면 늦지 않았습니다. 지금 상황이 여기에 해당한다면, 무엇을 확보하고 누구에게 무엇을 물을 수 있는지 대응의 방향과 순서를 한 번 점검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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